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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애견 배변봉투 개똥이


지난 주에 만난 친구1, 친구2는 모두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었다. 남동생네 회사에서 만든 <친환경 생분해 다용도 비닐봉투>에 대해 얘기하니, 고양이 변처리에 비닐이 꼭 필요하므로 요긴하게 쓰일 수 있겠다는 말을 그 친구들로부터 들었다. 어? 고양이는 모래위에 응아 하고... 그거 변기에 버리는 거 아니었어? 고양이랑 살지 않는 나는 그렇게만 생각했는데, 이게 모래를 어떤 모래를 쓰느냐에 따라서 변기에 버리지 못하고 반드시 비닐에 버려야 되는 상황이 있는가 보았다. 오, 그렇다면 생분해 비닐봉투가 정말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이벤트 합니다.



조건 없고요, 반드시 냥이들과 같이 살지 않아도, 봉투 자체가 다용도로 쓰일 수 있으니, 필요하다 써보고 싶다 하시는 분은 댓글 주세요. 선착순 12분께 30매씩 보내드리겠습니다. (등기발송 안하고 우편발송 하겠습니다~)


봉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링크를 참고하세요. ☞ 친환경 생분해 다용도 비닐봉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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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8-09-18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요!

다락방 2018-09-18 15:16   좋아요 1 | URL
오, 굿굿. 주소삼종셋트 비밀댓글로 적어주시면 보내드릴게요~ 후훗.

2018-09-18 15: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18 15: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18 15: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18 15: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8-09-18 15:27   좋아요 0 | URL
네 주소 삼종셋트 비밀댓글로 달아주세요~

2018-09-18 15: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각양배추 2018-09-18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저도요! 친구네 집 강아지 생각나서 주고싶어요!

다락방 2018-09-18 15:37   좋아요 0 | URL
네네. 생각해보니 제가 등기발송할 게 아니라서 핸드폰 번호는 안적어주셔도 될 것 같아요. 이름과 주소만 비밀댓글로 적어주세요~

2018-09-18 15: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꼬마요정 2018-09-18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요!!!! 요렇게 이벤트를 하시는 거였어요오!!!

다락방 2018-09-18 16:44   좋아요 0 | URL
ㅎㅎ 댓글로 주소랑 이름 남겨주세요.

2018-09-18 16: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18 17: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8-09-18 17:27   좋아요 0 | URL
일반우편으로 발송할 거예요. 우편함 확인해보시면 됩니다~

꼬마요정 2018-09-18 18:39   좋아요 0 | URL
넵 고맙습니다^^

Forgettable. 2018-09-18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니깐.. 제가 고양이도 필요하다고 했자나여 ㅠㅠㅠ 헤헤 암튼 마케팅 타겟이 두배가 되니 좋네요. 번창하시길!!!

다락방 2018-09-18 17:12   좋아요 0 | URL
개똥이는... 개똥이가 잘팔려야 되는데, 개똥이 에코(페이퍼에 올린 생분해 비닐봉투)가 더 잘나갈 것 같아요. 우리는 개똥이가 메인인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뭐든 잘만 팔려라, 잘만!! >.<

2018-09-18 1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8-09-18 20:06   좋아요 0 | URL
물론이죠! 주소랑 이름 남겨주세요~~

2018-09-18 2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9-18 2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8-09-18 21:03   좋아요 0 | URL
네네네네 기꺼이 보내드릴게요!!!!!

다락방 2018-09-19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섯분 남았습니다~

코코몽 2018-09-19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내주실 수 있나요???:)

다락방 2018-09-19 19:01   좋아요 0 | URL
네 주소랑 이름 알려주세요~

2018-09-19 1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8-09-19 19:04   좋아요 0 | URL
네 보내드리겠습니다~

2018-09-19 19: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8-09-20 0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분 남았습니다~

2018-09-20 14: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8-09-20 14:31   좋아요 1 | URL
보내드리겠습니다~

릴리송 2018-11-14 0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받을수 있을까요? 고양이 키우는데 안그래도 친환경봉투 생각했거든요~부탁드려요~

다락방 2018-11-14 05:41   좋아요 0 | URL
얼마든지요!! 주소랑 이름 적어주세요~

2018-11-14 1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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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
절판


계속 사용해보니 포스트잇 플래그보다 좀 더 단단해 나은 것 같다. 재구매 하는걸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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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as 2018-09-17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사용전이에요 쓰던거 마저 써야 하는 병에 걸려있어서 ;ㅂ;

