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표지 왼쪽 위에는 <형사 벡스트룀 시리즈>라고 적혀있다. 그러니 형사 벡스트룀이 사건을 수사하는 이야기가 큰 축이다. 평소에 나는 '돈 많고, 나이 많고, 지위 있는' 남자들이 너무나 유해하다고 생각해왔는데, 이 책에서의 벡스트룀이 바로 그런 남자이다. 형사라는 직책에서 어느 정도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 중년의 남성. 그는 사건 수사에 쓸 돈을 자기 마음대로 쓴다. 원하는대로 술을 마시고, 호텔에서 포르노를 보고, 집에 밀린 빨래를 죄다 호텔로 가져와서 부하 직원을 시켜 세탁을 한다. 여기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은 사건 해결에 쓰여야 할 비용이다. 호텔에 머무는 동안 생기는 빨래가 아니라, 집에서부터 가져온 빨래. 어마어마하게 많은 양의 빨래를 그는 이 기회에 빨아버리는 거다. 게다가 포르노는 어떤가. 자기 이름으로 보는 게 밝혀지면 안된다고 생각해서, 동료가 하루 다른 지방으로 출장 간 사이에, 동료의 룸에서 동료의 이름으로 포르노를 본다. 사실 이정도는 벡스트룀이 저지르는 나쁜짓들 중에서 가장 가벼운 것에 속한다. 그는 수사에도 딱히 유능한 건 아니어서, 린다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기 위해 그 지역 사람들의 DNA 를 조사하라고 한다. 그리고 동료 경찰들을 포함해서 어떤 식으로든 여자사람을 만나게 되면 가장 먼저 성적대상화 하기에 여념이 없다. 보기 좋은 몸매일 경우 하루 속히 데리고 자야겠다고 생각하고, 그냥 기분 전환을 위해서 그 여자를 사무실로 불러 면담을 하고, 그러다 결국 성추행으로 고발도 당한다. 성소수자를 혐오하고, 인종차별도 심하고 동료의 공을 가로채기도 한다. 동료가 머리 써서 범인을 찾아냈을 때 갑자기 그건 '우리의' 노력이 되어버리는 거다. 




"이 자리 비었나요?"

물어본 사람은 여자였다. 서른다섯에서 마흔다섯 살 사이로 보이니 여자로서 유통기한은 끝난 게 분명했다. 하지만 적어도 몸매는 풍만한 쪽이군, 벡스트룀은 생각했다. -1권, p.48




아무도 질문을 하지 않자 그녀는 목례만 하고 회의실에서 나갔다. 저 여자는 할 일이 많은가 봐. 경찰관 시절엔 어땠을지 궁금한데. 꽤 반반했어. 할망구긴 하지만. 마흔다섯쯤 되었을 게 분명해. 딱하네. 정작 대변인보다 열 살은 더 먹은 벡스트룀이 생각했다. -1권, p.63 




슬프게도 입 밖으로 튀어나온 생각은 이성보다 속도가 빨랐다.

"분명 레즈비언이야." 아차, 이를 어쩌나. 이미 늦어버렸군!

"뭐라고 하셨습니까?" 안나가 눈을 크게 뜨고 벡스트룀을 보았다.

"린다가 뭐였다고요? 방금 린다가 뭐라고 하셨습니까?"

"예쁘고, 사귀는 남자는 없고, 축구에 미쳤고, 주위에는 여자들이 바글바글했다. 그렇다면, 그 뭐냐, 레즈비언이었던 게 뻔하지 않겠느냐는 거네." 달리 내가 그것들을 뭐라고 부르겠어.

"이것 보세요, 경감님." 산드베리는 지위를 생각하지 못한 채로 감정을 실어 말했다.

"저도 축구를 한답니다. 그리고 남편과 아이 둘이 있고요. 그게 지금 이 사건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죠?" 그녀는 노기를 띤채 벡스트룀을 보았다. -1권, p.215




"십 년 전 이혼한 후로 연락을 거의 안 했고 이혼 전에는 말다툼만 했던 것 같습니다."

"여자들이란 정말 곤란한 상대들이죠." 벡스트룀이 감정을 싫어 말했다.

"제 아내는 아닌데요. 경감이 겪은 세상에선 그랬나 보군요." 에녹손은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 안 그랬으면 내가 왜 이러겠소, 벡스트룀이 생각했다. -1권, p.224



"집시 놈들 짓 아닌가." 벡스트룀의 말은 질문이라기보다는 확신에 찬 주장이 가까웠다.

"자네를 실망시키게 되어서 유감이군." 레빈의 목소리는 지친 기색이었다. "그 일에 관련된 사람들 거의 전부 달뷔 토박이들인 듯해. 총을 쏜 자 역시 그렇고. 지역 방위군 분대장인데, 잡히지 않고 있어."

