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Paris)의 모든 여자들이 그와 연애해본 적이 있다는 말이 돌만큼 남자는 바람둥이로 소문이 나있다. 여자는 그런 남자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러지 않는게 좋을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 남자와 데이트를 시작한다. 그와 연인이 되어서 달콤한 시간들을 보내고, 그 시간들을 다른 연인들처럼 웃고 울고 하며 채워가다가 이별을 겪게되고 그렇게 여자는 다른 남자와 연인이 된다. 그리고 3년의 시간이 흘러 뉴욕에서 파리로 돌아가는 비행기안에서 그들은-전 여친과 남친이었던- 재회하게 된다.


남자는 가만있어도 여자들이 달려들만큼 매력이 넘쳤고(물론 영화상에서) 여자도 그걸 알았기 때문에 그를 사랑했는데도 불안했다. 그가 그녀를 사랑한다고 해도 불안했다. 상대로부터 확신을 얻지 못하는 그 관계는 결국 집착을 부를 수밖에 없다. 집착과 사랑은 한끗차이라고 해도, 만약 나의 애정이나 사랑을, 관심과 존중을, 상대가 아니라 '나'에게 더 쏟았다면 집착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집착에 대해 나 역시 자유롭지 못한적도 있었지만, 그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는 잘 알고 있는 터라, 나는 내 모든 사랑을 상대에게 쏟는것만큼은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속에서 여자는 남자에게 페이스북을 탈퇴하라고 종용하고 핸드폰 상의 여자들 번호를 죄다 지우라고 말한다. 물론 그녀를 이해한다. 이해한다고 해서 그녀의 행동이 옳았다는 것도 아니며 용서할 수 있다는 것도 아니다. 나는 혹여라도 내 연인이 내게 그런식의 구속을 해온다면, 거침없이 그를 버릴 것이다. 나라는 인간이 이세상에 발을 붙이고 살아가는 데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작게든 크게든 영향을 미치고 있고, 나라는 인간이 지금의 나로서 완성되기 위해서는 아주 다양한 관계가 여러갈래로 뻗쳐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고, 그 사랑이 나를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건 사실이지만, '사랑이란 이름으로' 페이스북을 탈퇴하고 이성의 전화번호를 다 삭제하길 요구하는 연인이라면, 그건, 그 순간부터 사랑이 아니다. 설사 상대가 그것을 사랑이라고 이천번쯤 외치며 주장한다고 해도, 나는 그런 사랑이라면 거부한다. 집착은 결국 파멸을 부른다.



자, 연인이 그런 구속을 해온다고 하면, 나는 이제 사회적으로 다른 이들과 연락을 취하는 것이 자유스럽지 않게 되고 제약을 받게 된다. 그러나 세상을 살아가는데 '연인만으로' 살아갈 수는 없다, 당연히. 일적으로도 사적으로도 어떻게든 이성을 만나고 연락하는 것은 필요할 수밖에 없고, 그런 사실을 알고나면 연인과 싸울게 두려워 하나씩 둘씩, 말하지 않는 것들이 생겨날 것이다. 내가 떳떳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내가 아무리 떳떳하다한들 이미 온 신경을 내가 만나는 다른 이성에 두고 있는 연인과는 애시당초 대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의심의 눈초리와 경계속에서 그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말하느니, 말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게 될 것이며, 그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나중에라도 내가 다른 이성을 만난 일이 연인의 귀에 들어가게되면, 너 왜 말하지 않았어, 무슨 관계야, 라는 윽박지름이 올것이고, 일적으로 만났어, 라는 대꾸는 씨도 먹히지 않을 것이며, 떳떳하고 당당하다면 솔직하게 말을 했어야지, 라는 대응은 당연히 나올것이고, 니가 이럴까봐 말하기 싫었어, 가 될 것이다. 





'윤경'의 로맨스 소설인 『아다다의 사랑』에서는 집착이 강한 남자가 나온다. 그는 여자를 옭아매고, 그녀가 '자신만의' 사람이기를 원한다. 결국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것임을 나중에 깨달은 그는 결국 '세상과 그녀를 나누는 방법'을 배워가며 소설을 끝맺는다.









《러브 인 비지니스클래스》는 어쨌든 모두에게 좋은 결과를 가지고 왔다. 사랑은 제자리를 찾았고, 사랑이 아닌 것 역시 제자리를 찾을 것이다. 여자는 예쁘고 남자는 뭔가 질퍽거리게 생겼고, 도대체 이 남자가 하는 일이 뭔지는 모르겠는데 여하튼 비지니스 클래스를 타고, 이래저래 그다지 재미있거나 좋은 영화는 아니었지만, 결국 '더 안좋은' 결말을 이끌어낼 수밖에 없는 집착에 대해 계속 생각했다. 집착과 구속은 결국 그래, 말하지 않는 것들을 차곡차곡 쌓이게 하고 거짓말을 자꾸 더 크게 만든다. 우리는 '나의 연인'인 '그(그녀)'를 세상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다.


그나저나 첫장면, 여자가 잠들어있다 깨는 장면에서, 잠들어 있는 여자가 얼마나 예쁘던지, 젠장, 예쁜 여자들은 잠자고 있을 때도 예쁘구나, 했다. 예쁜 여자들은 잘 때도 예쁜 옷을 입고 자네. 쩝..