다락방 2018-09-17 15:12   좋아요 1 | URL
저는 한 번 더 써볼까 해요. 물론 아직 하나 다 쓴 것도 아니지만요. 그렇지만 마리 루티 책 읽고 있으니 아마 금세 하나 다 쓰지 않을까 싶습니다. 훗
 

-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또 누군가에게 그 감상을 말한다면, 의도하든 그렇지 않았든 상대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나 역시 다른 사람들의 감상을 듣거나 읽고 다음 읽을 책을 결정하기도 하지만, 나 역시 다른 사람들에게 그러할 것이다. 어제 북플을 살펴보다가 북플 친구가 책 두 권을 함께 링크해 감상을 써둔 것을 보았다. 그 책 두 권은 내가 영화 《서치》얘기를 하면서 나란히 링크해두었던 책들이었다. 나의 한 페이퍼에 있던 그 두 책을 나란히 읽고 그 감상을 적어둔 북플 친구를 보니, 아 우리는 서로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란히 링크해둔 그 책을 그대로 읽은 북플 친구라니. 그간 그 분과 나는 이 공간에서 따로 어떠한 대화를 주고받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서로에게 말을 건네는 사이가 아니어도 이렇게 북플이란 앱에서 알게 되어 책 읽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정말이지 대단하다고 생각되었다. 나를 즐찾한 이천명이 넘는 사람들 중의 거의 대부분은 내게 말을 걸지 않는다. 내 글을 읽으러 들르긴 하지만 조용히 글을 읽고 조용히 본인이 읽고 싶은 책을 찜해두고는 읽거나 또 글을 쓴다. 나 역시 마찬가지. 내가 즐찾한 많은 분들의 글을 읽고 부러 말을 걸 때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아, 이런 책을 읽고 이런걸 느꼈구나' 하고는 돌아와 그것들이 쌓여 내 독서에 어떻게든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는 아주 작게, 정말 작게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리고 더러는 아주 크게.



- 주말에 친구에게 페미니즘 관련 책을 읽고 글 좀 쓰라고 엄청 버럭버럭 댔는데, 그렇게 집에 돌아오니 나 역시 페미니즘 관련 서적을 읽고 싶었다. 페미니즘 책장 한 칸은 따로 마련되어 있는 터라, 그 앞에 가 섰다. 자, 무얼 읽을까? 이 책을 집었다 놓고 저 책을 꺼냈다 놓았다가, 결국 내가 선택해 꺼낸 책은 '마리 루티'의 이 책이었다.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나는 이미 마리 루티의 책 한 권을 읽었던 사람으로써 기쁘고 반가운 마음이었으나, 많은 사람들이 읽지도 않고 악플을 다는 것을 보았다. 감히 니가 뭔데 전문가인 과학자와 진화심리학자들에 대한 불만을 말하느냐, 는 것이 악플들의 내용이었다.


나를 비롯한 사람들은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말을 듣기 싫어한다. 인정하기 싫어한다. 그래서 내가 잘못됐다는 걸 사실 속으론 알고 있으면서도 그렇지 않다고 악을 쓰는 경우가 생긴다. 이 책에 대한 읽지 않고 쓴 평들은 바로 그런것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마리 루티는 직접적인 악플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이 책에도 소개되어 있는데, 그 악플은 이곳에 달린 악플과 다르지 않았다. '남자는 이런 종이고 여자는 이런 종인데 그걸 왜 부정하냐!라는 글이었다. 이 글을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써놓고는 개인에 대한 모욕적인 글들을 꼭 덧붙인다. 마치 그렇게 함으로써 상대의 기를 죽이겠다는 듯이.


마리 루티에게 달린 악플들은, 어제 읽은 '도리스 레싱'의 단편집들에 등장한 못난이 남자들과 닮았다. 내 유혹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내 뜻이 상대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너무 싫고 짜증나서 상대에게 쌍욕을 하는 거. 이건 여우의 신포도보다 더하다. 여우는 자신이 먹지 못할 포도를 분명 '실거야'라고 생각하고 돌아섰지만, 이 악플러들은 굳이 '너는 시어 이 미친 신포도야!!' 라고 하는 꼴이랄까.


