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데이 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카트 멘쉬크 그림, 양윤옥 옮김 / 비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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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웨어로도 소프트웨어로도 너무 너무함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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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8-04-18 0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ㅠㅠ 결국엔 사게 되겠지만 미리 실망ㅠㅠ;

2018-04-18 0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18 1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8-04-18 11:51   좋아요 0 | URL
네네 저도 와인잔 추천드려요. 와인잔 괜찮더라고요. 하핫. 와인잔에 만족합니다. 책은 불만족이지만 ^^;;

비연 2018-04-18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왠지 그럴 것 같아 안 사고 있었던 1人 ㅜ

다락방 2018-04-18 17:49   좋아요 0 | URL
와인잔을 사고 책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1인 입니다.....

비연 2018-04-19 00:00   좋아요 0 | URL
아하........
 

너무나 일하기 싫은 오후에는 책 수다를 좀 떨어보자.
















최근에 미모미모미모미모미모미모미모만 주야장천 삶의 진리인 줄 아는 사람과 계속 대화를 했더니 '그게 아니야!'를 부르짖고 싶어졌다. 그러나 삶의 중심과 기준이 미모라면 거기에 내가 무슨말을 덧댈 수 있을까 싶어, 나는 가만, 이 책을 읽기로 결심한다.

마침 그동안 갖고 싶었던 독서대가 굿즈로 나왔어! 그러니 책을 사세, 책을 사!!


라지만, 오늘 집에 가면 이미 독서대가 포함된 책이 한 박스가 와있을 것이고!


사랑..뭘까?

독서대 예뻐서 조카들 하나씩 주고 싶고, 그러면 15만원어치의 책을 사야해....인생....Orz


아, 물론 전자책 3만원이어도 독서대는 주는 것. 나는 왜 예쁘고 좋은 게 있으면 꼭 조카들 것까지 받고 싶은 걸까. 왜죠? 이런 게 사랑인거죠..


사랑이죠..

사랑입니다...




그래서!

전자책은 무엇이 있나! 보다가, 여러분, 이런 게 있다?

















아니, 왜 저렇게 월든 하나 딱 보이나. 그러니까 친절한 제가 캡쳐해와 보자면, 이런 것!




펭귄클래식 30권세트가....39,600원............. 지금 뭔가 전자책 쿠폰도 있으니 엄청 저렴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데 리스트를 보니, 이미 내가 가지고 있거나 읽은 걸 빼면... 10권만 살아남는다...




아 너무나 일하기 싫다...




가부장제 관련된 책을 읽어보고 싶은데, 가부장제 란 검색어를 넣고 검색해보면 가장 위에 뜨는 책이, 딱히 평이 좋은 것 같지가 않고, 그렇다면 이 책은 어떨까 싶어서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다.


















사실... 이 책에 대해서 주절주절 수다를 떨고 싶다.















내가 이 책을 읽고 싶지만 제목 때문에 사기를 망설이는 트윗을 다다닥 날렸더니, 다정한 친구가 '내가 사줄게~' 하고는 슝- 날려준 책. 이 책은 좋은 책이라 볼 수도 없고 ..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도 아니다. 그러나 중간까지 읽기 시작햇던 느낌과 다르게 결말로 갈수록 나는 몹시 혼란해졌다. 그리고 뭐랄까..복잡해진 것. 그런데 그 얘기를 하자면, 너무나 내밀해지는 거다. 내가 어디까지 쓰고 어디서부터 감춰야할까를 고민하다보니 시간만 흐르고 이 책에 대해 말하지 못한 채로 지나가버렸어... 처음 읽기 시작할 때는 여러가지것들이 내 취향과 맞질 않아서 '읽고 팔자' 했는데, 읽을수록 막 ... 마음이 복잡해셔저 아직 책장에 꽂아두고는 이래저래 살펴보고 있다... 내가 만약 페이퍼로 못 써낸다면, 나의 세번째 책 쯤에는 꼭 이 책에 대한 얘기를 해야겠다, 생각만 하고 있는 참인데, 책의 감상이란 것이, 나로 말하자면, 바로바로 쓰지 않으면.... 생생한 감정이.... 나올 수 있지. 다시 읽으면 되지, 뭐.


간단하게만 얘기하자면(이라고 시작하지만 간단해질지는 모르겠다),



6년간 사귀었던 남자가 너무 바람둥이라는 걸 뒤늦게 알고 여자는 그 남자와도 헤어지고 다른 지역으로 가 다른 직장에 취업한다. 당연하게도 그녀는 능력이 너무나 출중한 이십대 후반의 여자. 그런 여자가 새로운 지역에 온 것을 축하할 겸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것을 응원할 겸 친구들과 클럽에 가서 술을 마시고 파티를 하는데, 거기서 엄청 섹시하고 잘생기고 멋진 남자를 만나서 충동적인 섹스를 하게 되는 거다. 그렇다. 공개된 자리, 클럽의 2층, 언제든 누군가 지나갈 수 있는 곳에서....


