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

줌파 라히리의 소설 [이름 뒤에 숨은 사랑]을 보면요, 미국에 살고 있는 주인공 아시마가 고향인 캘커타를 방문하기 위해 쇼핑을 하는 장면이 있어요. 할머니를 위해 엄마를 위해 이것저것 쇼핑을 하죠. 아기를 태운 유모차를 끌고서요. 고향에 가서 그들이 선물을 받고 기뻐할 모습을 상상하며 정성스레 이것저것 골라요. 쇼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는데 누군가 자리를 양보해줘서 고맙게 생각하며 자리에 앉았는데 아시마는 그만 졸아버리고 말아요. 정신을 차렸을 때는 아시마가 내려야할 역에 지하철이 정차해있고 문이 열려있는거에요. 아시마는 화들짝 놀라서 아기를 태운 유모차를 끌고 내려요. 내리고서야 지하철안에 있던 승객이 자신에게 짐을 놓고 갔다고 말하는 걸 듣고, 아, 쇼핑한 걸 놓고 내렸구나, 라는걸 알아챘을 땐 지하철 문이 닫혀버렸죠. 결국 아시마는 펑펑 울어요. 다시 쇼핑한다고 해도 처음의 그 마음과 그 정성 같지 않을테고, 오늘 쏟아부은 정성이 너무나 허탈하고 허무하고 속상해서요.


그런데 집에 돌아와서 남편에게 이 일을 말하니, 남편이 지하철 유실물센터에 전화를 하는거에요. 그리고 잃었던 물건을 찾게되죠. 하나도 없어지지 않은채로. 



네꼬님의 이 페이퍼를 읽으니 아시마 생각이 났어요. 아시마에게 그 순간 지하철유실물센터에 전화해주는 남편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네꼬님에게 그 지친 하루의 위로가 되는 짜장면을 사주는 남편이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요.


















또있어요. '최은영'의 [오래된 거짓말]요. 그 책에서 여자는 자신이 대학시절 짝사랑했던 남자를 결혼한 후 오랜만에 만나게 되요. 설레는 마음을 안고 그를 만나러 갔는데, 대학시절 그녀의 영웅은 자동차세일즈맨이 되어있었어요. 대학시절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리고 지금의 그의 모습과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하고, 그녀는 그 선배에게 차를 한 대 뽑기로 하죠. 그와의 만남이 파한 뒤, 그녀는 자신의 남편에게 전화를 해요. 평소 남편에게 살갑게 전화하던 여자가 아니어서 남자는 뜻밖이라 생각하고 전화를 받죠. 여자는 남편에게 짜장면을 사달라고 해요. 남편은 아내가 있는 곳으로 달려와 아내와 마주앉아 짜장면을 먹어요. 넥타이를 와이셔츠 의 단추와 단추 사이에 꽂아넣고.


그 장면이 생각나네요.















참고로, 오래된 거짓말의 남자 주인공은, 젓가락질을 잘해요. 젓가락을 들고 음식을 먹기전 탁탁, 젓가락을 바로 쥐죠.



이 대리는 테이블 한켠에 있는 플라스틱 수저통에서 숟가락과 젓가락을 꺼내어 내 앞과 자신의 앞에 열 맞춰 놓았다. 칼날 같은 인상과는 지나치게 동떨어진 행동이라 의외다 싶어서 몰래 남자를 훔쳐보았다. 뜨끈한 국수 국물을 들이켜더니 쇠 젓가락을 식탁 위에다 탁탁 작게 두드리며 키를 맞췄다. 그리고는 도시락 안에 담겨 있던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내게는 시선조차 주지 않았지만 난 그 평범한 행동에 이상하게도 시선을 빼앗겼다.
지난번 식사 때는 정신이 없어서 보지 못했지만 이 대리의 손놀림은 근사했다. 단지 젓가락질을 하는 것뿐인데도 무기를 갖추어 든 병사처럼 날렵하고 우아하게 움직이는 손놀림은 군더더기가 없이 깔끔했다. 
(p.67) 




남편과 짜장면이라면, 충분한 것 같아요, 네꼬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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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13-11-06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어제 페이퍼가 너무 길어져서 못다 쓴 말이 있어요. 원래 남편은 음식 많이 시키는 걸 걱정하는 사람이라, 평소 같았으면 고추잡채 + 짜장면 한 그릇, 이렇게 주문하자고 했을 텐데, 어제는 제가 그러자고 해도 안 된다고, 오늘은 남기는 한이 있어도 요리 따로 식사 따로 양껏 먹자는 거예요. 진심으로 감동 받았음.

다락님 이러니까 내가 다락님 좋아할 수밖에 없잖아요. 여기서도 감동받았어요.(아시마 사연 조마조마 ㅠㅠ)
저 책들 다 읽어볼게요. 고마워요. (네꼬남도! 고마워요!!)

* 이 페이퍼 근데, 트랙백을 떠나서도 정말 좋아요.

웽스북스 2013-11-06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앙. 이런 댓글이라니....!!!

치니 2013-11-06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앙, 참 다정해요. 대놓고 어제 고생 많았구나 위로하는 게 아닌데도 참 따스하고요. 네꼬님은 행복한 사람. :)

자작나무 2013-11-06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한테도 이런 댓글 달아주세요~

단발머리 2013-11-07 0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두 네꼬님 완전 부러워요~~ 이런 댓글이라니~~
네꼬님, 좋으시겠당! (네꼬님, 완전 고생하셨는데, 쏘리~~)

레와 2013-11-07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좋다.. ^^

turnleft 2013-11-07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줌파 라히리 신작 "The Lowland"를 읽고 있는데, 등장 인물 한 명의 선택이 영 공감이 가지 않아서 좀 답답하네요.
제가 여성이 아니라서, 혹은 여성의 삶에 대해 마음이 열려 있지 않아서 그런가 싶어 빨리 다락방님한테 읽혀 보고 싶어요.

