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절반쯤 읽었는데 절반만큼 오는 동안에도 이미 감정이 격해졌다. 화가 나고 초조했다. 그래서 페이퍼를 쓰려고 키보드를 다다다닥 두드렸는데, 고작 화난 것에 대해 얘기하는데도 말이 너무 많아졌다. 아, 안되겠어. 다 읽고, 다 읽고 쓰자. 묘한 일이다. 미국 작가가 쓴 『미국의 아들』을 읽는데, 이승우의 『지상의 노래』도 생각나고, 도스트예프스키의 『죄와 벌』도 생각난다. 음악도 틀어주지 않는 아주 조용한 카페의 구석에 앉아 혼자서 뜨거운 커피를 시켜두고 이 책을 마저 읽고 싶다. 내가 이 책의 책장을 덮을때까지 아무도 나를 방해하지 않아줬으면 좋겠다.  


이 책은 [창비세계문학]의 두번째 책이다. 그리고 짜잔~ 나는 이 책의 시리즈를 가지고 있다.



으하하하. 이 책들을 박스에서 꺼내어 나란히 꽂아두니 어찌나 근사한지. 나는 책장 한 칸을 창비에게 모두 내주었다. 그 모습은 이렇다.





왼쪽은 [창비세계문학단편선] 이고, 오른쪽은 [창비세계문학] 이다. 아, 완전 뽀대난다. 사실 겉모습도 그렇고 제목들도 그렇고 단편쪽에 마음이 끌려서 세계문학 시리즈는 꽂아두고 아직 읽지 않았더랬다. 그런데 세계문학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서부터 읽고 싶었던 『미국의 아들』이 무척 재미있어서 오, 막 기대가 되는거다. 책등을 보면 새 책 같지 않고 뭔가 낡은 필름같은 느낌을 주는데, 저건 내가 책을 험하게 다룬게 절대 아니라, 원래 저렇다. 세계문학의 설정이랄까. 박스에서 꺼냈을때도 그리고 셋트로도 저렇게 꽂아두었을 때도 예쁘긴 하지만 아무래도 옆의 하드커버가 너무 근사해서인지 살짝 위축되어 있는 듯하다.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이라는 말을 가져다 붙이려니 좀 거창한데, 사실 나는 전집을 모으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었다. 정말이다. 그런건 민음사 하나로 족하다고 생각했다. 민음사 고전에 대해서는 이미 책장의 세 칸이나 내어줬던 바, 문학동네나 펭귄 또 창비에 대해서도 나는 집착하지 않으려고 굳게 마음 먹었다. 그러나 창비도 저렇듯 한 칸을 내어주게 됐고, 펭귄과 문학동네에도 하아- 한 칸을 내어주게 됐다.





문학동네도 펭귄도, 집착하지 않으려고 다 읽은 책을 친구에게 선물하기도 하고 팔기도 하고 그랬는데, 그래도 이만큼이...한 칸을 만들어두고나니 나는 집착하게 될 것 같다. 흑흑. 물론 저 사이로 내가 아직 읽지 않은 책들도 꽂혀있다. 아직 읽지 않은 책들을 사이사이 책장에 꽂아두기도 했고 따로 쌓아두기도 했는데, 따로 쌓아둔 데에는 민음사의 책들도 몇 권 있어서 아마 민음사에게는 책장을 한 칸 더 내어주게 될 것 같다. 게다가 이젠 민음사 모던클래식에게도 한 칸을 내어줘야 할지도...orz



나름 열심히 책을 방출하고 있는데도(알라딘 중고샵에 수시로 팔고 매입불가 책은 아름다운 가게에 보내기도 했다) 책장이 조금 비었다 싶으면 어김없이 다시 찬다. 아직 내 방의 책장을 넘어가는 일은 없지만-넘어가도 갈 데도 없다-, 오늘이나 내일 또 나는 열 권쯤 질러버릴 결심을 했는데, 대체 이를 어쩐담. 할 수 없다 또 열 권쯤 팔아야지.


며칠전에는 친구를 만나서 내가 가지고 있던 김이듬의 시집을 선물해주었는데, 요 며칠 김이듬의 시가 자꾸만 생각이 난다. 안되겠다, 나는 김이듬의 시집도 다시 사야겠다.



















내가 요며칠 계속 생각난 시는 바로 겨울 휴관.