사람이 다 알아맞힐 수가 있나. 스웨덴 사람들의 무난한 기질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벡스트룀이 생각했다. -1권, 229




저것들 게이가 분명하군. 자기 입으로나 다른 사람들이 그간 여자들 만났다고 지껄이는 걸 듣기는 했지만 게이들이 분명해. 안 그러면 어떤 것들이 벡셰에 와서 영화관에 가지? -1권,p.231




그리고 알고 지내는 사이인 라디오방송국 진행자인 여자사람과 술을 마시는데, 호텔 바에서 한 잔 더하자는 진행자에게 굳이 자기 객실에서 마시자고 하고는 욕실에 들어가 옷을 벗고 타올로 중요부위를 가린 뒤에, 나와서는 타올을 내던지고 그녀 앞에 선다.



"아가씨, 이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 배를 집어넣고 가슴을 펴면서 벡스트룀이 말했다. 그런다고 배가 안 나와 보이지는 않지만 노력이라도 해봐야 했다.

"야, 이 미친놈아! 그 작은 흉물 저리 치우지 못해!" 카린은 악을 쓰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핸드백과 재킷을 집어 문을 쾅 닫고 객실 밖으로 나갔다.

저 여자 머리가 어떻게 된 거 나이냐? 작은 흉물이란 게 뭘 말하는 거지?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한 거야? -2권, p.168



결국 벡스트룀은 카린으로부터 성추행으로 고소를 당한다. 그러나 벡스트룀은 자기가 그런 짓을 한 게 아니라 그여자가 굳이 호텔객실로 들어왔다고 하며 이 사실을 부인한다.




주인공인 벡스트룀 형사는 이렇게 어디 하나 바람직한 구석이 없지만, '살인범은 잡아야 한다'는 생각만큼은 한다. 그래서 그동안 경찰을 계속 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아주 괜찮은 경찰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은 딱히 좋지 못한 평판으로, 좋지 못한 행실을 함에도 불구하고 사회생활을 하는데 큰 지장이 없다. 이런 엉망진창의 남자 주인공이라니 좀 놀랐지만, 그래서 이 소설이 왜이러지? 싶었는데, 작가 자체가 혐오를 하거나 비하를 하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라, 이 세상에서 이런 식의 사고방식을 가진 남자가 얼마나 사회생활을 하는 데 아무런 지장없이 앞으로 나아가느냐를 보여주기 위해 쓴 것 같다. 계속해서 벡스트룀의 잘못된 말과 행동에 제재를 가하는 사람들이 있고, 벡스트룀과는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들이 충분히 나오니까. 함께 지내는 동안 동료들고 그에게 문제가 많다는 걸 인지하게 된다. 경찰 내부에서도 그는 감사에 걸리게 되는데, 그러나 그가 형사라는 직업을 잃지는 않는다. 사건을 해결한 것에 대한 고마움으로 피해자의 가족에게 거액을 몰래 받았고, 그 돈으로 자신이 공금으로 사용한 부정한 비용을 죄다 갚아버리는 거다. 성추행 고소건에 대해서는 진행되다 피해자 쪽에서 고소를 취소한다. 둘 사이에 일어난 일에 대한 증거를 찾기가 어려웠고, 벡스트룀은 한사코 아니라고 계속해서 부인을 하니 그것이 진행되기는 어려웠다. 그는 분명 잘못을 계속해서 저질렀고, 주변에선 그런 그에게 벌을 내리려고 하지만, 그러나 그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게 된다. 이것이 이 사회에서 남자가 차지하는 몫일 것이다. 비리도 좀 저지르고, 성추행도 여러차례 하지만, 그러나 차지하고 있는 자리에 위협을 당하지는 않는. 그냥 뭉개고 있어도 일은 진행되고 시간은 흐르고 월급은 들어오는.....




이런 남자가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런 경우가 많다는 것은 씁쓸한 일이지만, 그러나 다른 식으로 세상을 보고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것에 대해 고민하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역시 사실이다. 박사 논문을 준비중인 여자형사는 언론의 역할에 대한 논문을 쓴다. 린다 살인사건에 대해서 우리가 정말 잘했다고 언론인들이 서로를 부둥부둥 해줄 때, 언론이 얼마나 자극적이고 편파적인 기사들을 써왔는지를 잡아내는 사람이 있다. 




5월 28일 금요일 리사 마테이는 스톡홀름 대학교 철학과에 박사 학위 논문을 제출했다. 논문의 제목은 '피해자 추모?' 였다. 마지막의 물음표는 정말 물음표였다. 언론이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와 살인 사건을 다룰 때 어떤 메시지가 함의되어 있는지를 연구한 논문이었다. 리사 마테이는 이 문제를 젠더적 관점에서 접근했다.

