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방콕 - 방콕은 또 한 번 이겼고, 우리는 방콕에 간다 아무튼 시리즈 11
김병운 지음 / 제철소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방콕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가진 애인에 대한 사랑 고백. 그게 전부.
이거 읽는다고 방콕 가고 싶어지거나 하진 않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롤러 걸 - 2016 뉴베리 명예상 수상작 비룡소 그래픽노블
빅토리아 제이미슨 지음, 노은정 옮김 / 비룡소 / 201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You can't be what you can't see. -Marian Wright Edelman



다큐 <미스 리프리젠테이션>에서는 수많은 여자들의 인터뷰가 보여지는데, 그 중에 한 명이 그런 얘기를 한다. 어릴 때부터 남자정치인만 보고 자라면 자연스레 정치인은 남자가 하는구나, 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그 인터뷰 전에 저런 문구가 화면에 보인다. 보지 않으면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참이다. 영화 고스터 버스터즈의 주인공들이 다 여성이었을때, 작은 여자아이들이 자신도 유령잡는 사람이 되겠다고 답한것은 그래서 의미있다. 더 많은 여자들이 더 다양한 모습으로 계속 보여져야 한다. 정치인에도, 법조계에도, 언론인에도. 개그하는 데도 영화를 찰영하는데도 모두 마찬가지. 평범한 직장인들 에게라면 여자 상사가 보여지는 것도 분명 의미있다. 물론 인간은 모두 불완전한 존재이고, 많은 여자들이 곳곳에 자리잡아 일을 한다고 했을 때, 그 일들을 부조건 남자보다 다 잘한다고 확신할 순 없다. 어떤 일들에 있어서는 실수도 할 것이고, 잘못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잘못들과 실수들을 겪어가며 한단계 한단계 일을 진행해나가는 것은 그 자체로 충분한 의미가 된다. 감독을 보고 판사를 보고 대통령을 본다면, 나도 커서 판사가 되어야지, 감독이 되어야지, 대통령이 되어야지, 라는 생각을 아무래도 더 많이 하게 될테니까.



《롤러 걸》에서 주인공 '애스트리드'는 12살에 롤러 스테이크 타는 언니들을 보게 된다. 언니들은 팀을 이루어 롤러 스케이트 경주를 하면서 몸을 부딪혀 상대를 견제하고 또 더 빨리 앞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언니들은, 세고, 강하고, 빠르고, 거칠었다! 그 뒤로 애스트리드는 자신 역시 롤러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이 되어 그렇게 세고 강하고 빠른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엄마를 졸라 캠프에 참여하고 매일매일 열심히 연습한다. 넘어지면서도 타고 또 타고, 처음에는 잘 안되는 것 같아 속이 상했지만, 자꾸 타고 타고 또 탄다.



애스트리드에게는 단짝 친구가 있었다. 애스트리드가 단짝 친구와 롤러 스케이트를 타는 것은 애스트리드에게는 당연했으나, 친구에게는 당연하지 않았다. 친구는 롤러 스케이트보다 발레를 더 좋아했고 발레와 소년에 더 관심이 많았다. 친구는 발레를 하는 다른 친구와 더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되고 애스트리드는 서운해하며 자연스레 친구와 멀어지는 듯 보인다. 그 과정에서 애스트리드는, 자신이 단짝이란 이름으로 친구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강요했음을, 친구가 자신과 똑같은 것만 선택하기를 강요 했었음을 알게 된다. 애스트리드는 이렇게 또 자란다. 단짝 친구와 멀어지고 화해하면서.



