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 살인 사건의 린다 1 형사 벡스트룀 시리즈
레이프 페르손 지음, 이유진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1권에서 남자주인공의 여성비하,여성혐오,성적대상화 진짜 오지는데, 이게 앞으로 다르게 펼쳐질 거라 부러 설정한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2권까지 다 읽고나서 이 놈이 어떤 놈인지 다시 얘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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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7-11-22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방님 2권까지 읽은 감상평 보고 사든가 말든가 해야겠어요...

다락방 2017-11-22 13:31   좋아요 1 | URL
네네. 왜 이런 남자가 주인공인거지? 하고 자꾸 갸웃하게 돼요. 아마 거기엔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추측해봅니다. 2권까지 읽어보면 알 수 있겠지요.
저는 오늘 비연님 페이퍼 보고 오리엔탈 살인사건? 그거 장바구니에 넣었어요. 땡투하고.
지금 그거 한 권만 살까 아니면 또 5만원어치 사서 식판 하나 더 받을까..고민중입니다. ㅋㅋㅋㅋㅋ

비연 2017-11-22 23:07   좋아요 0 | URL
홋. 오리엔탈 특급살인은 명작이라 꼭 보셔야 하는 거지만...5만원어치 채워서 식판..ㅎㅎㅎ ;;;
 
















김숨의 《당신의 신》을 읽는 중이다. 아주 작고 얇은 책인데 단편 세 편 실린 게 전부이다. 그중 첫번째 단편 <이혼>을 읽는데, 여기에는 내가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든 구절이 나온다.



"나는 당신의 신이 아니야. 당신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찾아온 신이 아니야. 당신의 신이 되기 위해 당신과 결혼한 게 아니야." (p.64)



남편은 해고노동자들의 사진을 찍는 사람이다. 그래서 항상 지방으로 출장을 가서 며칠씩 집에 안들어오기도 한다. 아내가 유산을 했을 때, 그리고 항암 치료할 때를 포함해서 아내가 힘들고 우울한 시간을 보내는 그 순간순간마다 남편은 곁에 없었다. 결혼해서 남편이란 존재가 있으되, 남편과 아내로 불리고 있으되, 그러나 혼자인 것과 별다를 게 없는 시간. 가끔 '인간 뭘까?' , '인생 뭘까?'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게 하는 일이 생기는데, 바로 이럴 때가 그렇다. 해고 노동자들의 사진을 찍어주고 그들의 곁에서 그들의 얘기를 들어주는 남편은, 그러나 가장 가까운 아내의 고통에 대해서는 굳이 알려하지 않는다. 


그래놓고서는 아내가 이혼을 하자 말했을 때, 그것을 남편의 영혼을 내치는 것처럼 얘기한다.



이혼을 원한다는 그녀의 요구를 그는 번번이 묵살했다. 혀가 꼬이도록 술을 마시고 들어온 날 밤, 마침내 따지듯 그녀에게 물었다.

"당신, 무엇을 위해 시를 쓰지?"

"무슨 말이야?"

"시 말이야. 무엇을 위해 쓰지? 응?"

그녀가 차가운 침묵으로 일관하자 감정이 격해진 그가 다그치듯 물었다.

"인간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시를 쓰는 것 아니었어?"

"영혼­……? 나는 당신과 이혼하고 싶은 것뿐이야."

"그러니까 날 버리겠다는 거 아니야?"

"버리다니? 누가 누구를?"

"네가, 나를!"

"나는 지금 당신을 버리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야. 당신과 이혼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지."

"그게 그거 아닌가?"

"억지 부리지 마!"

"네가 날 버리는 건 한 인간의 영혼을 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므로 앞으로 네가 쓰는 시는 거짓이고, 쓰레기야." (p.58-59)





위 부분을 읽다가 '나였어도 이혼했겠다'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혼하자는 아내에게 자신을 버리는 거라고 말하다니. 대체 무슨 심뽀인줄 모르겠다. 그리고 이혼하는 게 한 인간의 영혼을 버리는 거라고?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과 어떻게 같이 살지? 나는 당신의 신이 아니다. 나는 당신의 애인이 되려고 했던 거고, 아내가 되려고 했던 거지, 당신의 신이 되려고 했던 게 아니다. 마치 나를 당신의 영혼을 구원해줄 사람으로 여기는 게 나를 뭔가 되게 크게 소중하게 여기는것마냥 생각하는 것 같은데, 착각이다. 나는 동등한 관계이길 원하지 당신의 위에서 당신을 끌어올리려고 당신을 만나는 게 아니다. 


