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는 병 - 가장 가깝지만 가장 이해하기 힘든… 우리 시대의 가족을 다시 생각하다
시모주 아키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살림 / 201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반려는 십 년 전부터 꽃에 새롭게 눈을 떠, 우리 집 꽃도 그가 장식한다. 들꽃을 취급하는 꽃가게 주인과 친해지는 바람에, 자기 방식대로 자유롭게 꽃을 꽂는다. 그런데 의외로 감각이 좋다. 내가 말하자니 뭣하지만, 때로는 '우와!' 싶을 정도로 꽃들의 조화가 아름답다. 수반이나 꽃병 같은 것드은 내가 전에 취미로 모은 것이지만……. (p.167)




저자는 자신의 남편을 '반려'라 칭하며 시종일관 건조한 시선을 유지한다. 어느정도의 거리도 느껴지고 또 담백한데, 저렇게 꽃에 대해 관심을 가진 자신의 반려에 대해 칭찬한 게 이 책을 통틀어서 가장 친근한 부분이었을 것이다. 내가 만약 결혼이나 동거를 하게 된다면, 나도 나와 함께 사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이렇게 건조한 시선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이들 부부는 삼십년 이상을 함께 살았는데, 그렇다면 함께 사는 시간이 나쁘지 않았다는 것일텐데, 이렇게 글로 쓸 때는 건조함을 유지하는 게 신기하고 좋아 보였다. 내가 그럴 수 있을까? 난 이렇게까지 건조하진 못할 것 같아. 


자연스레 신형철이 자신의 책에서 낯뜨거운 감사를 했던 게 떠올랐다. 내가 그 부분 때문에 그 책을 안샀고 신형철에 대한 관심을 끊었더랬지... 



자신의 반려에 대한 건조한 시선이 독특했지만 이 책 자체는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고 재미있지도 않다. 각자가 자신의 몫을 잘 살아야 한다는 걸 일찍부터 깨달은 사람의 이야기이고 또 그런 주변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인상적이었지만, 확실히 제목이 제일 근사한 것 같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blanca 2017-02-06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느낀 그 지점이 겹쳐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지나친 칭찬, 헌사는 왠지 저도 거부감이...그냥 요새는 왠지 건조하고 좀 담백한 글들이 좋아지더라고요.

다락방 2017-02-07 08:34   좋아요 0 | URL
네, 그간 신형철을 좋아했었는데 자신의 책을 마치 청첩장인듯 쓴 걸 보고 정말 당황스러웠어요. 자신의 책이고 자신이 하고싶은 대로 하는거지만 어휴, 제 취향은 아니더라고요. 그런참에 이 책의 저자는 어찌나 건조하던지. 그 건조함이 나쁘지 않았던게, 건조하다고 해서 그들 사이가 심드렁하거나 무심한 사이는 아닌걸로 보였거든요. 긴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또 아이를 낳지 않기로 서로 얘기한 거라서 그렇게 서로에 대한 신뢰로 함께 오래 살아온 것 같았어요. 그렇지만 ‘반려‘라 표현하며 건조하다니, 참 좋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