겨울 휴관

 

 

무대에서 내려왔어 꽃을 내미네 빨간 장미 한 송이

참 예쁜 애구나 뒤에서 웃고 있는 남자 한때 무지 좋

아했던 사람 목사가 되었다 하네 이주 노동자들 모이

는 교회라지 하도 괴롭혀서 도망치더니 이렇게 되었

구나 하하하 그가 웃네 감격적인 해후야 비록 내가

낭송한 시라는 게 성직자에게 들려주긴 참 뭐한 거였

지만

 

 

우린 조금 걸었어 슬며시 그의 딸 손을 잡았네 뭐

가 이리 작고 부드러울까 장갑을 빼려다 그만두네 노

란 코트에 반짝거리는 머리띠 큰 눈동자는 내 눈을

닮았구나 이 애 엄마는 아마 모를 거야 근처 미술관

까지 차가운 저녁 바람 속을 걸어가네 휴관이라 적혀

있네 우리는 마주 보고 웃다가 헤어지려네 전화번호

라도 물어볼까 그가 나를 위해 기도할 거라 하네

 

서로를 등지고 뛰어갔던 그 길에서 여기까지밖에

못 왔구나 서로 뜻밖의 사람이 되었어 넌 내 곁을 떠

나 붉게 물든 침대보 같은 석양으로 걸어가네 다른

여자랑 잠자겠지 나는 쉬겠네 그림을 걸지 않은 작은

미술관처럼



아, 이 시가 왜이렇게 생각나지.  일단『미국의 아들』을 다 읽고, 그런 다음엔 이 시를 한 번 마음먹고 외워볼까?





아파트 옆 동의 아주머니께서 손수 만든 유자차를 주셨다. 나는 엄마에게 그 중 조금만 그릇에 덜어달라고 했다. 그리고 가져와서 오늘 사무실에서 뜨거운 물을 끓여 부었다. 향도 좋고 맛도 좋았다. 좀처럼 기침이 떨어지질 않아 짜증스러운데, 유자차를 마시노라니 저절로 눈을 감게 된다.



오전에 타부서에 갔는데 다들 업무를 시작한 시간, 부장님이 코트를 벗고 옷걸이에 걸고 계신다. 나는 혹시 지금 오시는거냐 여쭸다. 부장님은 멋적게 웃으시며 그렇다고 했다. 나는 마주 웃으며


왜왜왜왜왜?


라고 다시 물으니 부장님은 늦잠자서- 라고 답하셨다. 푸핫- 나는 키득키득 웃으며 주먹 하나를 쥐고 팔을 들어올려 "화이팅!!" 이라고 말했다. 부장님도 같이 웃었다.





나물이 가득 들어간 돌솥비빔밥을 먹고 싶다. 평소에 비빔밥은 내가 좋아하는 메뉴가 아니긴한데, 날이 차서 그런가 생각나네. 돌솥비빔밥은 점심 메뉴였으면 좋겠다. 한시에서 두시 사이의 점심. 그리고 반드시 소주 반 병을 함께 먹었으면 좋겠다. 아, 생각만으로도 너무 행복해서 돌아버릴 것 같다. 돌솥비빔밥과 소주 반 병. 그리고 바깥으로 나왔을 때 세상은 아직 환하고 여전히 찬바람이 분다면, 아, 뭐든 다 괜찮아질 것 같은 그런 기분이다. 나는, 토요일에 그리 해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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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3-01-10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장을 정리하느라 알라딘 중고에 책을 팔았어요. 하지만 적립금 기다렸다 바로 책을 또 사버리니, 읽지 못한 책들이 쌓여갑니다. 창비 전집 생각보다 약간 빈티지 느낌이 나는 표지네요? 다른데서 본 사진으론 너무 튀는 표지라 주저했는데....돈끼호테 때문에요.

다락방 2013-01-11 18:48   좋아요 0 | URL
돈끼호테가 아무래도 빨간색이다보니까. ㅎㅎ
저도 박스 뜯고 나서는 깜짝 놀랐었어요. 어엇, 이건 뭔가 닳은 듯한 느낌? 네, 빈티지 느낌이 나요. 그런데 아무래도 창비 단편쪽이 표지며 제목이 확- 끌리죠? 너무 잘빠졌어요. ㅎㅎ
그나저나 저 아직도 [미국의 아들]을 다 못읽었네요. 이를 어쩌면 좋아요. [파리의 노트르담]은 주문 완료!