롤러 스케이트를 배울 때는 혼자였지만, 애스트리드는 그 곳에서 이제 롤러 스케이트를 타는 새로운 친구를 사귄다. 둘은 같은 포지션을 원하기 때문에 결국 경쟁자가 되고 그렇게 시기하는 마음이 생겨나기도 하지만, 결국은 친구를 응원하는 사이가 된다.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연습해서 애스트리드는 팀의 일원으로 당당히 선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우상이었던 선배에게 팬레터를 쓰고 자신이 아직 잘 타지 못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고민들을 의논하는데, 와, 선배는 그런 후배 애스트리드에게 고마운 조언들을 해주면서 그녀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 정신적 도움이 되어준다. 무사히 경기를 마치고 신이 잔뜩 난 애스트리드에게, 더 어린 소녀가 찾아들어 '언니 같은 사람이 되고싶어'라고 한다. 우리는 이렇게 누군가를 보고나서 그렇게 되고 싶어하기도 하고, 또 내가 보여짐으로써 누군가에게 '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발레를 하는 단짝 친구와 화해했지만, 경기를 마친 애스트리드는 자신이 지금 당장 있어야 할 곳은, 이 경기를 마친 팀원들이 있는 곳이라는 걸 생각한다. 그렇게 한 소속의 일원으로서 그 순간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판단하는 것도 애스트리드의 몫. 애스트리드는 처음 롤러 스케이트를 배우기 전보다, 아주 많이 자랐다. 스케이트의 실력만 는 게 아니라, 인생의 경험치도 그만큼 쌓였다. 훌쩍, 성장한 애스트리드를 마지막엔 볼 수 있다.



십대의 소녀들에게 찾아드는 욕망과 그 실현에 따른 의지, 친구와 다른 걸 깨닫고 늘 함께할 수 없다는 걸 인지하는 과정. 이 모두가 좋았지만, 무엇보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소녀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너무 짜릿하더라. 그래서 우리는 더 많이 보아야 하고 보여져야 한다.



조카에게 읽어보라고 주었더니, 어제 저녁에 전화가 왔다.


"이모 롤러걸 다 읽었어! 너무너무너무너무 재밌었어!"


라고 하더라. 응 이모도 너무 좋았어, 그래서 타미 읽으라고 준거야. 그리고 그런 책 또 있는지 찾아보고 또 사줄게! 조카가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은 게 너무 좋아서 신이 나 그렇게 답했는데, 조카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응, 이모 이런 책 또 사줘. 이런 만화책!!"


아...만화...로 되어 있어서 좋아한거야? 하하하하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섬의 애슐리 테이크아웃 1
정세랑 지음, 한예롤 그림 / 미메시스 / 201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부터 한국어로 쓰여진 글을 읽는 것은 이상한 만족감을 준다. 읽으면서 내내 ‘그래, 바로 이거야!’ 하는 기분이랄까. 게다가 정세랑은 내가 최근에 읽는 국내작가들 중에서 점점 발전하는 작가로는 으뜸이 아닐까 싶다. 또, 지난 책보다 문장도 글도 좋다. 응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제 송혜교와 박보검 주연의 <남자친구>를 보는데, 송혜교의 비서이자 친구가 송혜교에게 그런 말을 한다. '학창시절 콘서트에 다녀와서 선생님한테 혼날 뻔 했는데, 전교1등에 모범생인 니가 콘서트를 가주니까 니 덕분에 나도 안혼났다' 고. 이 부분을 보면서 아, 전교1등이란 무엇인가... 하였다.


전교1등..

나는 전교1등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전교 1등이 다 뭐야, 나는 반에서 1등도 해본 적이 없는걸.

그래서 어제 그 부분을 보면서 내가 1등을 한 게 무엇이었나를 생각해보았다.

유치원은 안다녔으니 패쓰하고 국민학교 6년, 중학교3년, 고등학교3년, 대학교 4년... 동안 1등해본 게 뭐가 있나?



없다.


없어.


없네.


학창시절 동안 물론 상장을 받은 적은 있었다. 표어짓기, 글짓기, 경필대회, 독후감 등등. 상장을 받아보긴 했지만, 그 상장도 상들 중에 중간정도였지, '대상' 같은 건 받아본 적이 없어. 무슨 그런 대회를 해도 간혹 다른 사람들보다 '약간'잘하긴 했지만, '월등히' 잘해서 상을 탄 것도 아니었다.