《조 블랙의 사랑》은 남자와 여자 둘이 처음 만나 호감을 갖게 되고, 그래서 자꾸만 뒤를 돌아 상대의 가는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장면 때문에 다시 볼 생각을 하고 다시 보게 되었다. 십대에 이 영화를 보고 졸았던 게 생각났는데, 이 재미있는 영화를 보고 왜 졸았었나 싶다. 그런데 시간을 돌려 그 때 다시 보면 또 졸게 될지도 .. 여튼, 이 영화를 보고는 '늙어간다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빌(안소니 홉킨스)은 자신을 데려가기 위해 온 저승자사 '조(브래드 피트)'와 며칠간 자신의 일상을 함께 하기로 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자신이 아내를 어떻게 만났는지, 그리고 아내가 떠난 후 자신이 어떠했는지를 조에게 얘기하게 되는데, 그 장면에서 갑자기 '혼자 늙어간다는 것'에 대해 내가 사실은 잘 모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고, 언젠가는 내가 혼자 살고 혼자 늙어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막연함은 구체적인 모습이 되어 눈앞에 잘 그려지진 않는다. 그런데 어제 빌이 얘기를 하는순간, 빌은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자신의 가정을 이루었고, 그 사람과 한동안 일상을 공유했는데, 그런 사람을 '먼저' 보내고나서 혼자 남게된 그 기분은 대체 어떤것일까, 그것은 '처음부터 혼자 살아온' 사람의 '혼자살기'와는 좀 다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거다. 내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다고 선택한 사람, 그 사람과 함께 했지만 그 사람을 떠나보내고 남은 삶. 그건 대체 어떤 모습이고 어떤 기분인걸까. 바깥 날씨는 봄이라고 말하고, 나 역시 그 봄을 만끽하고 들어와서는 살랑살랑 봄바람이 내게도 불어온다고 생각하던 터였는데, 소중한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혼자 남은 빌의 이야기가 아직 봄을 만끽하긴 이르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나도 언젠가는 상실감에 고독함을 더해 쓸쓸한 눈빛으로 창밖을 바라보게 될까. 


영화속에서 빌은 자신에게 살 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된 후에 매일 저녁 식구들에게 저녁 식사를 같이하자고 청한다. 식구들은 그렇게 하자며 매일 아버지의 집에 모여 저녁 식사를 같이 하게되는데, 내 삶이 며칠 남지 않았다면, 짧은 시간만이 허락된다면, 우리는 가장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걸 택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문득 지난 금요일의 만남이 떠올랐다. 물론 누군가를 만나서 함께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술을 마시고 하는 일련의 행동들은 그 만남 자체가 즐거워서 하게 되는 것일텐데, 금요일엔 특히 더 즐거웠다. 이야기하며 내내 웃고 '아 좋다'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던거다. 그 시간과 그 사람들이 그 순간 너무너무 좋아서, '아, 이렇게만 살았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했다. 나는 누군가와 둘이 남은 생을 함께 하기로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하지 않아도, 이렇게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사람들을 가끔 만나고 살 수만 있다면 정말 좋겠다. 만남 중에도 행복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 여운이 가시질 않아 토요일에 엄마랑 대화를 하다가 '아 어제 만남이 너무 좋았어. 행복했어' 라고 말했는데, 엄마는 '거기엔 니 애인도 없는데 뭐가 그리 행복하냐' 고 되물으셨다. 우리 엄마는 내 책을 두 번이나 읽었는데, 헛읽은 것 같다. -_-


금요일에 그랬던것처럼, 성별이 다르고 나이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모여 즐겁게 웃으며 이야기하면서, 그렇게 늙어갈 수 있을까? 어느정도까지 그게 가능할까? 내 나이가 예순이 되고 일흔이 되어도 그렇게 살 수 있을까? 그 날 만난 사람들을 계속 만나며, 그렇게 살 수 있을까? 



《조 블랙의 사랑》에서 빌은, 아직 결혼하지 않은 자신의 둘째딸 '수잔'에게, 열정과 흥분을 가져다 줄 사람과 사랑에 기꺼이 빠져보라고 말한다. 번개치듯이 찾아올 그런 사랑을 위해 항상 마음을 열어두라고. 그리고 수잔은 그런 남자를 만났다.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라고 물었을 때 '차차 알게되겠죠' 라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을. 언젠가 연인에게 '시간이 우리를 어딘가로 데려다 놓겠지' 라고 내가 말했던 것도 떠올랐다. 당신과 나의 관계는, 어떻게 하고자 마음먹고 그렇게 되는 게 아닐것이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우리는 어딘가로 가고 있을 것이고, 그렇게 시간이 우리를 어딘가로 데려다 놓을지는 차차 알게 될 것이다. 물론, 그 전에 우리가 각자 자신만의 '번개치듯 찾아오게 될'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열정과 흥분, 그 모두를 가져올 사람. 그 사람과 내가 어디를 향해 어떻게 가게 될 것인지, 매일의 기대를 품고 살아간다면, 그 역시 늙어가는 데 흥미로움을 더할 것이다. 













일요일 낮에 산에 올랐다. 아, 나는 이렇게, 또 한 번의 봄을 맞이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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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24 18: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25 09: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dreamout 2014-03-24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로그, 트위터 하게 되면서.. 생각해 보니 꽃사진을 보는 일이 많아졌어요. 한창 사진에 빠졌을 때 조차 꽃을 주요 테마로 찍어 본적 없는 저로서는.. SNS 덕분에 꽃도 보며 살고 있구나... 싶어요. 봄이예요. 곧 반팔 반바지 입는 계절도 따라 오겠네요. ㅋ

다락방 2014-03-25 09:07   좋아요 0 | URL
드림아웃님 트위터 하세요? 전 드림아웃님이 트위터 하시는 줄은 몰랐네요. 하핫.
반팔 반바지 입는 계절을 즐겁게 맞이하기 위해서는 헬쓰장에 등록을 해야겠구나, 지금부터 준비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하아- 너무 늦었는지도... Orz

무스탕 2014-03-24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책을 읽었는데 전혀 생각 안남...ㅠ_ㅠ
근데 벌써 저렇게 꽃이 폈어요? 왜 제 근처엔 활찍 핀 꽃이 없을까요?
오늘 점심먹고 산책하는데 민들레 세 송이 핀건 봤네요.

다락방 2014-03-25 09:08   좋아요 0 | URL
여자는 영화배우이고 남자는 재벌이라는 뻔한 배경인데요, 집착이 심한 남주가 끝에 여주랑 잠시 떨어져 있기로 해요. 세상과 그녀를 나누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요. 오픈엔딩이라 해야할까요.

일자산 정상에만 저렇게 피었어요. 낮은 곳은 안피었고, 저기도 그나마 활짝 핀 꽃은 거의 없고 꽃봉오리만 있어요. 좋아요. 저것들이 다 필 생각을 하면. 헤헷

자작나무 2014-03-25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도 만나지 않아도, 혼자 있을 때 행복한 사람이 진정 행복한 사람이라고
어디서 들었지만...