다다 2013-01-10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이듬 기억할게요 이 시의 마음을 헤아릴 것 같아 눈물이 나네요 점심 맛있게 드세요 돌아버리지는 마시고 저 누구게요?

다락방 2013-01-11 18:48   좋아요 0 | URL
누군지 알지롱요~ 제가 떡갈비 안좋아한다고 해서 마음 상했던 분 아니십니까! ㅎㅎㅎㅎㅎ

하루 2013-01-10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계문학은 모으고 있는지도 잘 몰랐는데, 어느 순간보면 꽤 모이더라구요.

다락방 2013-01-11 18:49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저도 민음사 전집보고 깜짝 놀랐어요. 우앗, 언제 이렇게 모였지? 모으게 됐다는 걸 인식한 순간 고전 살 때 저절로 민음사에 손이 가게 되더라구요. 하핫

이진 2013-01-10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계문학전집은 ... 왜 다들 그렇게 예쁘게 낼까요? ㅠㅠ
저는 펭귄클래식이 좋아요. 외양도 예쁠 뿐더러 남들이 다 싫다하는 페이퍼도 좋거든요.
민음사도 여러권 꽂아두니 까리하고... 문학동네는 말할것도 없이 뽀대나고 ㅋㅋ
저는 김이듬의... 시집 제목이 끌리는데요?
그 시도 올려주셔요!!

다락방 2013-01-11 18:51   좋아요 0 | URL
저는 문학동네 하드커버가 꽂아두면 참 예쁘더라구요. 그렇지만 이미 많은 정을 민음사에 줘버리고 말았어요. 정이란건 그런거니까요. 하하.

소이진님, 김이듬의 다른 시 두 편은 여기에. 감상해보세요!

http://blog.aladin.co.kr/fallen77/6016120

레와 2013-01-10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솥비빔밥이 먹고 싶은걸 보니, 내가 보고싶은거죠?! 응?!!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이 남긴 소주 반병은 내가 마셔야지.

다락방 2013-01-11 18:51   좋아요 0 | URL
으응? 돌솥비빔밥과 레와님은 어떤 연관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 소주 반 병씩 먹고 취해버리자. 낄낄.

moonnight 2013-01-10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전집에 집착하고 있어요. ㅠ_ㅠ 다른 책들은 읽고 중고로 팔고 하지만 전집은 완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답니다. 근데 책장이 빈 곳이 없어서 옆으로 막 쌓아놨어요. 다락방님의 창비시리즈에, 또 활활 불타오릅니다. 갖고 싶어욧 >.<

다락방 2013-01-11 18:52   좋아요 0 | URL
문나잇님, 그러고보면 저 민음사 전집중에 읽다가 포기한 것도 팔게 되질 않더라는. 하하하핫. 저도 집착..이란걸 하고 있나봐요? 희희.

Mephistopheles 2013-01-10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요 그럼 창비가 분명할텐데..

왜 페이퍼의 마지막에 돌솥비빔밥을 아구아구 먹으며 소주(그것도 낮술)을 반병 비우고
크아~~~ 하는 다락방님을 상상하니..

더 이상 창비가 아닌 "장비"로 보이는거 있죠.(장비문학전집??)

다락방 2013-01-11 18:53   좋아요 0 | URL
꽥!! 메피스토님!! 저는 조자룡을 좋아합니다!! (뭐래 ㅎㅎ)

겨울엔 역시 소주에요, 메피스토님. 뭔가 인생의 맛이 나지 않습니까. 후훗.

비연 2013-01-11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제 책을 좀 정리해야 할 듯. 근데 시리즈물은 왠지모를 마력이 있어요. 모으고 싶은..ㅜㅜㅜ

다락방 2013-01-11 18:54   좋아요 0 | URL
전집에 욕심 내면 돈이...돈이..... ㅎㅎㅎㅎ
새해에는 책을 좀 안 사야 될텐데요, 비연님. 사두고 안 읽은 책만 다 읽어도 올해로 모자란데. 훌쩍.