절대 먼저 읽는다고 자랑하는거 아닙니다. :p

다락방 2013-11-08 09:07   좋아요 0 | URL
쳇.
저도 빨리 읽고 싶단 말입니다. ㅠㅠ
미쳐서 원서 살 뻔 했어요. 읽지도 못하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 방통대 영문과 다시 들어갈까요? ( ")
 

오늘 아침은 평소보다 늦게 일어났다. 평소에 회사에 일찍 도착하는 편이니 지각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마음이 급해서 서둘러 움직였다. 밥을 먹고 방에 들어와 어제 배달온 기모스타킹의 포장을 뜯으려 했는데 잘 안 뜯어지는거다. 난 이렇게 언제나 닥쳐셔야 행동하는 기질이 있다. 어제 뜯어 놓았으면 좀 좋아.. -_- 여튼, 그래서 칼을 가지고 포장을 뜯으면서, 설마 병신같이 스타킹을 찢어버리진 않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포장과 함께 스타킹이 찢어졌다. 


.........스바...



이것을 신을것인가 말것인가 오래 갈등하고 싶었지만, 난 지금 몹시 바쁘니 오래 갈등할 시간이 없다. 다행히도 바깥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 뜯어졌으니 걍 신자, 라고 생각하고 신었다. 집을 나와 엘레베이터를 타면서 버스가 오는 시간을 조회해보니 앞으로 이 분 뒤. 앗, 이거 타야돼! 나는 아파트 입구를 나가면서 다다다다닥 뛰었다. 그리고 버스정류장으로 가기 위해 무단횡단을 하면서 또 다다다닥 뛰었다. 내가 뛰어 버스정류장으로 도착하는 그 즈음, 버스도 저 쪽에서 오고 있었다. 다행. 탑승. 안녕하세요, 인사하고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다리가 포근하고 따뜻하다. 캬. 역시 기모스타킹이 짱이야. 이건 바지보다 따뜻해. 지상 최고의 발명품이야. 크. 따뜻해. 이러면서 만족만족 하고 있다가 지하철 역에 내려서 또 다다다닥 뛰었는데 지하철이 막 출발해버리고 말았다. 할 수 없이 책을 꺼내들고 다음 지하철을 기다렸다. 그리고 지하철이 와서 탔는데, 사람들이 몇 없는 지하철안, 내가 앉은 자리의 맞은편 자리는 비어 있었고, 여성용 지갑이 떨어져 있는게 보였다. 헐.



나는 책을 읽으려다 틈틈이 그 지갑을 노려봤다. 분명 지금 이 안에 저 지갑의 주인은 없다. 누군가 주인을 찾아줬으면 좋겠는데, 지금 누군가 저 지갑을 들고 간다고 해도 저 지갑의 주인을 찾아줄 거란 걸 보장할 순 없다. 그래, 내가 내릴 때까지 아무도 저 지갑을 들고 가지 않으면 내가 들고가자, 내가 들고가서 지갑의 주인을 찾아주자, 아무리 생각해봐도 다른 사람들은 나처럼 정직하지 않을거야, 나만이 저 지갑안의 물건을 건드리지 않은채로 주인에게 돌려줄 사람일거야, 아무리 착한 사람이라도 지갑 안의 현금은 빼겠지, 그래, 내가 하자, 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내리는 오금역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고 아무도 그 지갑을 건드리지 않더라. 할 수 없이 내가 그 지갑을 주워 들었다. 내가 그 지갑을 줍는 걸 어떤 할머니 한 분이 보셨는데, 그 눈길이 도둑을 보는 것 같았는지는 모르겠다. 주인 찾아줄거예요, 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그 말을 하는 순간 내가 더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것 같아 걍 아무말도 안하고 그 지갑을 들고 서 있었고, 그 할머니는 자꾸 나를 쳐다봤다. 아씨...줍지 말걸...괜히 주웠나...이제와서 다시 제자리로 갖다 놓자니 그게 더 이상하고.



그리고 오금역에서 3호선을 타고 자리에 앉았는데 너무 찜찜하고 걱정이 쌓이는거다. 지갑을 뒤져서 여자가 누구인지 알아낸 뒤 어떻게든 연락을 취해 나에게 받으러 오라고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좋을 것 같은데, 그랬다가 괜히 뭔가 나를 의심하면 어쩌나 싶으니 찜찜하고....그래, 경찰서에 갖다 주자. 라고 생각하다 보니 마침 양재역에서 내려 5번출구로 나가면 지척에 파출소가 있지 않은가. 그래, 바로 거기야, 거기다 가져다 주자. 그러면 주인을 잘 찾아주겠지, 경찰아저씨들은 그 지갑안의 내용물을 가져가지 않겠지, 그래, 바로 그거야! 라고 생각하고 안심한것도 잠시, 그렇지만 내가 양재역까지 가는 동안엔 그 지갑이, 남의 지갑이 내 가방 안에 있다. 나는 주인을 찾아줄 의지를 가지고 있지만, 만약 지갑 주인이나 혹은 다른 사람이 지금의 나에게 남의 지갑이 있다는 걸 알고 내 가방에서 그것을 꺼내면, 나는 그 물건을 훔친 게 되는건가? 이런 걱정이 또 생겨버리는거다. 그러니까 나는 어쨌든 그 파출소에 가서 지갑을 제출할 때까지는, 훔친...뇬 인건가. 만약 지금 누가 내 가방에서 그 지갑을 꺼내어 '이건 네 지갑도 아닌데 왜 가지고 있지?' 라고 캐묻고, 내가 '경찰서에 가져다 주려고 했어요, 주인 찾아주려고 했어요' 라고 했을 때 과연 상대는 내 말을 믿을것인가, 를 생각해보니 아무도 안 믿을 것 같은거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갑자기........김기덕의 <나쁜 남자> 가 생각났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 무서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스바. 이 미친 오지랖. 괜히 주웠어. 이제와서 그렇다고 꺼내어 버릴 수도 없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내가 안주웠다면, 다른 사람이 주워서 그녀의 신분증이 타인에게 노출된다면, 지갑 주인이 험난한 미래를 맞이할 수도 있을테니 잘한거라고 생각하려고 했지만, 그 때마다 자꾸 김기덕의 나쁜 남자가 생각나서 ㅠㅠ 그 여자가 서점에서 남의 지갑을 주웠던 게, 그러다 결국 나쁜놈들에게 끌려가버렸던 게, 자꾸 생각나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책을 읽으려고 펼쳤지만 활자가 눈에 들어오질 않아, 이 재미있는 책이 눈에 들어오질 않아. 나는 자꾸만 지금 도착한 역이 어디인가를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그리고 드디어 양재역. 내가 양재역에서 내려 파출소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에게도 잡히지 않으면 돼, 그러면 돼. 라고 바쁘게 걸음을 옮겨 파출소로 향했다. 파출소로 가는 길의 버스정류장 안내판을 보니 내가 타야할 버스가 앞으로 3분 뒤에 도착한다고 한다.