오십 년간 이백여 명의 강간 살해 피해 여성이 살인 사건 앞에 이름으로 남았다. 전국적으로 알려진, 오십 년은 된 사건만 꼽아봐도 비르기타 살인 사건, 예르드 살인 사건, 세르스틴 살인 사건과 울라 살인 사건이 있다. 2000년대에 일어난 최근 사건으로는 카이사 살인 사건, 페트라 살인 사건, 옌뉘 살인 사건……그리고 린다 살인 사건이 있었다.

피와 살로 이루어진 여성들은 어느 순간 언론에서 선호하는 기호로 단순 변화되었다. 기호학 용어에 따르면 그들은 일종의 상징이 되었다. 언론은 경찰이 용의자를 검거하는 그 순간까지도 피해 여성을 거듭 활용했다. 

스무 살 수습 경찰인 린다 발린부터, 린다 살인 사건, 린다 살인자 등등, 사법절차의 마지막 순서까지 린다라는 이름이 사용되었다.

무엇에 대한 상징일까? 이 여성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언론이 다루고 결국은 스웨덴의 범죄사 속으로 사라진다는 점은 차치하고 말이다. 성별이 가장 큰 공통점이었다. 남성이 죽으면 살인 사건 앞에 이름이 붙지 않는다. 살인 동기가 성적이든 뭐든 간에 그렇다. 인간이어서 그런 게 아니다. 여성이어야만 받는 취급이었다. -2권, 376-377




벡스트룀 같은 남자가 세상에 많고, 그런 남자가 사회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소설에서는 그것을 가감없이 드러내 보여준다. 그리고 그 남자는, 자신이 저지르는 짓이 잘못이란 자각이 전혀 없다. 또한 자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인정할 수가 없다. 실제로 그를 성추행으로 고소한 카린은 신문과정에서 그의 성기가 작았다고 하는데, 그것을 읽은 벡스트룀은 그걸 믿지 않는다. 자신의 성기가 작을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모든 여성을 성적대상화 시키는 것에 대해 양심의 거리낌이 전혀 없다. 성소수자와 인종에 대한 혐오를 가진 것 역시, 고칠 생각도 전혀 없고 잘못이란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에게는 아주 약간, '잘못 말하면 상대가 기분 나빠한다' 정도의 인식만이 있을 뿐,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가, 경찰의 간부인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가 경찰의 간부인 것이, 전혀 특이한 케이스가 아닌 것이다. 우리는 이런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모두 불완전한 존재이다. 어느 한 명이 모든 걸 완벽하게 갖추고 있을 순 없다. 그러나 약자 혐오와 비하를 하는 사람이 권력을 가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 일전에 영화 배우 메릴 스트립이 시상식에서 '권력을 가진 자가 사람들 앞에서 약자를 혐오하는 것을 발언해서는 안된다'는 취지의 얘길 한 적이 있다. 그정도는 우리가 지켜야하는 것이다. 벡스트룀은 이미 50이 넘은 남자이고, 그동안 약자 혐오를 일삼았던 사람인데, 앞으로 그가 변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성추행으로 그가 감옥에 들어가고 경찰이란 직업도 잃게 되길 바랐지만, 사실 세상일이 어디 그렇게 굴러가는가. 그가 여전히 자신의 자리에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씁쓸하지만, 그래도 이 책을 끝까지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끊임없이 제재를 가하는 인물들을 심어두어서-그것이 작가의 의도였겠지만-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직 힘은 벡스트룀에게 더 있지만, 제재를 가하고 공부를 하고 발언을 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조금 달라질지도 모르니까.




지난주에 페미니즘 강연 한 번 땡땡이 쳤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번 주가 마지막인데, 정희진 쌤 강연이다. 얏호~ 그동안 수고 많아다, 나여... 

그리고 금요일엔 퇴근하고 통영에 간다. 다찌집을 가려고 친구들하고 다 검색했다가, 다찌집은 그냥 패쓰하기로 했다. 머릿속에 놀러가고 싶은 생각만 가득이라 미치겠어. 얼른 금요일 와서 얼른 기차도 타고 친구들도 만나고 수다수다 했으면 좋겠다. 헤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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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7-11-27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 안 읽을래요..ㅜ

다락방 2017-11-27 14:24   좋아요 1 | URL
비연님, 나쁜 책은 아니에요. 오히려 이런 빻은 놈이 세상에 존재하는 현실을 잘 보여주죠. 부러 이런 캐릭터를 넣은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이 시리즈 나오면 또 읽어보려고요. 그렇지만 세상에 읽을 책은 많으니, 원하는대로 다른 책을 읽으시면 됩니다. 후훗. 사두고 안읽은 책 중에 읽으세요!!! (내년엔 진짜 책 안살거예요. ㅋㅋㅋㅋㅋ)

비연 2017-11-27 15:16   좋아요 0 | URL
몇 줄 읽는 것만으로도 눈에서 불꽃이..ㅜㅜ 정신건강상 패스.
저도 내년엔 좀 줄이고... 올해는 식판 땜에 한번 더.. 구매를..?????