이 작가는 지난 번 책에서도 그렇게 충동적으로 아무데서나 섹스를 해서 나를 스트레스 받게 하더니 이번에 또 그래... 게다가 이번 여자는 그런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 취향으로 나온다. 또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하는 취향이야. 여러가지로 마음에 안드는 설정이 수두룩한데,


참 마음 거시기 해지는게,



여자와 남자가 섹스가 잘 맞는다는 걸 알고는 '매일 금요일에 섹스만 하는' 사이가 되자고 여자가 남자에게 제안을 하는 거다. 조건이 있는데 같이 잠은 자지 않기, 데이트 하지 않기, 다른 연애 상대는 만들지 않기 인 것. 여자가 섹스를 너무 잘하니까 남자도 거기에 응하는데, 그런데 섹스가... 할 때마다 너무 좋은 거다. 너무 좋아서 둘다 미칠것 같고,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지도 않으면서 서로의 육체와 섹스가 너무 만족스럽고, 그러다 어쩌다 나누는 대화도 상대를 웃게 하고 마음 따뜻해지는 것. 자꾸만 '좋다', '좋다' 하게되는 거다. 그러다 '오늘은 같이 있고 싶다'같은 마음이 자라게 되고, 그래서 결국 다정한 사이가 되어버리고 만다는 것이 큰 줄거리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빌딩 옥상에 돗자리 깔고 섹스하고 빈 창고에서 섹스하고..뭐 그런 거 나오지만. -0-



연인관계라는 게, 나는, 오래 알고 지내오면서 서서히 사랑과 신뢰가 싹트는 편이 오래 가고 단단한 관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 편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그리고 그 과정에서 육체관계는 신뢰나 애정이 담보된 후에 오는 게 대부분일텐데, 간혹 이렇게 육체관계가 먼저 찾아올 때가 있다. 상대에 대해 아직 많이 알지도 못하는데, 심지어 오늘 처음 만났는데, 그런데 너무 자고 싶어지는 거지. 그럴 경우 또 여러가지 경우의 수가 생기는데, '오늘 봤는데 어떻게 자냐' 하고 세이 굿바이 할 수도 있고, '오늘 자고 싶으니 자자' 했다가 세이 굿바이 할 수도 있고, '오늘 잤는데 또 잠만 자자' 하고 다음에 만날 수도 있고.. 여하튼 그런데, 문제는,


정서적 유대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상대와 성적인 교감이 처음부터 막 파바바박 해. 나는 성인이고, 욕망이 있는 사람이고, 너도 날 원하고 나도 널 원해? 좋아, 그렇다면 우리는 오늘밤 단둘이서 깊게 깊게 보내자, 하게 되었는데... 이것만으로도 사실 기쁜 일상을 보내는 게 아닌가. 그런데... 너무 좋아? 그래서 또 자? 또 너무 좋아? 그래서 얘기도 좀 해봤어? 헐. 그런데 얘기하니까 더 좋아..............................................몸만 잘 맞는 줄 알았더니 대화는 완전 미친듯이 잘 통해. 와-



이런 건 대박 아닌가....그런데......... 뭐, 그렇다는 거다.



아... 간단하게 할라 그랬으니까 이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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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8-04-17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글 중에서, 회사에서 몰래몰래 섹스하면서 자꾸 속옷을 찢어발기는 남자와 여자가 이곳저곳에서 쉼없이 섹스하다가 사랑에 골인하는 책 이야기가 생각나는데,

혹시 같은 작가??

다락방 2018-04-17 16:32   좋아요 0 | URL
오오!! 딩동댕!! 맞아요, 그 작가가 이 작가입니다!!
이 책에서 첫섹스 당시에 여자가 팬티 벗은 걸 잊고 그냥 가요.
이 작가는 진짜 무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팬티가 너무 싫은가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그 작품 [잘생긴 개자식]과 연작 시리즈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주가 그 여주 친구 ^^

단발머리 2018-04-17 16:40   좋아요 0 | URL
그나저나 진짜 이 분은 다락방 아카데미 1기 맞네요.
다락방님 페이퍼에 대한 기억이 아주 정확해요.
다락방 아카데미 1기 수석인가봐~~~^^

다락방 2018-04-17 16:44   좋아요 0 | URL
syo 님은 그러니까, 기억력이 아주 대단한 젊은이인 것입니다!! ㅎㅎㅎㅎㅎ
칭찬해 칭찬해 몹시 칭찬해!!

syo 2018-04-17 16:48   좋아요 0 | URL
기억력이라는 것은 모름지기 애정에 기반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단발머리님이 제가 다락방 아카데미 1기라는 것을 기억하고 계신 대목에서 syo에 대한 단발머리님의 애정을 엿볼 수 있는 것이지요. 에헴.🤓

그나저나 기억력은 좋은지 몰라도 시력은 별론가봐요. ˝잘생긴 개자식˝이 ˝개생긴 잘자식˝으로 보였다.....

다락방 2018-04-17 16:5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단발머리님의 syo 님에 대한 애정 다 들통났다. 다 들켰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제 공개적 애정으로 바꿔야 할 때입니다. (응?)

