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와 수잔 버티고 시리즈
오스틴 라이트 지음, 박산호 옮김 / 오픈하우스 / 2016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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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진짜 초반 흡입력이 대단하다. 그나마 수잔이 책을 읽다가 중단하고 일상으로 돌아올 때, 그때야 비로소 나도 함께 일상으로 돌아오는 게 가능해진다. 독서에 재미를 잃은 사람이 있다면 이 책으로 다시 흥미를 갖게 될거라고 장담한다. 그 흡입력이 끝까지 지속되는 건 아니지만 이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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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0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영화에선 토니가 너무 찌질 섬뜩 한남으로 나온대서 보지않았는데 책은 좀 덜한가요? 톰 포드의 문제인거신지...
장르는 너무 제 스타일이라 혹했거든요ㅠㅠ 다락방님 이거 다읽으시면 꼭 자세한 후기 남겨주세요😍

다락방 2017-02-20 17:26   좋아요 1 | URL
롸님, 저 이거 다 읽었어요. 다 읽고 백자평 쓴거고요 ㅎㅎ
책에서도 토니는 좀 찌질해요. 이해가 되기도 하면서 찌질해요. -_-
책의 초반 흡입력은 대단한데 그게 끝까지 이어지진 않고요. 어쩌면 토니 안의 찌질함, 나약함을 우리 모두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뭐 그런 이야기를 좀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끝에 가서는 힘이 빠지더라고요. 초반의 그 어마어마한 재미남을 끝까지 유지하지는 못해요. 지금 제 주변에 두 명이 이 책을 읽고 있는데 둘다 멈출 수가 없다고 했지만, 한 명은 중간을 넘겨가면서는 점점 별로가 되어간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토니 별로에요 -_-

2017-02-20 18:39   좋아요 0 | URL
제가 너무 흥분해서 읽고 계신 중이라는 말로 오독했네요 ㅋㅋ 하긴 다 안읽으셨는데 백자평 쓰셨을 리가ㅠㅠ
다락방님은 계속 토니 별로라고 하시는데 왠지 더 읽고싶어져요ㅋㅋㅋ 책 읽고 제안의 찌질함도 돌아보겠습니다🤔

다락방 2017-02-21 09:39   좋아요 1 | URL
롸님도 읽고 어땠는지 꼭 알려주세요!
분명한 건, 초반에 진짜 엄청나게 빨아들인다는 거예요. 책 읽는데 방해하는 모든 것들에 짜증이 날만큼요! ㅎㅎ
 



호세는 아나스타샤의 친구다. 그러나 그는 아나스타샤를 좋아한다. 아나스타샤가 그레이랑 연인이 된 지금 그는 씁쓸하기만 하다. 그런 호세가 사진 전시회를 연다. 아나스타샤는 친구 호세의 전시회에 찾아가는데, 거기에서 벽에 아주 크게 걸린 자신의 사진을 보게 된다. 게다가 한 두 장이 아니다. 자연스런 아나스타샤의 모습인데, 거기에서 자신의 사진을 보게 될 줄 몰랐던 아나스타샤는 당황한다. 아나스타샤가 자신의 사진을 보며 당황하고 있을 그 때, 사진전을 연 호세가 그녀에게 다가온다. 너의 사진이 반응이 좋다고 말한다, 제일 좋다고. 아나스타샤는 자신의 사진이 이렇게 크게 벽에 걸리게 될 줄은 몰랐다고 당황함을 표현하는데, 호세는 이에 이렇게 말한다.



미리 말하면 니가 부끄럽다고 안된다고 할까봐 말 안했어.



...뭐라고? 이게 말이야 방구야. 아니, 내 사진을 거는데...나한테 말을 안한다고? 내가 부끄러워할까봐? 그러면 안걸었어야지. 미쳤냐, 지금? 이걸 친구라고 그간 두고 있었던 거야? 와- 진짜 그 장면에서 죽빵을 날리고 싶었다. 아나스타샤의 사진은 너무 예뻤고, 나조차도 그 사진을 갖고 싶을 만큼 아름답게 그녀가 나오긴 했지만, 설사 내가 아무리 아름답게 나왔다고 해도 나한테 허락도 받지 않고 내 사진을 올리다니...지금 제정신인가......어쩌면 이렇게 개념이 없지? 그렇게 사람들 다 보게 전시해놓고는 왜 당당하고 자랑스러워하지? 내 사진을, 내 얼굴을 그렇게 내 허락도 없이 모두에게 공개해놓고 왜 뿌듯해해? 쳐돌았냐?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심연》은 이렇게 영화의 시작부터 나를 개빡치게 했는데, 그 다음장면도 난리가 났다. 아나스타샤의 전시된 초상사진 여섯장을 한 남자가 다 샀다는 것. 후훗. 이러면 그레이지. 이런 식으로 등장하시는군... 



영화의 전편에서 그레이는 아나스타샤를 성적 흥분을 위해 때렸다. 아나스타샤는 고통스러워서 울었고, 이에 그레이에게 이별을 고했다. 나는 이것이 고통스럽고, 나의 고통을 보며 네가 흥분해한다는 게 싫다, 고. 그런데 그레이가 전시장에 찾아왔다. 할 말이 있다며 밥을 먹으러 가자고 하고서는 자신에게 돌아와달라 말한다. 이제 니가 싫어하는 그런 거 안할게, 내가 그런 걸 좋아하지만 네가 더 좋아, 하면서는 자신에게 돌아오라고 한다. 이제 그런 계약도 없고 룰도 없다고. 아나스타샤도 그레이를 사랑하고 있던 터라 그레이에게 돌아간다. 




그레이는 진짜 억만장자다. 고작 스물일곱(27)의 나이인데 큰 회사를 가지고 있고 이 회사 저 회사 다 먹어치우고 있고, 15분 꼴로 24,000 달러를 번다고 한다. 그레이는 아나스타샤의 취업을 축하한다며 맥북과 아이폰을 선물로 보내주고, 좋은 헤어샵에 데려가며 개인 요트를 태워준다. 그리고 돈도 준다. 아나스타샤는 이 돈을 받을 수 없다고 수표를 돌려주지만 그레이는 '너 써' 라고 한다. 이에 아나스타샤는 그레이가 보는 앞에서 그 수표를 박박 찢어버리는데, 그러자 그레이는 벌떡 일어나 자신의 비서에게 전화를 해서는 '아나스타샤 계좌에 돈을 넣어' 라고 하는 거다. 아니..왜이러지? 내가 돈 주지 말래잖아? 싫다고 수표를 찢기까지 했잖아? 근데 왜 계좌에 돈을 넣으래? 도대체가 왜이렇게 말을 들어쳐먹질 않는거지?????????????? 야, 싫다고. 싫대잖아. 나도 취업해서 돈 벌고 있는데 니 돈 안받겠다고. 싫다는데 왜 꾸역꾸역 줘?? 얘도 참 어지간히 강압적이네. 진짜 딱 싫어...