일자산은 역시 좋네요.

다락방 2014-03-25 09:09   좋아요 0 | URL
누군가 내 옆에 있다가 없어서 혼자인 것과
원래부터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혼자인 것은
좀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혼자인 게 편한것과는 별도로 말이지요.

꽃 보고 기분이 좋아져서 어디로 놀러갈까, 놀러가고 싶다, 생각했는데 그냥 매주 일자산을 갈까봐요. ㅎㅎㅎㅎㅎ

버벌 2014-03-26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지금 알았는데. 조 블랙의 사랑을 안 봤네요... 나 안 본게 많구나....

다락방 2014-03-26 08:19   좋아요 0 | URL
ㅎㅎ 어릴때보다는 지금 보는게 더 나을겁니다. 최소한 저한테는 그랬습니다. ㅎㅎ
 















(전 직장동료인 올리버의) 새 직장은 버클리에 있는 '피그말리온' 이었다. 자유언론운동에 참여했던 사람이 만든, 강한 신념을 바탕으로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진짜 서점이었다. 그래서 나는 피그말리온으로 찾아가 넓게 퍼진 '식품정치' 코너 뒤쪽 작은 카페에서 올리버와 마주 앉았다. 올리버의 굵고 긴 다리가 들어 가기엔 탁자가 너무 작아서 그는 한쪽으로 다리를 쭉 펴고 앉았다. 나는 라즈베리와 콩나물을 넣은 스콘을 조금씩 뜯어먹었다. (p.319)



읭? 콩나물..을 넣은 스콘? 콩나물을 넣은 스콘이라고? 스콘도 알고 콩나물도 아는데 콩나물을 넣은 스콘..은 모르겠다. 진짜 그런게 있나? 그러면 스콘을 잘라서 입에 넣을 때 콩나물 줄기가 쭈욱- 딸려나오는 건가? 이 지구상 어딘가에 콩나물을 넣은 스콘이 존재한단 말인가? 나는 구글에서 '콩나물 스콘'의 이미지를 검색해보았다. 콩나물 밥과 콩나물, 스콘이 모두 검색되었지만 콩나물이 들어있는 스콘은 검색되질 않았다. 콩나물 스콘이라니, 상상하는거야 어렵지 않지만, 그것의 존재를 믿는건 좀 어렵다. 그게 스콘의 맛에 어떤 영향을 미친단 말인가? 라즈베리와는 차원이 다른데.. 아, 생각해보니 미국 영화나 책을 보았을 때 콩나물이 언급된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미국엔 콩나물 없는 거 아닌가? 미국에도 콩나물이 있나? 그리고 어딘가에서는 그 콩나물을 넣고 스콘을 굽나? 나는 콩나물도 잘먹고 콩나물 국도 잘 먹고 콩나물 밥도 잘 먹고 스콘도 완전 엄청 잘 먹기 때문에 콩나물 스콘이라고 못먹을 리 없겠지만, 그래도 스콘이라면, 다른 스콘을 선택할 것 같다. 콩나물이 들어가지 않은, 다른 게 들어간 스콘. 콩나물 스콘이라니...어쩐지 많이 당황스러워...대체 어떤 모양새일까. 스콘을 씹다가 콩나물 대가리 씹히는 게 느껴질까?



《패넘브라의 24시 서점》은 제목 그대로 '패넘브라'가 운영하는 서점이며 24시간 문을 닫지 않는다. 이 제목만으로도 얼마나 낭만적이고 근사한지, 나는 이 제목을 보자마자 『제인오스틴 북클럽』의 그리그를 떠올렸다.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에게 자기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선물했던 그리그. 그러나 그녀가 좀처럼 그 책을 읽지않아 실망을 거듭하곤 했었는데, 시간이 흘러 그녀는 그가 선물한 책에 푹 빠져들어 새벽까지 읽게되고, 결국 새벽에 그 작가의 다른 책을 사러 차를 몰고 나가지만 구할 수 없어 그리그의 집 앞에 오게 되는 바로 그 장면. 그리그는 창밖으로 그녀의 차가 보여 나가보게되고, 우리집엔 그 작가의 책이 많다며 그녀와 핑크빛 로맨스를 이루게 된다. 












만약 이때 24시간 문을 닫지 않는 서점이 있었다면, 그녀는 그 서점으로 달려가 그 작가, '어슐러 르 귄'의 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고, 그 새벽에 그리그의 집 앞으로 차를 몰고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당연히 그는 자신의 집앞에서 그녀를 발견할 수 없었을 거고, 그들이 연인이 되는것은 불가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새벽에 그 차를 발견하지 않았다해도, 다른식으로 그와 그녀가 연인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르 귄에게 푹 빠져버린 그녀가 그와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다든가, 새벽에 서점에 다녀왔어요, 라고 말하면서 그로부터 '다음엔 우리집으로 와요' 라는 말을 듣게 될 수도 있고. 아주 다른 이야기가 펼쳐질 수도 있다. 새벽에 서점에 가 르 귄의 책을 찾는데, 마침 그 서점에서 일하던 청년이 그녀에게 반해 그녀의 이름을 나직하게 부를 수도 있으니까. 아주 많은 이야기들이 아주 많이 다른 형식으로 쭉쭉 뻗어갈 수 있다. 만약 서점이 24시간 문을 열고 있었다면.