어쩜 이래?


사람이 저마다 타고난 재능이 하나씩은 있다는데 나는? 나는? 왜 뭐 1등하는 게 아무것도 없어?


드라마가 끝난 후에도 계속 생각했다. 그래도 남들보다 월등히 잘한 무언가가, 1등한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없다.


없어.



뭐하나 '제일' 인게 없네. 뭐하나 '최고'인게 없어.

'그건 니가 제일이지.', '그건 니가 최고야' 할만한 게 아무것도, 아무것도 없다.


인생 왜이렇지?



그러니까 학창시절에도 나는 언어영역과 외국어영역을 잘했는데, 그렇다면 그거 맨날 백점받고 내신1등급이냐 하면, 그게 아니라, 내가 다른 과목 이를테면 수리영역이나 사회탐구 영역보다 점수가 높다는 거였다. 서른 한살에 내 인생에 벼락처럼 내리꽂힌 남자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그에게 나를 어필하기 위해 쓸데없이, -아니, 무슨 서른 살에 학창시절 외국어영역 얘기를 했을까-, '나 외국어 영역 잘했다, 점수가 높았다'고 한껏 자랑한 일이 있었다. 그게 그와 나의 첫만남이었고, 나는 아마도 내가 무언가를 잘한다는 것을 어필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렇다고 만점 받았던 것도 아닌데, 하나도 안틀리는 것도 아니고, 그나마 다른 것에 비해 '적게' 틀렸던 것뿐인데, 그걸 가지고 잘한다고 한껏 으스댔지. 그러자 내 앞에 앉아 삼겹살을 굽던 그는 아 그러냐고 하더니, '저는 외국어영역 만점 받고 대학갔어요' 라고 했던 것이다. 내 인생은 어디로 흘러가나..


나는 전교에서도 반에서도, 공부로도 그 뭣으로도 1등을 해본 적이 없어서, 그렇지만 1등을 자랑하고 싶어서, 내 여동생이 전교1등하면 자랑하고 다니곤 했다. 그러니까 나는 전교1등 못해봤지만 전교1등 동생 가진 여자... 반에서 1등했던 남자랑 연애했던 여자..쯤은 되시겠다.



그러니 당연 장학금 받아본 적도 없다. 이게 나이들고 나서 내가 장학금 한 번 못받아보고 학창시절을 끝내버렸다는 게 너무 서운한거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게 방통대였지. 방통대를 내가 우습게 봤다. 방통대가서 장학금 받으리라! 하고 들어갔어. 나는 또 내가 그게 될 줄 알았지. 그러나 나는... 나였다. 방통대 가서도 공부를 안하고 ... 장학금이 웬말이야..... 재수강 해야 되는 과목만 생기더라. 결국 한 학기 다니고 자퇴했지... 대학시절 학사경고 받았던 나여..왜 사람이 변하질 않아... 나는 공부는 정말 아닌거니?



어제 계속 잠들기 전까지 생각했다. 나는 정말 1등하고도 장학금하고 아무 상관없는 삶을 살아왔는데,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야하는 것인가. 정말 1등해본 적 없나. 뭐라도 긁어보자, 뭐 있지 않을까? 하다가 생각난 게, 몇 해전에 문학동네 세계문학 리뷰대회? 거기에서 1등했던 게 생각났다. 그때 상품으로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0권 받았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좋은 상품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그건 좀... 내 스스로 생각하기에, 내가 정말 1등한만큼 잘 써서 줬다기 보다는, 뭐랄까, 얘 책 읽고 맨날 글 쓰는 애니까 주자...라는 게 더 큰 영향을 미친 게 아닐까, 라고 생각해본다.



뭐든 꼭 1등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뭐 그런 게 있었으면 좋겠다.

이것만큼은 누구보다 최고인, 그런 거.

그런 게 없어, 그런 게...