이 억만장자 그레이는 자신이 돈 많은 걸 알고 있고 그걸 쓰는데에 거리낌이 없다. 게다가 상대가 자신이 사랑하는 아나스타샤라면 오죽할까. 자선 무도회가 있는 날 밤에 그녀에게 드레스를 골라보라며 수십벌의 드레스를 자신의 집에 가져와 골라보게 한다. 옷걸이에 좌악 걸려있어..




(이 한 칸에만 걸려있는 게 아니라 다른 칸에도 있다)




아나스타샤는 이제 막 입사한 신입직원이다. 출판사에 들어가 편집팀장의 비서를 맡고 있다. 팀장이 지시한 것보다 더 많은 책을 읽으며 자신이 일을 잘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나스타샤를 보는 팀장의 눈빛이 껄끄럽다. 그 눈빛을 목격한 그레이는 가서 자신의 소개를 한다.



남자친굽니다.



그런데 이 팀장도 지지 않는다.



보씁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다른 사람이 내 것을 보는 게 싫다'는 그레이는, 그래서, 아나스타샤가 입사한 회사까지 살 생각을 한다. 인수를 추진중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참 세상 편하게 사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마침 출판업에 진출하고 싶었다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 새꺄. 있는 놈이면 있는 놈답게 있는 거나 좀 잘지켜라. 괜히 여기저기 다 끼어들어서 그것만이 유일한 밥줄인 사람들 굶어죽게 하지말고. 하여간 있는 놈들이 욕심이 똥구멍까지 차가지고... 물론 이건 여자를 온전히 자신 혼자 차지하기 위한 게 더 크지만...


이 팀장은 아나스타샤를, 그레이와 마찬가지로 갖고 싶어하는데-하여간 새끼들 왜 정상적으로 달달한 연애할 생각을 안하고 가질라 그래...개놈들-, 그 과정에서 아나스타샤는 이러지 말라고 하는데도 아나스타샤의 몸에 손을 댄다. 이에 아나스타샤는 그의 고환을 걷어차고(아오마메!!) 그 상황에서 뛰어나오는데, 여기에 빡친 그레이는 그 회사에서 편집팀장을 짤라버린다. 자, 여기까지는 알겠다. 그런데, 갑자기 빈 그 편집팀장 자리에, 편집팀장의 비서였던 아나스타샤가 앉게 된다.



읭??????????????????????????????????????????????????????????




갓 들어온 비서가 자신의 보쓰 자리에 앉게 된다고?????????????????????????????????? 이건 또 무슨 상황이야?????????????????????? 야, 내가 회장 비서면, 회장님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순간 내가 회장 되는거냐?????????????????????????????????? 물론 아나스타샤의 상사는 회장이 아니라 편집팀장이긴 했지만, 이것이 무슨...대학 졸업하고 막 입사한 신입사원이..이게 가능해? 그래서 선임으로 있던 다른 비서가 아나스타샤의 비서가 된다. 이게 무슨 개같은 상황이야. 하아- 그 다른 비서도 아나스타샤에게 축하한다고 말하는데, 하아, 진짜 얼마나 이를 갈았을까. 그거 보면서 얼마나 속상했을까. 그레이는 아나스타샤의 진급을 축하하며 '네가 능력이 있어서' 라고 말한다. 정말? 정말 아나스타샤의 능력이야? 신입사원으로 있는 동안 얼마나 많은 능력을 발휘했길래 갑자기 팀장이 돼?????????????? 



어처구니가 없다.




위에서도 한 번 언급했지만 그레이는 억만장자다. 돈이 많아도 보통 많은 게 아니다. 로또 같은 거 살 필요도 없을 정도로 돈이 많고, 로또를 산다면 당첨된 수의 조합을 포함한 로또까지 죄다 살 수 있다. 그러니 자신의 성적 취향까지 바꾸면서까지 옆에 두고 싶은 아나스타샤를 위해 좋은 옷과 좋은 차와 좋은 음식과 뭐 기타등등을 사주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아나스타샤의 입장에서 막 입사한 신입사원에게 월급이란 많지 않을 터. 자신이 1년에 버는 돈을 그레이가 한 시간안에 다 쓰는 것을 종종 목격할 것이다. 아나스타샤는 나에게 이렇게 돈을 주지 말라고 말하고, 나였어도 이러지 말라고 말했겠지만, 이게 생각해보니 좀 복잡하다. 일단 내 연봉을 한시간안에 소비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나는 그를 만나면서 얼마나 많은 자괴감이 들까. 나 이만큼 벌기까지 겁나 스트레스 받는데 이 사람은 어쩌면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쓰지? 하고 말이다. 그런 한편, 회사 다니기 싫은데 이 참에 회사 그만두고 이 남자 옆에서 지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당연히 들 것 같다. 내가 돈을 보고 그 사람을 사랑한 것도 아니고, 그 사람으로부터 돈을 뜯어내고자 연애를 시작한 것도 아니지만, 마침 내가 사랑하는 남자가 억만장자라면,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해서 해주는 모든 것들을 누린다고해서, 그게 뭐 잘못된 일인가? 그러니 나는 그냥 그가 사주는대로 받아도 되는거잖아? 나 일하기 얼마나 싫었어? 그러니 얼마나 좋은 기횐가 말이다. 이거, 나쁜 거 아니잖아? 안 될 이유가 하나도 없는 거다. 너무나 돈 많은 한 쪽이 다른 한 쪽에게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것도 해주고 저것도 해주는데, 내가 그걸 받지 않을 이유가 뭐란 말인가? 나는 맥북 하나 살 때 이걸 살까말까 몇날 며칠을 고민했고 또 사면서도 할부는 몇개월을 할까를 고민했는데, 이런 내가 그레이를 사귄다면 그냥 '맥북 있었으면 좋겠네' 하고 말하면 끝이잖아? 내가 거의 이십년을 빡세게 일하면서 스트레스 받으면서, 눈에 다크써클 생겨가면서 일했는데, 지금처럼 새벽 다섯시반에 기상해서 하루종일 회사에 앉아있지 않아도 내가 원하는 걸 가질 수 있다면, 내가 그걸 선택하면 뭐 어때? 게다가 그 남자는 나를 사랑해서 나에게 해주는 게 기쁘대. 그러면 쌍방이 좋잖아? 