시력이 별로여서라기 보다는, syo 님이 개를 몹시 사랑하기 때문에 개를 먼저 보신 게 아닐까요?

단발머리 2018-04-18 07:26   좋아요 0 | URL
조금 늦었지만....

고..고...고백해도 될까요?
여기 syo님의 아카데미 주인장 서재에서......?!?

다락방 2018-04-18 08:42   좋아요 0 | URL
물론입니다! 고백하세요! 애정은 표현하는 겁니다!!! (어쩐지 부르짖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8-04-17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잘생긴 개자식]이 [낯선 살냄새]의 전작인거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장난 아니네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원래 저는 이 방에서 딱.....
펭귄 클래식 이북을 살까요 말까요,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하려다가...
잘생긴 개자식한테 졌네요.
잘생긴 개자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8-04-17 16:43   좋아요 0 | URL
네, 그러합니다! 저도 이 작가가 그 작가구나, 알긴 했지만 연작인줄은 모르고 봤어요. 후훗. 잘생긴 개자식들의 주인공들은, 이 책에서 약혼한 사이고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얘네 웃겨요 아주 그냥. ‘니네 맥주집에서 키스했어?‘, ‘니네 회사 계단에서 했다며?‘ 막 이럽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펭귄 클래식 이북, 이번 기회에 질러버려욧! ㅎㅎ
저는 안겹치는 게 열 권뿐이라 패쓰.

chaeg 2018-04-17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슝- 사준 친구분은 정말 ^^b.. 그리고 독서대는 (아니 조카는) 사랑입니다 ㅋㅋㅋㅋ

다락방 2018-04-18 08:46   좋아요 1 | URL
독서대도 사랑이고(응?) 조카도 사랑이죠(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을 사준 친구도 사랑이고 말입니다. 하핫. 사랑이 넘치는 세상이에요! >.<
 
지우개 똥 쪼물이 - 제22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저학년 부문 우수상 수상작 신나는 책읽기 51
조규영 지음, 안경미 그림 / 창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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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에게 선물해주기 위해 먼저 읽었는데 등장하는 아이들의 나이가 조카의 나이와 같아서 '좋구나' 했다가, 읽다보니 이야기가 산만하고 재미도 없고..뭘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어... 아이라면, 내 조카라면 나랑 다르게 볼 수 있는걸까? 혼란스러워서 망설이다가 줬는데, 내가 잘한건지 아닌건지 모르겠다. 아이에게 재미있으려면 어른에게도 재미있어야 되는거 아닌가, 했다가, 아이는 내가 보지 못하는 걸 볼 수도 있지 않나..싶다가...혼란하다... 아이에게 독서 안내자가 되고 싶긴 하지만, 좋고 나쁨을 내가 판단해서 알려주는 것은 오히려 더 강압적인 게 아닌가 싶고. 나는 뭔가 정신 사납고 재미없게 읽긴 했지만, 읽으면서 내내 '이게 좋은 책인가??' 하고 갸웃했지만, 창비에서 우수상 받은 작품이라니, 어쩌면 내가 몰라서 그렇지 이 책은 좋은 책일 수도???


아이 엄마가 그 무슨 전집을 사줘서 조카가 보고 있는데, 사실 나는 전집도 읽어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전집 보다는 요즘 나오는 어린이용 도서를 새롭게 많이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새로운 책이 나오고 눈에 띄면 사서 주는 편인데(이번에 백희나 신간도 같이 사줌), 음... 잘 모르겠다. 나에겐 어린이 도서를 보는 눈이 없는 것 같아서....  조카가 조카 나름의 재미를 이 책안에서 찾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바라는 건 무책임한걸까? 아 모르겠다.



혼란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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雨香 2018-04-16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해 전부터 아이들 책을 사주고 있는데요(전에는 와잎이 전집류를)
간혹 저의 기대와 다른 책들이 있습니다. 아이들의 세계는 저와 다를 거라는 생각에 어린이책을 공부해 볼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다락방 2018-04-16 10:24   좋아요 1 | URL
아이를 존중하고 판단을 역시 아이들의 몫으로 남겨두어야 하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는데, 그러면서도 자꾸 ‘이 책은 재미없지 않을까?‘ 하고 망설이게 됩니다. 이게 잘하는건지 못하는건지 모르겠어요.
저는 지금보다 더 많이, 부지런히 어린이책을 읽어보자고 생각해요.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제게도 보이는 게 있지 않을까, 하고요. 계속 보다보면 뭔가 알게 되겠지, 생각합니다. 네, 공부합시다!!
 