다락방 2017-11-27 15:46   좋아요 0 | URL
저도 식판 하나를 더 받을까 말까 지난주부터 갈등중이에요 ㅋㅋㅋㅋㅋㅋㅋ 특급 살인사건 그 책을 사고 싶은데 그거 하나 살 바에는 식판 받게 사는 게 낫지 않나 싶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7-12-07 14: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7 14: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8 14: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트윗을 통해 알았는데요, 이 책 e 북으로 10년대여, 오십프로 할인이랍니다. 오호라, 친구들에게 선물하고 싶어 들어가봤더니 기프티북으로 적용은 안된다네요. 관심 있으셨던 분들, 얼른 주문하세요. 오늘 하루만 할인이랍니다.


링크 (들어가셔서 쿠폰 받으셔야 합니다)는 요기 ☞ http://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171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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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살인 사건의 린다 1 형사 벡스트룀 시리즈
레이프 페르손 지음, 이유진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1권에서 남자주인공의 여성비하,여성혐오,성적대상화 진짜 오지는데, 이게 앞으로 다르게 펼쳐질 거라 부러 설정한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2권까지 다 읽고나서 이 놈이 어떤 놈인지 다시 얘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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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7-11-22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방님 2권까지 읽은 감상평 보고 사든가 말든가 해야겠어요...

다락방 2017-11-22 13:31   좋아요 1 | URL
네네. 왜 이런 남자가 주인공인거지? 하고 자꾸 갸웃하게 돼요. 아마 거기엔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추측해봅니다. 2권까지 읽어보면 알 수 있겠지요.
저는 오늘 비연님 페이퍼 보고 오리엔탈 살인사건? 그거 장바구니에 넣었어요. 땡투하고.
지금 그거 한 권만 살까 아니면 또 5만원어치 사서 식판 하나 더 받을까..고민중입니다. ㅋㅋㅋㅋㅋ

비연 2017-11-22 23:07   좋아요 0 | URL
홋. 오리엔탈 특급살인은 명작이라 꼭 보셔야 하는 거지만...5만원어치 채워서 식판..ㅎㅎㅎ ;;;
 
















김숨의 《당신의 신》을 읽는 중이다. 아주 작고 얇은 책인데 단편 세 편 실린 게 전부이다. 그중 첫번째 단편 <이혼>을 읽는데, 여기에는 내가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든 구절이 나온다.



"나는 당신의 신이 아니야. 당신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찾아온 신이 아니야. 당신의 신이 되기 위해 당신과 결혼한 게 아니야." (p.64)



남편은 해고노동자들의 사진을 찍는 사람이다. 그래서 항상 지방으로 출장을 가서 며칠씩 집에 안들어오기도 한다. 아내가 유산을 했을 때, 그리고 항암 치료할 때를 포함해서 아내가 힘들고 우울한 시간을 보내는 그 순간순간마다 남편은 곁에 없었다. 결혼해서 남편이란 존재가 있으되, 남편과 아내로 불리고 있으되, 그러나 혼자인 것과 별다를 게 없는 시간. 가끔 '인간 뭘까?' , '인생 뭘까?'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게 하는 일이 생기는데, 바로 이럴 때가 그렇다. 해고 노동자들의 사진을 찍어주고 그들의 곁에서 그들의 얘기를 들어주는 남편은, 그러나 가장 가까운 아내의 고통에 대해서는 굳이 알려하지 않는다. 


그래놓고서는 아내가 이혼을 하자 말했을 때, 그것을 남편의 영혼을 내치는 것처럼 얘기한다.



이혼을 원한다는 그녀의 요구를 그는 번번이 묵살했다. 혀가 꼬이도록 술을 마시고 들어온 날 밤, 마침내 따지듯 그녀에게 물었다.

"당신, 무엇을 위해 시를 쓰지?"

"무슨 말이야?"

"시 말이야. 무엇을 위해 쓰지? 응?"

그녀가 차가운 침묵으로 일관하자 감정이 격해진 그가 다그치듯 물었다.

"인간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시를 쓰는 것 아니었어?"