나는 내가 왜 그많은 시간동안 남자들이 이성적이고 논리적이고 차갑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알고 지낸 삼십 몇 년이 너무 억울해서 미칠 것 같다. 누구보다 흥분을 잘하고 감정적이고 일단 화부터 내고 큰소리치는 존재들인데, 머릿속에 '여자들은 감정적이고 이성적이지 못하다'는 편견을 꽉 틀어박고서는, 여자의 논리적인 반박에도 '너는 감정적이야'라고 대응하는 걸 볼 때마다 "응????????????????????" 이렇게 되는 거다. 아마 논리가 무엇이고 감정이 무엇인지 모르는채로 그냥 세팅되어 있는 것 같다. 남자는 논리적 여자는 감정적. 후훗. 감정적인 게 나쁜 게 아니고 논리적게 더 우월한 것도 아니지만, 어쨌든 그들 머릿속의 셋팅은 저렇게 되어있고, 저것은 자신들이 가졌다고 생각한 것-그러나 실제 갖지 못한것-을 더 우위에 두게 만든다.



출근길에 이 책의 머리말만 읽는데도 온 몸이 근질거린다. 벌써부터 뒤의 이야기들이 궁금해 몸이 들썩인다. 마리 루티, 힘내요!



나는 익명성 뒤에 숨을 수 있는 인터넷 공간에서 일어나는 불쾌한 일쯤으로 여기고 그 일을 털어버리려 했다. 하지만 몇 가지 점이 나를 계속 괴롭혔다. 첫째는 많은 악플러들이 드러낸 우쭐한 여성혐오였다. 그들은 과학 탐구라는 이름으로 여성들에 대해 악의적인 말을 하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p.40-41)



언론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는,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불쾌한 생각조차 박해받지 않고 말할 자유가 있다. 그러니 남성의 공격성과 여성의 조신함을 기본축으로 하는 성 문화를 예찬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라. 단 이러한 예찬이 과학적으로 정당하다는 말만은 제발 하지 말아라. (p.35)




- 《밥블레스유》에 '정해인'이 나왔다. 나는 정해인에 대해서라면 아무 관심이 없는 노관심의 사람이지만, 그 편을 매우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송은이가 정해인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고, 시간이 지난 후에 정해인이 송은이에게 문자메세지를 보내는 거다.


"누나 전화하셨었어요?"


나는 이 순간 정말이지 막 웃음이 났다. 물론 당연히 전화했으니까 부재중전화가 찍혔겠지 이놈아, 그걸 뭐 말이라고 물어봐 ㅋㅋㅋㅋㅋㅋㅋㅋ그런데, 저 말, '누나, 전화하셨었어요?' 이 말이 너무 다정하게 느껴지는 거다. 누나, 누나라니...


누나라는 말을 내가 남동생말고 들어본 적이 있기나 하던가... 내가 연하의 남자들하고 연애하고 돌아다녀도 그들이 내게 누나라고 부르진 않았고, 나 역시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했었는데, 아, 누나라니, 너무 다정한데? 갑자기 나 역시 누군가로부터 '누나'라고 불려지고 싶어지는 것이다. 으악, 어떻게 누나라고 불려지지?


이 얘기를 회사 동료에게 하니, '우리 남자직원들한테 누나라고 부르라고 할까요?' 하는데, 상상해보니 아으- 너무 징그러운 거다. 으악- 싫어, 그러지마! 하면서, 내가 그간 연하남과의 연애에서 왜 나를 누나라고 부르도록 하지 않았을까..지난 시간이 후회되는 것이야.


누나.


나 너무 누나 소리를 들어야겠는데. 칠봉이 너, 다시 돌아오기만 해봐라, 이번엔 누나라고 부르라고 할거야. 으르렁-


누나. 너무 누나 되고 싶네. ㅋㅋㅋㅋㅋ


그러고보니 마리 루티의 책에 연하의 남자에 관련된 부분이 있었다. 다시 책 인용 들어가시겠다.



내가 처음 올린 글 가운데 하나는 이른바 '퓨마' 현상에 대한 농담 섞인 짤막한 글이었다. 퓨마 현상이란 연상의 여성이 연하의 남성과 데이트하고 때로는 결혼까지 하는 것을 말한다. 나는 그 글에서, 연상의 여성이 연하의 남자와 자는 이유는 생식 가능성이 사라지고 있는 것에 애가 타서 폐경이 닥치기 전에 마지막 시도를 하고 싶기 때문이라는 진화심리학 논증을 조롱했다. 나는 연상의 여자가 연하의 남자와 연애하고 싶은 이유들은 그 밖에도 많다고 지적햇다. 연하의 남성들은 평등주의적인 성 문화에서 사회화되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그 결과 그들은 여성성에 대한 구태의연한 이상들을 들먹이며 여성들을 숨 막히게 하지 않는다. 하지만 연상의 남자 가운데 이런 사람이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젊은 남성들 -특히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 가운데서 찾는 것이 더 쉽다는 뜻이었다. 그것은 최근들어 남성과 여성이 관계를 맺는 방식이 바르게 변했기 때문이다. 또한 나는 나이가 좀 있는 여성들 가운데 일부는 섹스가 좋다는 단순한 이유로 섹스 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아기를 낳는 것이 연상의 여자가 근육질의 젊은 남자와 자는 목적이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p.38)