이게 안될 게 없구먼...좋구먼..... 생각하다가, 그러나 모든 사랑은 잠재적으로 비탄의 이야기라던 줄리언 반스의 말이 똭- 떠올랐다. 그런데 내가 그랑 헤어지게 된다면? 그 다음은?



아아 경력단절..경력단절이 이렇게 오는구먼. 


그와 연애하는 동안 일하지 않았던 나는, 그와 연애중에 부족함 없이 살 수 있었다 해도, 그와 연애를 끝내는 순간 다시 돈이 필요해진다. 그때 가서 일자리를 구하려고 하면 그 연애 기간이 길면 길수록 나의 경력단절의 시간도 그만큼 길어질 터. 재취업을 해도 월급은 쥐꼬리만큼일테고, 재취업이 된다는 보장도 없어. 게다가 나처럼 저기 어디에 있는 대학 나오고 저기 어디에 있는 회사를 다녔던 사람, 뭔가 스펙같은 거 1도 없고, 전문직도 아니며, 나이만 먹은 여자...의 경우엔 재취업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러면 나 어떡해. 뭐 먹고 살아. 아아 경력단절 노노해. 역시 회사를 다녀야겠구나.. 극중에서 아나스타샤는 자신의 일이 좋아서 자신의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하지만, 나는 아니다. 이 일이 싫지만,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지금와서 경력단절 되어버리면 그 다음에 내가 살 길이 막막해지기 때문에 일을 그만둘 수가 없다. 계속 일을 해서 차곡차곡 내 커리어를 쌓아야지, 그래야 홀로된 노년이 다가온다고 해도 먹고살 수가 있겠지, 돈 많은 남자 만났다고 얼쑤~ 하면서 그 돈으로 살다가, 헤어지면 낭패야....



이 얘길 오늘 망고남에게 하니, '위자료를 받으면 되지 않냐' 라고 말한다. 어? 그러네? 그렇지만... 음..... 결혼하지 않고 연애만 길게할 수도 있는 거잖아. 그랬더니 '사귀는 동안 샵을 하나 차려달라고 해' 라고 하더라. 으음... 아무리 그래도 그 말은 못할 것 같아... 출근길에 여자동료1을 만나 이 얘길 하니, '사귀는 동안 계속 돈을 모아야죠, 남자한테 돈 받아서' 라더라. 어? 이것도 또 생각못했네 제기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난 역시 하수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때문에 나는 '부자 남자랑 사귀다 헤어지면 경력단절로 굶어죽을지도 모르니 연애를 하더라도 계속 일을 해서 헤어진 뒤에도 잘 먹고 잘 살자' 같은 거 밖에 생각을 못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레이의 집은 엄청 좋다. 아주아주 크고 방도 많은데 거실에서는 통유리 바깥으로 시내 전경이 다 보인다. 와우- 진짜 내가 꿈꾸는 그런 집이야. 전망 진짜 좋고요! 그런데 그레이가 아나스타샤에게 청혼을 한다. 와우- 아나스타샤는 예스를 말하는데, 예스를 말하는 순간 내 머릿속에는 '저 집에는 가사도우미가 있으니까 아나스타샤는 가사노동에서 해방이구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삶이 졸 편해지겠어. 아아, 역시 가사도우미를 채용할 수 있는 부자 남자랑 결혼하거나 내가 부자가 되어야 하는데, 부자로 태어나지 않은 이상 부자가 되기는 낙타의 똥을 먹는 것보다 어려운 게 아닌가. 히잉 ㅠㅠ 그 커다란 집을 가진 억만장자 그레이가, 자신의 요트로 데려가 네가 운전해봐, 이러면서 여자친구에게 알려주는 억만장자 그레이가 아나스타샤에게 청혼을 하는 순간, 아아, 나는 수키에게 청혼하던 남자가 생각났다. 그는 슈리브포트에 아파트가 있다고 했어!!!!!








우리는 함께 있으면 서로 즐거워해요. 나는 내 침대 안에서 당신을 보고 싶어요. 그런 마음이 너무 심해서 아플 지경이에요. 우리가 함께 더 지내고 나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당신은 지금 당장 살 곳이 필요하잖아요. 내게는 슈리브포트에 아파트가 하나 있어요. 당신이 나와 함께 머무는 것을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214쪽







주말에 여동생이 와서 내 책장을 보면서, 언니 책 자주 파는데 저 책들은 안파네? 하며 수키 시리즈를 가리켰다. 나는 응, 저 책 너무 좋거든, 여주인공 캐릭터가 진짜 짱이야, 했다. 자기 욕망에 솔직하고 또 무조건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아. 아주 당당해. 너무 좋아. 그리고 '나는 슈리브포트에 아파트가 있어요' 하고 청혼하는 남자도 나와. 라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 저문장 너무 외우고 다닌다.



내게는 슈리브포트에 아파트가 하나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거 너무 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런데 그레이는 아파트 하나뿐만 아니라 진짜 별 걸 다 갖고 있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맞다. 나 서울 시내에 아파트 사면 어떤 남자한테 청혼하기로 했는데, 그때까지 딱 기다리라고 했는데, 그가 그게 언제냐고 물었는데, 내가 그랬지. 환갑 때까지는 될까???? 라고. 하아- 인생....Orz 역시 나는 열심히 돈을 벌어야 해.....