"영혼­……? 나는 당신과 이혼하고 싶은 것뿐이야."

"그러니까 날 버리겠다는 거 아니야?"

"버리다니? 누가 누구를?"

"네가, 나를!"

"나는 지금 당신을 버리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야. 당신과 이혼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지."

"그게 그거 아닌가?"

"억지 부리지 마!"

"네가 날 버리는 건 한 인간의 영혼을 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므로 앞으로 네가 쓰는 시는 거짓이고, 쓰레기야." (p.58-59)





위 부분을 읽다가 '나였어도 이혼했겠다'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혼하자는 아내에게 자신을 버리는 거라고 말하다니. 대체 무슨 심뽀인줄 모르겠다. 그리고 이혼하는 게 한 인간의 영혼을 버리는 거라고?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과 어떻게 같이 살지? 나는 당신의 신이 아니다. 나는 당신의 애인이 되려고 했던 거고, 아내가 되려고 했던 거지, 당신의 신이 되려고 했던 게 아니다. 마치 나를 당신의 영혼을 구원해줄 사람으로 여기는 게 나를 뭔가 되게 크게 소중하게 여기는것마냥 생각하는 것 같은데, 착각이다. 나는 동등한 관계이길 원하지 당신의 위에서 당신을 끌어올리려고 당신을 만나는 게 아니다. 


위 부분을 읽는데, 여자를 김치녀나 된장녀, 김여사로 표현하는 것만이 혐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위치에 두지 않는 거, 한없이 높은 곳에 두려하는 거, 그거 한다고 내가 좋아할 것 같냐. 나는 그냥 너랑 같은 인간이다. 나는 인간이고, 너의 여자친구이고, 애인이고, 아내야. 신이 아니야. 내가 신이라면 인간인 너와 어찌 함께 걷니... 

너는 나를 신이라 칭하고 니 영혼을 구원해줄 사람이라 여기면서 너랑 헤어지지 못하게 만들려하지.

노노, 그런 건 노노해... 노노.


안녕... 세이 굿바이.....





여성혐오는 스펙트럼이 매우 넓은 개념입니다. 무엇보다 여성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여성을 추켜세워 숭배(성녀와 개념녀, 미녀 등) 하거나,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간주하여 낙인(창녀와 보슬아치, 김치녀, 추녀 등)을 찍는 행위-을 통해 여성들 사이에 위계질서를 도입하는 권력기제입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여성혐오는 숭배의 자리를 환상으로 남겨놓고 여성을 자기 착취의 구조 속으로 들어가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분할 통치 방식으로 가부장제는 지금껏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미소지니를 여성비하나 멸시로만 번역하는 것은 여성혐오 개념의 다층적 층위를 충분히 반영할 수 없습니다. 여성멸시와 여성비하는 여성혐오의 하위범주일 뿐입니다. (p.144)









회사 동료이자 좋은 친구가 되어주는 E 는 고양이를 매우 좋아한다. 인스타에서 고양이 사진 자주 올라오는 계정들을 팔로우 해놓고 자주 들여다보곤 하는데, 그렇게 내게 《히끄네집》이란 책의 존재를 알려주었다.















이 책이 요즘 엄청 잘 팔려서 벌써 5쇄를 찍었다든가 하는 얘기를 하면서, 굿즈 영향도 있는 것 같다는 거다. 이 책의 굿즈가 히끄의 등신대라는 것. 





히끄의 등신대 덕에 히끄네집 이 더 잘 팔리는 것 같다면서, 내게도 굿즈를 만들 것을 권했다. 아마 내가 내 책 안팔린다고 징징대서 나름의 방법을 제시한 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차장님, 차장님도 책 잘 팔리게 굿즈 만들어 보시는 거 어때요?

- 뭐로? 등신대?

- 네, 차장님 실물 사이즈와 똑같은 등신대요.



아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아무리 나지만 정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깝깝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 등신대 있으면 그걸 뭘해 대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히끄 등신대는 귀엽기라도 하고 책상에 두기라도 할 수 있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 등신대로 뭐하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도대체 뭘 어째야 하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다락방 등신대를 굿즈로???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연어사시미나 먹으러 가야겠다. 빠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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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7-11-22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어 사시미 좋네요. 빠샤.
근데 락장님 등신대를 굿즈로.. ㅎㅎㅎ;;;; 그것도 실물 사이즈와 똑같은... 허허;;;;

다락방 2017-11-22 10:50   좋아요 0 | URL
아아 E 에게 그렇게 물을 걸 그랬어요.

˝내 등신대가 굿즈면 너는 내 책을 사겠니?˝ 라고요.