그래. 파출소에 가서 이 지갑을 주고 돌아나오는 데에는 2분정도면 충분하다, 저 버스 탈 수 있어. 



그리고 파출소에 도착해 지갑을 주웠다고 하며 경찰의 손에 건넸다. 경찰 아저씨들이 많았고 젊고 잘생긴 경찰은 그들중 아무도 없었다. 저 이제 가도 되나요? 라고 돌아서 가려는데 경찰아저씨 한 분이 내용물을 같이 확인하자고 했고, 한 분이 내게 아가씨 연락처를 적으라며 무슨 노트를 내밀었다. 거기엔 어디서 주웠는지를 써야했다. 그 과정을 마치고 가도 될까요? 저 출근해야 해요, 라고 물으니, 아 출근하시는 중이구나 네 가셔도 돼요, 라고 한다. 나는 바쁘게 움직여 버스정류장에 도착한다. 마침 버스가 온다. 꺄울. 나이쓰. 버스를 탔다. 그런데 기분이 좋은거다. 그건 지갑의 주인을 찾아주게 되어서가 아니라 경찰아저씨가 '아가씨' 라고 했기 때문. 지난 주말에 산에 가다가 어떤 할머니 한 분이 내게 '아줌마 길 좀 물읍시다' 라고 했었는데, 그 상처가 아직 지워지지 않고 깊이 깊이 남아있어서.........그랬는데...............아가씨라고 했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회사에 도착했는데 타부서의 직원 한 명이 모카번이라며 빵을 준다. 나는 그 직원에게 말했다.



내가 우리회사에서 당신을 제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나요? 라고.






나도 눈동자 이런 색이었으면 좋겠다.




아니면 이런 색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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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3-11-05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동자만요???

다락방 2013-11-05 09:01   좋아요 0 | URL
네?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작나무 2013-11-05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좋은일 하셨으니 나중에 복 받을거예요 근데 찢어진 스타킹이라니...웬지....

다락방 2013-11-05 14:00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로또 한 번 사볼까요.. 찢어진 스타킹이 왜요. 아무도 몰라요. ㅎㅎ

세실 2013-11-05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스바~~~ 시원해라!
스타킹만 찢어져서 다행이예요~~~~
참 착하고 반듯한 다락방님^^
그나저나 '내가 우리회사에서 당신을 제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나요?' 라는 멘트를 받은 그 분 하루종일 행복했겠다.

다락방 2013-11-05 14:01   좋아요 0 | URL
전 별로 착하지도 않고 반듯하지도 않습니다, 세실님. 착하고 반듯하면 스바- 이런걸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쓰겠습니까. ㅋㅋㅋㅋㅋ 불량한 여자사람인 겁니다. ㅋㅋㅋㅋㅋ

그 동료직원은 조만간 다른 빵도 또 사와서 준다고 말했어요. 그런데 그게 일 년뒤가 될 지도 모른대요. 므흐흐흐

레와 2013-11-05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고프겠다.
(모카번 하나로는 부족할텐데... ( ") ㅋㅋㅋㅋㅋㅋ)

난 니콜 키드먼 같은 사파이어+블루로다가..ㅎㅎㅎㅎㅎ

다락방 2013-11-05 14:02   좋아요 0 | URL
님하..왜 하나일거라고 생각해요. 두 개 줬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두 개 번개같이 흡입! 동료가 커피 내려준다고 했는데 내리는중에 이미 흡입완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3-11-05 1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05 14: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개 2013-11-05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이렇게 험난한 출근길이라니요. 오늘 점심은 고기를 꼭 드셔야 겠습니다.
가능하다면 낮술도 한잔 곁들어서요.^^

2.저는 지갑을 가끔 줍는데 내용물이 아무것도 없는것만 줏었어요.
아마 볼일 보신 분들이 다 끝나고 그냥 휙~버린 지갑들인듯. 아쉽게도!

3.이제야 <참을수 없는~>읽기 시작했어요. 첫 문장부터 니체의 영원회귀라뇨.
이건 기대하던 바가 아닌데요. ㅜ..ㅜ

4.너무 투명한 눈동자는 제가 촌스러워서 그런지 개인적으로 좀 징그럽드만요.
저는 따뜻해 보이는 다락방님의 갈색 눈동자가 좋던걸요*^^*

5.참...모카번 따위로 회사에서 제일 좋아하는 직원이라면...
저는??????

다락방 2013-11-05 14:07   좋아요 0 | URL
1. 점심은 잡채밥 먹었는데 오늘 잡채가 다 불어있어서 별로 맛이 없었어요. 그렇지만 살아야 하니까 싹싹 긁어 말끔하게 다 먹었습니다.