위 부분을 읽는데, 여자를 김치녀나 된장녀, 김여사로 표현하는 것만이 혐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위치에 두지 않는 거, 한없이 높은 곳에 두려하는 거, 그거 한다고 내가 좋아할 것 같냐. 나는 그냥 너랑 같은 인간이다. 나는 인간이고, 너의 여자친구이고, 애인이고, 아내야. 신이 아니야. 내가 신이라면 인간인 너와 어찌 함께 걷니... 

너는 나를 신이라 칭하고 니 영혼을 구원해줄 사람이라 여기면서 너랑 헤어지지 못하게 만들려하지.

노노, 그런 건 노노해... 노노.


안녕... 세이 굿바이.....





여성혐오는 스펙트럼이 매우 넓은 개념입니다. 무엇보다 여성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여성을 추켜세워 숭배(성녀와 개념녀, 미녀 등) 하거나,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간주하여 낙인(창녀와 보슬아치, 김치녀, 추녀 등)을 찍는 행위-을 통해 여성들 사이에 위계질서를 도입하는 권력기제입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여성혐오는 숭배의 자리를 환상으로 남겨놓고 여성을 자기 착취의 구조 속으로 들어가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분할 통치 방식으로 가부장제는 지금껏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미소지니를 여성비하나 멸시로만 번역하는 것은 여성혐오 개념의 다층적 층위를 충분히 반영할 수 없습니다. 여성멸시와 여성비하는 여성혐오의 하위범주일 뿐입니다. (p.144)









회사 동료이자 좋은 친구가 되어주는 E 는 고양이를 매우 좋아한다. 인스타에서 고양이 사진 자주 올라오는 계정들을 팔로우 해놓고 자주 들여다보곤 하는데, 그렇게 내게 《히끄네집》이란 책의 존재를 알려주었다.















이 책이 요즘 엄청 잘 팔려서 벌써 5쇄를 찍었다든가 하는 얘기를 하면서, 굿즈 영향도 있는 것 같다는 거다. 이 책의 굿즈가 히끄의 등신대라는 것. 





히끄의 등신대 덕에 히끄네집 이 더 잘 팔리는 것 같다면서, 내게도 굿즈를 만들 것을 권했다. 아마 내가 내 책 안팔린다고 징징대서 나름의 방법을 제시한 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차장님, 차장님도 책 잘 팔리게 굿즈 만들어 보시는 거 어때요?

- 뭐로? 등신대?

- 네, 차장님 실물 사이즈와 똑같은 등신대요.



아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아무리 나지만 정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깝깝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 등신대 있으면 그걸 뭘해 대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히끄 등신대는 귀엽기라도 하고 책상에 두기라도 할 수 있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 등신대로 뭐하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도대체 뭘 어째야 하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다락방 등신대를 굿즈로???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연어사시미나 먹으러 가야겠다. 빠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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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7-11-22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어 사시미 좋네요. 빠샤.
근데 락장님 등신대를 굿즈로.. ㅎㅎㅎ;;;; 그것도 실물 사이즈와 똑같은... 허허;;;;

다락방 2017-11-22 10:50   좋아요 0 | URL
아아 E 에게 그렇게 물을 걸 그랬어요.

˝내 등신대가 굿즈면 너는 내 책을 사겠니?˝ 라고요.

그러면 아마 E 도 흔쾌히 산다는 대답을 못하지 않을까요.... 하하하하하

syo 2017-11-22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등신대 ㅋㅋㅋㅋ
저도 만약 책 나올 일이 있다면 등신대 홍보전략을 써야겠어요.

교보문고에 들르신 고객님들께 안내말씀 드립니다. 지금 매장에 계신 고객님들 중 syo의 책을 사지 않은 분들께 강제로 syo의 등신대를 줘버릴 예정이오니, 그 꼴 당하기 싫으시거든 책을 사가시기 바랍니다.