비로그인 2013-01-12 0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앙~다락방님 책장이닷! 다락방님도 혹시 삼나무 책장??ㅋㅋ
전 세계문학전집은 아빠의 오래된 책들과 겹치는 부분이 있어 많지가 않네요
문학동네는 염소의 축제와 영문판 준대서 산 노인과 바다 뿐이고
펭귄은 only 레미제라블ㅠㅠ
민음사는 지금 세어보니 13권...ㅠㅠ
그래도 창비세계단편문학은 다 있어요^^
다락방님 페이퍼를 보니 애써 외면하고 있었던 창비세계문학 지름신이~~ㅎㅎ
저도 요즘 겨울휴관을 틈틈이 소리내어 읽고 있답니다
폰을 바꾸며 좋아하는 분의 문자가 사라지는 게 아쉬워 눈물이 날 것 같았는데
글쎄 그 분께서 새 폰의 첫 문자로 시를 보내주셨지 뭐에요!!!

다락방 2013-01-14 09:46   좋아요 0 | URL
아, 전 저희 엄마가 사주신 책장이라 무슨 책장인지는 모르겠네요. 삼나무 책장이 아니라 아마도 저렴한 책장이 아닐까..쿨럭.
저는 제가 사기 전에는 집에 책이라곤 없었어요. 하핫. 저 책들은 모두 제가 사 모은 책들이에요. 그러고보면 돈 벌고나서 참 부지런히 책을 사다 날랐네요. 집에 책이없는 환경에서 저 혼자만 책을 읽는 돌연변이었어요, 저는. 어쩌면 식구들이 그렇게 아무도 책을 안읽는지. -0-

창비세계문학이 12권까지 나왔네요. 12권이 바로 [패니와 애니] 꺅 >.<

그런데 새 폰의 첫 문자로 시라니, 오, 좋으네요!! 낭만적이야...그쵸? 희희.

단발머리 2014-01-07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 진~짜 좋아요. 사생활 공개 페이퍼~
이 시집과 연관된 우산 에피소드도 좋아요.

난, 왜 이렇게 느려요? 그래서 아직 철이 안 들었나봐요....

다락방 2014-01-07 09:49   좋아요 0 | URL
헤헷. 느려도 이렇게 닿았으면 충분하지요, 단발머리님. 그리고 지금 읽어서 더 좋은걸지도 몰라요.
:)
 
죽음이란 무엇인가 - 예일대 17년 연속 최고의 명강의 삶을 위한 인문학 시리즈 1
셸리 케이건 지음, 박세연 옮김 / 엘도라도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중학교 교과서에 실린 '황순원'의 「소나기」때분에 보조개에 대한 환상을 갖게 됐다면 죽음에 대한 낭만도 갖게 됐다. 그당시 나는 국어선생님을 좋아하고 있었는데, 내가 시한부 인생이라면 국어 선생님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거다. 뿐만 아니다. 영화 『있잖아요, 비밀이에요』를 보고서는 펑펑 울었었다. 그 영화의 여자주인공처럼(아마 하희라였을거다), 죽기 전날 반 아이들 모두에게 편지를 써 책상 서랍에 넣어두고 싶었다. 그러면 아무도 나를 잊지 못하겠지. 영화 『라스트 콘서트』는 그중 압권이었다. 죽어가는 여자를 관객석 앞에 앉혀놓고 남자는 마지막 연주를 들려준다. 그녀는 그 연주를 들으면서 숨을 거둔다. 당시 그 영화의 여주인공은 백혈병 환자였는데, 그 때부터 백혈명은 뭔가 낭만적인걸로 느껴진거다. 참 철없던 때의 얘기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 나랑 매일 하교를 같이 하던 친구는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며 죽고 싶다는 말을 했다. 아마 그말은 고등학교 3학년이라면 누구나 가끔은 내뱉었던 말이 아니었나 싶다. 그런 친구에게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안된다고. 너, 죽으면 니 영혼이 스르르 빠져나와서 니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주변에 머무를 것 같지? 절대 아냐, 끝이야, 끝. 너는 그냥 존재 자체가 사라진다고. 너라는 존재가 무(無)가 돼. 죽음에 대한 환상따위 갖지 말고 살어. 죽음에 대해서 결코 낭만을 갖지마, 라고 말했다. 대체 중학교와 고등학교 사이, 나는 왜이렇게 변한것일까.