언젠가 알라딘의 어느분도 밤중에 어느 책이 무척 읽고 싶어졌는데 늦은밤이라 살 수가 없다는 식의 글을 올린적이 있었는데, 이럴때 24시 서점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24시 서점은 광화문의 교보문고처럼 그렇게 큰 대형서점이진 않아도 될 것 같다. 작은대로 필요한 구색을 갖추고 있는 그런 서점이면 좋을텐데, 따뜻한 커피도 마실 수 있는 그런 서점이면 얼마나 좋을까.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이 슬리퍼를 신고 헐렁한 옷을 입고, 밝은 불빛이 있는 서점에 찾아드는거다. 크- 낭만적이야. 그 야밤에 서점을 지키고 있던 서점 직원과 손님들 사이에는 동지의식이 싹트지 않을까. 게다가 그 직원이 나처럼 예쁘다면(읭?) 단골 손님이 생기는 건 시간문제. 내가 만약 그런 서점에서 밤을 지키는 사람이라면, 카운터 밑에 와인 몇 병을 숨겨두고 홀짝거리며 책을 읽을 것이다. 손님이 많지 않은 새벽시간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겠지. 그러다가 키에누 리브스 같은 손님이 온다면, 와서 구석의 테이블에 앉아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시켜두고 책을 읽는다면, 그렇게 몇 번 반복적으로 마주치게 된다면, 어느 봄 밤, 그에게 다가가 '와인 한 잔 드시겠어요?' 라고 물을 수도 있을것이다. 그리고 미국으로부터 만드는 법을 배워 이제는 나도 만들 수 있게 된 콩나물 스콘을 안주겸 야식으로 내어놓는거다. 따뜻하게 데워서. 그리고는 이렇게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콩나물 밥이 더 좋다면 말만해요. 양념장은 준비해뒀어요. 



아. 우리의 따뜻한 새벽!




그러나 저 제목의 낭만성은 이 책에서 내 기대대로 펼쳐지질 않는다. 물론 24시간 오픈되어 있는 서점이고, 책을 팔고, 아주 가끔 손님이 들어와 책을 사가기도 하지만, 실상 그곳의 역할은 '뒤쪽 서가' 가 맡고 있고, 그곳엔 암호로 쓰여진 책들이 잔뜩이라 그 책들을 빌리러 오는 그 서점 회원들만 찾아드는 곳인거다. 암호와 해독, 비밀단체 등은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생각나게 하지만, 이 책은 장미의 이름보다 훨씬 더 빠르고 현대적이다. 장미의 이름은 오래된 고서에서 오는 어려움이 있었다면 이 책은 너무 현대적인 컴퓨터 기술에 대해 얘기해서 뭔 말인지 모르겠는 부분이 더러 있었다. 이 책의 작가인 '로빈 슬로언'은 분명 아주 흥미로운 소재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펼쳐나가지만, 내 입장에선 아주 흥미로운 소재로 그렇게까지 재미있지는 않은 이야기를 펼쳤다고밖에 생각할 수가 없다. 이 책은 영화로 나와도 재미있을 것 같고, 그렇게된다면 나도 보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24시 서점' 이란 어마어마하게 근사한 소재로 이렇게 쓰다니..실망감이 들 수밖에 없다. 


역시 내가 원하는 이야기는 내가 써야 하는걸까. 내가 한 번 써볼까. 24시 서점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들로....따뜻한 새벽.....으로? 내가 쓰는 책에서 나는 전지전능한 작가일 수밖에 없으니 현빈도, 키에누 리브스도, 제이슨 스태덤도 다 등장시킬 수 있을텐데! 봄 밤의 새벽에 키에누 리브스를 찾아들게 했다면, 여름밤의 새벽엔 제이슨 스태덤을 초대하는거지. 우린 늘 끈적한 여름밤을 함께 보내는거야. 우린 늘 너무 덥고, 너무 흥분해있고, 너무 끈적할거야.





24시 서점과 키에누 리브스, 봄 밤, 와인 등등을 생각하며 미친듯이 집중해있는 내게 내 친구 정식이가 메신저로 말을 걸어왔고, 그래서 확- 리듬이 깨져버렸다. 왜 하필 이럴 때 말을 걸어..돌았어?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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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4-03-20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진작부터 말씀드렸지 않았나요~~ 님이 원하시는 대로 한 번 꼭 써보세요.
현빈, 키에누 리부스, 제이슨 스태덤도 다 등장하는 걸로.
끈적끈적하고 덥고 흥분되는 걸로.
아~~ 상상만으로도 넘 좋다~~~ ^^

다락방 2014-03-20 17:54   좋아요 0 | URL
얄미운 여자 캐릭터는 넣지 않은채로 써보고 싶습니다, 단발머리님.
다시 말하자면 그러니까, 등장하는 여자는 다락방...이 전부인... -0-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루 온종일 끈적거리다 끝나겠네요. 하하. 아니, 하루가 결코 끝나지가 않겠어요! 아하하하하

단발머리 2014-03-20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 죄송한대요.
전지전능한 작가시니까, 다락방님 그 아름다운 소설에 우리 '김수현'은 나오지 않는걸로 좀 해주세요.
김수현은 제 꿈에 나와야되서... 좀 바쁘.................거든요.

다락방 2014-03-20 17:54   좋아요 0 | URL
다행인지 불행인지, 저는 김수현을 등장시킬 생각이 전혀, 저어어어어언혀 없습니다. 단발머리님껜 죄송한 말씀이지만, 그러니까 제게 김수현은 아직 '애' 에요.. ( ")

=3=3=3=3=3=3=3=3=3=3=3=3=3=3

버벌 2014-03-20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콘도 콩나물도 잘 먹질않아요 두가지의조합이라니... 보라색과형광색 둘중의 하나만 없어도 가지를 먹을수있다는 유희열이 쓴 문장이 갑자기 왜 떠오르는지 모르겠네요 ㅡ ㅡ 결론은 콩나물 스콘은...음 음 24시간 서점이라니 완전 멋져요. 실제로 존재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다락방 2014-03-20 17:56   좋아요 0 | URL
저는 스콘 완전 사랑하는데요, 버벌님. 콩나물도 캡사랑해요. 엄마가 콩나물 반찬 해주면 고추장 넣어서 슥슥 밥 비벼 가지고 흡입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콩나물 스콘 먹을 수 있을것 같아요. 뭐, 맛도 그리 나쁠것 같진 않고..다만, 이왕이면 다른 스콘을 먹고 싶긴 하네요. ㅎㅎ

24시 서점이 생기면 아우. 버벌님이나 저같은 사람의 아지트가 되지 않을까요?
음..아니다. 난 밤에 자니까...손님이 되긴 힘들듯해요. 역시 주인을 해야...쿨럭.

moonnight 2014-03-20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콩나물밥이 더 좋아요. 콩나물밥에 와인으로 권해주세요. +_+;;; (죄송합니다. ;;)
콩나물이 들어간 스콘이라니 뭔가 번역상의 문제가 아닐까요. 라즈베리와 콩나물은, 왠지 슬프다는. ㅠ_ㅠ;;;
새벽에도 환하게 불을 밝힌 서점. 상상만으로도 너무 좋아요. ^^

다락방 2014-03-20 17:57   좋아요 0 | URL
비도 오고..
콩나물 밥에 양념장 넣어서 슥슥 비벼 먹고 싶네요. 김치도 같이 먹고. 히잉. ㅠㅠ 먹고싶다.