다락방 2017-11-22 10:5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등신대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진짜 미치겠어요. 등신대가 너무 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관리가 안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방에 놓으면 무섭고 거실에 놓기 부끄럽고 바깥에 세워두면 등신대가 추울거야....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쇼님은 책 나오면 최초로 작가 등신대 한 번 갑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7-11-22 11:07   좋아요 1 | URL
syo등신대는 작아서 휴대가 간편합니다

-_ㅠ

다락방 2017-11-22 11:16   좋아요 1 | URL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러면서 왜 울기만 하는가..)

에이바 2017-11-22 11: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김숨 작가 책이 두 권 나왔잖아요. 염소랑 당신의 신 둘 중에 뭘 읽어야 하나 했는데(저는 김숨 글을 처음 읽거든요. 이름은 알지만...) 저 이혼이라는 글 때문에 당신의 신을 읽기로 했어요. 그런데 다락방님도 그렇다고 하시니 반가와 댓글을 남깁니다. 문제는 책을 사도 읽을 시간이 없다는 거... 흑흑 참 비겁해요. 맨 정신으로 문제를 마주칠 용기가 없어서 술을 마시고 들어와선 너의 시는 쓰레기라고 비난하는 모습이요. 히끄 책 잘 팔리는 거 등신대 덕분 맞아요 ㅋㅋㅋㅋㅋㅋ 넘넘 귀엽죠. 요즘 조금 지나긴 했지만 대세는 미니멀리즘이니까 다락방님도 귀여운 미니 다락방 등신대를...

다락방 2017-11-22 11:18   좋아요 1 | URL
안녕, 에이바님?

저는 김숨 글을 읽은 적이 있었고 내심 기대하는 작가예요. 일전에 비..를 소재로 한 단편집에서 김숨 글을 읽고 ‘이 작가 챙겨봐야지‘ 했던 기억이 나요. 그래서 최근에 [한 명]인가 그 책도 사두었는데 아직 읽지 못했거든요. 그러다 이혼의 인용구를 보고는 읽자!! 하고는 냉큼 사서 냉큼 읽고 있답니다. 후훗.

말씀하신 부분에서도 그렇지만 저는 남편이 너무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는 너랑 헤어지기 싫어‘라고 차라리 솔직히 감정을 인정하는 편이 나을텐데 ‘내 영혼을 버리는거야‘ 라고 말하다니, 이혼하는 책임을 전적으로 여자에게 물고 또 그렇게 해서 여자의 죄책감을 건드리려고 하는게 너무 싫은 거예요. 그럴 때일수록 오히려 강하게 내쳐버려야 하는 것 같아요. 어휴 너무 싫음요...


미니 다락방 등신대......라면 조금 팔리려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니 다락방 등신대 보다는 히끄 등신대가 이천배쯤 더 잘팔릴 것 같은데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어쩐지 슬퍼한다)

단발머리 2017-11-22 1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같은 위치에 두지 않는 거, 한없이 높은 곳에 두려하는 거... 에서 <제2의 성>의 체취를 느낍니다. ^^

저도 다락방님 미니 등신대에 한 표요~
근데 진짜 이름이 이거예요?
등신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7-11-22 11:34   좋아요 1 | URL
네, 그러고보니 제2의 성 생각도 나네요. 저 제2의 성 3편 신화부분 읽고 있어요. 어휴 진도 안나가요 ㅋㅋㅋㅋㅋ

진짜 이름이 이거예요. 등신대. ㅎㅎㅎㅎㅎ
네이버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아래와같이 나옵니다.

등신대 (等身大) [등ː신대]
[명사] 사람의 크기와 같은 크기.

유부만두 2017-11-22 13: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인용하신 부분 남편은 자기가 사진 찍으며 해고노동자들을 구원한다고 여기는가봐요. 아우 싫다!!!

다락방 2017-11-22 16:11   좋아요 2 | URL
음. 그러게요.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의 영혼을 구원하는 구원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걸까요?
어제 어딘가에서 김숨 작가 되게 조용하다는 기사를 봤었는데 작가의 성격은 소설에 드러나는가 봐요. 책 속 등장인물들도 되게 조용해요.
 