2. 지갑을 줍는다는 건 선의로 하기 참 껄끄러운 행동인 것 같아요. 아마도 김기덕 감독의 영향 탓이겠지만-_- 참..또 이런일이 생기면 또 이래야 하나...고민스럽네요. 에휴.. orz

3. 아, 그 책의 첫 문장에 그런 말이 나오나요? 전 읽던 도중 베토벤에 대한 얘기 나왔던 게 기억나네요. <꼭 그래야만 했나?> 라는 그 문장요. 거기에 대해서도 쿤데라가 아주 길게 말했던 것 같은 기억이....나중에 제가 다시 읽게 되면 또 다시 얘기해요. 언제가 될 진 모르지만..쿨럭.

4. 아무개님도 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부끄럽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잉 몰라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5. 아무개님은 제가 일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기대하는 분입니다. 앞으로 엄청 크게 되실 거에요. 그정도를 통크게 쏘시는 분이시라면(!!) 크게 되실 게 분명해요!!!!!!!!!!!!!!!!!!!!!!!!! >.<

에르고숨 2013-11-05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으로는 무슨 범죄물의 후기인줄 알았어요. 파출소와 눈동자의 이런 조합은 정말 다락방 님밖에 쓸 수 없는 따듯한 페이퍼, 에긔! 좋아요. (댓글 아직 20개 아니지요..? 아임인.)

다락방 2013-11-05 14:08   좋아요 0 | URL
파출소와 눈동자......라니 생뚱맞네요(라고 마치 내가 쓴 게 아닌것처럼 외면한다).
에르고숨님은 다락방의 페이퍼를 좋아하고 다락방은 에르고숨님을 좋아하고.
므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흣

관찰자 2013-11-05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락방님이 버스 잡으러 뛰는 내내,

'저러다 스타킹 올이 계속 밑으로 내려가서 결국 다 보이는 위치까지 내려오지 않을까'

괜히 조마조마 했네요.

그치만 이야기는 해피엔딩. ^^V

다락방 2013-11-05 14:09   좋아요 0 | URL
이게 기모스타킹이라서 그런지 올이 풀려서 밑으로 내려오고 그러진 않네요, 다행스럽게도. 사실 저도 그 부분을 약간 걱정했었거든요. 희희희희. 집에가서 꾸매가지고 신어야겠어요. 기모니까 가능하겠죠? 홍홍홍.

네꼬 2013-11-05 23:31   좋아요 0 | URL
꼬매는 게 더 위험하지 않을까요? 실 무게 때문에... (근거는 없습니다만..)

단발머리 2013-11-05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입니당 ㅋㅎㅎㅎㅎ

오늘은 11월 5일입니다.

다락방 2013-11-05 14:22   좋아요 0 | URL
일단 제 댓글은 갯수에서 빼야되는 거고요,

................조금만 더 시간을 주세요. ( ")

단발머리 2013-11-05 14:29   좋아요 0 | URL
아? 그러는 거예요?
11월은 30일뿐이란거 잊지 마세요~~~~~ *^^*

다락방 2013-11-05 14:30   좋아요 0 | URL
네? ( ") 네...............( __)

네꼬 2013-11-05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헝 다락님, 나도 오늘 힘든 하루였어요. 으헝헝헝헝.

다락방 2013-11-07 12:22   좋아요 0 | URL
으응. 그래도 짜장면하고 탕수육이 있었으니까. 같이 먹어줄 사람도 있고. 따뜻해져요, 네꼬님.

2013-11-06 0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3-11-07 12:22   좋아요 0 | URL
므흐흐흐흣
네네 좋아요, 좋습니다!

무해한모리군 2013-11-06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같아요.
대사도 들리고 졸리가 막 뛰어다니는 모습이 보여요 ㅎㅎㅎ

다락방 2013-11-07 12:22   좋아요 0 | URL
하아- 실제로 보면 졸리가 아니라 돼지가 뛰어다니는 걸텐데...하아-

아지라엘 2013-11-09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일이 와서 우연히 들어왔다 갑니다.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다른글도 읽다갈게요~~~

다락방 2013-11-11 17:09   좋아요 0 | URL
네, 재미있게 잘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

포오브 2013-11-10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일이 와서 첫대목이 평소에 출근-지각 어쩌고 하는 말에 호기심이 와닿아서 클릭해봤다가 읽게 되었네요.. *_~
(제가 소시적에 지각대장이였던 관계로;;)
후훗.. 다락방님, 글 잼나게 자알~ 읽었어요.. 착한 일 하셨네요.. 복 받으실 거예요.. 짝짝짝 ))))) ^^*
글 잼있게, 실감나게, 잘 쓰셨네요 ㅎㅎ 남의 서재에다가 댓글 달아보기는 알라딘을 따랑하면서도 첨이네요..^^*
언제나 일이 닥쳐야 행동하는 기질이 있다는 거 어쩜 저하고 똑같으세요..^^; ㅋ_ㅋ
(아.. 나도 찔려..ㅋ 그래서 언제나 일상생활에서 정신없이 허둥댈때가 많지요?! 긁'적')
아만다 사이프리드 좋아하시나 보네요.. ㅎㅎ 사진도 잘 보고 가요.. ~_~

다락방 2013-11-11 17:10   좋아요 0 | URL
아만다 사이프리드를 좋아하는 건 아닌데 눈동자 색깔이 좀 특이하고 예쁜 색깔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그만.. ㅎㅎ
 
위풍당당 질리 홉킨스 일공일삼 40
캐서린 패터슨 지음, 이다희 옮김 / 비룡소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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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당연하게 주어지는 사랑도, 당연하게 주어지는 미움도 없구나. 삶이 만만치 않다는 걸 깨닫게 되는 과정은 그야말로 고약하지만, 그 고약한 과정을 무사히 겪어내고, 질리야, 우리 조금 더 단단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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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13-11-04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왕, 아줌마가 질리 등 만져 주는 대목 ㅠㅠ 다락님 근데 막 동화까지 읽는 검미까!