새벽에도 환하게 불을 밝힌 상점이 다른 어떤 상점이 아니라 서점이라면, 아우, 진짜 낭만적인 것 같아요, 문나잇님. 그런 서점이 생겼으면 좋겠지만....아마 가게 유지하기는 힘들겠죠? ㅠㅠ 언제나 낭만은 현실앞에 무너져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자작나무 2014-03-21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4시서점의 한켠에는 작은 계단이 있었는데 그 계단의 끝에는 다락방이 있다는 소문이었다. 가끔 서점의 여주인은 손님의 손을 잡고 계단을 올라갈 때도 있었는데 그럴 때면 으레 끈적한 신음 소리가 아래 층으로 흘러나와 서점 손님들은 얼굴이 붉어지곤 했다. 사실 그 서점의 단골들은 책을 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여주인을 훔쳐보기 위해 서점을 찾는 편이었다. 언젠가 여주인이 자신을 다락방으로 불러주리라는 일말의 기대를 품은 채.

다락방 2014-03-21 13:45   좋아요 0 | URL
ㅎㅎ 자작나무님 소설 쓰는 분이십니까? ㅎㅎ

점심 뭐 드셨습니까. 전 뼈다귀해장국 먹고 왔더니 졸리네요..

자작나무 2014-03-22 08:41   좋아요 0 | URL
마을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여주인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여주인의 독서량은 엄청났으며 책을 한권 읽을때마다 자신만의 독특한 서평을 발표하곤 했는데 그와 함께 자신의 음식과 남자 취향에 대한 단서를 조금씩 첨부했다. 떠도는 한 소문에 의하면 그녀는 일군의 용병들과 불같은 사랑을 나눈 적이 있다고 한다. 가끔씩 그녀는 와인을 홀짝이며 창밖으로 흘러가는 구름을 처연하게 바라보기도 했는데 그때 그녀는 자신을 스쳐지나간 용병들을 생각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실제로 어떤 남자를 만났는지에 대해서는 좀처럼 말하려하지 않았다. 우연히 여주인과 함께 밤을 보낸적이 있는 어느 마을 남자의 회고에 따르면 여주인이 그의 몸을 쥐어뜯으며 "제이슨!"이라고 소리쳤다고 하는 걸로 봐서 용병 가운데 한 남자의 이름이 제이슨이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을 따름이었다. 그러나 제이슨이 실제 인물인지 여주인 마음 속의 무언가가 빚어낸 가공의 인물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저 실은 작가예요.

다락방 2014-03-24 10:03   좋아요 0 | URL
요리사 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겸업하시는겁니까?

자작나무 2014-03-25 09:00   좋아요 0 | URL
저 글 쓰는 요리사 입니다. 박찬일씨 처럼요.

다락방 2014-03-25 09:10   좋아요 0 | URL
음...일단 요리사는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작나무님. 가끔 점심시간에 댓글 다시잖아요. 점심때 가장 바쁠텐데 어떻게 댓글을 다시겠어요? 그러니까 '요리사'는 거짓말..이죠?!

자작나무 2014-03-25 13:02   좋아요 0 | URL
가장 바쁜 점심시간에 댓글을 남길 정도로 다락방을 응원하는 요리사 랍니다.

다락방 2014-03-25 14:48   좋아요 0 | URL
구라쟁이..ㅎㅎ

sweetrain 2014-03-23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콩나물 스콘보다는 콩나물 밥이 더 나을 것 같아요. 콩나물도 좋아하고 스콘도 좋아하지만 그 둘의 조합은 상상이 가지 않는걸요.

다락방 2014-03-24 10:03   좋아요 0 | URL
저는 상상이 가긴 합니다만, 그래도 스콘인데, 아마도 다른 스콘을 선택할 것 같아요. 플레인 스콘, 치즈 스콘, 블루베리 스콘 등등이요. ㅎㅎ

네꼬 2014-03-24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다락님, 나 자꾸 웃긴 생각만 했어요. 1. 스콘을 한 입 베었는데 콩나물 줄기가 쭉 따라 나온다면 어쩐지... 어쩐지.... 지.. 지저분해! 2. 24시간 운영하는 서점 좋아요. 거기서 미녀 다락님이 밤을 지키는 여인인 것도 좋아요. 다만, 와인을 홀짝인다... 홀짝인다고요? 다락님이? 와인을? 나도 모르게 불콰한 얼굴로 손님들에게 "여기 와서 다들 한잔씩들 해요!" 하는 다락님을 떠올려 버렸어요. ㅎㅎㅎ 즐거워라!

다락방 2014-03-25 09:12   좋아요 0 | URL
ㅎㅎ 나도 콩나물 스콘이라고 하니까 스콘 한 입 베어 물었는데 콩나물 줄기 따라오는 생각만 나요. 콩나물은..그런 식으로 존재해서는 안되는 것 같아요. 그쵸?ㅋㅋㅋㅋㅋ 24시간 서점을 제대로 잘 운영하기 위해서는 제가 말이지요, 불콰한 얼굴이 되어서는 안되잖아요? 그러니 천천히 홀짝여야 되지 않겠어요? 네? 그래야 책을 팔지!! ㅎㅎ

24시 서점은 생각만으로도 정말 낭만적이에요! >.<
 
고민하고 지르기


이제 관심 신간이나 관심 구간이 생기면 <관심있어요> 폴더에 올려야지, 라고 생각하고 어제 룰루랄라~ 페이퍼를 썼다. 《불안의 책》을 살것인가 말것인가 하는 고민에, d 님의 댓글을 읽고 '그래, 사지 말고 완역본 기다리자' 라고 결심하며 감사의 댓글을 쓰려고 했지만 어제 그 댓글을 확인했을 때는 바깥이었고 스맛트폰이라 댓댓글을 쓸 수 없는 상황. 다음날 피씨로 쓰자, 라며 집에 도착했다. 가방을 던져놓고, 지금 읽던 책을 거의 다 읽어간다는 남동생의 말에, 다음엔 무슨 책을 읽으라고 줄까 고민하며 책장 앞에 섰다. 내가 이미 읽은 책들은 남동생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책들이고, 그렇다면 아직 읽지 않은 책들중에서 남동생이 좋아할만한 추리 소설을 하나 뽑아줄까 싶어 두 권을 빼어들고 남동생 방으로 가려는 찰나, 어어, 저 오른쪽 저거, 뭐..뭐...뭐지? 설마...그 불안의 책..인거야?