크리스토퍼, 너는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나는 비만이 장애인 것은 몰랐지만 내 사이즈는 내가 특정 장소에 갈 수 있는 능력을 제한한다. 나는 너무 많은 계단을 오를 수 없어서 항상 공간에 어떻게 접근할지 생각한다. 엘리베이터가 있을까? 무대까지 계단이 설치되어 있을까? 계단이 몇 단일까? 난간이 있을까? 이 질문들은 장애인들이 세상으로 나왔을 때 하게 되는 질문과 닮지 않았는지 생각해보기도 한다.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당연하게 여겨왔는지, 우리가 장애가 아닐 때 얼마나 많은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지를 알게 해준다. (p.332-333)



















나는, 지하철에 앉아있던 누군가 일어나 자리가 생겼을 때, 그 자리가 좀 좁게 느껴지면, '내가 앉으면 좀 낑기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그래서 차마 앉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앉도록 내버려 둔다. 나도 앉고 싶었지만, 내가 앉음으로 인해서 사람들이 좀 더 좁게 앉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는거다. 그러면 내 욕망을 내려놓는다. 굳이 거기에 앉아 내 앉고 싶음을 실현함으로써 내가 덩치가 크다는 것을 인지하게 하고 싶지 않은 거다. 굳이 그걸 알게 해서 무얼해. 나는 아주 많이 내 몸을 좋아하고 사랑하고 인정하지만, 가끔은 내 몸이 이렇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떤 동작을 취하고자 할 때, 혹은 어디에 가고 어디에 앉고자 할 때, 어떤 옷을 입으려고 할 때, 내 몸이 날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런 경우는 종종 있다. 세상의 많은 부분이, 거의 대부분이 '날씬한 여자'를 기준으로 모든 것들을 만들어두었기 때문에 내가 그들처럼 날씬하지 않다면, 모든 것에서 나의 선택지는 좁아진다.



사람은 자신이 경험한 만큼, 보는 만큼만 알 수 있다. 그러니까 나는 날씬한 여자들보다 덩치가 더 큰 여자들이 예쁜 옷을 고를 확률이 적다는 것을 안다. 이 만큼이 내가 경험한 세계이니까. 그런데 나는 나보다 훨씬 덩치가 큰, 고도비만인 사람의 삶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나조차도 날씬하지 않으면서 늘상 다이어트를 해야하지 않나? 라고 생각했고, 그러나 실제로 나는 내가 이 육체로 살아가면서 충분히 행복하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피나는 노력을 하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나는 내가 덩치가 작은 여자도 아니면서, 고백하자면, 아주 오랜 시간 비만을 혐오해왔다. 아주 뚱뚱한 남자 앞에서 뚱뚱한 남자가 싫다고 말한 적도 있다. 아, 나는 얼마나 무지하고 무례했던가.



록산 게이는 키도 크지만 덩치도 아주 크다. 스스로가 고도 비만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 고도 비만인으로 사는 삶에 대해 아주 솔직하게 말한다. 아주 많은 순간 그녀는 자신의 몸을 수치스럽게 여겼고, 수치스럽게 여기는 것보다 훨씬 많이 '불편한' 삶을 살 수밖에 없다. 나는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의자가 그랬다. 의자에 앉는 것이 그녀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팔걸이가 있는 의자에 앉는 일. 대부분의 의자는 팔걸이가 있고, 그 팔걸이를 들어 올릴 수 없다면, 그녀는 그 의자 안에 자신을 구겨 넣어야 했다. 억지로 구겨 넣고나면 당연히 몸에 멍이 들었고 또 아팠다. 비행기를 타면 두 좌석을 예약해야 했고, 안전벨트도 맞지 않아 항상 안전벨트를 연장할 수 있는 '벨트 익스텐더'를 가지고 다녀야 했다. 공중 화장실에서 변기가 무너질까봐 엉덩이를 들고 일을 봐야했고, 강연을 가서는 계단이 없는 단상에 올라갈 수가 없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병원에서 체중계에 올라가면 숫자가 더이상 올라가지 않았고 그래서 간호사들을 당황시켰다. 이 불편함과 수치심은 연결되어 있어, 그녀는 자주 울었다. 병원에서도, 비행기 안에서도, 그녀는 소리없이 울었다. 자신이 뚱뚱하기 때문에 운다는 걸 들키지 않기 위해 소리죽여 울어야 했다.



나는 이 고백들을 읽으면서 '이건 우리가 잘못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여러차례 하게 됐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이 세상에 살고 있고, 같은 사람인데, 모든 것을 할 때 더 불편한 삶은 잘못된 게 아닌가 싶었던 거다. 육체적으로 불편하면서 그것이 '내 잘못'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일. 이상하잖아? 휠체어가 오를 수 있는 길을 만드는 것이 장애인들을 위한 특별한 복지인 게 아니듯이, 큰 좌석을 만들고 더 긴 안전벨트를 만드는 것이 필요한 게 아닌가. 왜 뚱뚱한 사람은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 벨트 익스텐더를 가지고 다녀야 하나. 왜 밥을 먹으러 가기 전에 그 식당의 의자는 어떤지 미리 체크를 해야 하나. 일상 생활에 이토록이나 불편을 가지고 온다면, 이건 세상이 모두 비만을 혐오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 거다. 비만 혐오가 세상에 만연한 건 사실이지만, 이렇게 세상이 나서서 '뚱뚱한 니 책임이지' 라고 하는 건, 이건 너무 잘못된 거 아닌가? 왜 사람을 육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아프게 하는 거지? 이건..세상이 잘못한 거잖아? 이건 너무 부조리하잖아? 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 우리는 몸에 대해서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아마도 이 책을 읽고 이런 사례들을 접하다보면 아주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러니까 니가 살을 빼면 되잖아!"