토요일엔 영화 《리빙 보이 인 뉴욕》을 봤다. 극장에는 나를 포함해서 여자 일곱명이 관객의 전부였다. 그 중에 다섯명은 나처럼 혼자온 사람들이었고 커플이 한 쌍. 우리 모두 여자들... ㅎㅎㅎㅎ 상영관은 1관으로 컸는데 주말에 이렇게 관객 일곱명이어서 어쩌나..라는 전혀 내가 할 필요 없는 걱정을 잠깐 오지랖 넓게 해보았다.


영화는 추천할만한 건 아니다. 영화 평에 보면 막장이란 말이 많이 보이던데, 음.. 막장이라면 막장이랄 수 있겠다. 어쨌든.

추천할만하진 않지만 나는 나름 여러가지가 인상깊었는데, 그중 하나가 주인공인 '토마스'의 입장에서는 아버지의 내연녀인 '조한나'가 토마스에게 하는 말이었다.


니가 아는 게 다가 아니야.

니가 아는 게 잘못된 걸 수도 있어.



토마스는 이십대 초반의 청년으로 아직 이렇다할 직업을 가진 것도 없고, 애인이 있는 '미미'를 짝사랑하고 있다. 미미와 자기 사이에 특별한 게 있다고 생각하는데 미미는 자신에게 '그저 실수로 하룻밤을 같이 보낸' 거라고 한다. 그런 참에 아버지가 다른 여자랑 함께 있는 장면을 보게된 것. 그리고 아버지는 어머니를 떠나 내연녀와 결혼할 생각까지 갖고 있단 걸 알게된다. 이에 토마스는 조한나를 찾아가 자신의 아버지랑 헤어지라 말한다. 이미 안그래도 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는 엄마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무너질 거라는 것. 그때 조한나가 토마스에게 '니가 아는 게 다가 아니야, 오히려 네 엄마가 원하는 걸 수도 있어'라는 말을 하는 거다. '어쩌면 네 엄마도 네 아빠랑 헤어지는 게 더 행복할 수도 있지' 라고. 토마스는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며 그녀를 말리고자 하는데, 토마스의 입장에서는 아버지랑 헤어지는 것이 어머니에겐 무너질만한 일일 수밖에 없는 거다.









물론 시간은 흘러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헤어지자고, 다른 여자가 있다고 얘길 한다. 이 사실을 알고 토마스는 어머니가 걱정되어 부랴부랴 찾아가지만, 어머니는 무너지지 않았다. 그리고 조한나가 말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된다. 어머니 역시 나름의 비밀을 숨기고 25년간 결혼생활을 유지했던 것. 어머니는 다른 남자를 사랑하고 있었던 거다. 혹여라도 그것이 밖으로 꺼내어지면 토마스에게 상처가 될까봐 꾹꾹 숨기고 참고 살았던 거였는데, 이제 그 비밀까지도 토마스가 다 알아버렸다. 반드시 그것만이 이유가 된 것은 아니었지만, 어머니는 '다른 사랑'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예술가들과 자주 교류하고 넉넉하게 살았음에도 계속 우울해했고, 오로지 토마스만을 바라보며 살았더랬다. 이렇듯 사랑하는 사람을 다른 데 두고 다른 사람과 사는 것은 내내 삶을 우울하게 만들수도 있어...



그런 한편 어머니가 25년을 내내 가슴속에 품고 살아왔던 남자도 마찬가지. 그는 그녀를 사랑하지만 이미 다른 남자의 아내이기 때문에 어쩌지를 못하고, 그저 홀로 그 긴 세월을 살아간다. 그렇게 허구헌날 술을 마시면서 그녀를 그리워만 한다... 나는 사랑에 미쳐서 사람이 한없이 우울해지거나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씩씩하게 버텨내기를 바라지만, 그렇지만 그것은 그저 내 바람일 뿐, 이렇게 내가 간절히 원하는 단 하나의 상대와 내가 이루어지지 못했을 때는 한없이 절망속으로 빠져버릴 수도 있는 거다. 무엇보다 내가 그걸 경험해보지 않았는가. 나는 한 달 내내 울며 보낸 적이 있었다. 걷다가 울고 음악 듣다 울고 지하철 안에서 울고 산에서 울고.... 아아, 생각하기도 싫을 만큼 아픈 날들이었지. 나는 사랑을 잃고 씩씩하기를 바라지만, 그러나 사랑을 잃고 무너질 수밖에 없는 마음도 너무나 잘 알겠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어떡해야 한다? 사랑을 지켜야 한다.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 상대에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관계가 끊어지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노력해야 해.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란 것이 둘 사이에 끼어들기도 하지만...