나는 여전히 귀신의 존재를 믿는 사람에게 귀신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람이 '죽었을' 때 그 몸에서 영혼이 빠져나와 천국으로 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 육체가 죽는 순간 몸의 모든 기능이 정지하듯 정신적인 기능도 정지하고 그상태로 끝. 암흑. 그 뒤는 더이상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는다. 영화 『사랑과 영혼』처럼 사랑하는 사람 곁으로 가서 그 사람을 지켜보는 일 같은건 일어나지 않을거라고 생각하고 확신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죽음이 두려웠다. 죽고나서 모든것이 끝나는 상황이 두려웠다. 더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게, 아무것도 경험할 수도 없다는 게, 누구의 옆에도 있을 수도 만날 수도 없다는 게 두려웠다. 이 두려움을 24시간 365일 가지고 사는건 아니지만 간혹 후려칠 때가 있다. 누군가 이 불안을 좀 해소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러면서 죽음을 원할때도 있었다. 끝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내가 고통스러울 때 그랬다. 불안하거나 두렵거나 슬픔이 극에 달해있을 때면, 내가 죽어 없어진다면 이런 생각을 혹은 이런 고통을 멈출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은 내게 대체적으로 무서웠지만 그보다는 드물게 해결책이 되는 듯도 보였다.



그래서 이 책, 『죽음이란 무엇인가』의 표지를 보고 읽고 싶어지면서 동시에 망설였다. 이 책이 나의 두려움을 해소해줄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만나고 싶다가도 그 순간은 내가 가장 두려울 때로 미뤄둬야 하는게 아닌가 싶기도했다. 무엇보다 표지에 쓰인 말이 잊혀지질 않았다.



나는 '반드시' 죽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내가 가장 피하고 싶었던 문장이 거기 쓰여있었다. 나는 반드시 죽을 거라는 말. 알면서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말. 그런데 정말 이 책을 읽으면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 수 있을까? 내가 가진 두려움은 위로로 탈바꿈하게 될까? 나는 평안하게 죽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될까?



그러나 책의 절반까지 셸리 케이건은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말해주지 않는다. 영혼의 존재를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에 대해 얘기한다. 실제적으로 내가 생각했던 것들을 철학적으로 주장하고 또는 반박한다.무엇보다 셀리 케이건의 죽음에 대한 생각이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셸리 케이건은 영혼의 존재를 믿지 않았다. 죽으면 모든것이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이 사람이 하는 얘기를 들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죽음에 대한 정의가 나와 같은데, 이 사람이 하고자 하는 얘기는 대체 무엇일까.



내가 죽고 나서 내 몸이 부활하거나 내 인격이 이식될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나는 죽음이 나의 진정한 종말이라 생각한다. 죽음은 나의 끝이자 내 인격의 끝이다. 이는 지극히 단순한 사실이다. 죽음은 그야말로 모든 것의 끝이다. (p.245)



물론 과학적 시선으로 더 많은 세부적인 사항들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철학자의 시선으로 볼 때 지금까지 우리가 살펴봤던 죽음이라는 개념에 더 이상 신비로운 것은 없다. 인간의 육체는 살아서 움직이다가 파괴된다. 결국 이것이 죽음에 관한 전부다. (p.266)



내가 죽음을 두려워할때, 그것을 입밖으로 내어 말할 때 나는 당연한 듯 영생에 대해 생각했다. 죽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다면, 그게 가능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그것이 가능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바라왔다. 그러나 셸리 케이건은 영생이 지루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조금 더 길게 사는게 아니라 죽지 않고 살아간다면 모든것들이 지겨워질 거라는 거다. 하고 싶어서 선택한 공부도 음악을 듣고 그림을 보는것도 계속해서 할 수는 없고, 수학이 지겨워져서 과학을 해도 다른 음악을 찾아듣고 다른 그림을 보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거다. 나는 영생이 반복되는 일상들로 인해 지루해질 수도 있다고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랬기에 그럴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수긍하며 다소 놀랐다. 아, 그래, 나는 막연하게 영원히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삶이 어떻게 유지될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구나. 그러면서 반발심이 들었다. 그러나 영원히 사는게 가능하다면 이미 존재하는 학문외의 다른것을, 이미 존재하는 예술외에 다른 것을 우리 인간들은 만들어내지 않을까? 그렇다면 지루하거나 지겹지 않을수도 있지 않나? 물론 영생은 이제 내게 다른 식으로 부조리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결국 아무도 죽지 않고 모두가 영원히 산다면, 그렇게 계속해서 자손을 번식한다면, 그때 대체 우리는 어디에서 살아야 할 것인가. 하늘까지 닿는 집을 짓는다 해도 거기엔 분명 한계가 존재하지 않을까.



