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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잉 인사이드 ㅣ 메피스토(Mephisto) 15
로버트 실버버그 지음, 장호연 옮김 / 책세상 / 2005년 11월
평점 :
품절
뭔가 일단은 SF니까 사뒀던 책인 것 같다. [파괴된 사나이] 같은 텔레파시 에스퍼의 이야기, 혹은 활극인 줄 알았던 듯.
실제로는, 땅으로 꺼져가는 이야기다. 근미래도 아니고 1960년대 미국이 배경이다. 주인공은 초능력이 있음에도 평범하게 살아가고, 그러다 나이가 들며 그 능력마저 쇠퇴하게 되는, 뭔가 (초능력) 인생의 황혼, 혹은 (초능력) 상실의 시대 같은 이야기.
나이 듦, 그리고 거기에서 오는 (초)능력의 감퇴. 이런 이야기는 담담하게 써야 제맛인데, 이 책은 그렇지 않다(가령 [앨저넌에게 꽃을]은 어떤가. 아, 이건 조금 다른가…). 쿨한 척하지만 한 발자국만 다가가면 신파적이다. 아마도 그것은 자기애다. 거기에 중간중간 대필한 논문과 애시드 트립('여행')의 서술이 섞이고, 수상한 고유명사 표기와 역주의 범람까지, 심히 읽기 괴로운 책이었다.
1960년대 미국은 격동기였고, 주인공의 서사는 사회상과 밀접하게 얽혀 있다. 이 책에서 텔레파시는 액션(사건)을 만드는 장치가 아니라 군상의 심리를 활자화하는 장치 정도의 역할밖에 하지 않는다. 즉 이 책은 일종의 풍속사로 읽히는 면이 있다. 그러니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것도 이해는 된다. 배경지식이 있다면 더 즐겁게 그리고 깊이 있게 읽을 수도 있을 책이다. (그러니까 역주 역시 이쪽에 초점을 맞춰 핵심만 간결히 삽입하는 게 좋았을 것이다. 그리스 신화나 열역학, [율리시스]에 대한 역주 따위는 필요 없단 말이다.) 그렇다고 쳐도, 아무리 생각해도,
따분하다.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모두. 이 지구와 우주, 초능력이 있다면 초능력조차. 별일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