그러면 아마 E 도 흔쾌히 산다는 대답을 못하지 않을까요.... 하하하하하

syo 2017-11-22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등신대 ㅋㅋㅋㅋ
저도 만약 책 나올 일이 있다면 등신대 홍보전략을 써야겠어요.

교보문고에 들르신 고객님들께 안내말씀 드립니다. 지금 매장에 계신 고객님들 중 syo의 책을 사지 않은 분들께 강제로 syo의 등신대를 줘버릴 예정이오니, 그 꼴 당하기 싫으시거든 책을 사가시기 바랍니다.

다락방 2017-11-22 10:5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등신대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진짜 미치겠어요. 등신대가 너무 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관리가 안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방에 놓으면 무섭고 거실에 놓기 부끄럽고 바깥에 세워두면 등신대가 추울거야....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쇼님은 책 나오면 최초로 작가 등신대 한 번 갑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7-11-22 11:07   좋아요 1 | URL
syo등신대는 작아서 휴대가 간편합니다

-_ㅠ

다락방 2017-11-22 11:16   좋아요 1 | URL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러면서 왜 울기만 하는가..)

에이바 2017-11-22 11: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김숨 작가 책이 두 권 나왔잖아요. 염소랑 당신의 신 둘 중에 뭘 읽어야 하나 했는데(저는 김숨 글을 처음 읽거든요. 이름은 알지만...) 저 이혼이라는 글 때문에 당신의 신을 읽기로 했어요. 그런데 다락방님도 그렇다고 하시니 반가와 댓글을 남깁니다. 문제는 책을 사도 읽을 시간이 없다는 거... 흑흑 참 비겁해요. 맨 정신으로 문제를 마주칠 용기가 없어서 술을 마시고 들어와선 너의 시는 쓰레기라고 비난하는 모습이요. 히끄 책 잘 팔리는 거 등신대 덕분 맞아요 ㅋㅋㅋㅋㅋㅋ 넘넘 귀엽죠. 요즘 조금 지나긴 했지만 대세는 미니멀리즘이니까 다락방님도 귀여운 미니 다락방 등신대를...

다락방 2017-11-22 11:18   좋아요 1 | URL
안녕, 에이바님?

저는 김숨 글을 읽은 적이 있었고 내심 기대하는 작가예요. 일전에 비..를 소재로 한 단편집에서 김숨 글을 읽고 ‘이 작가 챙겨봐야지‘ 했던 기억이 나요. 그래서 최근에 [한 명]인가 그 책도 사두었는데 아직 읽지 못했거든요. 그러다 이혼의 인용구를 보고는 읽자!! 하고는 냉큼 사서 냉큼 읽고 있답니다. 후훗.

말씀하신 부분에서도 그렇지만 저는 남편이 너무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는 너랑 헤어지기 싫어‘라고 차라리 솔직히 감정을 인정하는 편이 나을텐데 ‘내 영혼을 버리는거야‘ 라고 말하다니, 이혼하는 책임을 전적으로 여자에게 물고 또 그렇게 해서 여자의 죄책감을 건드리려고 하는게 너무 싫은 거예요. 그럴 때일수록 오히려 강하게 내쳐버려야 하는 것 같아요. 어휴 너무 싫음요...


미니 다락방 등신대......라면 조금 팔리려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니 다락방 등신대 보다는 히끄 등신대가 이천배쯤 더 잘팔릴 것 같은데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어쩐지 슬퍼한다)

단발머리 2017-11-22 1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같은 위치에 두지 않는 거, 한없이 높은 곳에 두려하는 거... 에서 <제2의 성>의 체취를 느낍니다. ^^

저도 다락방님 미니 등신대에 한 표요~
근데 진짜 이름이 이거예요?
등신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7-11-22 11:34   좋아요 1 | URL
네, 그러고보니 제2의 성 생각도 나네요. 저 제2의 성 3편 신화부분 읽고 있어요. 어휴 진도 안나가요 ㅋㅋㅋㅋㅋ

진짜 이름이 이거예요. 등신대. ㅎㅎㅎㅎㅎ
네이버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아래와같이 나옵니다.

등신대 (等身大) [등ː신대]
[명사] 사람의 크기와 같은 크기.

유부만두 2017-11-22 13: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인용하신 부분 남편은 자기가 사진 찍으며 해고노동자들을 구원한다고 여기는가봐요. 아우 싫다!!!

다락방 2017-11-22 16:11   좋아요 2 | URL
음. 그러게요.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의 영혼을 구원하는 구원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걸까요?
어제 어딘가에서 김숨 작가 되게 조용하다는 기사를 봤었는데 작가의 성격은 소설에 드러나는가 봐요. 책 속 등장인물들도 되게 조용해요.
 