그런데, 그게 정답일까? 이 세상이 정해놓은 평균 사이즈에 나를 맞추는 일. 그렇게 살아야 살기가 불편하지 않기 때문에, 나를 평균사이즈도 만들어야 하는 일. 그게 과연 온당한 답일 수 있는 걸까? 세상의 '보통의 사이즈'에 맞춰야 무리없이 살 수 있으니, 그렇게 만들도록 하라는 게, 그게... 답일까? 그보다는 내가 어떤 체형을 갖고 있어도 살기에 무리가 없는 쪽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닌가. 모두가 '니가 뚱뚱해서 불편한거야' 라고 비만을 혐오하는 게 잘못이지 않나. 너무 말랐다는 게 드러나지 않게 너무 뚱뚱한 게 특별하지 않게, 어떤 체형이든, 키가 작든 크든 뚱뚱하든 말랐든, 우리가 서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세상을 그렇게 만들어야 되는 거 아닌가? 왜 뚱뚱한 게 수치스러워야 할까? 왜 뚱뚱한 건 수치스러워야 하고, 죄를 짓는 기분이고, 불편한 걸 의미하는 걸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진짜 .. 뒤통수 한 대 크게 얻어맞는 것 같았는데, 만약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나 역시 뚱뚱한 사람들을 보며 '그러니까 살을 빼면 되잖아?'를 생각했을 것이다.


맙소사..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비만을 혐오했던 내가 싫어진다 진짜. 부끄럽다...

아 너무 대충격이다 지금...




여러분. 책을 읽자. 책을 읽고 더 많이 생각하자. 주변을 둘러보자.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부분에서 나는 한참이나 뒤쳐져 있음을, 이렇게 책을 읽다가 깨닫는다. 부끄럽다. 정말 숨고 싶을 정도로 부끄럽다...

하아-



비만 비하는 일상생활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며 때로는 그럴듯해 보이는 의견으로 가장해 뚱뚱하다는 사실을 지적하기도 한다. 실제로 충격적일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뚱뚱한 사람들을 괴롭히면 살을 빼게 될 거라고, 몸 관리를 하게 될 거라고, 그것도 아니면 자기 시야에서 사라지게 될 거라고 믿고 있다. 의사 자격증이라도 가진 것처럼, 비만과 관련된 건강상의 문제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식으로 인신공격을 한다. 이 박해자들은 말하지 않아도 되는 사실, 우리 몸이 통제 불능이고, 사회를 거역하고, 뚱뚱하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자기들이 우리를 정의의 길로 이끄는 사도라고 생각한다. 무척이나 이상하고 잔인한 시민 의식의 발로가 아닐 수 없다. 사람들이 뚱뚱하다는 이유로 나를 모욕할 때 나는 앙심을 품는다. 나는 완고해진다. 날 모욕하는 이들에게 침을 뱉어주기 위해 더 뚱뚱해져버리고 싶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 앙심의 유일한 피해자가 나 자신뿐이라 해도. (p.214)






어제 친구가 내가 좋아하는 재이슨 스태덤이 나오는 영화가 개봉할 거라고 <메갈로돈>의 예고편 링크를 보내주었다. 나는 '아니 대체 상어 영화에서 이 사람은 어떤 액션을 보여줄 것인가' 궁금했는데, 어쨌든 봐야지. 그리고 집에 와서 이것에 대해 남동생과 대화했다.



"야, 재이슨 스태덤이 <메갈로돈> 이라는 상어영화에 나온대. 봐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기서 상어로 나온대?"



아 빵터졌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남동생 넘나 좋은 것. 마이 러브...





어제 김치볶음밥 먹고 싶다고 했더니, 오늘 아침 아빠가 김치볶음밥을 해두셨다. 고맙다고 말하고는 한그릇 먹었는데, 아오, 더 먹고 싶은 거다. 그래서 한그릇을 더 퍼왔다.


"아빠, 김치볶음밥 맛있어서 한그릇 더 펐어. 하염없이 들어가네. ㅋㅋㅋㅋㅋ"

"하염없이 들어가면 하염없이 먹어. 그러면 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우리 아빠의 이런 면은 정말 넘나 좋은 것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분명 커피가 잔뜩 있었는데..텀블러 가득이었는데...다 어디로 간걸까...어디로 갔니? ㅜㅜ

지난 몇 년간 전문가의 도움이 있으면 내 피트니스가 향상되리라는 것을 알았기에 퍼스널 트레이너와 몇 차례 운동을 하기도 했다. 요즘 나와 같이 운동하는 트레이너는 티제이라는 이름의 인디애나주 토박이인 청년이다. 키는 작지만 다부진 체형에 믿기 힘들 정도로 강건한 육체를 갖고 있다. 그의 삶 자체가 피트니스라 할 수 있다. 그는 말 그대로 건강의 화신으로, 젊음과 건강으로 빛이 나고 이 세상을 자기의 무대로 만들고 싶다는 열정으로 가득하다. 그는 단백질의 원천인 닭가슴살의 신봉자로, 곁들이는 소스로는 무지방이거나 칼로리가 낮은 머스터드를 추천한다. 그의 식생활을 들을 때마다 그와 그의 미각이 불쌍해진다. 그가 음식을 정말 맛있게 해주는 양념이나 향료를 하나도 모르고 있을까 봐 진심으로 걱정된다. (p.186-187)