앞으로도 내가 뭔가 1등할 일은 없겠지...


쓸쓸하다.


전교1등이란 무엇인가.....


나도 1등 하고 싶다.

나도 최고하고 싶다.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연 2018-12-07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0권! 그게 더 부러운데요~!
다락방님은 알라딘 마을 1등 이시쟎아요~ 인기와 미모로~^^

다락방 2018-12-07 15:31   좋아요 0 | URL
알라딘 마을에서도 1등은 아닌 것 같아요.... 걍 오래 한 알라디너.......... 하하하하하.
세계문학전집 100권은 좀 좋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18-12-07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고신데요... 리뷰대회..100권... 완조니 리스펙트입니다! 저두 일등 해본적 없는거 같아요 ㅋㅋㅋ 힝..

다락방 2018-12-07 17:30   좋아요 0 | URL
살면서 일등 한 번 해봐야 할텐데요.... 앞으로 뭐가 남았을까요..... ㅜㅜ

공쟝쟝 2018-12-07 17:59   좋아요 0 | URL
페미사이드 빨리읽기? ㅋㅋㅋ 저는 다음달 페미니즘책 1등으로 빨리읽기를 목표로.. (이번달 이미 글럿어..)

다락방 2018-12-07 18:05   좋아요 0 | URL
그건 이미 틀렸어요 ㅜㅜ 저 아직 40쪽 이고 내일 술도 마셔야 하고.. ( “)

공쟝쟝 2018-12-07 18:07   좋아요 0 | URL
이번달은 단발머리님께ㅜ양보

단발머리 2018-12-10 09:48   좋아요 1 | URL
저한테 밀어주시기로 합의하신거예요? ㅎㅎㅎㅎㅎㅎㅎㅎ 안되겠다, 그럼 제가 페미사이드 빨리읽기 1등을 하는 걸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8-12-10 09:49   좋아요 0 | URL
전교 1등보다 문학동네 리뷰대회 1등이 더 멋진데요!!

다락방 2018-12-10 14:53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님 가능성이 아주 높네요! 벌써 500 페이지 이상 읽으셨다니!! >.<

카스피 2018-12-08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전교1등은 커녕 전교 1등하는 친구 얼굴고 본 기억이 없네요ㅜ.ㅜ

다락방 2018-12-10 14:53   좋아요 0 | URL
ㅎㅎ 저는 그래도 전교1등 친구는 있었습니다. 으하하하.

붕붕툐툐 2018-12-10 17: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매력 1등!!

다락방 2018-12-10 18:05   좋아요 1 | URL
어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븅븅토토님 너무 좋은 분!! 고맙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transient-guest 2018-12-11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평생 1등을 해본 것이 없네요. 이것 저것 다 좋아하기는 하는데 말이죠.ㅎㅎ 그저 오래 버티고 버티는 거 하나 잘해서 여기까지 왔네요.

다락방 2018-12-11 08:23   좋아요 0 | URL
오, 트랜님이 일등해보신 적이 없어요? 공부로는 일등 여러번 하셨을 것 같은데요! 완전 의외입니다!!

transient-guest 2018-12-11 09:02   좋아요 0 | URL
1등은 커녕...-.- 중학교 때 반에서 36등한 적도 있어요.ㅎㅎ 미국에 와서는 좀 나아졌지만 1등은 해본적이 없습니다.

다락방 2018-12-11 09:04   좋아요 0 | URL
아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의욉니다 트랜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동지애가 생기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알라딘에는 일등해본 사람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어제 혼술을 하면서 무얼 볼까, <걸어서 세계속으로>를 볼까, 무해한 박보검이 나오는 <남자친구>를 볼까 고민하며 술상을 차리는데, 내가 나에게 보낸 예약문자메세지가 왔다. <차이나는 클라스>에 '이상희 박사'가 나온다는 문자. 내가 엊그제 나에게 보낸 예약문자. 이거 놓치지 말자, 하고.

