다락방 2013-11-04 17:04   좋아요 0 | URL
눈물이 그렁그렁 해졌더랬어요. 아- 아이들에게도 역시 삶은 잔인해요. ㅠㅠ
아, 이거 에르고숨님 서재에서 보고 궁금해져서 읽었어요. 헤헷

자작나무 2013-11-04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단해지면 골프 못쳐요. 좀더 말랑말랑해지자구요~

다락방 2013-11-04 17:04   좋아요 0 | URL
으응? 골프는...왜 나와요? 골프 안쳐도 되는데??

자작나무 2013-11-05 09:28   좋아요 0 | URL
골프 선생님이 항상 하던 말이라 생각이 났어요. 힘빼라고.

다락방 2013-11-05 10:48   좋아요 0 | URL
저는 골프는 안하고 산책을 합니다.
 










'니콜 모니스'의 <칸지의 부엌>을 읽으면서 중국이란 나라에 대해 아주 조금, 정말이지 아주 조금 알게 됐었다. 이를테면 그들은 자신들의 음식에 대해 엄청나게 자부심을 가진다는 것. 작가는 중국에서 오랜 기간 사업하며 이 소설을 구상했다고 했으니 전혀 엉뚱한 내용을 쓰진 않았겠지만, 중간에 매춘하는 여자에 다룬 부분에 대해서는 '흐음' 하며 약간 찜찜한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서양인들이 보기에 동양인들이 매춘을 하는 약자 혹은 수동적 인간으로만 보이는건가 해서. 그러니까 중국의 매춘을 다룬 것 자체가 편견과 어긋난 시선, 그런걸로 보인 탓이다.


그러나 그 찜찜함이 '조정래'의 <정글만리>를 읽으면서 해소되는 기분이었다. 작가는 얼마나 오랜시간을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는지, 내가 알지 못하는 중국이 그 책 안에 있었다. 가난하고 후지고 짝퉁만 만들어낸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는데, 정말이지 그건 중국에 대한 극히 일부이며 편견이었다. 짝퉁을 만들어낸 것 자체가 중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닌데 왜 그걸 그렇게 죽일듯이 생각하냐는 중국 대학생들의 토론 장면은 인상 깊었다. 중국에서 먼저 만들고 다른 나라들이 따라한 것도 많은데. 게다가 중국의 역사는 깊고도 깊었고, 그 인구는 실로 방대해서, 성매매에 나선 여성만도 1억이 넘는다고 되어 있었다. 이것이 중국의 현실이라고 봤을 때, 니콜 모니스가 본 자신의 남편과 원나잇을 한 상대는-그 여자가 성매매에 나선것도- 드문것도 아니었고, 편견에 의한 것도 아니었다. 중국에서 오랜 시간 살아오며 봐왔다면 그런 여자들을 보는 것도 역시 어렵지 않았을터다. <정글만리>를 읽으면서, 내가 <정글만리>를 먼저 읽고나서 <칸지의 부엌>을 읽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샤오루 궈'의 <연인들을 위한 외국어사전>을 읽으면서 <정글만리>가 도움이 되었다. 연결된 독서란 이런것일까, <정글만리>에서 몇 번이나 언급되던 '마오주석'의 '하늘의 절반을 떠받치는 건 여자' 라는 말이 <연인을 위한 외국어사전>에도 나왔고, 당에 소속된다는 것, 거기에서 개인은 사라진다는 것 등을 이해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는거다. 크~ 이것이야말로 연결된 독서로구나. 알면 알수록 더 많이 보이는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게 훨씬 많아진다. 이해도 쉬워진다. 멋진 경험이었다. 



그러다 중국 여성들의 성매매에 대해서 생각했다. 정글만리에서도 언급이 되는데, 대학까지 졸업한 여자들이 부자 남자들의 '얼나이'(첩)가 되는 걸 마다하지 않는게 어딘가 모르게 안타까웠다. 그러나 그것을 그저 손가락질 한다고 그만일까, 하면 그것도 아닌것이, 애초에 '대학까지 가서 학업을 하는 이유'가 뭘까. 더 나은 직장을 얻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함이 아닌가. 그런데 부자 남자의 얼나이가 되어 자신들이 먹고 싶은 걸 먹고 입고 싶은 걸 입고 산다는 데, 거기에 대해서 그건 옳지 못한 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애초에 인생의 목표 자체가 '어떻게든 잘 먹고 잘 사는 것' 이었다면, 누군가의 얼나이가 되어 노동하지 않고 부유하게 사는 게, 그 사람에게는 목표의 달성이 아닌가 말이다. 남자들은 자신들의 얼나이가 대학까지 나왔다는 사실을 자랑스레 떠벌린다. 그것은 그들에게 힘을 준다. 열심히 공부해서 누군가의 얼나이로 안착하며 살아간다는 것, 그렇게 사는 데 부족함이 없다는 것에 대해 어딘가 삐끗한 느낌을 주는데, 그걸 과연 비난하는 게 옳은가 하면, 대체 그 비난은 누가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도 잘 모르겠다. 흐음..역시..잘 모르겠다.






금요일에는 H를 만나 종로에서 술을 마셨다. 2차로 간 술집에서 우리는 돈까스 안주를 주문했는데, 15,000원이나 하는 돈까스는 이런 모양새로 나왔다.



