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서의 재탄생 - 시대와 불화한 24권의 책
장동석 지음 / 북바이북 / 201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몇 년 전, 책을 많이 읽는 편집자 영스에게 받은 책. 아마도 생일 선물로 내가 좋아하는 소설 책들을 사서 보냈더니 답례로 보내준 책 중 하나다. 문학만 읽는 내 독서 취향을 넓혀주려는 고마운 배려...는 아닐 테고 처치 곤란한 책들을 처분한 것에 가깝겠지.

기획회의에 연재했던 내용이라고 하며, 금서로 선정된 적이 있는(단 한 국가에서만이라도) 책만 엮었다는 점을 빼면 여느 서평집보다 특별한 점은 없다. 문장도 평이한 수준. 특히 4부에서는 성을 상품화하는 대중매체를 '반복적으로' 비판하기도 한다.

이런 책이 내 책장에 왜 있지... 하며 일단 서문을 읽고 목차를 보니 흥미가 이는 곳이 있어 거기부터 읽었다. 그렇다, 바로 4부(4장) '성적 금기를 넘어서다'라는 제목 아래 많이 들어본 책 일곱 권이 있었고, 그중 제임스 조이스가 있었다(물론 [소돔 120일]이 목차에 있었다면 그 꼭지를 먼저 읽었겠지만).

대학 시절, 20대가 지나기 전에 꼭 읽어야, 아니 도전해야 할 책 중에 프루스트([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조이스([율리시스]), 보르헤스([픽션들] 혹은 전집)가 있었다. 안타깝게도 이 중 코드가 맞는 보르헤스 전집만 다 읽고 20대가 지났다(그리고 아마 30대도). 돌이켜보면, 변명이 아니라, 저 지적 허세 쩌는 목록이 잘못된 거다. '20대가 지나기 전에'를 '죽기 전에'로 고쳐야 한다. 정말로.

4부는 성적 금기에 대한 이야기라서 그런지 다른 꼭지들도 그럭저럭 흥미롭게 읽긴 했지만, 책 전체로 보면 딱히 매력적인 책은 아니었다. 그래도 과문하게도 [율리시스]의 새 번역이 나왔다는 소식을 이 책을 통해 알았으니 수확은 있었던 셈이다. 아, 그러나 또한 김종건 교수가 40년 이상 조이스를 연구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았으니, 어떻게 보면 지금 당장 읽을 필요는 또 없겠다(죽기 전에... 죽기 전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잉 인사이드 메피스토(Mephisto) 15
로버트 실버버그 지음, 장호연 옮김 / 책세상 / 2005년 11월
평점 :
품절


뭔가 일단은 SF니까 사뒀던 책인 것 같다. [파괴된 사나이] 같은 텔레파시 에스퍼의 이야기, 혹은 활극인 줄 알았던 듯. 


실제로는, 땅으로 꺼져가는 이야기다. 근미래도 아니고 1960년대 미국이 배경이다. 주인공은 초능력이 있음에도 평범하게 살아가고, 그러다 나이가 들며 그 능력마저 쇠퇴하게 되는, 뭔가 (초능력) 인생의 황혼, 혹은 (초능력) 상실의 시대 같은 이야기.


나이 듦, 그리고 거기에서 오는 (초)능력의 감퇴. 이런 이야기는 담담하게 써야 제맛인데, 이 책은 그렇지 않다(가령 [앨저넌에게 꽃을]은 어떤가. 아, 이건 조금 다른가…). 쿨한 척하지만 한 발자국만 다가가면 신파적이다. 아마도 그것은 자기애다. 거기에 중간중간 대필한 논문과 애시드 트립('여행')의 서술이 섞이고, 수상한 고유명사 표기와 역주의 범람까지, 심히 읽기 괴로운 책이었다.