우리나라 고인류학박사 1호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이상희 박사의 <이상희 선생님이 들려주는 인류 이야기>는 내가 사서 읽고 조카에게 선물했다. 조카가 이 책을 다 읽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고인류학이라니, 나에게는 너무나 생소한 분야라서 나는 <인류의 기원>보다 아이를 대상으로 한 책을 먼저 읽어야하는 게 아닌가 싶었더랬다.


어제 여동생에게 텔레비젼에서 이상희 박사 강의한다고 말했더니 여동생도 부랴부랴 틀고 보기 시작했다. 이 사람이 우리나라 고인류학 박사 1호이고, 지금 미국에서 교수로 있다, 는 얘길 하는데, 여동생이 너무 멋지다고 감탄했다. 분야별로 관심있어서 전공자가 있다는 게 너무 짜릿하다는 거다. 여동생이 이렇게 말한 이유는 바로 어제 아침에 내가 '뉴욕 검시관' 얘길 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의학과 과학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여자.

















의학과 과학을 사랑한다는 얘기를 책에서 읽으니 나는 자연스레 생물교사인 여동생 생각이 났고, 생물을 사랑하며 학생들에게 생물을 가르치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끼는 동생인지라, 아니나다를까, 이 책에 대한 얘길 해줬더니 너무 좋아했다. 동생도 이 책 다 읽으면 빌려달라길래, 어제 주문했다. 요즘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었다가 좋으면 사는 패턴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또 안읽은 책은 안사는 게 아니야? 계속 산다.



그렇게 의학과 과학을 사랑하는 여자 얘기를 오전에 하고 고인류학 박사 얘기를 밤에 하노라니, 각자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똑똑함을 드러내는 여자를 보는 게 너무 좋고 짜릿한거다. 이건 일전에, 정치를 하고자했던 '엘리자베스 워런' 에게서도 느꼈던 바다.

















요즘 읽는 페미사이드 에서도 마찬가지. 두 명의 저자가 이것은 이상하다, 연구해봐야 한다 며 연구를 시작해 써낸 책이다. 게다가 혹여라도 자기들이 뭔가 놓치진 않을지 우려해 끊임없이 그에 대해서도 밝히고 있다. 자기가 연구하는 분야의 전문가이며 혹여 놓치지 않을까 하는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까지. 너무 근사하지 않은가!


















아, 그러고보니 아이들 데리고 고래를 연구하려고 배를 탔던 여자 생각도 난다. 세상엔 고래를 연구하는 여자도 있어!! 














아, 그리고 작년에 내가 읽었던 최고의 책, 최고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쓴 메리 셸리도 있다!! 엄청 똑똑해. 이런 어마어마한 소설을 써내다니!!

















이렇게 각자의 분야, 심지어 내가 관심도 없었던 분야에서 열심히 전문적 지식을 쌓고 자신의 할 일을 하며 경험을 쌓은 여자들을 보는 것은 너무 좋다. 그것을 자기 혼자만 아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리고자 힘을 쓰는 여자들을 보면 진짜 너무 기운이 나고 힘이 되는 거다. 너무 멋져, 대단해! 이런 여자들이 있어서 아 세상에 이런 직업도 있구나, 아 이런 걸 연구할 수도 있구나, 생각할 수도 있고, 혹시 그렇다면 나도? 하며 이상으로 삼을 수도 있다. 너무 근사하지 않나.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가 맡은 역할로 세상의 많은 다른 여자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다면, 세상에 그것보다 더 멋있는 게 어딨을까.


부검의로, 고인류학자로 당당하게 우뚝 서서 똑똑한 여자들을 보니 너무 좋았다. 나는 이런 거 진짜 너무 좋아.

그런 한편, 아,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데 생각이 미치자 우울해졌다.