이 나라에서 연하라고 해서 특별히 더 성평등을 장착했다고 보여지진 않지만, 나는 마리 루티의 말에 깊은 공감을 했다. 평등주의적인 성문화에 아무래도 더 사회화 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니까. 다시 말하지만, 그러나 '꼭' 그런건 아니다. 연하라고 해서 성평등한 시선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정말 그렇다. 세상에는 빻은 연하남이 쌔고 쌨으니까.




- 토요일에는 제주에서 있는 강아솔의 콘서트에 다녀왔다. 사실 나는 알지 못하는 가수였는데, '니가 좋아할거야'라는 친구의 말에 무작정 가서 보고 듣게 됐다. 친구의 말대로 콘서트는 좋았다! 강아솔의 목소리며 노래들도 하나같이 너무 좋았는데, 일단 콘서트 시작에 앞서 강아솔이 무대에 자리잡았을 때 콘서트장(까페였다)의 뷰도 어찌나 좋았는지!!



(강아솔 님은 콘서트에 앞서 사진을 찍어도 된다고 허락하여 주었습니다.)


창밖으로 바다와 노을이 지는 것이 그대로 보였습니다. 아아..... 제주의 하늘은 얼마나 낮던지, 아름다운 구름들과 구름들의 색이 바뀌는 것을 나는 계속하여 목격하였던 것이었던 것이었다...아, 아름다운 제주여...


여담인데, 같이 제주의 하늘을 보며 감탄하다가 그 친구와 '먹고사는 일이 해결된다면 너는 제주에서 살고 싶냐 하노이에서 살고싶냐' 라고 친구에게 물었다. 친구는 고민할 새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 '나는 제주지!' 응.. 그렇구나. 나는 하노이... (응?)


아무튼 그렇게 점점 까맣게 달라지는 풍경을 바라보며 좋은 노래들을 가만가만 들었다. 나는 처음 보고 듣는 가수인데 벌써 3집 가수였다.













콘서트장에서 강아솔의 3집 CD 를 팔고 있길래 친구와 하나씩 구매하고 싸인을 받았다. 그리고 노래를 듣던 중에 '온전한 그대를 원해요'라는 가사에 꽂혀서, 얼른 핸드폰을 꺼내 가수가 말하는 노래의 제목을 적어두었다.







-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가 분명하고 확실하게 알게되는 것들이 있다. 내게는 어제 일요일 오전의 대화가 그랬다. 대화를 하다가 내 진심을 들여다보고 알아챌 수 있었다. 그 진심은 나도 모르는 사이 입밖으로 말이 되어 나왔고, 말해놓고 나자, '아, 이것이 내 진심이구나, 내가 그렇게 행동하고 그렇게 선택한 것은 바로 이 이유였구나' 하는 깨달음이 온것이다. 나 혼자서 늘 고민하고 생각하고 되물어도 분명하고 명징한 이 사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가, 대화도중에 벼락처럼 찾아온 것이다.


그래, 내가 원하는 건 이것이었어. 이것이었구나. 이것이 나의 깊은 진심이었어.


물론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나는 항상 내가 원하는 바를 알고 있었고, 진심 역시 확신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그 대화로 인해 더 분명해졌달까. 분명해진 내 진심을 들여다보는 것은 반가운 일이었다. 나조차도 놀라긴 했지만, 당연하구나 생각도 했고. 그러자 더 힘이 났다. 지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사람이 에너지를 얻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또 사람마다 다를 것이고. 내 경우에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도 분명히 그 한 방법이다. 대화를 함으로써 마음이 좀 후련해지는 것도 있지만,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도 한다. 어제처럼, 분명한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도 가능해지고. 내가 잘한 것을 일깨워주는 것도 또 내가 잘못한 것을 지적해주는 것도 모두 나를 만나는 타인으로부터 가능해진다. 로스토프 백작에게 다른 많은 친구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 객관화가 필요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필요하다. 다른 좋은 사람들.