그..그...그럴 리가 없단 생각에 나는 얼른 저 책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헐. 그 책이 정말 불안의 책임을 확인했다.




헐..이게 뭐야...반값이라고 살까말까 고민했는데, 완역본 나오기를 기다릴까말까 고민했는데, 발췌본을 읽을까말까 고민했는데, 그러다 결국 그래 완역본 나오기를 기다리자 결심했는데, 그랬는데, 이미



가.지.고.있.었.다.




언제샀지? 이게 저기에 왜있지? 하아- 팔아버릴까..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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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2014-03-18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슷한 경험을 부지기수로 한 일인입니다.
그나저나...손톱이 섹시한데요?

다락방 2014-03-18 08:50   좋아요 0 | URL
저 책은 팔아버려야겠어요. 안읽을 것 같아.. -_-
매니큐어 칠한 보람이 있었네요. 하핫. 벗겨지고 있지만 ㅠㅠ

건조기후 2014-03-18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 아 웃기다
분명 내 손으로 내 돈 주고 내가 산 책인데도 이런 식으로 갑툭튀하는 책들 진짜 꼴보기 싫어요 ㅜㅜ

다락방 2014-03-18 12:19   좋아요 0 | URL
정신 똒바로 차리고 살아야 겠어요. 책장에 저 책이 꽂혀있는 놀라움이라니. ㅠㅠ 팔아버릴거에요 엉엉 ㅠㅠ

무스탕 2014-03-18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 뭘 그정도 가지고 그러세요.
전 산 책 또 산게 몇 권인데... (" )( ")
점심 맛있게 드셨구요? ^^

다락방 2014-03-18 13:47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순대국 배부르게 먹고 왔어요. 어휴 배가 터져버릴 것 같네요. 이제 실실 졸음이 찾아오네요. 하하하하하

버벌 2014-03-18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알라딘 장바구니에 책을 담고 결제하려는데 예전에 구입한 책이라며 알람이 뜰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ㅡㅡ
그럼에도 그책은 아직도 안 읽..... ㅠㅠ

다락방 2014-03-18 17:26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그런 알람 떠서 안 산적 많아요. 만약 저 <불안의 책>도 사려고 장바구니에 넣었다면 그렇게 알람이 떴겠죠. 그렇지만 저는 안사기로 결정했다는 거. 그런데 이미 집에 있었다는 거. ㅋㅋㅋㅋㅋㅋㅋㅋ

moonnight 2014-03-18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웃으면서 불안의 책을 보관함으로. ^^
저도 책장 살펴보다가 이 책을 내가 언제 샀단 말인가 하면서 깜놀할 때가 많아요. 놀라기만 하고 여전히 읽지는 않는다는 -_-;;

moonnight 2014-03-18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완역본이 나오길 기다려야하는 건가요? +_+;;;;;

다락방 2014-03-19 08:38   좋아요 0 | URL
ㅎㅎ 네, 문나잇님. 완역본이 나오길 기다리시는 편이 더 나을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제가 가진 책은 .. 어째야할지 원.
저도 책장 살펴보다가 어엇, 이런 책이 내게 있었어? 하고 깜짝 놀랄 때가 있긴해요. ㅋㅋㅋㅋㅋ 그러면서 으음, 내가 살 만했구나 하기도 하고. ㅋㅋ 그러면서 읽지는 않고 또 새로 사고.. ( ")

dreamout 2014-03-18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아주 깨끗하네요. 책이. ^^;

다락방 2014-03-19 08:3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정말 깨끗하네요. 하하하하핫;;
 
좋은 이별 - 김형경 애도심리 에세이, 개정판
김형경 지음 / 사람풍경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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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은 분노 표현법은 글이나 언어로 그런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다. 화난 마음을 애도 일지에 써 내려가거나 가까운 친구를 붙잡고 속 시원하게 수다를 떨면 된다. 치사하고 비겁한 엑스라고 맘껏 흉봐도 괜찮다. 땀이 날 때까지 달리기, 고독하고 긴 산행하기, 여럿이 어울려 운동하기, 소리 높여 노래하고 정신없이 춤추기. 그런 행위들도 내면의 위험한 열정을 위험하지 않게 표출하는 방법이다.-87쪽

하지만 자기 파괴적으로 행동할 때조차 우리가 원하는 것은 잃은 것을 되찾는 일, 떠난 사랑이 되돌아오는 일이다. 그 일은 어렵고 자기 파괴적 행동은 쉽기 때문에 우리는 자주 쉬운 해결책에 매달린다. 상대를 용서하는 일보다, 힘들게 애도 작업을 진행하는 것보다, 강물에 뛰어드는 일은 쉽기에 유혹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느 순간, 죽음을 향해 가던 길을 멈추고 온 힘을 다해 삶 쪽으로 헤엄쳐 나와야 한다. -1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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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 2014-03-17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분노가 치밀어 오르면 그것을 글로 승화시키곤 했어요. 하지만 그럴때 쓴글은 다시봤을때 쪽팔릴 가능성이 높아요.

