이기적인 사람이 배려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 전창수 지음
나의 예를 한번 들어보자. 누군가 100원을 꿔갔다. 그러나 그는 갚지 않았다.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야 100원을 받기 위해 애써야만 했던 나는 그때를 떠올린다. 그는 그런 말을 했다.
“쫀쫀하게”
100원이 쫀쫀한 것일까?
내가 그때 어떻게 그를 대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그 100원이란 의미에 대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람에게 100원이 중요한 것인가, 안 중요한 것인가?
나는 그 생각들 때문에 많은 시간을 생각에 잠겨 있어야 했다. 100원. 그것을 받으려 애쓰지는 않았지만, 그 말 떄문에 기분이 나빴던 건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 이기적인 사람이 배려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 100원을 통해 설파해 보려 한다.
100원은 누군가에게는 아주 소중한 돈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정말로 필요없는 돈이 될 수도 있다. 100원을 가져간 그에게는 100원이 별 것 아닌 듯이 말했지만, 하지만 그의 말 속에는 100원을 갚을 수 없을 정도로 돈이 없다는 뜻일 수도 있었다. 돈이 있었다면 100원을 꾸어 가지는 않았을 테니까.
나에게도 그 100원은 몹시도 소중한 돈이었다. 하지만, 아주 거금을 빌려준 것은 아니었기에 그 돈이 아주 큰 돈으로 여겨지지는 않았다. 지금은 기억나지 않긴 하지만, 분명 그 100원은 어머니가 보상해 주셨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집이 부유한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끼니를 굶을 만큼 가난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에게 100원이 절실한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저, 밥을 굶지 않고, 학교 다니는데 불편함이 없으니, 그걸로 무난한 학창시절을 보낼 수 있었다.
이 상황을 보면, 나도 이기적으로 보이고 100원을 빌려간 그 사람도 이기적으로 보인다. 자기만 생각하는 사람들끼리 주고받은 거래들이라, 서로 자기 입장만 내세우고 있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다르다. 100원을 못 갚아서 섭섭한 마음에 쫀쫀하다는 말로 자신의 섭섭한 마음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나는 100원을 갚지 않는다기보다는 그의 말에 기분을 상한 것이기 때문에 이기적이라 할 수가 없다. 쫀쫀하다는 말은 나를 비난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즉, 여기서 문제는 자신의 상황을 제대로 설명 못하는 친구. 그리고, 그렇게 비난의 말투를 들어야만 하는 나.
사회적인 활동이 부족하고, 사람의 마음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겪어야만 했던 그날들. 그러니까, 결국 둘다 인간관계에 서툴렀던 것이다. 즉, 누군가가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건 그 사람이 진짜 자기만 생각해서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서툰 것일 수도 있다. 사실은, 이기적으로 보이지만, 자기 나름대로 열심히 배려라고 하는 것이 다른 사람 눈에는 이기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누군가에게 “너, 이기적이다”라는 말을 함부로 하지 말자. 그 사람이 이기적이다, 라고 말하는 순간, 바로 당신이 이기적인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그렇게 이기적인 사람의 역설은 자신에게 화살이 되어 날아올 수 있다.
나는 믿는다. 세상에는 이기적인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는 사실을. 사실은, 자기 나름대로는 누군가를 위해서 모두 힘쓰고 있다는 사실을. 그 사실을 믿고 지내다 보면, 세상에서 내가 어떻게 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약간이나마 짐작할 수 있고, 계획을 세울 수 있다. 그러므로, 나를 포함한 모두가 다른 사람을 위해 살고 있다는 사실을 마지막으로 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