나는 두려움을 잘 다루지 못한다. 그동안 사랑하는 사람을 밀어내려 했다. 나에게는 인간적인 약점이 허락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나는 늘 이대로는 부족한 사람이었다. (p.313)

2014년 10월 전까지는 더 잘하려고 녹초가 되도록 밀어붙였다. 그러다 보니 언제나 녹초가 되어버렸고 그래도 끈질기게 밀어붙이고 또 밀어붙이며 나 자신을 슈퍼휴먼이라고 생각했다. 스무 살에는 누구도 그렇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마흔이 되면 몸이 먼저 말한다. "그렇게 안 해도 돼. 자리에 앉아. 야채도 먹고 비타민도 먹어야지." 발목이 부러진 이후의 삶에 대한 자각의 순간이 찾아왔다. 아마 그중에서도 가장 심오한 깨달음은 치유란 그다지 거창한 것이 아니고, 먼저 내가 내 몸을 돌보고 나의 몸과 더 인간적인 관계를 맺는 법을 배우는 것이란 사실일 것이다. (p.317)

《타임》지 기사가 난 후에 부모님 댁에 갔을 때 아버지는 물었다. "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야기하지 않았니?" 나는 대답했다. "아빠, 난 무서웠어요. 더 큰 문제를 일으키게 될까 봐."
열두 살 때는 내게 일어났던 그 일이 너무 부끄럽고 창피했다. 나를 좋아하게 만들고 싶었던 그 아이와 했던 그 짓들 때문에 결국 그와 그의 친구들이 나에게 그 짓을 한 것이라 생각했고 그 이후의 모든 일이 전부다 내 잘못인 것만 같았다. (p.319-320)

그는 이름만 들으면 아는 대기업의 관리자였다. 그럴듯한 직함을 갖고 있었다. 여전히 똑같은 거만한 얼굴 표정, 그러니까 어떤 이들은 천성적으로 가지고 있는 ‘이 세상은 내 것이야‘하는 득의만만한 표정을 지니고 있었다. (p.322)

그의 직장에 찾아가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기다리다가 집까지 미행을 하면 그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어떤 집의 어떤 방에서 자고 있을지 알아낼 것이다. 결혼은 했는지, 아니는 있는지, 행복한지 궁금하다. 좋은 남편이자 아빠일까? 같이 어울렸던 그 남자아이들과 아직도 연락을 할까? 혹시라도 그대 그 시절을 이야기하거나 혹시 내 이야기는 할까? 그가 나에게 그 친구 이름들을 알려줄지 궁금하다. (p.323)

내가 아는 모든 여자는 평생 동안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나는 내 몸을 편안하게 느끼지 않지만 그렇게 되고 싶고 그런 쪽으로 노력을 하고 있다. 내 가치가 오직 내 몸에 달려 있다는 해로운 문화적 메시지를 버리려고 노력 중이다. 내가 지고 다니던 그 모든 자기혐오를 무효로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어떤 공간에 들어갈 때 고개를 똑바로 들려고 노력하고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면 나도 눈을 마주 보려고 노력 중이다. (p.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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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산 게이의 몸에 대한 고백 혹은 기록을 읽고 있다.

록산 게이는 키도 190센치나 되고 몸무게도 많이 나간다. 가장 몸무게가 많이 나갔을 때는 200키로가 넘었다고 이 책에서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그녀가 왜 그렇게 되었는지도.


그녀는 열두살 때 '크리스토퍼'라는 같은 학급 남자아이에게 강간을 당한다. 그의 친구들 앞에서, 그리고 그의 친구들로부터도. 열두살에 친하게 지낸 남자아이로부터 집단 강간의 피해자가 되다니. 록산 게이는 이 일을 기록하며 그의 이름을 가명으로 '크리스토퍼'라 명하는데, 나는 읽으면서 그의 이름을 본명으로 써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 굳이 가명으로 해서 지금 어딘가에서 어떻게든 살고 있을 그에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은 거다.


일전에 정희진 쌤 강연에 갔었을 때, 가장 무서운 건 '외로움'이란 말을 들었었다. 나는 록산 게이의 이 책, 《헝거》를 읽으면서 외로움이 가장 무섭구나, 떠올린다. 록산 게이가 '아닌 것 같다'고 느끼면서도 크리스토퍼와 계속 만났던 것은, 학교에서 아는척 해주는 누구도 없을 때, 학교 밖에서 크리스토퍼가 친구(라고 그녀는 느꼈다)가 되어 주었기 때문이었다. 크리스토퍼 조차도 학교에서는 록산 게이를 아는 척 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방과후에 만나 함께 지냈고, 그 시간동안 록산 게이는, 크리스토퍼가 시키는 걸 모두 하게 된다. 그걸 하지 않으면 그마저도 잃을까봐. 학교에서 인기 좋은 남자아이가 나의 친구가 되어주는데, 그녀에게는 그가 아닌 다른 누군가도 없고, 그를 놓고 싶지 않은 마음에 누구에게도 말못할 비밀을 키워나간다. 그렇게 록산 게이의 외로움을 이용하여 자기 욕망을 채우던 크리스토퍼는 친구들까지 데리고와 그녀를 강간하는 것이다. 열두 살의 크리스토퍼가 열 두 살의 록산 게이를.