헐. H와 나는 이걸 보고 깜짝 놀랐다. 설마...이 하얀거, 잔뜩 위에 뿌려진 이 하얀 게... 마요네즈...는 아니겠지? 설마 돈까스 위에 마요네즈를 뿌리진 않겠지? 에이, 말도 안돼. 그리고 포크로 살짝 찍어 먹어 보았다. 헐. 마요네즈였다. 우린 당황했다. 아니..돈까스에 이렇게 잔뜩 마요네즈를 뿌리다니, 이게 뭐지? 왜 돈까스에 마요네즈를 뿌리지? 도무지 이걸 먹을 자신이 없었다. 우리는 종업원을 불렀다. 마요네즈를 먹을 수 없으니 바꿔달라고 했다. 종업원은 몹시 꺼리는 표정으로 가져가면서, 이건 사장님께 말씀드려야 한다고 했고, H 는 그러라고, 사장한테 말하라고 했다. 그런데 잠시후,


무섭게 생긴 남자가 우리 테이블로 왔다. 나는 겁이 났다. 그는 뭐라해야하나, 깡패같은 포즈로, 돈까스에 무슨 문제가 있냐고 물었다. 아..완전 무서웠다. 우리를 한 대 칠 것 같았......벌렁벌렁하는 가슴으로 앉아있는데 내 앞에 앉은 H는 '그렇다, 마요네즈 뿌려진 돈까스를 먹을 수 없다, 바꿔다오 '라고 했다. 그러자 사장은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다, 소스를 따로 드리면 되겠냐' 고 묻는거다. 우리는 그렇다고 했다. 그랬더니 사장은 '미리 말을 하면 따로 줬을것이다' 라고 한다. 에라이, 모르겠다. 나는 말했다. '돈까스에 마요네즈를 뿌려 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라고. 나는 아직 한 번도 돈까스에 마요네즈 뿌려주는 음식점(혹은 술집)을 가본 적이 없는데, 이게 참... 어쨌든 잠시후 소스를 따로 덜어서 돈까스를 새로 나왔다. 아 깜짝이야. 완전 두근두근했어. 너무 무서워서 닥치고 먹어야 되나 잠깐 생각했는데, H는 본인도 무서웠을 것 같은데, 쫄지 않았...어휴...무서워... 혹시 모르니 다음엔 H 한테 싸움 잘하냐고 물어봐야겠다. 쿨럭.




어제 일요일엔 김치부침개가 먹고 싶었다. 남동생은 하지 말라고 했다. 엄마가 팔 아픈데 무슨 부침개냐고. 나와 엄마는 동시에 말했다.


"내가 하면 되지."

"누나가 하면 되지." (이건 엄마가 한 말)


그러자 남동생이 말했다.


"그럼 맛이 없잖아!"


하하하하하하하하. 우린 다들 빵터졌고, 결국 부침개를 해먹지 않았는데, 그래도 내가 요리란 걸 해본답시고, 어제 한 계란말이. 그게 이런 꼴이었다.



이게 (계란)말이야 덩어리야....쩝. 나는 왜 뭘 해도 이모양이냐...

어릴 적에는, 내가 뭐든 잘하는 아이인 줄로만 알았다. 못하는 게 없는 아이. 이것도 잘하고 저것도 잘해서 도대체 뭘 더 잘하는지 모르겠는 그런 아이. 그러나 그건 대!단!한! 착각이었다. 니미. 현실의 어른인 나는, 아무것도 잘 하는 게 없는 사람이다. 심지어 계란말이조차 저렇게 지저분한 덩어리로 만들어버리는 사람. 쩝..피아노도 못치고 요리도 못하고 그림도 못그리고 게으르고....




아침엔 김치와 시금치된장국 고추장아찌등를 반찬으로 해서 밥 한그릇을 뚝딱 비워냈는데, 어제 남동생이 저녁에 포장해 온 피자를 먹지 않았던 게 생각나, 그걸 한 조각 데워달라고 엄마에게 부탁했다. 엄마는 데워줬고, 나는 그 한조각을 또 말끔히 먹어 치웠다. 와...배가 터져버리는 줄 알았어. 분명 오늘 아침 출근길엔 뒤뚱거렸을거다. 그런데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소화가 다 되어버리고 말았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슬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배고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 책 살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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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04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04 17: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작나무 2013-11-04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지한 책감상에서 소소한 일상생활로 쉬프팅후 먹거리로 마무리되는 포스팅이 가히 천의무봉의 경지로다!

다락방 2013-11-04 17:06   좋아요 0 | URL
천의무봉: 하늘나라 사람의 옷은 바느질 자국이 없다는 뜻으로, 시문 등이 일부러 꾸민 데 없이 자연스럽고 아름다우면서 완전무결하여 흠잡을 데가 없음을 이르는 말, 일부러 꾸민 데가 없이 자연스럽고 아름다우면서 완전무결하여 흠 잡을 데가 없다.

천의무봉 사전 찾아봤네요. ㅎㅎㅎㅎㅎ

가연 2013-11-04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앙.. 돈까스... 저는 어제 피자 1판을 몽땅먹어버렸습죠. 덕분에 오늘저녁은 굶었는데.. 슬슬 라면이 먹고 싶네요

다락방 2013-11-05 09:01   좋아요 0 | URL
으악 저도 라면 먹고 싶네요. 지금 배가 터지는데 ㅋㅋㅋㅋㅋ 라면은 너무 매력적이에요 ㅠㅠ 이 세상에 모든 몸에 나쁜 음식은 전부 매력적인 듯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쁜 남자가 매력적이듯이...(읭?)
 
연인들을 위한 외국어 사전
샤오루 궈 지음, 변용란 옮김 / 민음사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당신은 내 프라이버시를 침범했어요! 그럴 순 없는 일이에요! "

처음, 당신은 사자처럼 나에게 소리친다.

"무슨 프라이버시요? 하지만 우리는 함께 살고 있는데! 우리가 연인이라면 프라이버시 없어요!"