- 어제 수키 시리즈에 나왔던 문장을 찾고 싶어서, 그런데 그게 어떤 책인지를 몰라서 시리즈에 내가 포스트잇 붙여둔 데마다 읽어보는데, 다 내가 표시해둘 만큼 좋은 문장들이었다. 좋고 당당한 문장들. 아아, 이렇게 붙여놓은 나 칭찬해. 그리고 이런 글귀 나올 때마다 표시해둔 나 잘했다. 역시 책 너무 좋다. 책 너무 좋고 글 쓰는 것도 너무 좋다. 나는 활자중독증 뭐 이런 건 아니지만, 뭐랄까, 끊임없이 무언가를 읽고 보고 듣고 배우고 또 말하고 싶다. 그렇게 하는 게 책이 있어서 가능해진다. 책 너무 좋다. 내가 하고 싶은 말, 그리고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까지 다 나와 있는 책은 정말이지 너무 좋은 것이야.


나는 계속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늙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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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는 제주도에 다녀왔다. 토요일에 비행기에 타서는 전자책으로 '도리스 레싱'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을 읽던 친구들이 다들 '네가 꼭 읽어봐' 하기에, 사서 읽으려고 했더니, 내가 이미 산 책인것이야? 역시 나다..언제나 읽을 준비가 완료되어있게끔 미리 다 사두는 나여..준비성 철저한 수학적 뇌를 가진 나여...


아무튼 첫번째 단편 읽다가 와- 너무 딥빡이 와서 ㅋㅋㅋ 물론 그 남자의 찌질함에 대해 이미 다른 친구들로 부터 들어 각오하긴 했지만, 와, 세상 찌질한 남자가 여기있다. 오십 넘게 처멱고 아내도 있으면서 굳이 요즘 잘나가는 삼십대 여자와 꼭 한 번 자야겠다고 마음 먹는 남자. 그런데 그게 그 여자가 자신에게 너무 매력을 어필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 여자랑 자야겠고, 그걸 다른 사람들에게  으쓱하며 알리고 싶어하는 거다. 그런데 여자는 당연히 이 남자랑 자기가 싫어? 그러나 여자가 혼자 있는 집에서 남자는 강제로 그녀에게 입을 맞추고 꼭 끌어안고 '너랑 잘거야' 이딴 소리를 해대는 거다. 여자를 흥분시키고 자기를 원하게 만들기 위해 그 남자가 키스와 애무를 다시 시작하려고 하자, 여자는 '그걸 처음부터 겪느니 그냥 자줄게'라고 하는데, 거기에서 남자는 이 여자로부터 분노를 느끼고 그러면서 꼿꼿했던 고추도 풀죽어버리고...


이래놓고서는 '너랑 제대로 잘거야' 이러고 다짐하지만 곯아떨어져 버리는 것이다. 그래놓고 그여자의 회사에 굳이 데려가서 여자의 남자동료들 앞에서 '어제 이 여자 나랑 있었지' 이걸 꼭 보이고 싶어한다. 그리고 여자는 '너 그러고 싶은 거구나 참나원' 이러면서 다 알아채고. 그래서 굳이 여자를 데려다주겠대. 아이고 세상 머저리...세상 꼴통....아우 너무 찌질해서 ...



두번째 단편에서도 찌질한 삼십대 남자가 나온다. 자기가 아무리 추파를 보내도 여자로부터 응답이 없자 그 여자를 창녀라 욕하고 분노하는 남자... 세상에는 내가 유혹한다고 해서 내 유혹에 넘어오는 사람들은 사실 별로 없다. 운좋게 나의 호감에 상대도 호감으로 응답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이 일어나. 그러나 상대가 나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고 해서 그것으로 상대에 대해 분노하고 욕을 하고 화를 낼 일인가..  너무 못나지 않았냐.... 


도리스 레싱은 이 단편집에서 아주 '사실적으로' 찌질한 남자들을 그려내고 있다. 세상 찌질한 못난이들...못났다 진짜..... 그런데 이런 남자들 .... 이게 허구의 인물만은 아닌 것이야. 정말이지, 사실적이다. 사실적이야...