록산 게이는 그 이후 먹는 일에 집중하게 된다. 자신의 몸을 크게 더 크게 부풀려 안전해지고 싶어한다. 누구에게도 그 일에 대해 말하지 못하고, 심지어 자신을 사랑하고 지지하는 부모님들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그 일을 제 안으로 숨기면서, 그러면서 자신의 잘못이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내가 나를 그렇게 망가뜨렸다, 고 스스로를 자책하는 것. 그럴 때 록산 게이를 위로해주는 건 음식 밖에 없었다. 먹는 행위. 그리고 먹는 것에서 오는 쾌감. 먹을 때 음식은 그녀에게 쾌감을 줬고, 그 일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게 해주었다. 그렇게 몸이 자꾸 자꾸 더 커지면서 그녀는 남자들로부터 안전하다 느낀다.



아직 이 책을 다 읽지 못했는데, 그 후에 이십대와 삼십대 사십대를 거치며 그녀가 자신의 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또 어떻게 느끼는지가 차분히 기록되어 있다. 많은 부분 그녀의 생각에 동의하고 또 그녀의 갈등에 공감하면서 책을 읽어가고 있는데, 그런 한편 '크리스토퍼는 어떤 어른이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십대에 친구들과 함께 여자아이를 집단 강간한 크리스토퍼.

그는 그 후에 어떤 삶을 살게 되었을까?

십대 후반에는? 이십대에는? 삼십대에는? 그리고 지금은?

인기 많은 남자아이가 인기 없는 여자아이를 자기 멋대로 이용한 것이 잘못이라는 걸, 그 때는 몰랐을까?

알기 때문에 그는 학교 에서는 그녀를 아는 척도 하지 않았던 게 아닐까?

구체적으로 정확하게 무엇이 어떻게 잘못됐다고는 인지하지 못해도, 자신들이 하는 행동이 잘못이라는 것, 떳떳하지 못하다는 건 알지 않았을까?

그 뒤로 록산 게이는 학교에서 걸레로 소문이 나는데, 그렇다면 그는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 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건 아닐까?

자신이 잘못한 거라는 걸 인지하지 못했다면, 그 후에도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았을까?

그는 어떤 어른이 되었을까?

록산 게이는 자신의 십대 후반을, 이십대를 몽땅 망가진채로 보냈다고 생각하는데, 크리스토퍼는 어땠을까?

다른 사람의 육체를 제멋대로 하는 것을 지속했을까?

그는 범죄자가 되었을까? 아니면 반성하고 있을까?

도대체 크리스토퍼는, 어떤 어른이 되었을까? 그는 어떤 성장과정을 거쳐 어떤 어른이 되었을까? 어떤 모습으로 지금을 살고 있을까? 감옥에 있을까? 범죄를 저지르고 있을까?

나는 그가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그 일로 크게 양심에 가책을 느끼면서 쥐죽은 듯 사는, 그런 사람이 되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록산 게이가 지금 이렇게 큰 작가가 되어있는 걸 보고 있을까?

어떤 모습으로?

설마, 더 높은 어떤 위치에서 명예를 가진 채로 더 큰 힘을 폭력으로 행하고 있진 않을까?



크리스토퍼,

너는 지금 어떤 어른이 되었니?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니?

잘....살고 있니?






하긴 상처가 아니라면 왜 쓰겠는가? 상처가 없으면 쓸 일도 없다. 작가는(학자도 마찬가지다) 죽을 때까지 ‘팔아먹을 수 있는‘ 덮어도 덮어도 솟아오르는 상처wound 가 있어야 한다. 자기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경험을 쓰는 것이 아니다. 경험에 대한 해석, 생각, 고통에 대한 사유를 멈추지 않는 것이다. 그 자체로 쉽지 않은 삶이고, 그것을 표현한다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산을 넘는 일이다. -정희진 추천사中, (p.9-10)

당신이 무슨 말과 행동을 하는지에 상관없이 오직 당신의 몸만이 가족과 친구들에게, 때론 낯선 사람들에게 공공 담론의 대상이 된다. 당신의 몸무게가 늘었을 때, 감량을 했을 때, 혹은 그대로 유지했을 때도 어느 누구나 당신 몸의 비평가가 될 수 있다. 사람들은 당신에게 비만의 위험성에 대한 각종 통계와 정보를 코앞에 들이미는데 마치 당신은 뚱뚱할 뿐만 아니라 멍청해서 당신 몸의 실치에 대해, 그 몸을 최대한 적대적으로 대하는 이 세상에 대해 무지하거나 착각에 빠져 있는 줄 아는 것 같다. 그 사람들은 언제나 당신에게 가장 ‘유익한‘ 것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이런 비평들은 항상 ‘염려‘라는 말로 포장되곤 한다. 그들은 당신이 사람이라는 것을 잊는다. 당신은 곧 당신의 몸이고 결코 그 이상이 아니며 당신의 몸은 그보다 더 못한 것이 되어야만 한다. (p.145-146)