아나스타샤는 확실히 나보다 용기가 있다. 그레이의 결혼을 승낙했다는 사실로 나는 그렇게 판단했다. 나라면 그레이에게 이별을 말할 것이다. 세이 굿바이.. 그는 그렇게나 돈이 많지만, 그러나 그를 사랑하는 일이 몹시 피곤한 일이라 그렇다. 과거에 만났었다는 여자가 총을 들고 아나스타샤를 찾아온다. '내게는 없고 당신에게 있는 게 뭐지?' 라면서 총을 아나스타샤에게 겨누는 거다. 아이고야... 게다가 그레이에게 성을 가르쳐준, 성에 눈뜨게 해준 그레이의 엄마 친구는 자꾸 아나스타샤에게 '그랑 헤어져, 너는 그가 원하는 여자가 아니야, 넌 꽃뱀이야' 이딴 소리 해대고.... 과거의 여자들이 자꾸 앞에 나타나서 아나스타샤에게 해코지 하는데, 아니 이런 일들을 겪고서도 그레이를 선택할 수 있다니, 진짜 대단하다. 어쩌면 아나스타샤는 그레이를 진짜 너무 우라지게 울트라캡숑으로 사랑해서 그런걸지도 모르겠다. 이런 피곤함과 고통과 두려움과 신경쓰임을 다 극복하고서도 그의 옆에 있기로 결심할 정도로 그를 사랑하는 걸테지. 그렇지만 나는 이 결혼에, 그가 아무리 큰 아파트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내가 아파트로 청혼하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다고 하더라도, 



NO!!



라고 할 것이다. 나는 살면서 내가 사랑했던 남자의 과거의 여자들이 자꾸 내 눈앞에 나타나길 원치 않는다. 여태 나타난 두 명은 어찌어찌 해결했지만, 사실 그게 해결이 완벽히 된건지도 알 수 없을 뿐더러, 또다른 여자가 나타나서 어떤 식으로 해코지 할 줄 어떻게 아나. 아니 무슨 총 들고 과거의 여자가 찾아와.... ㅠㅠ 내가 피곤해서 이런 남자랑 어떻게 살아. 그에게 아무리 경호원이 여러명 붙어 있다고 해도, 이런 삶을 어떻게 살아. 나는 자유롭고 싶다. 그렇게 총들고 찾아오는 사람 만나고 싶지 않고, '너는 그가 원하는 여자가 아니야' 같은 거 졸졸 따라다니면서 말하는 여자도 마주치고 싶지 않아. 어휴, 나는 고통스러워, 싫어. 피곤해..나는 피곤한 연애를 하고 싶지 않아. 그냥 혼자 지낼래. 나는 그레이에게 이별을 말할거야.



그레이, 잘가.... 안녕. 이소라 노래의 가사처럼, 널 잊진 않을게, 그렇지만 우린 헤어져...




어제 친구랑 이 영화를 보고 나와 집에 가기 위한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내가 '어휴, 그렇게 과거의 여자들이 막 총들고 오는데 그 연애를 피곤해서 어떻게 해, 나는 헤어지자고 할래' 라고 하자 친구가 고개를 끄덕였는데, 그 후에 몇 초간의 적막이 찾아왔고, 나는 갑자기 빵터져서 웃었다.



아 또 왜 나 아나스타샤가 됐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왜 그걱정을 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억만장자남자 사귀면서 경력 단절되는 고민.... 내가 왜 하고있는거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빠져나와라, 얍!! 현실로 돌아와야햇!!





어제 친구랑 에로틱한 장면들이 되게 부드럽고 약하다는 얘기를 하면서, 그레이 비슷한 책 있지 않았나? 하고 둘이 지하철에 앉아서 검색 들어갔다. 나 그거 전자책으로 사서 읽어볼래, 하고. 그런데 제목이 생각이 안나는 거다. 제목에 '파이어'가 들어갔던 것 같은데...파이어폭스? 이건 아니고...캣칭 파이어? 아아 이것도 아닌데...그러다가 똭- 크로스파이어! 하는 벼락같은 깨달음!!




















이 책도 3부작인데, 이게 그레이보다 나은 작품일 수 있을테니, 오오, 재미나게 전자책으로 읽어볼까? 하고 책소개를 봤다.





아니... 이건 뭐 ..... 그레이 쥬니어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치명적인 성적 매력, 세계에서 손꼽히는 재력, 어두운 과거.....무슨 소설 주인공들이 다 이모양이야. 그리고 책소개 더 읽어보니 여기 남자주인공은 28살이다. 그레이보다 한 살 많군. 이렇게 젊은 나이에 뭘 이렇게 이뤄놓은 게 많냐. 치명적인 성적 매력과 세계에서 손꼽히는 재력, 어두운 과거를 가진 남자들은 왜 이렇게 평범한 직장에서 쥐꼬리만한 월급 받는 여자들과 거부할 수 없는 끌림을 느끼는걸까. 참나원...나야말로 평범의 대명사인데, 내가 만난 남자들 중에 치명적인 성적 매력, 세계에서 손꼽히는 재력, 어두운 과거를 모두 다 갖춘 남자는 진짜 단 한 명도 없었다. 치명적인 성적 매력은...뭐여? 세계에서 손꼽히는 재력은... 또 뭐고??????? 그건 어떤 거냐, 대체???



그래서 이 책은 안 읽고 패스하기로 했다. (아니야, 이북 읽어볼까??)




오늘 아침엔 출근하면서 내가 자판기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랑 책을 넣으면 생각이 쏟아져나오는 자판기.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심연》은 지루하고 화나는 영화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저것 생각을 겁나 많이 했거든. 억만장자와의 연애, 경력단절, 과거의 여자...까지. 영화를 보는 것보다 그 후의 생각과 대화들이 좋아서 계속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그렇게 되는 것 같다. 멈추지 말아야지. 




자, 이제 일하러 가볼까. 일을 하고 돈을 벌고 그렇게 서울 시내에 아파트를 사야 내가 청혼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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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윗듀 2017-02-15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이렇게 생각만해도 짜증나는 영화를 보고도 이렇게 재밌는 글이 튀어나오는 락방님! 진짜 자판기야... 내방에 하나 설치하고 싶오... -구 lovelydew

다락방 2017-02-15 14:14   좋아요 0 | URL
스윗듀님 오랜만이에요! 자주 좀 오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스윗듀님 방에 저를 설치해주세요... (부끄..) ㅋㅋㅋㅋㅋ

>.<

단발머리 2017-02-23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그런 억만장자들은 대체 어느 별에서 산대요... 우리로서는 볼 일이 전혀 없네요. ㅎㅎㅎㅎ

나도... 억만장자의 청혼, 아파트, 직장, 승진, 경력단절, 아~~ 드레스, 이런 거 고민해보고 싶어요.
아나스타샤가 되어야겠네요. 영화 봐야겠어요. ㅋㅋㅋㅋㅋ
 

어제는 내가 듣는 강좌의 마지막 시간이었다. 2월 강좌를 신청하지 않기로 결심했고, 어제만 들으면 내가 1월에 신청한 강좌가 끝..종강..마지막..이었다. 대학로까지 갔지만 아아, 수업 들어가기 싫어, 마침 같이 듣는 친구를 혜화역에서 만났다. 친구의 팔짱을 끼고 강의실을 향해 걸었다. 속으로는 계속 듣기 싫다, 놀자고 할까, 술이나 마시자고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주제가 주제인만큼 또 마지막이니만큼 듣자! 하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어제의 주제는 <섹슈얼리티:쾌락과 위험> 이었다.