유한한 삶이기 때문에 셀리 케이건은 우리가 세운 삶의 목표와 가치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고작해야 백년 정도를 살 수 있을 뿐이고, 그렇기 때문에 하고 싶고 즐기고 싶은 것에 대해서 할 시간이 많지 않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이루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간절해지는 거라고 말한다. 생각해보니 나 역시 그랬다. 내가 세운 몇 가지 삶의 목표-대단할 건 없는 목표라지만- 나는 그걸  마흔이 되기전에 하겠어, 쉰이 되기 전에 하겠어, 라고 결심하진 않았지만 죽기 전에는 이것들은 해보고 싶어, 하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이건 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되 가장 스트레스 받지 않는 방법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기를 바랐다. 이 인용문을 그래서 몇 번이나 읽어봤다. 에키푸로스가 쓴 글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가장 끔찍한 불행인 죽음은 사실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 자신이 존재하고 있는 한 죽음은 우리와 아무 상관없다. 하지만 죽음이 우리를 찾아왔을 때 우리는 이미 사라지고 없다. 따라서 우리가 살아있든 이미 죽었든 간에 죽음은 우리와 무관하다. 살아있을 때는 죽음이 없고 죽었을 때는 우리가 없기 때문이다. (p.306)



셸리 케이건은 죽음을 두려워해서는 안되는 까닭을 철학적으로 근거를 대며 얘기해주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의 두려움이 없어진 건 아니다. 결국 셀리 케이건은 우리가 죽음을 두려워하기 보다는 죽음을 대면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내가 이 긴 책을 한 권 읽었다고 해서 '그래, 죽음과 대면하자' 하고 내 생각이 바뀌지도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가 하는 말들이 가끔은 퉁 치고 넘어가려는 것도 같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도 알겠지만, 아는 것과 받아들이는 것은 반드시 같지 않다. 이 책은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처럼 아이비리그의 명강의라고 하는데, 책으로 JUSTICE 와 DEATH를 둘 다 만난 나로서는 정의 쪽이 더 재미있었다. 잠깐 고개를 갸웃하며 그것은 죽음보다 살아가는 일이 더 재미있기 때문일까, 라고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반드시 그래서만은 아닌듯하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 때문에 나는 별 넷을 줄 수 있었는데, 그건 누군가가 내가 두려워했던 바를 공개적으로 말해줬다는 데 있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라니. 나는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이 책을 반드시 읽고야 말겠다고 생각했으니까. 게다가 그가 조목조목 '자신만의' 철학으로 죽음에 대해 얘기해주는 글들을 읽으니 이 세상에 나만 홀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건 아니라는 생각에 약간은 위안이 된다. 어쩌면 나는 이 세상의 보편적인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일것이다. 그러나, 나는 아직 죽음과 대면할수는 없을것 같다. 책장을 덮고서도 여전히 두렵다. 이 책의 에필로그에서 셸리 케이건은 '이 책을 읽는 동안 지금까지 갖고 있었던 생각들에 관해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면, 나는 그것만으로 만족스럽다' (에필로그中)고 했다. 그렇다면 그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나는 만족스런 독자가 되긴했다.



그나저나 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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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3-01-08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살아있을 때는 죽음이 없고 죽었을 때는 우리가 없기 때문이다.
죽음도 관념으로밖에 인식할 수 없는 우리.
이 책 담아갈게요. 보관함에 있지만 진짜로 장바구니로.ㅎㅎ
새해부터 저는 '죽음'에 붙들려있어요, 다락방님.
아니 지난 12월부터요.

다락방 2013-01-09 15:06   좋아요 0 | URL
이상해요, 프레이야님. 영하 [아무르] 탓일까요. 최근에 죽음에 대해 사람들이 꽤 자주 말하는 것 같아요. 현재 화제의 서재글에 올라있는 자노아님의 글도 죽음에 대해 얘기한 페이퍼구요. 지금은 다들 그런 생각을 하는 때인걸까요.

프레이야님, 제가 소설을 무척 좋아하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 예일대 교수의 명강의를 책으로 읽는 것보다는 죽음에 대하여 잘 쓰여진 소설을 읽는 쪽이 적어도 제게는 더 나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셸리 케이건이 강의를 한다면 들어보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요.

Mephistopheles 2013-01-08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걸까 - 이건 절대 답이 없어요.-

다락방 2013-01-09 15:03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예일대 명강의 교수의 책을 읽는다고 해도 제가 어떻게 살아야할지는 잘 모르겟어요, 메피스토님.