그래서 이 영화는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영화는 아니지만, 내 나름대로 좀 애틋한 영화가 되었다. 무엇보다 '다른 이야기'가 있을 수 있다는 것,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주었고, 내가 간절히 원하는 사람과 함께 하지 못했을 때 사람이 얼마나 많이 우울해질 수 있는지도 알 수 있게 되었으니까. 


인생 뭐냐

사랑 뭐지?



그건그렇고, 남자주인공은 넘나 매력없어... -0-



보다가 케이트 베킨세일 머리 너무 이뻐서 아아, 나도 머리 길게 웨이브 해야겠다...라고 생각했지만, 저 영화 보기 바로 직전에 컷트친 사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렇게 머리 기르려면 한 십 년 걸리려나.... 그러면 내 나이가 몇이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내가 오늘 아침에 알라딘 주문해서 식판이 올 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신간을 넣지 못했다는 게 넘나 슬프다.... 아니, 루시 바턴도 못샀는데 무슨 형제 또 나오고 그래? ㅜㅜ 좋으면서 싫고 싫으면서 좋고 그래..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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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7-11-20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다락방님 페이퍼 읽으니까 영화 보고 싶은대요.
영화 보러 자주 나가는 사람은 아니지만,
이번주에는 혼자라도 나가야겠어요. 매력적인 남주도 볼겸 겸사겸사^^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신간들이 줄을 섰네요.
으흠... 저도 엘리자베스는 딱 한 권 읽었던 터라 뭘 먼저 읽을까~~ 행복한 고민중~~

다락방 2017-11-20 11:02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남주는 매력적이지 않아요. 아오 찌질하고 답답하고 제가 안사귀고 싶은 스탈의 남자사람 ㅋㅋㅋㅋㅋ
이 영화가 아니라도 다른 영화라도 보러 훌쩍 나갔다 오세요, 단발머리님. 맛있는 것도 사 드시고요. 저는 육개장칼국수 사먹어봤는데 다시는 안사먹어도 된다고 생각했어요. 역시 경험이 중요해요. 헤헷.

저도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올리브 키터리지] 딱 한 권 읽은 게 전부라 저 두 책 모두 사고 싶어요! 앗! 에이미와 이사벨은 가지고 있는데 안읽었네요. 다른 많은 책들이 그렇듯이... 하하하하하

스윗듀 2017-11-20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읽는 다락방님 페이퍼..역시 재밌어 크으 ㅠㅠ 다락방님 저는 얼마전에 <뉴니스>라는 영화를 혼자 봤는데 넘나 잼났어요. 현실 모던 러브의 반영이랄까. 조금은 유치하고 어리고 우리가 아는 그 얘기긴 하지만 여주 남주 모두 매력적이었더구욧! 특히 니콜라스 홀트 너...하아 ㅋㅋㅋ 다락방님도 만약 보시게되면 같이 감상 나눴으면 해요. 히힣

다락방 2017-11-20 13:12   좋아요 1 | URL
아니, 스윗듀님! 이게 얼마만입니까! 대체 그동안 뭐하시느라 이렇게 오랜만에 나타나신 거예요?! 안그래도 며칠전에 문자메세지함 정리하다가 아주 오래던에 스윗듀님과 나눴던 문자메세지가 보관되어 있는 걸 봤답니다. 아아, 스윗듀님 요즘 뭐하고 지내시나... 생각했던 참이었어요. 생각만 하면 이렇게 똭- 나타나는 마법! 매직! ㅎㅎㅎㅎㅎ

뉴니스 라는 영화는 제목도 처음 들어보는데 지금 검색해보니 데이트앱을 통해 만난 커플의 이야기네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상영시간이 저랑 안맞아서..흐음... 다운 받아 보든지 해야겠어요. 후훗.