크- 이 얼마나 재미있는 주제인가. 그러나 내 생각만큼 이 주제의 강좌가 막 재미있진 않았다. 사실 내가 기대한 건, 강좌 아닌 다른 무엇이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모두가 자신만의 페티쉬를 고백한다든가, 어떤 변태행위를 연인이 했을 때 싫었다든가..하는 그런 경험의 교류..였던 것 같아.. 하하하하하. 그런 거 기대하고 강좌에 참석한 것 같아. 그렇지만 강좌에서 그런 얘기는 나오지 않았지. 나는 무얼 바랐던가...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성이 억압되어 있었고 그걸 해방하자고 부르짖고 행동으로 옮기는 등의 운동이 시작되면서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여기에도 부작용들이 생겨났다. 성이 단순히 성만으로 해방을 주장해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인종적인 것과 부딪치면서 '모두가 원하거나' 혹은 '아무도 원하지 않는' 일이 생겨버리기도 했던 것. 이런 역사를 얘기하면서 푸코의 [성의 역사]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푸코는 성이 억압됐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 성이 오히려 생산됐다고 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를 든 것 중에 하나가, '동성애'와 '동성애자' 였다.


동성애는 말 그대로 동성을 사랑하는, 동성과 연애하는 '행위'다. 그러나 '동성애자'는 그 행위를 하는 사람을 가리키며, 이렇게 동성애'자'가 발화되는 순간, 이 사람과 다른 사람들은 '동성애자가 아닌' 사람이 되어버린다는 것. 그렇게 '동성애자'로 자기가 규정되어져 버리면서 동시에 동성애자가 아닌 사람들이 규정된다는 거다. 동성애'자'라는 말이 없었을 때에는, 그냥 동성애가 있고 또 동성애를 하는 사람들이 모두 인간으로 함께 사는 사회였는데, 그것이 어떤 특별한 혹은 특이한 행위가 아니었는데 '동성애자'를 발화하는 순간 규정되어지고 또 구분되어진다는 것. 내가 설명을 잘한건지는 모르겠는데, 나는 강사쌤의 이 설명을 들으면서 뭔가 진짜 크게 깨달음이 와서 고개를 끄덕였다. 쌤이 이걸 설명하시면서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게 무슨 뜻인지 알겠냐'고 수강생들에게 물으셨고, 나는 진짜 완전 알겠고 깨달음이 뽝- 하고 와가지고, 


"네!"


하고 크게 대답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대답을 한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용한 강의실에 나의 목소리만 크게 울렸고 ㅋㅋㅋㅋㅋㅋㅋㅋ다른 사람들도 웃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강사쌤 웃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도 이 상황 웃겨서 웃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강사쌤은 나를 보며 고맙다고 하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아는 것 같다며 고맙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근데 나는 진짜 저 부분에서 너무 깨달음이 온거다. 그러면서 페미니스트들이 너무나 부르짖는 '우리에겐 언어가 없다, 언어가 필요하다' 하는 걸 절실히 느꼈달까. 그러니까 언어가 없다는 것은 언어로 규정지어지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게 아닌가. 하나의 언어로 규정되어지고 그걸 설명하는 다른 언어가 없다면 우리는 그 안에 들어갈 수밖에 없잖아. 다른 식으로 나를 설명할 수 없게 되어버리잖아. 그러자 갑자기 언어라는 게 너무 궁금해지는 게 아닌가! 언어란 뭘까! 언어가 대체 뭐기에 발화되는 순간 집단으로 나뉘고 정체성이 규정되어지는 걸까. 언어란 뭐지? 아, 언어가 궁금하다, 언어를 알고싶어!! 나는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하게 되었고, 그러자 머릿속에 갑자기 '촘스키' 가 떠올랐다. 그간 촘스키에 대한 저서를 읽어본 적이 없는데, 그러니까 몇 해전에 내가 방통대를 반학기 다니는 동안, 그때 봤던 교재에서 '촘스키-언어학자'를 본 것 같은 기억이 나는거다!! 그래서 프린트물에 까먹지 않으려고


언어, 촘스키


라고 써두었다. 촘스키 읽어봐야지, 그렇게 언어학을 공부해봐야지. 그런데 촘스키가 언어 맞나? 하고 오늘 아침에 와서 검색해보았더니 맞더라. 그는 언어학자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어떤 책을 읽어야할지 모르겠고, 그의 여러권의 저서 중에서 '언어'가 들어간 책들은 다 절판이더라.. 히융- 나는 촘스키 말고는 모르는데... 갑자기 또 앞길이 막혀버리네... 물론 집에 촘스키 책은 있다.


















위의 책들중에 1권을 가지고 있는데, 1권 다 읽고 2권 사야지..라고 생각했지만 아직 1권을 펼쳐보지도 못했어? 다른 많은 책들에 대해 그러했던 것처럼... 어쨌든 저것은 세상의 물음에 답하는 것이지, 내가 궁금한 언어학에 대한 것이 아니렸다. 자, 여기서 나는 알라디너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여러분, 제가 언어학이란 것에 대해 알고싶어졌어요. 언어란 게 대체 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조금 공부를 해보고 싶어요. 혼자 책을 읽으면서 기초를 다져보고 싶습니다. 이런 제가 읽을만한 책은 어떤 게 있을까요? 여러분의 추천 부탁드립니다. 제가 이 분야에 대해서 진짜 아무것도 모르므로 지식이 전무하므로, 아주 쉬운, 기본적인, 기초적인 책으로 부탁드립니다. 네, 절판 아닌 책으로요....




요즘엔 공부란 게 무엇인가 계속 생각한다. 

















