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숨의 《당신의 신》을 읽는 중이다. 아주 작고 얇은 책인데 단편 세 편 실린 게 전부이다. 그중 첫번째 단편 <이혼>을 읽는데, 여기에는 내가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든 구절이 나온다.
"나는 당신의 신이 아니야. 당신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찾아온 신이 아니야. 당신의 신이 되기 위해 당신과 결혼한 게 아니야." (p.64)
남편은 해고노동자들의 사진을 찍는 사람이다. 그래서 항상 지방으로 출장을 가서 며칠씩 집에 안들어오기도 한다. 아내가 유산을 했을 때, 그리고 항암 치료할 때를 포함해서 아내가 힘들고 우울한 시간을 보내는 그 순간순간마다 남편은 곁에 없었다. 결혼해서 남편이란 존재가 있으되, 남편과 아내로 불리고 있으되, 그러나 혼자인 것과 별다를 게 없는 시간. 가끔 '인간 뭘까?' , '인생 뭘까?'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게 하는 일이 생기는데, 바로 이럴 때가 그렇다. 해고 노동자들의 사진을 찍어주고 그들의 곁에서 그들의 얘기를 들어주는 남편은, 그러나 가장 가까운 아내의 고통에 대해서는 굳이 알려하지 않는다.
그래놓고서는 아내가 이혼을 하자 말했을 때, 그것을 남편의 영혼을 내치는 것처럼 얘기한다.
이혼을 원한다는 그녀의 요구를 그는 번번이 묵살했다. 혀가 꼬이도록 술을 마시고 들어온 날 밤, 마침내 따지듯 그녀에게 물었다.
"당신, 무엇을 위해 시를 쓰지?"
"무슨 말이야?"
"시 말이야. 무엇을 위해 쓰지? 응?"
그녀가 차가운 침묵으로 일관하자 감정이 격해진 그가 다그치듯 물었다.
"인간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시를 쓰는 것 아니었어?"
"영혼……? 나는 당신과 이혼하고 싶은 것뿐이야."
"그러니까 날 버리겠다는 거 아니야?"
"버리다니? 누가 누구를?"
"네가, 나를!"
"나는 지금 당신을 버리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야. 당신과 이혼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지."
"그게 그거 아닌가?"
"억지 부리지 마!"
"네가 날 버리는 건 한 인간의 영혼을 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므로 앞으로 네가 쓰는 시는 거짓이고, 쓰레기야." (p.58-59)
위 부분을 읽다가 '나였어도 이혼했겠다'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혼하자는 아내에게 자신을 버리는 거라고 말하다니. 대체 무슨 심뽀인줄 모르겠다. 그리고 이혼하는 게 한 인간의 영혼을 버리는 거라고?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과 어떻게 같이 살지? 나는 당신의 신이 아니다. 나는 당신의 애인이 되려고 했던 거고, 아내가 되려고 했던 거지, 당신의 신이 되려고 했던 게 아니다. 마치 나를 당신의 영혼을 구원해줄 사람으로 여기는 게 나를 뭔가 되게 크게 소중하게 여기는것마냥 생각하는 것 같은데, 착각이다. 나는 동등한 관계이길 원하지 당신의 위에서 당신을 끌어올리려고 당신을 만나는 게 아니다.
위 부분을 읽는데, 여자를 김치녀나 된장녀, 김여사로 표현하는 것만이 혐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위치에 두지 않는 거, 한없이 높은 곳에 두려하는 거, 그거 한다고 내가 좋아할 것 같냐. 나는 그냥 너랑 같은 인간이다. 나는 인간이고, 너의 여자친구이고, 애인이고, 아내야. 신이 아니야. 내가 신이라면 인간인 너와 어찌 함께 걷니...
너는 나를 신이라 칭하고 니 영혼을 구원해줄 사람이라 여기면서 너랑 헤어지지 못하게 만들려하지.
노노, 그런 건 노노해... 노노.
안녕... 세이 굿바이.....
여성혐오는 스펙트럼이 매우 넓은 개념입니다. 무엇보다 여성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여성을 추켜세워 숭배(성녀와 개념녀, 미녀 등) 하거나,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간주하여 낙인(창녀와 보슬아치, 김치녀, 추녀 등)을 찍는 행위-을 통해 여성들 사이에 위계질서를 도입하는 권력기제입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여성혐오는 숭배의 자리를 환상으로 남겨놓고 여성을 자기 착취의 구조 속으로 들어가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분할 통치 방식으로 가부장제는 지금껏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미소지니를 여성비하나 멸시로만 번역하는 것은 여성혐오 개념의 다층적 층위를 충분히 반영할 수 없습니다. 여성멸시와 여성비하는 여성혐오의 하위범주일 뿐입니다. (p.144)
회사 동료이자 좋은 친구가 되어주는 E 는 고양이를 매우 좋아한다. 인스타에서 고양이 사진 자주 올라오는 계정들을 팔로우 해놓고 자주 들여다보곤 하는데, 그렇게 내게 《히끄네집》이란 책의 존재를 알려주었다.
이 책이 요즘 엄청 잘 팔려서 벌써 5쇄를 찍었다든가 하는 얘기를 하면서, 굿즈 영향도 있는 것 같다는 거다. 이 책의 굿즈가 히끄의 등신대라는 것.
히끄의 등신대 덕에 히끄네집 이 더 잘 팔리는 것 같다면서, 내게도 굿즈를 만들 것을 권했다. 아마 내가 내 책 안팔린다고 징징대서 나름의 방법을 제시한 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차장님, 차장님도 책 잘 팔리게 굿즈 만들어 보시는 거 어때요?
- 뭐로? 등신대?
- 네, 차장님 실물 사이즈와 똑같은 등신대요.
아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아무리 나지만 정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깝깝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 등신대 있으면 그걸 뭘해 대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히끄 등신대는 귀엽기라도 하고 책상에 두기라도 할 수 있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 등신대로 뭐하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도대체 뭘 어째야 하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다락방 등신대를 굿즈로???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연어사시미나 먹으러 가야겠다. 빠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