돌아오는 비행기 안. 친구와 나란히 앉아서 각자 크레마를 꺼냈다. 너는 뭐 읽어? 나는 이거 읽는데, 이러면서 서로 크레마를 꺼내서 보여주는데, 그러다가 우리 둘다 '기본글꼴'이 아닌 걸 알게 됐다. 어, 너도 설정 바꾸네? 응. 나는 볼드체도 했어. 나도! 난 글씨도 키웠어. 몇 프로야? 110 프로, 근데 니가 더 크네. 나는 115 프로. 노안이 와서 키우고 진하게 만들어야 돼 ㅋㅋㅋㅋㅋㅋㅋ 이러면서 깔깔대고는 너무 좋아했다. 


야..같이 여행 다니는 친구가 같이 크레마도 들고 다니고 그러면서 어떤 책을 읽는지 얘기하고, 크레마 포인트 크기나 서체에 대해 얘기할 수 있다니... 진짜 너무 대단한 축!복! 아닌가. 나에게 이런 친구가 있다니, 너무 좋으네, 하면서 히죽히죽 웃고 크레마 얘기 실컷 하다가 둘다 각자의 크레마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자고 있었어? 헐..나 언제부터 잤지? 하고 옆의 친구를 보니 친구도 자고 있다.....


아 너무 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크레마 이북 얘기 실컷 하다가 자버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크레마 가지고 왔다고 책 읽는다고 하고서 둘다 자버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 뭐지요?

크레마 뭐지?

인생은 뭘까.........



제주도에서 귤을 한 박스 사가지고 무겁게 들고 왔는데, 집에 오니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공사중...이어서 낑낑대고 계단으로 걸어왔어.



인생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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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8-09-16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 소소한 행복, 사소한 근심, 따뜻한 인연들로 엮어가는 여행이죠 머. 다락방님 친구분이랑 너무 좋아요. ㅎㅎㅎ

다락방 2018-09-17 09:28   좋아요 1 | URL
맞아요, 꼬마요정님. 소소한 행복 사소한 근심 따뜻한 인연들.
제가 인생이 아주 큰 복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해요. 저의 좋은 친구들도 그중 하나입니다.
물론 알라딘과 꼬마요정님 같은 알라디너들도 제 복입니다. 제 소중한 인연들이세요. 헤헷.

단발머리 2018-09-16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정겹고 바람직한 우정이예요. 같이 크레마와 글씨체를 자랑하고는 잠에 들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두 분 오래오래 행복하시기 바래요^^
찌질한 남자 얘기보다 훨씬 더 마음에 드는 이야기예요.

다락방 2018-09-17 09:29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 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같이 크레마와 글씨체를 견주다 잠이 들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세상 누가 이런 우정을 가지겠습니까. 이것은 그 친구와 저 사이에서만 가능한 일이지요. 으하하하하하하하.

네네, 세상에는 찌질한 남자 이야기보다 더 가치 있는 이야기가 많지요. 우리는 그런 이야기들을 많이 주고받으며 살도록 해요! 후훗.
 
모스크바의 신사
에이모 토울스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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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이 등장하고 비극적인 사건이 등장해도 결국은 인간애에 대해 말하는 소설을 나는 좋아한다. 내가 궁극적으로 읽고 싶은 이야기는, 다른 존재에게 고통과 상처를 주는 것도 인간이지만 그것을 회복하고 극복하게 도와주는 것도 인간이라고 말하는 종류의 것이다. 작가가 그런 사람이라면 등장인물도 그러할 수밖에 없다. 시종일관 섬세하고 따뜻한 작가의 시선이 보여서 내내 기쁜 마음으로, 물론 초조해하기도 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읽으면서 몇 번이나 '이것은 내가 좋아하는 그런 종류의 이야기다' 라고 생각했다. 


'로스토프' 백작은 정부에 반하는 시를 썼다는 이유로 '메트로폴 호텔'에 연금되는 벌을 받는다. 호텔 바깥으로 나가는 순간 총살될 거라는 협박과 함께. 그렇게 호텔 안에서의 생활만 해야 하는 그의 나이는 서른셋. 


다행히도 그가 연금된 호텔은 매우 큰 호텔이었다. 세탁실과 재봉실이 따로 있고 레스토랑과 바도 있는 곳이었다. 게다가 그에겐 숨겨둔 돈도 있었고 책도 있었다. 내가 여기에서만 살아야 하다니, 하는 절망 대신 그는 호텔에서의 삶을 잘 살아낸다. 물론 어느순간 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호텔의 옥상에 올라가 떨어지려고도 한다. 그러나 그 때 호텔 직원이 그를 발견하고는 불러내어 따뜻한 시간을 갖는다. 그는 자신의 자살을 조금 뒤로 미루게 된다.