2013-01-09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09 15: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09 14: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09 15: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09 2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10 1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10 2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11 1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13-01-11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철없던 시절에 자주 죽음을 생각했어요.
내가 지금 죽어버리면 누군가는 분명히 마음 아파하겠지.
죽음을 누군가에게 복수의 수단으로 사용하려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정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때도 있었구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요?
제 생각에는 그냥 순간순간에 충실하면서 살아야하지 않을까요?
그건 어떤 대의나 가치에 충실하게 사는 것일수도 있고,
욕망이나 욕구에 충실한 삶일 수도 있겠지요.
그 선택이 각 개인의 일생을 좌우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이렇게 말해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에 대한 대답은 정말 어렵지요!
좋은 책 소개 잘 읽었습니다! ^^

다락방 2013-01-14 09:21   좋아요 0 | URL
맞아요, 감은빛님, 복수의 수단. 어쩌면 그랬던것도 같아요.
물론 저는 복수의 수단보다는 낭만적인 수단이었지만 말이죠.

죽음에 대한 책을 읽었다고 해서 기본적으로 제가 가지고 있던 삶에 대한 태도가 달라지진 않는것 같아요. 전 언제나 현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일단은 지금 살고 있는 현재에 충실하자고 생각했거든요. 아마도 그대로 계속 살게될 것 같아요. 감은빛님 말씀처럼 순간순간 충실하게 사는거, 그게 답인것 같아요. 적어도 지금은 말이죠. 앞으로 더 나이들면 생각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지만요.

장분도 2013-05-22 0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이책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저는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매일 고민하고 연구하고 도구들을 계발하며 살고 있습니다.
살아가기 위해 두가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는데, 그것은 바로 identity와 Destiny 인 것 같습니다. (저의 소견으로는요.)

모든 사람들 안에 talent 가 있고,
그 talent를 발견하면 vision이 되고,
비전은 꿈이되고,
꿈은 목표가 되고,
목표는 방향을 같게 하고,
그 방향으로 포기하지 않고 걸으면, 우리 삶에 passion이 생기게 되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Passion은 영향력이 있고,
영향력이 있는 사람을 리더십이 있다고 부르고,
이 리더십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을 우리는 리더라고 부르며,
그 사람은 결국 자기의 identity와 destiny를 define하고 passion을 가지고 리더의 자리에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을 봅니다.

아이러니하게,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결국 죽음이라는 단어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듭니다. ^^

저는 지금 뉴욕 LGA공항 라운지에 있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지금도 죽음에 대해서 생각을 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렇게 죽음을 생각할수록, 더 열심히 살아보고 싶어집니다.
10년 후 혹시라도 제가 이 글을 다시 우연히 보게 될 날이 온다면,
그 때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살아가는 것에 얼마나 의미가 있고,
사람들이 어떻게 identity와 destiny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지, 전하는 행복 전도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장분도 2013-05-22 0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이책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저는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매일 고민하고 연구하고 도구들을 계발하며 살고 있습니다.
살아가기 위해 두가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는데, 그것은 바로 identity와 Destiny 인 것 같습니다. (저의 소견으로는요.)

모든 사람들 안에 talent 가 있고,
그 talent를 발견하면 vision이 되고,
비전은 꿈이되고,
꿈은 목표가 되고,
목표는 방향을 같게 하고,
그 방향으로 포기하지 않고 걸으면, 우리 삶에 passion이 생기게 되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Passion은 영향력이 있고,
영향력이 있는 사람을 리더십이 있다고 부르고,
이 리더십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을 우리는 리더라고 부르며,
그 사람은 결국 자기의 identity와 destiny를 define하고 passion을 가지고 리더의 자리에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을 봅니다.

아이러니하게,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결국 죽음이라는 단어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듭니다. ^^

저는 지금 뉴욕 LGA공항 라운지에 있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지금도 죽음에 대해서 생각을 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렇게 죽음을 생각할수록, 더 열심히 살아보고 싶어집니다.
10년 후 혹시라도 제가 이 글을 다시 우연히 보게 될 날이 온다면,
그 때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살아가는 것에 얼마나 의미가 있고,
사람들이 어떻게 identity와 destiny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지, 전하는 행복 전도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dts] - 할인행사
소피아 코폴라 감독, 빌 머레이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혼자 머무는 호텔, 혼자 타는 기차, 잡히지 않는 마음. 같은 공허함을 가진 낯선이를 만나는 순간, 삶은 다시 괜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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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3-01-07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는 개개인이 가지는 고독지수를 가듬할 수 있는 영화라고 보고 싶어요.