나도 뭔가 용기를 주는 사람이고 싶은데, 나는....뭔가 전문 분야가 없네. 자, 이 여자를 봐라 열심히 노력해서 여기까지 왔다! 하고 보여줄 만한 게 아무것도 없네. 언젠부턴가 나는 내가 어릴 적에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을 것을 너무나 후회하고 있다. 내가 학창시절에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었다면, 지금쯤 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나를 보며 용기 뿜뿜할 수도 있었을텐데! 왜 나는 공부하지 않고 인생을 그냥 흥얼흥얼 되는대로 살았던가.... 아, 과거의 나여..돌아가라, 돌아가서 공부를 하라...Orz



그러나 시간을 되돌릴 수 없고, 설사 내가 다시 태어난다 해도 지금 이 순간 바로 즉시는 곤란하다. 무얼할 수 있을까, 무얼해서 세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하다가, 나는 이렇게 용기를 줄만한 다른 여성들을 소개하는 걸로 내 소임을 다하고자 한다. 자 여러분 이거봐요, 뉴욕에서 시체를 해부하는 여성이 있어요, 의학과 과학을 사랑한답니다. 자, 여러분 이거 봐요, 대한민국 고인류학자1호는 미국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어요. 자 여러분, 고래를 연구하는 여자도 있습니다. 여러분, 여성혐오살해와 남성폭력에 대해 분노하며 글을 쓰는 여자들이 있어요. 가난이 대물림 되는 것은 이상하지 않냐고 정치를 하는 여자도 있어요. 세상 그 무엇보다 근사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소설가도 있어요. 우리는 언제든 어떻게든 여러가지 길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똑똑한 여자들의 글,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는 여자들의 글을 지금보다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소개해야겠다. 이렇게 작고 약한 나, 이렇게 나약한 내가 할 수 있는 일중에 하나가 그것일 것이다.

아 진짜 똑똑한 여자들의 글을 읽는 거 세상 신나고, 나도 똑똑해지고야말것이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4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발머리 2018-12-06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문과라서 그런지 과학 공부하는 여자, 수학 잘 하는 여자가 마냥 멋져보여요!
저도 모르게 여성에게는 금지된 영역이다,라고 생각해서 그럴까요? 한계와 편견을 넘어선 여자들 정말 대단해요.

그리고... 다락방님 용기 주는 사람이예요.
다락방님의 위대한 여성 소개와 ‘해봅시다!’그리고 ‘컴온!!!’을 들을 때마다 전 용기가 막 샘솟아요!!!! 퐁퐁!! 퐁퐁!!

다락방 2018-12-06 10:30   좋아요 0 | URL
맞아요, 단발머리님. 우리 사회가 언제부턴가 이과를 더 높이, 더 멋지겨 쳐줬던 것 같아요. 특히나 이과 남성들은 그 부심이 대단한것 같고.. 그럴 필요가 없는건데 말입니다.
그래도 수학잘하고 과학 잘하는 여자 보면 멋져요. 너무 멋져요. 그리고 그런 여자들이 지금보다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남자들이 이과영역을 더 잘한다, 남자들이 수학 잘한다, 같은 걸 우리가 듣고 자라지만 않았어도,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여자들이 이과 영역에 진출해있을 텐데요. 아쉬워요.


헤헤, 해봅시다와 컴온이 용기를 준다 하시니 계속 하겠습니다.

해봅시다!
컴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카스피 2018-12-07 0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성을 압도하는 이과 여성(법의학자)이 나오는 추리 소설도 있는데 바로 본즈시리즈에요.미드 본즈의 원작소설인데 읽으시면 재미있으실 거에요^^

다락방 2018-12-07 08:04   좋아요 0 | URL
본즈 시리즈가 뭔가요? 그냥 본즈 시리즈라고 검색하면 무슨 만화만 나오는데요...

비연 2018-12-07 09:32   좋아요 0 | URL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984824

이 책인데... 품절된 듯...

다락방 2018-12-07 09:36   좋아요 1 | URL
방금 중고책으로 주문했어요. 회원중고 최상 있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배송비 내고 주문완료!

종이달 2022-03-19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