그는 자신이 처한 한정적 상황내에서 그러나 긍정적인 시선을 잃지 않는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다정함을 잃지 않고 친절을 베푼다. 나는 이 사람이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잘하고자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 사람이 결국은 잘 될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의 어린 딸 역시 그가 가진 장점-내가 알아챈 능력-을 알고 있었다.



"건배를 제안하고 싶어요. 제 수호천사이자, 아버지이자, 친구인 알렉산드르 로스토프 백작을 위해. 우리 모두에게서 장점만을 찾아내고자 하는 사람을 위해." (p.578)



다른 사람에게서 장점을 찾아내고자 하는 사람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도 좋은 것을 찾아내려고 하는 사람이다. 그의 그런 성향은 결국 그에게 좋은 직장과 직장동료(그렇다, 그는 호텔내의 웨이터 일을 하게 된다), 그리고 좋은 친구와 좋은 애인을 주었다. 물론 좋은 딸도! 그가 그들에게 다정하고 친절했기에, 그 역시 그런 사람들을 얻게 된다. 그는 호텔 안에서만 생활하고 호텔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면서도, 그러나 그 누구보다 좋은 사람들을 사귀고 벗하게 된다. 그가 친절을 베풀었던 사람들은 그의 위기의 순간에 하나같이 나서서 도와준다. 게다가 그가 자신의 행복을 위해 선택한 위험한 결정에 있어서도, 저마다 기꺼이 돕기를 청한다. 


물론 그라고 실수하지 않는 건 아니다. 잘못된 말이나 행동을 해서 지적을 받을 때면 기꺼이 인정하고 바로 사과를 하는 사람이었다. 아마도 그런 점이 그의 주변에 좋은 사람들을 두는데 큰 영향을 줬을테다. 


"그 옛날 너에게 평생 메트로폴을 떠날 수 없다는 연금형이 선고 되었을 때, 네가 러시아 최고의 행운아가 되리라는 걸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 (p.460)

 

바깥 상황은 시끄러운데 그가 호텔 내에만 있기 때문에 행운아가 된 것은 아니다. 그와 같은 성향의 사람이라면, 어디에 어떤 처지에 놓이더라도 그 상황을 행운으로 바꿔놓았을 것이다. 


로스토프 백작은 몽테뉴를 장농받이로 꽂아두었지만, 로스토프 백작의 딸은 몽테뉴를 읽으려고 안나 카레니나를 대신 장농받이로 꽂아둔다. 책을 살아하고 책 읽는 것을 사랑하는 주인공이 나오는 것은 내게는 정말이지 짜릿한 기쁨인데, 로스토프 백작은 종종 문학과 작가에 대한 찬양을 하는 통에 아주 즐겁게 읽었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 두꺼운 책에 나오는 사소한 일화들과 긴 세월에 걸쳐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은 작가가 얼마나 섬세한 사람인지, 이 책을 쓰는데 얼마나 오래 생각했을지를 짐작하게 한다. 나는 이 책의 아주 많은 대화들과 일화들이 좋았지만, 마지막에 이 문장을 읽으면서는 마음이 일렁일렁해서 호흡을 가다듬어야 했다.



하지만 백작의 울음은 자신을 위한 울음이기도 했다. 마리나와 안드레이와 에밀과의 우정에도, 안나에 대한 사랑에도, 어느 날 갑자기 그에게 찾아든 특별한 축복인 소피야에도, 미하일 표도로비치 민디흐가 죽음으로써 젊었던 시절의 백작을 알던 마지막 사람도 함께 사라진 것이었다. 그렇지만 카테리나가 부탁한 대로, 적어도 그는 살아남아서 기억해주어야 했다. (p.589)




세상에는 수많은 감정이 있다. 그중에는 내가 겪어본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을 거다. 사람은 좀처럼 자신이 경험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이런 감정을 써준 작가라니, 작가라는 것은 얼마나 위대한가. 


로스토프 백작은 서른셋에 호텔에 갇혀 호텔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고맙게도 그 안에서 새로운 우정들을 만들고 사랑도 만들었지만, 그를 지탱하는 데에는 호텔이 아닌, 호텔 이전의 우정도 있었다. 호텔 이전의 학창생활에 자신과 가장 친하게 지냈던 친구, 그가 백작과의 만남을 갖기 위해서는, 로스토프 백작이 밖으로 나갈 수가 없으니 친구가 호텔로 백작을 방문해야 했다.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해 알고, 자신의 학창시절에 대해 아는 친구. 시간이 흐르고 여러가지 사건이 섞이면서 백작은 그 친구의 죽음에 대한 소식을 듣게 된다. 백작은 운다. 친구의 죽음이 슬퍼서도 울지만, 자신이 호텔 이후에 사귄 좋은친구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호텔 이전의 자신을 아는 사람이 사라졌다는 소식에 자신을 위해 운다. 자신에게는 너무나 큰 환경의 변화, 호텔에서만 생활해야 하는 환경의 변화에 있어서, 그 전의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과 견고하게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에 큰 축이었을 것이다. 나는 이 감정이 너무 손에 잡힐 듯해서 너무 안타까웠다.