"당연히 있어요! 누구나 프라이버시는 있어야죠!" (p.126)

 

 

스물셋의 여자는 영어공부를 하기 위해 홀로 영국으로 날아온다. 중국에서 영국까지, 열시간 이상의 비행시간이 필요하다. 여자에겐 '자아' 혹은 '개인'이 중요하지 않았다. '개인'은 언제나 '당'에 속해야 했고, 그 당은 개인보다 우선했다. 집에서는 식구들과 한 집에 살아야 했고, 그런 그녀에게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낯선 개념이었다. 그녀는 그의 연인이었고, 당연히, 그녀는 그가 없는 동안 그의 일기장을 읽으며 그가 일기를 썼던 그 당시를 생각해보고 그렇게 그를 더 알고자 한다. 개인과 프라이버시에 대한 개념이 없었고, 아직 영어에도 서툴며 영국 문화에도 서툴었던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은듯 그에게 자신이 그의 일기장을 봤음을 얘기한다. 아주 떳떳하게. 이 일은 그 남자를 깜짝 놀라고 당황하게 만든다.

 

 

여자와 남자의 물리적 거리는 비행기 시간만으로도 열시간 이상 떨어져 있었다. 내 두발로 걸어 오분 거리에 위치한 곳에 사는 남자라 해도, 우리의 물리적 거리가 그토록 가깝다고 해도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난 이상 성격과 가치관에 충동은 당연한 듯 올 수밖에 없다. 우리는 부모님이 달랐고, 사는 환경이 달랐고, 다닌 학교가 달랐고, 사귄 친구들이 달랐고, 읽었던 책과 들었던 음악, 보았던 영화들이 달랐다. 설사 같았다고 한들, 그동안 우리가 자라오면서 겪었던 주변의 모든 일들이 같은 걸 보고 다른 걸 느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가까이에 살았어도 당신은 내가 아니고 나는 당신과 같을 수 없음이 당연한데, 저토록 먼 거리의 남자와 여자라면 얼마나 더 많이 달랐을까. 그들이 서로의 다름을 낯설게 생각하면서도, 그들 사이엔 다른 국적 다른 언어가 자리하고 있으니, 어쩌면 그들이 외국어에 익숙해지고 그 공간에서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 자연스레 서로에게 동화될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사랑이 모든걸 극복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사랑을 하게 되는 것은 맞지만 사랑이 모든 일에 만병통치는 될 수없다. 서로의 언어를 더 잘 사용하게 됐다한들 나는 네가 될 수없고 너는 내가 될 수없다. 우리는 사랑하기 때문에 상대를 받아들이려 노력하고 또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노력만으로는 극복될 수없는 것들이 언젠가는 찾아오고, 그것을 서로가 깨닫는 순간 그들은 우리가 이제는 헤어져야 할 때, 임을 자연스레 알게 된다. 이별은, 그렇게 온다.

 

 

 

남자는 영국 사람이고 여자는 중국 사람이다.

 

"티베트가 중국에 속한다던 당신 말이 기억나는군. 나는 당신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요."

"글쎄 ‥‥‥. 당신은 매사를 백인 영국인의 관점에서 바라보죠. 당신네 영국인들이 티베트와 중국을 식민지로 만드는 데 실패한 게 참 안타깝네요." 내가 맞받아친다.

"하지만 지금은 티베트가 중국의 식민지가 되었잖아요!" 당신이 목소리를 높인다.

"만일 티베트인들이 중국인들과 함께하지 않는다면, 어차피 영제국이나 미국인들에게 지배당했을 거예요. 왜냐하면 티베트는 정말로 경제적으로 독립한 적이 결코 없거든요! 그들은 언제나 다른 이들에게 의존하고, 강력한 정부에 의존할 필요 있어요. 중국과 티베트는 같은 땅덩어리에 있는데, 왜 우리 두 나라가 함께일 수 없다는 거죠?"

"그건 '함께'라는 의미에 따라 다르겠지! 티베트 문화를 희생 대가로 삼을 수는 없는 거예요." (pp.204-205)

 

 

"당신과 매일 식사하는 건 지루해요. 당신은 채소만 먹고, 밀도, 파스타도, 하얀 쌀도, 빵도 안 먹고, 생선은 고사하고 염소 치즈만 먹지. 좀처럼 당신한테 맞는 식당은 어디에도 없어요. 그리고 내 요리도 별로 흥미가 없어. 우리 부모님은 당신이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것을 잃고 있다고 말씀하실 거예요."

"글쎄, 당신은 동물들의 적이야. 평생 얼마나 많은 동물을 당신이 죽였을 것 같아요?" 당신은 독으로 독과 싸운다.

"동물을 먹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예요. 숲에서 호랑이는 토끼를 먹죠. 사자는 사슴을 먹어요. 그게 자연이 돌아가는 방식이라고요." 그것은 내가 중학교 때 선생님이 말씀한 내용이다.

"하지만 당신네 중국인들은 아무거나, 심지어 멸종 위기의 동물도 먹잖아요. 내가 장담하는데 만일 중국 숲에서 공룡들이 어슬렁거린다면 누군가 공룡 고기는 어떤 맛일지 알아보고 싶어 할걸. 어떻게 당신네 사람들은 자연을 보호하겠다는 분별력이 없을까?"

"하지만 식물만 먹는다고 뭐가 그렇게 다른데? 모든 것에는 생명이 있는 법이에요. 당신이 그렇게 순수하다면, 왜 그냥 먹기를 관두지 않죠? 그럼 똥도 안 쌀 수 있을텐데?" (pp.205-206)

 

 

남자와 여자가 단순히 문화적 차이 때문에 싸우기만 할까. 아니다. 남자는 그런 남자라서, 여자는 그런 여자라서 싸운다. 그들은 문화에서 오는 불협화음을 이겨낼 수 없었듯, 자신들 고유의 성향에서 오는 불협화음도 이겨낼 수가 없다. 여자는 자신이 그에게 유일하기를 원한다. 남자는 여자가 나가서 친구들도 만나면서 자신의 생활을 갖기를 바란다. 이것은 자꾸 서로에게 불만이 된다. 남자는 여자가 세상을 더 경헙해봐야 한다며 여행하기를 권하고, 여행에서 돌아온 여자는 애인이 돌아왔는데도 친구들을 불러서 이야기를 나누는 남자가 못마땅하다. 우린 오랜만에 만났으니 서로에게 충실히, 단둘만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사람의 성향은 쉽게 변하지 않고, 이런 자신만의 고유한 성향은 서로와 맞지 않음을 느낄때마다 자꾸 반복되게 튀어나온다. 나는 너만 있으면 돼. 너도 제발 나 말고 다른 사람들과도 어울려봐.