'엘리자베스 워런'의 《싸울 기회》를 나는 2016년의 책으로 꼽았었는데, 궁극적으로 공부는 이런 식으로 나아가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여러분, 이 책 아직 안읽었으면 어서 읽으세요. 어서 사요!) 내가 궁금하고 내가 알고 싶었고 그래서 내가 공부하지만, 그걸 단지 '나의 지식'을 풍부하게 하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것. 엘리자베스 워런은 그렇게 했다. 자기 혼자 똑똑해지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사회 현상과 문제점에 의문을 품고 거기에 대해 공부하고, '님들아, 님들 그렇게 고생하는 거 님들 탓이 아니야, 이건 이런 문제가 있는 거야, 우리 이거 이렇게 함께 해결해보자' 라고 하는 거다. 와- 진짜 짱멋지지 않나? 나는 궁극적으로 나의 공부가 이렇게 될 수 있기를 바라지만, 엘리자베스 워런처럼 저렇게 근사하게 살기엔 난 지독하게 변방의 사람이 아닌가. 그래도 한 명에게라도 혹은 두 명에게라도 나의 공부가 어떤 영향을 미치고 또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영향을 미치고 또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는 공부하는 내가 더 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여러번 한다. 지금만해도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내가 큰 회사의 경영자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건 회사내의 성교육 때문인데, 얼마전에 한 성인 남성이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성희롱 예방' 교육을 들으면서,


'술은 장모가 따라도 여자가 따라야 맛이지' 라는 말이 성희롱이라고 강사가 그랬는데, 그게 왜 성희롱인지 모르겠다는 말을 하는 게 아닌가. 나는 듣자마자 빡치는 발언인데!! 



이런 식으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저런 교육을 듣는다면 그건 '암기'다. 이해가 아니다. 우리 모두 학창시절을 겪어봐서 알겠지만, 암기는 응용할 수 없다. 이해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해를 해야 한다면, 단순히 성희롱예방교육을 할 게 아니라, 페미니즘을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누누이 얘기하지만 사람들은 무식할 때 용감하고 더 크게 소리친다. 알면 그렇게 못한다. 알면알수록 내가 얼마나 모르는지를 알게 되고, 알면알수록 내가 이건 틀릴 수도 있으니까 더 조심하자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러니까 내가 큰 회사의 경영자가 되어서, 정기적으로 페미니즘 교육을 받게 하는 거다. 페미니즘 강좌를 열어두고. 기초 페미니즘 이론 같은 것은 무조건 듣게 하는거지. 이건 외국어공부처럼 선택적이어서는 안되는 거니까. 이건 성평등에 대한 거니까, 성차별 금지에 대한 거니까, 무조건 듣게 하는 거다. 



주변 내 친구들도 그렇고 페미니즘을 공부하기 시작하는 사람들은, 덩달아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시선이 달라짐을 느낀다고 한다. 내가 얼마나 무지했고 또 성차별에 참여하고 있었는지를 알게 되는 거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순간 세상이 달리 보이고 시야가 넓어진다. 그리고 그렇게 한 번 달라지고나면 결코 옛날로는 돌아갈 수 없다. 그렇게 페미니즘을 알게 되는 순간 저절로 성희롱은 '해서는 안될 것'이라는 인식이 박히게 될 것이고, 그러면 성희롱 예방교육을 암기로 따로 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위에 예시로 든 저 발언이 성희롱이란 걸 이제 '이해는 못하지만', '암기' 했으니, 저 교육을 들은 남자들은 저 말은 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성희롱적인 다른 발언들은 또 숱하게 하게 되겠지. 중요한 건, 페미니즘이다. 페미니즘을 알고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순간, 아, 이런 식의 발언은 안돼, 하고 암기 대신 이해가 찾아온다. 


아아, 내가 좀 더 큰 인물이 되어야 하는데!1

Orz



공부로 세상을 바꿀 수도 있겠지만, 이건 굉장히 원대한 포부라는 걸 안다. 그렇지만 점점 더 아는 사람이 많아지면 좋지 않을까. 공부로 내가 세상을 바꾸지는 못한다면, 내가 한 공부를 사람들과 나눌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내 경우엔 이렇게 글로 쓰기도 하지만, 수업을 듣고 집에 들어갈 때는 내가 그날 무얼 배웠는지, 그래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를 망고남에게 조잘조잘 얘기하고, 다음날에는 회사 직원과 밥 먹으면서 얘기한다. 이런 걸 배웠고 그래서 이런 생각을 했어, 하고. 공부해서 알게 되는 걸 궁극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것도 내가 지향하는 바다. 우리는 결국 더 알고 공부하고 생각하고 깨닫고 그리고 나눠야 하는 게 아닐까?




강좌가 끝나고 친구와 둘이 닭볶음탕을 먹으러 가서 각자의 술잔에 소주를 따랐다. 건배하면서 그동안 고생 많았다고 서로를 다독여주었다. 회사 끝나고 공부하는 거 이거, 정말 쉽지 않은데, 그동안 8주동안 하느라 고생 많았다,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 얘기했다. 나는 친구에게 '사실 오늘 공부하지 말고 놀자고 할까 많이 고민했어' 라고 말하니, 친구 역시 '나도 지하철역에서 널 만나니까 가지 말자고 말하고 싶었어' 라고 하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나 우리 둘다 마지막 수업이니만큼 서로에게 그 말을 하진 않았다. 그리고 수업을 들었고, 그건 잘한 결정이었다. 그렇게 우린 공부의 후기를 나눴다. 확실히 들으니까 좋았어, 피곤했지만 좋았어, 라고. 나는 친구에게 공부해서 좋은 것도 있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꼭 너를 볼 수 있는 것도 좋았어, 라고 하니까 친구도 자기도 그랬다고 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서 그동안의 얘기도 하고 그러니까 참 좋았다고. 그래서 우리는 만약 토요일 강좌가 열린다면 또 듣자, 라고 얘기했다. 퇴근하고 와서 듣고 집에 가고 다음날 출근하는 거 너무 힘드니까, 토요일이라면 꼭 다시 듣자고. 토요일 오후라면 뭔가 더 여유롭게 들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오늘 게시판에 토요일 강좌 개설해달라고 건의를 해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진짜 행동력 장난 아니야 짱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 친구와 밥을 먹고 집에 가서 씻고 자려고 하니 밤 열두시였다. 진짜 겁나 피곤했어. 내가 아침 다섯시 반에 일어나 해 뜨기 전에 출근하는 사람인데, 이렇게 늦은 밤에 내 방 침대에 들 수 있었다. 아 겁나 피곤해. 주경야독은 정말 엄청 피곤한 일이구나. 지난 주에도 그랬는데 이번 주도 마찬가지. 공부한 수요일을 보낸 다음날 아침이면 목소리가 착 가라앉는다. 피곤에 쩐 목소리. 아 더 자고 싶다... 수요일 밤에는 다음날 아침까지 깨지 않고 잠든다. 딥슬립.....