1960년대 미국은 격동기였고, 주인공의 서사는 사회상과 밀접하게 얽혀 있다. 이 책에서 텔레파시는 액션(사건)을 만드는 장치가 아니라 군상의 심리를 활자화하는 장치 정도의 역할밖에 하지 않는다. 즉 이 책은 일종의 풍속사로 읽히는 면이 있다. 그러니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것도 이해는 된다. 배경지식이 있다면 더 즐겁게 그리고 깊이 있게 읽을 수도 있을 책이다. (그러니까 역주 역시 이쪽에 초점을 맞춰 핵심만 간결히 삽입하는 게 좋았을 것이다. 그리스 신화나 열역학, [율리시스]에 대한 역주 따위는 필요 없단 말이다.) 그렇다고 쳐도, 아무리 생각해도, 


따분하다.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모두. 이 지구와 우주, 초능력이 있다면 초능력조차. 별일 아니다.



SF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칠레의 밤
로베르토 볼라뇨 지음, 우석균 옮김, 알베르토 모랄레스 아후벨 그림 / 열린책들 / 201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는 만큼 보인다더니, 작가에 대해 조금 찾아본 뒤 돌이켜보니 문학사적으로 참 의의 있는 작품이었구나. 물론, 이건 소설의 재미와는 별개의 얘기다. 이 소설에 독자(나)를 잡아끄는 힘이 있다고는 말 못 하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Game Art - <파이널 판타지>에서 <네버 얼론>까지 40가지 게임 개발 스토리 에이콘 게임 개발 프로그래밍 시리즈
매트 세인즈베리 지음, 조동령 옮김 / 에이콘출판 / 201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더 패스> <네상스E> <네버 얼론> 같은 아름답고 유니크한 게임들의 아트와 개발자 인터뷰가 담긴 책. 무척 사고 싶지만 번역에 믿음이 안 가 고민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창비시선 125
나희덕 지음 / 창비 / 199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젠가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그런 저녁이 있다}를 읽었다. 그 블로그는 지금은 없다. 언제부턴가 없었다.


나희덕은 '그런 저녁이 있다'를 결구로 사용했지만, 동시에 이 문장은 제목이고 따라서 판면 최상단에 큼지막하게 박혀 있다. 우리는 이 큼지막하면서도 쉽게 읽힐밖에 없는 평문 제목을 마음속으로 읽고, 그다음에 '저물 무렵'으로 시작하는 시 본문을 보게 된다. 다른 제목이었다면, 가령 '테레민을 위한 하나의 시놉시스(실체와 속성의 관점으로)' 같은 제목이었다면, 속으로 굳이 끝까지 읽지 않을 공산이 클 것이다. 


우리는 '그런 저녁이 있다'에 이어 도치된 네 문단이자 네 문장을 읽고 마지막에 다시 '그런 저녁이 있다'와 마주친다. 아, 그래, 맞아. 그런, 네 문장에 걸친 그런 저녁, 나아가 순간이 있지. 있고말고. 어찌 보면 특별할 것 없는 그런 순간을 네 문장에 이르는 음절로 디지타이징한 결과물은, 더없이 아름답다.


내게 '그런 저녁이 있다'는 항상 앞에 있는 말이다. 이 문장 뒤에는 어떤 말이든 올 수 있다. 나희덕이 고른 문장이 아니라도 어느 것이든 올 수 있다. 그 가능성은 무한하다(음절을 항으로 본다면 무한수열이다). '그런 저녁이 있다'는 그 뒤에 읽는 이의 정서나 생각이 담긴 어느 문장이 와도 자연스럽다. 어제/오늘/내일의 나는 '그런 저녁이 있다' 뒤에 어제/오늘/내일의 각기 다른 상념 또는 잡념을 붙여보고는, 그것이 내 것인 것마냥 만족했/한/할 것이다.


'그런 저녁이 있다'는 압도적인 문장이다. 나는 이 늦된 깨달음에 경도해 오늘의 내 '그런 저녁'이 어떤 음절들이었는지에 대해선 쓸 수가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