다락방 2014-03-18 08:02   좋아요 0 | URL
몇 시간 고민해서 쓴 글이 꼴랑 한 줄인겁니까, 정식씨? 실망이야..그렇게 안봤는데.. ㅎㅎㅎㅎㅎ

moonnight 2014-03-18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형경 작가와는 예전에 안녕을 고해서 (" )( ");;;;;;

다락방 2014-03-19 08:35   좋아요 0 | URL
저도 작별인사를 했더랬는데 친구 덕에 재회했네요. ㅎㅎ

당당 2014-04-25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김형경작가글만 주욱 장만하여 읽어볼까 생각중인데 작별했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네요.
요즘처럼 시국이 어수선하고 불안정할때 읽으면 도움이 될 것같은데...잘못짚은 걸까요?

다락방 2014-04-28 16:09   좋아요 0 | URL
흐음, 지혜사랑님. 요즘같은 때 읽기에 적절하지 않은건 아닌데, 요즘 같은 때 이 책이 잘 눈에 들어올 것 같진 않아요. ㅠㅠ
 
감상과 감동은 나만의 것


 


《화가가 사랑한 그림》이란 책에서 '빅토르 위고'가 그림을 그리기도 했단 사실을 알게됐는데, 엊그제 신문에서 이 책의 출간소식을 접하고 오늘 목차를 훑으며 '빅토르 위고'를 찾았다. 그리고 역시나, 그가 거기에 있었다. 빅토르 위고 만으로도 나는 이 책을 관심책으로 리스트에 넣어뒀는데, 아하하하 존 업다이크와 존 버거, 잭 케루악, 커트 보네거트등 익숙한 이름들이 많이 보인다. 작가들이 그린 그림이라니,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그림까지 잘 그리기도 했다니, 작가의 필수조건이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이기도 하다면, 나는 작가가 되긴 영 글러먹었다. 그림엔 도무지 소질이 없으니. 아 이 책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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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적 집필 활동뿐만 아니라 예술에 대한 번득이는 열정과 재능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간 작가-화가에 관한 짧은 전기이다. 요한 볼프강 괴테부터 피터 색스까지, 200년 이상의 기간 동안 문학계에 한 획을 써내려간 동.서양 작가 100명의 일대기와 그들이 창조한 예술작품-200여 점의 스케치, 드로잉, 회화, 그리고 조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이 책은 전기인 동시에 도록이다. 

방대한 연구와 해석을 정교하게 재현해낸 이 책의 지은이 도널드 프리드먼은 법조인으로서 성공한 삶을 살다가 소설가가 되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후 여러 편의 장.단편소설을 발표하며 작가 이력을 쌓은 그는 자신에게 작가의 꿈을 심어주었던 이들의 놀라운 재능을 세상에 알리고자 작가-화가에 대한 책을 구상하게 된다. 

커트 보네거트, 톰 울프, 존 버거, 존 업다이크 등 저명한 작가-화가들과 진행했던 미발표 인터뷰와 수십 년 동안 연구해온 예술 분야의 지식을 접목해 완성한 것이 바로 이 책 <작가의 붓>이다. [알라딘 책소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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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작년 12월달에 신문을 보고 관심이 가서 메모해 두었던 책. 오늘 문득 생각나 검색해 보았는데 그때도 나는 '팔레스타인인이 쓴 팔레스타인 소설' 이라고 해서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그렇지만 '학살', '고문' 이란 단어에서 움츠러들어 보지말까, 하는 생각도 들고..


고문 흉터로 형제를 알아본다는 건 내가 보았던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데, 지금 그 영화 제목이 생각이 안난다. 자신을 고문한 남자의 발뒤꿈치 흉터를 보고 나중에 그가 자신의 아들임을 알게되는 영화였는데...소화하기 벅찬 영화였는데..페이퍼도 썼던 것 같은데....그 영화 제목이 생각이 안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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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팔레스타인인이 쓴 팔레스타인 소설. 2002년 4월, 예닌 난민촌에 참혹한 대학살이 벌어졌다. 이스라엘이 테러리스트들의 본거지를 청산한다는 이유로 자행한 일이었다. 자기 땅, 자기 나라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나야 했던 팔레스타인인들. 이 책은 세계가 외면한 그들의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다룬 본격적으로 다룬 소설이다. 

1941년부터 2002년까지 4대에 걸친 팔레스타인 가족의 고통스러운 삶을 여주인공 아말의 시선으로 묘사한 이 작품은, '문학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아주 성공적인 반향을 일으킬 작품(퍼블리셔스 위클리)', '팔레스타인 가족이 겪는 전쟁과 이별의 고통을 대담하고 치밀하게 그린, 매우 강렬한 데뷔작(커커스 리뷰)'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팔레스타인 북쪽에 위치한 에인 호드 마을에서 조상 대대로 올리브와 무화과 농사를 지으며 소박하게 살아가던 아불헤자 가족. 1948년 예루살렘이 건국되고 예닌 난민촌으로 쫓겨나면서 이들의 수난이 시작된다. 가장인 하즈 예야는 정든 올리브나무 숲을 잊지 못해 철책선을 넘었다가 다시 돌아오지 못하게 된다. 예야의 아들 하산은 달리아와 결혼해 이스마엘과 유세프를 낳지만, 전쟁으로 쫓기는 과정에서 이스마엘이 이스라엘 군에게 납치된다. 

하산과 달리아는 절망 속에서도 딸 아말을 낳고, 하산은 아말에게 새벽마다 시를 읽어주는 등 딸을 사랑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1967년에 발발한 '6일 전쟁'으로 하산이 행방불명되고, 아말의 오빠 유세프도 포로로 잡혀 고문을 당한다. 유세프는 자신을 고문하는 이스라엘 군인의 흉터 자국을 보고, 그가 잃어버린 동생 이스마엘임을 알아챈다. [알라딘 책소개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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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뭐 이런 일이..타부키의 책, 《페레이라가 주장하다》를 보고 페르난도 페소아의 책을 읽어보자 싶어 보관함에 넣어두었었는데, 헐, 지금 이 책 반값이란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바로 이럴 때 책을 후딱 사줘야 하는데, 나는 당분간 새 책을 사지 않기로 하였으니 사면 안되는데, 중고책만 사는걸로 쇼부를 쳤는데, 지금 융통성을 발휘해 '반값 새책'도 사기..로 결심을 바꿔야 하는걸까.. 하아- 세상엔 융통성 없이 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니깐.