토요일엔 영화 《리빙 보이 인 뉴욕》을 봤다. 극장에는 나를 포함해서 여자 일곱명이 관객의 전부였다. 그 중에 다섯명은 나처럼 혼자온 사람들이었고 커플이 한 쌍. 우리 모두 여자들... ㅎㅎㅎㅎ 상영관은 1관으로 컸는데 주말에 이렇게 관객 일곱명이어서 어쩌나..라는 전혀 내가 할 필요 없는 걱정을 잠깐 오지랖 넓게 해보았다.


영화는 추천할만한 건 아니다. 영화 평에 보면 막장이란 말이 많이 보이던데, 음.. 막장이라면 막장이랄 수 있겠다. 어쨌든.

추천할만하진 않지만 나는 나름 여러가지가 인상깊었는데, 그중 하나가 주인공인 '토마스'의 입장에서는 아버지의 내연녀인 '조한나'가 토마스에게 하는 말이었다.


니가 아는 게 다가 아니야.

니가 아는 게 잘못된 걸 수도 있어.



토마스는 이십대 초반의 청년으로 아직 이렇다할 직업을 가진 것도 없고, 애인이 있는 '미미'를 짝사랑하고 있다. 미미와 자기 사이에 특별한 게 있다고 생각하는데 미미는 자신에게 '그저 실수로 하룻밤을 같이 보낸' 거라고 한다. 그런 참에 아버지가 다른 여자랑 함께 있는 장면을 보게된 것. 그리고 아버지는 어머니를 떠나 내연녀와 결혼할 생각까지 갖고 있단 걸 알게된다. 이에 토마스는 조한나를 찾아가 자신의 아버지랑 헤어지라 말한다. 이미 안그래도 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는 엄마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무너질 거라는 것. 그때 조한나가 토마스에게 '니가 아는 게 다가 아니야, 오히려 네 엄마가 원하는 걸 수도 있어'라는 말을 하는 거다. '어쩌면 네 엄마도 네 아빠랑 헤어지는 게 더 행복할 수도 있지' 라고. 토마스는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며 그녀를 말리고자 하는데, 토마스의 입장에서는 아버지랑 헤어지는 것이 어머니에겐 무너질만한 일일 수밖에 없는 거다.









물론 시간은 흘러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헤어지자고, 다른 여자가 있다고 얘길 한다. 이 사실을 알고 토마스는 어머니가 걱정되어 부랴부랴 찾아가지만, 어머니는 무너지지 않았다. 그리고 조한나가 말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된다. 어머니 역시 나름의 비밀을 숨기고 25년간 결혼생활을 유지했던 것. 어머니는 다른 남자를 사랑하고 있었던 거다. 혹여라도 그것이 밖으로 꺼내어지면 토마스에게 상처가 될까봐 꾹꾹 숨기고 참고 살았던 거였는데, 이제 그 비밀까지도 토마스가 다 알아버렸다. 반드시 그것만이 이유가 된 것은 아니었지만, 어머니는 '다른 사랑'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예술가들과 자주 교류하고 넉넉하게 살았음에도 계속 우울해했고, 오로지 토마스만을 바라보며 살았더랬다. 이렇듯 사랑하는 사람을 다른 데 두고 다른 사람과 사는 것은 내내 삶을 우울하게 만들수도 있어...



그런 한편 어머니가 25년을 내내 가슴속에 품고 살아왔던 남자도 마찬가지. 그는 그녀를 사랑하지만 이미 다른 남자의 아내이기 때문에 어쩌지를 못하고, 그저 홀로 그 긴 세월을 살아간다. 그렇게 허구헌날 술을 마시면서 그녀를 그리워만 한다... 나는 사랑에 미쳐서 사람이 한없이 우울해지거나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씩씩하게 버텨내기를 바라지만, 그렇지만 그것은 그저 내 바람일 뿐, 이렇게 내가 간절히 원하는 단 하나의 상대와 내가 이루어지지 못했을 때는 한없이 절망속으로 빠져버릴 수도 있는 거다. 무엇보다 내가 그걸 경험해보지 않았는가. 나는 한 달 내내 울며 보낸 적이 있었다. 걷다가 울고 음악 듣다 울고 지하철 안에서 울고 산에서 울고.... 아아, 생각하기도 싫을 만큼 아픈 날들이었지. 나는 사랑을 잃고 씩씩하기를 바라지만, 그러나 사랑을 잃고 무너질 수밖에 없는 마음도 너무나 잘 알겠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어떡해야 한다? 사랑을 지켜야 한다.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 상대에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관계가 끊어지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노력해야 해.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란 것이 둘 사이에 끼어들기도 하지만...