다락방 2013-01-07 11:27   좋아요 0 | URL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도, 25년간 결혼생활을 유지해온 50대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 같아요. 물론 저도 그렇구요. 불안해하다가 누군가를 의지하고 위로하고 위로받다가 또 불안해하다가.. 삶은 그런식의 연속적인 시간을 보내는 것인가봐요.

dreamout 2013-01-07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전에.. 아주 쓸쓸히.. 그렇지만 아주 몰입해서 봤던 기억이 새삼스럽네요.

다락방 2013-01-08 08:55   좋아요 0 | URL
뭔가 할 말이 많아져서 길게 페이퍼를 쓰다가 죄다 지워버리고 한줄로만 썼어요. 저도 혼자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졌어요, 드림아웃님. 아무것도 안하고 멍하니 호텔 침대에 앉아 창 밖을 바라보고도 싶어졌구요. 반드시 도시여야 할 것 같아요. 도시 한복판.
 
한심한 나는 하늘을 보았다
구보 미스미 지음, 서혜영 옮김 / 포레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의미가 없는건 아니지만 굉장히 자극적이고 재. 미. 없. 다. (여전히 별 둘과 셋 사이에서 갈등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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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르 2013-01-07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극적이고 재.미.없.기가 쉽지 않은데..궁금해지네요.
책 커버와 제목이 낯이 익네요.

다락방 2013-01-08 08:57   좋아요 0 | URL
책 읽는 내내 몇번이나 그만읽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별을 두개 넘게 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마지막에 뭐랄까, 약간 마음을 움직이는 부분들이 있기는 해서..에세르님, 그런데 다른 분들 평을 보니 다 좋아요. 저만 안좋아하는 것 같아요. 하핫 ;;
 
아빠 어디 가?
장 루이 푸르니에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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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쁜 아기 선발대회를 이해할 수 없었다. 아직도 그런 것이, 왜 예쁜 아기를 가진 부모를 축하하고 상을 주는지 정말 모르겠다. 그렇다면 왜 장애아를 가진 부모를 벌하고, 또 그들에게 벌금을 물게 하지 않는가? 마치 그들의 잘못인 듯 말이다.-83-84쪽

뭔가 흔적을 남겼다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그 흔적이라는 것은 깨끗하게 닦아놓은 바닥에 흙 묻은 발로 남겨놓은 발자국 같은 것이다. 그래서 혼이 나는 그런 흔적이다.
토마를 바라보거나 멀리 간 마튜를 생각할 때면, 과연 아이들을 만들어낸 것이 잘한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마 아이들에게 물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아이들이 느꼈던 작은 기쁨, 스누피 인형, 따뜼한 목욕물, 고양이의 부드러운 몸짓, 햇살, 공, 마트 산책, 타인의 미소, 장난감 자동차, 감자튀김‥‥‥
이 모든 것이 있어 아이들의 삶도 살아볼 만한 것이었다면‥‥‥하고 바라본다. -1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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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3-01-08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론가의 말투를 흉내내보자면, 예쁜 아기 선발대회가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를 명확히 느끼게 해주는 밑줄이군요. 정말, 공감되요. 예쁜 아이한테 상주면 못난 아이는 벌금받고... 이것도 하나의 편견이자 배척이라고 느낍니다. 뭐 저는 ... 그런거 받을 외모가 아니라 이러...는 걸까요 ㅋㅋㅋ

다락방 2013-01-08 16:48   좋아요 0 | URL
예쁜 아기가 예쁘다는 것은 그 아기의 큰 장점이긴 하죠. 예쁘다면 매력적으로 어필하기도 쉽구요, 여러가지로 생활하기에 편할거에요. 그런데 그런 장점을 줬다고 해서 그 부모에게 '상'을 준다면, 상대적으로 예쁘게 태어나지 못한 아기들의 부모 또 장애아의 부모는 '상 탈만한 부모'가 못되는 셈이잖아요.

이 책의 저자는 아들 둘 딸 하나인데 두 아들이 모두 장애아에요. 그래서인지, 저 문장이 유독 아프더라구요. 잔인하게 느껴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