그러다 문득 김소연 시인의 트윗에서 이 책에 대한 언급을 봤던 게 떠올라 검색해보니 '배수아' 번역으로 <불안의 서>완역본이 곧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 책은 책 소개를 보니 발췌본 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완역본을 기다렸다 사는 편이 나은걸까.. 그래서 반값인걸까.. 일단 발췌본을 읽어보고 읽을 수 있을것 같으면 완역본을 살까...어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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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의 대표작가 페르난두 페소아의 독특한 자서전. 페르난두 페소아는 미국의 저명한 평론가 헤럴드 블룸이 파블로 네루다와 더불어 20세기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꼽을 정도로 유명한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작가이다. 20세기 가장 아름다운 일기로 평가받는 이 책에서 페소아는 자신을 베르나르두 소아레스라는 이명(異名)으로 쓰고 있다. 

페소아는 평생 70개가 넘는 이명들로 작품을 썼다. 그중에서 직물회사의 회계사 보조로서 초라하고 시시한 삶을 살아가는 소아레스는 그를 창조한 페소아의 인생이 희미하게 반영된 것이다. 생계를 위해서 영어 통신문을 번역하는 페소아의 작업도 소아레스의 작업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페소아 자신도 한 편지에서 소아레스를 "논리력과 활동성이 없는 나"라고 표현했던 만큼 이 책은 페소아의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원본은 페소아가 자필로 "Livro do Desassossego"라고 써서 한 덩어리로 묶어놓은 것을 바탕으로 연구자들이 그의 원고를 모아 분류한 것이다. 이것은 페소아가 남긴 유일한 산문작품으로 대략 20년 동안 쓴 일기이다. 이 책의 포르투갈어 원서는 1982년에 처음으로 출판되었다. 

포르투갈 원서의 출간은 비평계와 출판계에서 중요한 사건이었다. 엄격한 언어학적인 기준에 따라서 편집되었고, 강독하기 힘든 원본의 문제를 해결해준 필사 작업을 거쳤기 때문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 <불안의 책>의 한국어판은 포르투갈 원서를 번역한 포르투갈 문학 연구자인 안토니오 타부키의 이탈리아어 판과 영어판을 참고하여 발췌, 번역한 것이다. [알라딘 책소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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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로스'의 책을 한 권 더 읽어보고 싶던차에 출간된 《포트노이의 불평》. 사실 《휴먼 스테인》을 읽을까 했는데, 《포트노이의 불평》 책 소개를 보니 내가 좋아했던 필립 로스의 작품 《울분》이 생각나는 거다. 그래, 이게 더 좋겠구나.

히잉..알사탕 200개 주네...히잉...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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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대 중반의 필립 로스를 미국의 대표 작가로 수직 상승시킨 작품. 사춘기 소년의 자위행위에 대한 상당한 양의 상세하고 창조적인 묘사 때문에 1969년 출간 당시 미국 도서관들이 금서로 지정하고, 호주에서는 금수 조치되어 펭귄북스가 밀매까지 단행했던 문제작이다.

학벌, 외모, 재능, 무엇 하나 빠지는 것 없는 엘리트 변호사 앨릭잰더 포트노이.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늘 부모님 말에 휘둘리고, 툭하면 감상적인 자기연민에 빠져들고, 길에서 멋진 여자만 보면 따라가서 집적대는 찌질이다. 진정한 남자가 되어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은 포트노이가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 여과 없이 날것 그대로 쏟아놓는 섹스 편력, 분노, 원망, 빈정거림들이 유머러스하게 그려져 있다. [알라딘 책소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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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불안의 책
    from 마지막 키스 2014-03-18 08:38 
    이제 관심 신간이나 관심 구간이 생기면 <관심있어요> 폴더에 올려야지, 라고 생각하고 어제 룰루랄라~ 페이퍼를 썼다. 《불안의 책》을 살것인가 말것인가 하는 고민에, d 님의 댓글을 읽고 '그래, 사지 말고 완역본 기다리자' 라고 결심하며 감사의 댓글을 쓰려고 했지만 어제 그 댓글을 확인했을 때는 바깥이었고 스맛트폰이라 댓댓글을 쓸 수 없는 상황. 다음날 피씨로 쓰자, 라며 집에 도착했다. 가방을 던져놓고, 지금 읽던 책을 거의 다 읽어간다는
 
 
마노아 2014-03-17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을린 사랑, 같아요. 맞나요?

다락방 2014-03-17 14:56   좋아요 0 | URL
맞아요!!!!!!!!!! 서재태그로 검색하려고 해도 제목을 알아야 검색이 되잖아요. ㅋㅋㅋㅋ 한 글자도 생각 안나서 돌아버릴 뻔했어요. ㅋㅋㅋㅋㅋ

마노아 2014-03-17 15:02   좋아요 0 | URL
작년에 이 감독의 '프리즈너스'를 재밌게 보아서 기억이 났어요. 발음도 어려운 감독이었어요. 드니 빌뇌브. 방금도 생각 안 나서 다시 검색했어요..;;;;

다락방 2014-03-17 17:01   좋아요 0 | URL
발음도 어렵고 외워지지도 않을 것 같은 이름이네요.. -0-

dreamout 2014-03-17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안의 책. 완역본이 나온다면 기다렸다가 완역본 사시라고 권해 드립니다...
발췌본이라 그런지 뭔가 맥이 자꾸... 앞부분만 읽어보고 덮어두고 있거든요..
완역본 나온다면 저도 그 책으로 갈아타야겠네요.

다락방 2014-03-18 08:50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저는 완역본을 사겠어요!

라고 어제 댓글을 달고 싶었습니다만, 오늘 페이퍼를 새로 올렸다시피, 이미 저 책을 저도 가지고 있더군요. -0-

착한시경 2014-03-19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안의 잭,,,페소아를 보니~제가 좋아하는 리스본행 야간열차가 떠오르네요^^ 문장이 너무 아름다운데 그 책에 불안의 책이 소개되어있어 구입했던 기억이 나요~

다락방 2014-03-19 08:36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리스본행 야간열차도 제 보관함에 들어있는 책이랍니다, 착한시경님 ㅎㅎ
불안의 책은 그 책에도 소개되는군요. 완역본을 기다려야겠어요. 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