그래서 이 영화는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영화는 아니지만, 내 나름대로 좀 애틋한 영화가 되었다. 무엇보다 '다른 이야기'가 있을 수 있다는 것,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주었고, 내가 간절히 원하는 사람과 함께 하지 못했을 때 사람이 얼마나 많이 우울해질 수 있는지도 알 수 있게 되었으니까. 


인생 뭐냐

사랑 뭐지?



그건그렇고, 남자주인공은 넘나 매력없어... -0-



보다가 케이트 베킨세일 머리 너무 이뻐서 아아, 나도 머리 길게 웨이브 해야겠다...라고 생각했지만, 저 영화 보기 바로 직전에 컷트친 사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렇게 머리 기르려면 한 십 년 걸리려나.... 그러면 내 나이가 몇이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내가 오늘 아침에 알라딘 주문해서 식판이 올 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신간을 넣지 못했다는 게 넘나 슬프다.... 아니, 루시 바턴도 못샀는데 무슨 형제 또 나오고 그래? ㅜㅜ 좋으면서 싫고 싫으면서 좋고 그래..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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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7-11-20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다락방님 페이퍼 읽으니까 영화 보고 싶은대요.
영화 보러 자주 나가는 사람은 아니지만,
이번주에는 혼자라도 나가야겠어요. 매력적인 남주도 볼겸 겸사겸사^^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신간들이 줄을 섰네요.
으흠... 저도 엘리자베스는 딱 한 권 읽었던 터라 뭘 먼저 읽을까~~ 행복한 고민중~~

다락방 2017-11-20 11:02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남주는 매력적이지 않아요. 아오 찌질하고 답답하고 제가 안사귀고 싶은 스탈의 남자사람 ㅋㅋㅋㅋㅋ
이 영화가 아니라도 다른 영화라도 보러 훌쩍 나갔다 오세요, 단발머리님. 맛있는 것도 사 드시고요. 저는 육개장칼국수 사먹어봤는데 다시는 안사먹어도 된다고 생각했어요. 역시 경험이 중요해요. 헤헷.

저도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올리브 키터리지] 딱 한 권 읽은 게 전부라 저 두 책 모두 사고 싶어요! 앗! 에이미와 이사벨은 가지고 있는데 안읽었네요. 다른 많은 책들이 그렇듯이... 하하하하하

스윗듀 2017-11-20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읽는 다락방님 페이퍼..역시 재밌어 크으 ㅠㅠ 다락방님 저는 얼마전에 <뉴니스>라는 영화를 혼자 봤는데 넘나 잼났어요. 현실 모던 러브의 반영이랄까. 조금은 유치하고 어리고 우리가 아는 그 얘기긴 하지만 여주 남주 모두 매력적이었더구욧! 특히 니콜라스 홀트 너...하아 ㅋㅋㅋ 다락방님도 만약 보시게되면 같이 감상 나눴으면 해요. 히힣

다락방 2017-11-20 13:12   좋아요 1 | URL
아니, 스윗듀님! 이게 얼마만입니까! 대체 그동안 뭐하시느라 이렇게 오랜만에 나타나신 거예요?! 안그래도 며칠전에 문자메세지함 정리하다가 아주 오래던에 스윗듀님과 나눴던 문자메세지가 보관되어 있는 걸 봤답니다. 아아, 스윗듀님 요즘 뭐하고 지내시나... 생각했던 참이었어요. 생각만 하면 이렇게 똭- 나타나는 마법! 매직! ㅎㅎㅎㅎㅎ

뉴니스 라는 영화는 제목도 처음 들어보는데 지금 검색해보니 데이트앱을 통해 만난 커플의 이야기네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상영시간이 저랑 안맞아서..흐음... 다운 받아 보든지 해야겠어요. 후훗.

비연 2017-11-20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달달한? 영화 안 본 지 너무 오래 되어서 이거 (제목 때문에) 볼까 했더니 그런 내용이 아니었네요..ㅜ
저스티스 리그나 봐야겠어요 ;;;;

다락방 2017-11-20 15:56   좋아요 0 | URL
주인공 토마스는 아버지의 내연녀와 섹스하고 그런데 그 아버지가 사실 알고보니 생물학적 아버지가 아니었고...같은 내용이 나와요. 로맨스랑은 좀 거리가 멀어요. 하핫.

비연 2017-11-21 08:19   좋아요 0 | URL
헐... 로맨스 아니군요 ㅠ

다락방 2017-11-21 08:37   좋아요 1 | URL
영화 카피에 썸머가 가고 가을이 왔다 이래가지고 달달이 로맨스인줄 알고 가서 봤네요. -_-
막장+로맨스 코딱지만큼+성장드라마=딱히 안봐도 된다
이런 공식이 나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