<비기스트 루저>는 뚱뚱함을 반드시 파괴해야만 하는 적이자, 근절해야만 하는 전염병으로 보는 프로다. 뜻대로 되지 않는 몸은 오만 가지 방법으로 통제와 징계를 받아야 하고, 그 통제와 징계를 통해 비만인들을 더 인정받을 만한 사회 구성원으로 재탄생시켜야 한다. 그들은 살만 빼면 행복을 찾을 수가 있는데, 이 쇼에 따르면, 그러니까 이 사회의 문화적 관습에 따르면, 행복이란 오직 날씬함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기스트 루저>같은 쇼와 이를 모방한 여러 쇼를 볼 때마다 우리는 실질적으로 우리에게는 없는 힘을 달라고 빌게 된다. "너무나 인간적인 이 몸을 가져가시고 당신이 의도하는 그 몸을 주세요." (p.153)

이 여성은 그동안 자신의 참모습을 찾고 스스로를 위한 최고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신념을 우리에게 설파해왔다. 그러나 2015년 윈프리는 4000만 달러를 투자해 웨이트 워처스의 주식 10퍼센트를 사들여 이 회사의 대주주가 되었다. 이 브랜드의 광고 중 하나에서 오프라는 말한다. "올해 당신 인생 최고의 몸매를 만들어보세요." 이 문장에 담긴 함의는 현재 우리의 몸매는 우리의 최고의 몸매가 아니라는 것이다. 결코 절대로 그렇지 않다. 60대 초반의 억만장자이며 지구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인 오프라조차도 자기 자신이나 자신의 몸에 대해서는 행복을 느끼지 못하나 보다. 이것이 바로 우리 뜻대로 되지 않는 몸에 관해 이 문화가 보내는 해로운 메시지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아무리 물질적인 성공을 거두어도, 우리는 날씬하지 않으면 만족하거나 행복할 수 없다. (p.163-164)

비만 비하는 일상생활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며 때로는 그럴듯해 보이는 의견으로 가장해 뚱뚱하다는 사실을 지적하기도 한다. 실제로 충격적일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뚱뚱한 사람들을 괴롭히면 살을 빼게 될 거라고, 몸 관리를 하게 될 거라고, 그것도 아니면 자기 시야에서 사라지게 될 거라고 믿고 있다. 의사 자격증이라도 가진 것처럼, 비만과 관련된 건 강상의 문제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식으로 인신공격을 한다. 이 박해자들은 말하지 않아도 되는 사실, 우리 몸이 통제 불능이고, 사회를 거역하고, 뚱뚱하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자기들이 우리를 정의의 길로 이끄는 사도라고 생각한다. 무척이나 이상하고 잔인한 시민 의식의 발로가 아닐 수 없다. 사람들이 뚱뚱하다는 이유로 나를 모욕할 때 나는 앙심을 품는다. 나는 완고해진다. 날 모욕하는 이들에게 침을 뱉어주기 위해 더 뚱뚱해져버리고 싶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 앙심의 유일한 피해자가 나 자신뿐이라 해도.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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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을 읽는다는 것
    from 마지막 키스 2018-04-12 10:00 
    나는 비만이 장애인 것은 몰랐지만 내 사이즈는 내가 특정 장소에 갈 수 있는 능력을 제한한다. 나는 너무 많은 계단을 오를 수 없어서 항상 공간에 어떻게 접근할지 생각한다. 엘리베이터가 있을까? 무대까지 계단이 설치되어 있을까? 계단이 몇 단일까? 난간이 있을까? 이 질문들은 장애인들이 세상으로 나왔을 때 하게 되는 질문과 달지 않았는지 생각해보기도 한다.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당연하게 여겨왔는지, 우리가 장애가 아닐 때 얼마나 많은 것을 당연하게 여
 
 
psyche 2018-04-16 0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읽으면서 한국이었다면 지금쯤 크리스토퍼의 본명이 뭐고 지금 뭐하는지 다 까발려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나중에 록산이 직접 인터넷에서 찾아보잖아요 그놈을요. 그 심정이 이해가 되고, 또 너무 아팠어요.

다락방 2018-04-16 09:10   좋아요 0 | URL
네, 학교에서 인기 많은 백인 남자아이 였으니, 뭔가 한 자리 차지하고 있지 않을까..저도 생각했거든요. 나중에 찾아보고 알아주는 대기업의 관리자가 되었다는 걸 알고 참 .. 어떤 마음이었을지. 그는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았을까요? 그리고 지금은 어떤 마음으로 살고 있을까요?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평온하고 부유한 일상을 누리고 있을 것 같아서 답답해요. 그리고 제가 나서서 다 까발리고 싶은 심정이에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