오늘은 술약속이 있고, 몹시 피곤했던 나는 아아, 취소하고 싶다...하고 생각했는데, 취소하고 집에 가서 자고 싶다, 생각했는데, 또 회사 와서 사무실 책상에 앉고 컴퓨터를 켜고 보쓰 방에 한 번 들어갔다 나오니까 겁나 술먹고 싶어지네????????????????????????? 인생.....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는 아침부터 밤까지 계속 무언가를 했던 하루여서 밤에 피곤하긴 했지만, 잠들기 전에 '아 충족된 하루였다', '풍족한 하루였어' 라고 생각했다. 일을 하고 밥을 먹고 이동하고 공부하고 소주를 한 잔 했지만, 그 틈틈이 좋아하는 사람과 꽁냥꽁냥 즐거운 수다를 지치지도 않고 떨었다. 하루종일 소중한 사람과 함께 있는 것 같은 느낌적 느낌 같은 게 들어서, 잠들기 전에 '아 좋은 하루였다, 풍족한 하루였어' 하고 미소지을 수 있었다. 물론 개피곤했어... 그 와중에 느끼는 풍족함! ♡




어쨌든 강좌를 듣는 공부는 이제 멈췄다. 그렇지만 언제고 다시 시작할거라고 생각한다. 좋은 시간들이었다. 여러분 주경야독 페이퍼는 이제 없어요..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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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7-02-09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쉬르는 어떨까... 생각하면서 찾아보다가 구 인문엠디님이 쓰신 페이퍼 발견
http://blog.aladin.co.kr/pop/3088090

다락방 2017-02-09 13:53   좋아요 0 | URL
어머! 심지어 ‘언어와 진화‘에 관해 책 추천해놓은 페이퍼네요. 완전 짱이다... 이런 맞춤한 추천이라뇨. 감사해요 ㅠㅠ

2017-02-14 0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14 1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종이달 2022-03-19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동사의 맛 - 교정의 숙수가 알뜰살뜰 차려 낸 우리말 움직씨 밥상 한국어 품사 교양서 시리즈 1
김정선 지음 / 유유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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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치다

깁다



바늘과 실이 있다. 실을 바늘귀에 꿰고 옷감을 꿰맨다. 굵고 큰 바늘에 굵은 실을 꿰고 두꺼운 헝겊을 맞댄 뒤 이불 홑청을 호듯 듬성듬성 꿰매기도 하고, 가늘고 작은 바늘에 가는 실을 꿰고 바짓단을 접은 뒤 바늘땀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게 꿰매기도 한다. 옷감을 이어 붙인 뒤 바지 안쪽에 세로로 난 바늘땀처럼 안쪽에서 마치 용수철을 꿰듯 감아 꿰매기도 하고, 해진 자리에 다른 옷감을 대고 꿰매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천 사이에 솜을 넣고 죽죽 줄이 가게 박음질하드 ㅅ꿰맬 때도 있다. 순서대로 쓰면 시치고, 공그르고, 감치고, 깁고, 누빈 것이다. 시치는 일은 시침질, 공그르는 일은 공그르기, 감치는 일은 감침질, 깁는 일은 기움질, 누비는 일은 누비질이라고 한다. 

바늘과 실이 지난 자리엔 바늘땀과 함께 이렇듯 낱말도 남는다. 하물며 사람이 지난 자리야. 시친 듯 지난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감친 듯 지난 사람도 있고, 공그른 듯 지나는가 하면 기운 듯 지나기도 하며, 때로는 온통 누비고 다니는 사람도 있으리라.

드물지만 바늘과 실이 사람 몸을 지난 자리도 있다.

어머니의 가슴과 왼쪽 종아리에는 각각 스무 땀과 서른 땀의 꿰맨 자국이 남아 있다. 꽉 막힌 관상 동맥 대신 다리의 혈관을 떼어 내 심장에 연결한 흔적이다.

"사람 몸을 이렇게 누더기처럼 만들어 놓고, 의사들은 참……." 하면서 어머니는 고개를 젓는다. 목숨을 건졌는데 그깟 바늘땀이 대수냐고 나는 무심히 대꾸해 버리지만, 생각해 보면 기가 막히기도 하다. 남이 입을 옷을 짓느라 평생 바느질을 해 온 양반이, 누군가 당신 몸에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하리라곤 상상도 못 했을 것 아닌가.

어머니 몸에 남은 바늘땀을 보고 "바느질 솜씨가 영 형편없네." 하고 내가 짓궂게 놀리면 "그러엄, 이게 누더기처럼 기운 거지 무슨 바느질이니. 이렇게 해 가지고는 밥 먹고 살기 힘들어야." 하며 어머니는 언제 시무룩했냐는 듯 깔깔 웃는다.

'감치다'는 '감쳐, 감치니, 감치는, 감친, 감칠, 감쳤다'로, '깁다'는 '기워, 기우니, 깁는, 기운, 기울, 기웠다'로 쓴다. (p.36-37)




총 302페이지의 책인데 62페이지까지만 읽고 쓰는 리뷰임을 먼저 밝힌다. 대체적으로 책을 읽을 때 앞부분이 좋아도 뒤로 갈수록 힘이 떨어지는 경우도 종종 보아왔으므로 이만큼만 읽고 리뷰를 쓰는 건 지양하는 편인데, 이 책에 대해서라면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는 확신이 든다. 제목 그대로 동사에 대해 마치 국어사전을 펼치듯 설명해 놓았는데, 거기에 대해 저자는 에세이와 또 (본인이 쓴)소설(이라기 보다는 가상의 이야기라고 해야할까-그는 도서관에서 만난 남자 얘기를 자주 풀어놓는다)로써 예를 든다. 동사의 뜻과 활용을 이렇게 맛깔스럽게 풀어놓다니, 이 책은 책장에 반드시 꽂아두고, 동사를 찾아보고 싶을 때 국어사전보다 먼저 꺼내들어야 할, 그런 책이다. 동사의 '맛'이라는 제목은 어찌나 적절한지! 다루는 동사마다 감칠맛나는 글을 덧붙여 두었는데, '감치다'와 '깁다' 편의 저 이야기는 특히나 좋았다. 어머니와의 대화가 완전 생생하지 않은가. 