비연 2017-11-20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달달한? 영화 안 본 지 너무 오래 되어서 이거 (제목 때문에) 볼까 했더니 그런 내용이 아니었네요..ㅜ
저스티스 리그나 봐야겠어요 ;;;;

다락방 2017-11-20 15:56   좋아요 0 | URL
주인공 토마스는 아버지의 내연녀와 섹스하고 그런데 그 아버지가 사실 알고보니 생물학적 아버지가 아니었고...같은 내용이 나와요. 로맨스랑은 좀 거리가 멀어요. 하핫.

비연 2017-11-21 08:19   좋아요 0 | URL
헐... 로맨스 아니군요 ㅠ

다락방 2017-11-21 08:37   좋아요 1 | URL
영화 카피에 썸머가 가고 가을이 왔다 이래가지고 달달이 로맨스인줄 알고 가서 봤네요. -_-
막장+로맨스 코딱지만큼+성장드라마=딱히 안봐도 된다
이런 공식이 나옵니다. ㅎㅎ
 

무거운 책이라 독서대를 이용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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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9 2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7-11-20 07:05   좋아요 0 | URL
딩동댕!!

비연 2017-11-20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의 공부? 하는 포스심다..^^

다락방 2017-11-20 08:21   좋아요 1 | URL
그런 자세로 임해야 하는 책임엔 틀림없습니다!! ㅎㅎㅎㅎㅎ

비연 2017-11-20 15:14   좋아요 0 | URL
저도 구석에 쳐박아두었던(!) 독서대를 오늘 꺼내볼까 하는 마음이 몽실몽실 올라오네요 ㅎㅎ
(흠흠.. 그럼 공부를 해야 하나요 ㅜㅜ)

다락방 2017-11-20 15:57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그냥 책만 읽으세요. 두껍고 무거운 책은 들고 보면 모가지도 아프고 팔도 아프고 그래요 ㅠㅠ
 
현남 오빠에게 - 페미니즘 소설 다산책방 테마소설
조남주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표지에는 <페미니즘 소설>이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다. 이것은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는데, 일단 페미니즘 소설에는 어떤 게 있을까, 읽어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바로 선택가능한 책이 되니 좋을 것이고, 페미니즘은 걸러가자, 라고 하는 사람에게는 바로 걸러내버릴 책이 되니 단점이 될 것이다. 실상 페미니즘에 관련된 입문서, 안내서, 소설까지, 정작 읽어야 할 사람은 '페미니즘은 걸러가자'고 하는 사람들 쪽일테니까. 접근을 용이하게 한 것이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 되는 것이다. 


또한 페미니즘 소설이라는 타이틀이 작가들에게 주어진 순간, '페미니즘 페미니즘' 하고 머릿속에 가득차서 글을 풀어내는 게 좀 자유롭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연달아 세 편이 '사실의 기술'에 가까우며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의 다른 버전들을 만나는 것 같았으니까. 애인에게 파혼을 선언하는 여자, 집에서 장녀인 여자, 아들을 키우는 여자의 이야기들이 순차적으로 나온다. 우리가 연애를 하면서, 집에서 딸로 자라면서 겪었던 것들이 이야기되어지고, 그리고 결혼해 남편과 살면서 자식을 키우는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되어지고 있다. 우리가 그 삶 속에서 '어 이건 아니지 않나' 했던 것들 혹은 '이건 아닌 것 같은데...'라고 스스로에게 자꾸 되뇌었던 것들. 그 의문과 불안,걱정은 어느 한 시기에 진행되었다 끊기는 것이 아니고 여자로서 살아가는 평생 이어진다. 그러므로 이 책의 실린 단편의 순서는 어쩌면 의도적인 것이였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소설 혹은 문학에 기대하는 바는 사실 기술 그 너머에 있다. 단순히 현실과 사실을 고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넘어서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책은 내가 기대하는 바를 충족시켜주지는 못했다. 이것 말고 조금 더, 를 바라게 하는 거다. 이건 사실 소설을 대하는 독자의 개인적 취향일 것이다. 누군가는 소설의 의미가 바로 현실을 날카롭게 꼬집는데 있다 할 것이고, 내 경우엔 그걸 넘어서 '그 무엇'에 닿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1더하기 1은 2다', 라고 말해지고 그걸 읽어서 아는 게 아니라, 읽는 과정에서 '앗! 1더하기 1은 2인거구나, 2일 수 있는 거구나!' 하게 만들어지는 걸 원한달까.  '김이설' 작가가 자신의 단편 뒤에 실린 '작가의 말'에서 '망치로 남자 머리를 깨부수는 여자가 등장하는 십 년 전에 쓴 소설이 더 페미니즘적인 소설이었나 싶고(p.122)'라고 한 것처럼, 이 책속의 작가들이 그저 자연스레 자신이 쓰고 싶었던 이야기를 하는 쪽에 더 페미니즘이 드러날 수 있을 것 같다. '페미니즘' 이라고 주제를 딱 던져놔 버리니 오히려 너무 전형적으로 되어버리는 것 같은 거다.