 

 

 

나는 이 세상의 그 누구가 아니라 바로 나다. 당신 역시 마찬가지로 이 세상의 그 누구가 아니라 바로 당신이다. 우리는 살다가 아주 운좋게 성향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비슷하다는 게 같다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니다. 비슷하다고 생각했다가도 사소한 문제들에서 어그러지면 서로에게 상처를 주며 뒤돌아 서게 될 수도 있다. 달라도 마찬가지. 우리는 서로가 다름에 대해서 매력을 느껴 끌릴 수도 있다. 남자는 영어에 서툰 여자를 극장에서 만났고, 그녀와 걷고 대화하기를 즐기며 그녀에게 영어를 가르쳐준다. 여자도 영어 학원에서 선생님에게만 수업을 듣는 것보다는  남자와 함께 살면서 영어가 더 빨리 늘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간은 흘렀고 남자는 '내가 언제나 당신이 묻는 단어의 뜻만 가르쳐주며 시간을 보낼수는 없는 법' 이라고 짜증을 낸다. 우리는 서로 달랐기 때문에 그걸 매력으로 느껴 상대에게 한 발 다가섰지만, 바로 같은 이유로 다시 두 발 뒤로 물러서게 된다. 우리가 비슷해도, 아주 많이 달라도, 우리가 다가서도 뒤로 가는건 사소한 걸로 시작되고 그 사소한 게 쌓여서 터져버리기 때문이다. 부딪치고 싸워가며 우리가 사소하게 다른 점들을 받아들이느냐, 그걸 받아들이는 것이 그다지 행복하게 느껴지질 않아 뒤를 돌아서느냐 하는건, 전적으로 당사자들에게, 그 관계에 달렸다.

 

 

 

거의 1년이 지나갔다. 처음에 우리는 서로에 대해 참으로 열정적이었다. 지금은 모든 것이 오래되어, 먼지에 뒤덮여 있다. 매일 아침 당신은 신문을 사기 위해 길모퉁이 가게에 간다. 당신은 작은 카페에 앉아 아침 식사를 하며 신문을 읽는다. 당신은 집에서 긴장을 풀 수가 없기 땜누이라고 말하며, 차라리 어디든 밖에서 신문을 읽으려한다. 내가 이 집을 떠나 당신에게 공간을 되돌려주어야 하나? (p.333)

 

 

처음엔 이 공간보다 여자가 더 소중했다. 공간의 한 켠을 나누어 주고 싶고 함께 쓰고 싶을 만큼. 그러나 이제는 그녀보다 자신의 공간이 더 소중해진다.

 

 

나는 당신의 아름다움이 나로 인해 소멸되고 있음을 본다. 나날이. 밤마다. (p.356)

 

 

그토록 아름다웠던 당신이, 나로 인해 그 아름다움을 잃고 있다면, 그 때, 바로 그 때가 안녕을 고할 시간.

 

 

 

이 책속의 여자와 남자의 만남과 사랑이 다른 연인들의 것에 비해 특별하거나 한 게 아니다. 오히려 짐작할 수 있는 바로 그대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여자가 영어를 익혀갈수록 관계가 달라지는 것을 보는 게 흥미롭고, 영어가 능숙해진다고 해서 영국 남자와의 관계가 완벽해지는 것도 아니라는 점은 인상깊다. 자라온 환경은 한 사람에게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치는걸까.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아주 다른 사람, 아주 다른 환경이 있다는 것을 내 눈으로 보고 경험한다고 해서 내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될 수있을까. 우리가 변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게 아닐까. 우리 안의 근본적인 어떤 것은 달라질 수 없는 건 아닐까.

 

영어를 배웠기 때문에 여자는 지금과는 다른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면, 영국 남자와 사랑하고 헤어져봤기 때문에 아마 앞으로는 연인의 일기장을 읽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외국어를 익히는 것도 그리고 연애조차도,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하는, 앞으로 한 발 더 나아가게 하는 하나하나의 수단일지도 모르겠다.

 

 

각 꼭지마다 영어 단어 하나씩들이 등장한다. 이 구성이 흥미로워 이 책이 인상깊다. 책장을 넘길때마다 나도 언젠가 이런 구성의 소설을 한 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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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04 0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1-04 17: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3-11-04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름신을 부르는 다락방님^^ 말씀대로 구성이 재미나겠어요. 다락방님은 소설 쓰셔도 참 재밌게 이야기를 끌어갈 거 같아요. 땡쓰투유~

다락방 2013-11-04 17:08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소설을 써보고 싶은데 제가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게 도무지 자신이 없어서 전 그냥 열심히 읽는것만 해야할 것 같아요. ㅠㅠ
그치만 이 책의 구성이 좋아서 자꾸 욕심이 생기네요. 흑흑.

[그장소] 2013-12-30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늘 부딪치는 현상이 여기 책속에 있군요..
다만 여자인 내가 책 속의 남자"와 같이 생각하고
남자인 친구가 책속의 여자"와 비슷하게 군다는걸 빼고..
아, 밑줄치고 동그라미 치고 별표까지 해줘도..
그는 나만 쳐다보고 책은 안중에도 없을..답답함..하핫핫

다락방 2013-12-31 08:59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 '나만 쳐다보는' 게 나를 잘 사랑하는 방법은 아닌데 말이죠, 그걸 잘 모르는 것 같아요. 흐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