이것은 사전이면서 동시에 에세이이며 소설이다! 게다가 글을 진짜 지독하게 잘썼어!! 아름다워!!



책 뒷편에 '서평가 로쟈 이현우'가 '바라건대 한국어의 모든 맛을 다시 일깨워 주기를!' 라고 추천사를 썼는데, 완전 공감한다. 나 역시 김정선이 한국어의 모든 맛을 다시 일깨워주기를 바란다. 

여러분, 이 책 진짜 좋다. 읽자. 그리고 책장에 꽂아두자. 동사의 활용이 헷갈릴 때 펴들면 유익할 것이고, 잔잔하고 차분하며 아름다운 글을 읽고 싶을 때 펴들면 또 그대로 만족할 것이다. 진짜 질투나게 글 잘 쓴다.



부르르(질투에 떨리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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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7 1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7-02-07 14:02   좋아요 0 | URL
아 저 아닙니다 ㅋㅋㅋㅋㅋ 다락방 이란 닉네임을 쓰는 다른분 인듯 합니다.

이진 2017-02-07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서 만난 남자 이야기가 궁금한데요, 왜 같이 소개를 안 해주셨나요 다락방님!!

다락방 2017-02-07 14:28   좋아요 1 | URL
소이진님, 안녕?

동사 하나하나에 대해서 짧은 에피소드들이 나오는데, 거기에 종종 도서관에서 만난 남자와의 대화가 들어가 있어요. 소이진님, 이 책 꼭 읽어보세요. 소이진님은 꼭 읽어보셔야 해요. 글 쓰는 분이시라, 이거 진짜 도움 많이 될 거예요!

아무개 2017-02-07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임호부님 글 참 좋죠?
저는 소설의 첫 문장을 읽고 있는데 왠지 소설 준비중이신게
아닐까 하는 느낌적인 느낌이. ㅎㅎ

다락방 2017-02-07 14:36   좋아요 0 | URL
글 정말 질투나게 잘 쓰시더라고요.
게다가 단어에 대해서도 이렇게 잘 알고 계시니, 이런 분이 소설을 쓰신다면 어떤 소설을 쓰실지 너무나 기대 됩니다. ㅎㅎ
소설의 첫문장도 좋은가요? 저도 봐야겠어요.
이 분이 [이모부의 서재]내신 후로 그냥 줄기차게 쭉쭉 책을 뽑으시네요. 본받아야 할 점입니다. ㅎㅎ
그렇지만 이 분에겐 기본기가 너무 탄탄해서...
정말 질투나고 기죽어요ㅠㅠ

2017-02-08 14: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08 14: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08 14: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심야 2017-02-16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옹 그렇군요!! 다락방님께서 질투까지 나실 정도면 정말 얼마나 글을 잘 쓰시는건지 궁금하네요!! 갑자기 읽고 싶다는 욕구가 샘솟는군요!! 장바구니에 넣어둬야겠어요 ㅎㅎ

다락방 2017-02-17 09:41   좋아요 0 | URL
심야님, 에피소드나 예문 자체도 가만가만 좋고요 동사에 대해 정리도 잘 되어 있습니다. 읽으시면 후회하지 않으실거예요! >.<
 
가족이라는 병 - 가장 가깝지만 가장 이해하기 힘든… 우리 시대의 가족을 다시 생각하다
시모주 아키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살림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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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는 십 년 전부터 꽃에 새롭게 눈을 떠, 우리 집 꽃도 그가 장식한다. 들꽃을 취급하는 꽃가게 주인과 친해지는 바람에, 자기 방식대로 자유롭게 꽃을 꽂는다. 그런데 의외로 감각이 좋다. 내가 말하자니 뭣하지만, 때로는 '우와!' 싶을 정도로 꽃들의 조화가 아름답다. 수반이나 꽃병 같은 것드은 내가 전에 취미로 모은 것이지만……. (p.167)




저자는 자신의 남편을 '반려'라 칭하며 시종일관 건조한 시선을 유지한다. 어느정도의 거리도 느껴지고 또 담백한데, 저렇게 꽃에 대해 관심을 가진 자신의 반려에 대해 칭찬한 게 이 책을 통틀어서 가장 친근한 부분이었을 것이다. 내가 만약 결혼이나 동거를 하게 된다면, 나도 나와 함께 사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이렇게 건조한 시선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이들 부부는 삼십년 이상을 함께 살았는데, 그렇다면 함께 사는 시간이 나쁘지 않았다는 것일텐데, 이렇게 글로 쓸 때는 건조함을 유지하는 게 신기하고 좋아 보였다. 내가 그럴 수 있을까? 난 이렇게까지 건조하진 못할 것 같아. 


자연스레 신형철이 자신의 책에서 낯뜨거운 감사를 했던 게 떠올랐다. 내가 그 부분 때문에 그 책을 안샀고 신형철에 대한 관심을 끊었더랬지... 



자신의 반려에 대한 건조한 시선이 독특했지만 이 책 자체는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고 재미있지도 않다. 각자가 자신의 몫을 잘 살아야 한다는 걸 일찍부터 깨달은 사람의 이야기이고 또 그런 주변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인상적이었지만, 확실히 제목이 제일 근사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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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7-02-06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느낀 그 지점이 겹쳐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지나친 칭찬, 헌사는 왠지 저도 거부감이...그냥 요새는 왠지 건조하고 좀 담백한 글들이 좋아지더라고요.

다락방 2017-02-07 08:34   좋아요 0 | URL
네, 그간 신형철을 좋아했었는데 자신의 책을 마치 청첩장인듯 쓴 걸 보고 정말 당황스러웠어요. 자신의 책이고 자신이 하고싶은 대로 하는거지만 어휴, 제 취향은 아니더라고요. 그런참에 이 책의 저자는 어찌나 건조하던지. 그 건조함이 나쁘지 않았던게, 건조하다고 해서 그들 사이가 심드렁하거나 무심한 사이는 아닌걸로 보였거든요. 긴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또 아이를 낳지 않기로 서로 얘기한 거라서 그렇게 서로에 대한 신뢰로 함께 오래 살아온 것 같았어요. 그렇지만 ‘반려‘라 표현하며 건조하다니, 참 좋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