그래서 내게는 좀 아쉬움을 주는 책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는 분명 의미가 있다.


그것이 페미니즘이든 혹은 또다른 무엇이든,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현재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낯선 곳에서 목적지를 찾아가고자 하려면 일단 지도를 펴고 내가 서 있는 곳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알아야, 내가 오른쪽으로 가야할 지 사거리를 건너야 할지 뒤를 돌아야 할지 알 수 있으니까. 그런점에서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은 '자, 내가 지금 어디에 서있는지 파악하자' 하는 것을 권유하는 느낌이다. 자, 우리가 더 나은 곳을 향해 나아가야 해,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있는 곳이 어디인지 봐야 하지, 라고. 이 책에 단편을 써낸 작가들은 바로 그 지점에서 우리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우리가 서있는 곳이 어디인지 보자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일전에 윤김지영 쌤은 '헬페미'로서 자신의 역할은 바로 지금의 학자로서의 삶을 살면서 행동하고 실천하는 헬페미들의 언어와 역사를 기록하는 데 있다고 했었더랬다. 바로 그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우리 모두가 페미니스트로서 같은 운동을 할 수만은 없다. 각자에겐 각자의 삶이 있고 각자의 생활이 있고 각자의 환경이란 것이 있으니까. 그런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는 게 중요할텐데, 이 책을 써낸 소설가들은 그것을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로 표현한 것일 테다. 사실의 기술이든 그 너머를 나아가든 나는 이 소설가들이 앞으로도 부지런히 소설을 써낼 수 있기를 바란다. 굳이 '페미니즘'으로 소설을 써보자, 하는 게 아니어도, 그들이 쓰고 싶은 바로 그 글을 쓰더라도 그 안에 페미니즘이 자연스레 깔려있기를 원한다. 성평등이란 단어가 등장하지 않아도, 우리가 그들의 소설을 읽었을 때 성평등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바라는 것을 자연스레 읽어낼 수 있기를 원한다.



끝으로 표제작 <현남 오빠에게>를 다 읽고나서, 아, 이 여자 현남오빠(자꾸 한남오빠라고 쓰게 된다) 가 이 편지 읽고 찾아오면 어떡하지, 집 앞에서 기다리면 어떡하지, 스토킹 하면 어쩌지, 하고 걱정했었는데, 이 걱정을 한 것은 나 뿐만이 아니었다. 이 글을 쓴 조남주 작가 역시 그런 걱정을 했더라.



느낌표를 찍고 마지막 문단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그런데 강현남씨가 스토킹을 하면 어쩌지? 몰래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놓았으면 어쩌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이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는 사실이 씁쓸하기도 했고요. 실제로 적잖게 일어나는 일이잖아요. (p.39, 조남주, 작가의 말)




고백하자면 나 역시 어떤 연애가 끝나고난 뒤, 이런 걱정을 한 적이 있다. 내가 그로부터 해를 입게 될까봐 두려웠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의 마지막에 자연스레 이런 걱정을 한다는 게 몹시 씁쓸하고 또한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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