내게도 그런 일이 있었다. 로스토프 백작처럼, 자신이 사는 환경이 완전히 바뀌어야 했던 사람, 그런 사람을 내가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말해주기 전에는 몰랐다. 그가 나를 만나서는, 환경의 바뀌기 전의 자신과 바뀌고난 후의 자신까지를 잘 아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에 자신을 울고 싶어지는 기분이라고, 이 만남이 그에게는 필요했다고 그는 내게 말했었다. 그가 그 말을 해주기 전까지는 나는 그런 감정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 몰랐다. 그 감정에 어떻게 이름을 붙여야할지 모르겠지만, 세상에 '그런 감정'이 있었던 거다. 나는 그런 감정을 그를 만나기 전까지 알지 못했던 것처럼, 다른 사람들 역시 일상적으로 겪을 수는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에이모 토울스'가 바로 그 감정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에이모 토울스가 그 감정을 백작의 입을 빌어 얘기하는 바람에 나는 그만, 이 책을 사랑하기로 했다. 얄짤없다, 이 책은 사랑이다. 누군가는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몰랐을 감정에 대해 얘기하다니, 이것만으로도 나는 작가에게 큰 감사를 보낸다.



이 책이 좋은 책이라고, 나는 정말 좋았다고 쓰려고 햇는데, 쓰다보니 자꾸 개인적으로 흘러버리고 마네.



오늘 친구와 그런 얘기를 했다. 연인과 헤어지고 나서 아주 많은 것들이 아쉽고 슬프지만, 나는 자랑할 수 없는 게 너무 힘들다고. 나에게 일어난 좋은일, 자랑할만한 일을 얘기하고 싶다고. 그래서 상대로 하여금 나를 자랑스러워 하게 만들고 싶은데, 그걸 할 수 없어서 너무 속상하다고. 몇 번 얘기한 적 있지만,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자랑스러운 사람이고 싶다. 궁극적으로 그들로 하여금, 그들이 사랑하는 내가 얼마나 뿌듯한 사람인지 느끼게 하고 싶어. 그러기 위해서는 내 스스로가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 그들에게 자랑스러움을 선사할 수 있는 좋은 사람. 그런 마음, 그런 바람이 나를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게 만드는 것이고.



"내겐 너를 자랑스러워할 이유가 셀 수 없을 만큼 많단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바로 음악원 경연 대회가 열렸던 밤이었어. 하지만 정작 내가 최고의 자부심을 느낀 순간은 안나와 네가 우승 소식을 가지고 돌아왔을 때가 아니야. 그것은 바로 그날 저녁, 경연을 몇 시간 앞두고 네가 경연장으로 가기 위해 호텔 문을 나서는 모습을 보았을 때였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박수 갈채를 받느냐 못 받느냐가 아니야. 중요한 건 우리가 환호를 받게 될 것인지의 여부가 불확실함에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지니고 있느냐, 하는 점이란다." (p.609)




아, 정말 너무 좋지 않은가!

나는 백작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이라서 눈물이 날만큼 좋다. 그 자부심이 경연대회에서 우승을 해서이기 보다는, 그것의 여부가 불확실함에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지닌 걸 알아채서라는 게 자지러지게 좋다. 네가 우승해서가 아니야, 우승의 여부를 알지 못함에도 도전하는 거, 그 용기가 너무 자랑스러워. 나는 이 말이 진짜 너무 좋은 거다. 


인생에 있어서 나는 그다지 많은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아주 많은 사람들과 크게 또 작게 연결되어 살 수 밖에 없지만, 정말 소중한 사람들이 나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나 역시 그들에 대해 자부심을 갖는다는 것, 이것만 있어도 살아가는데 큰 좌절과 절망쯤은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그 자부심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특출나게 다른 사람들보다 잘나서 오는 게 아니다. 나는 그저 그 사람이 그런 모습인 사람이라는 것만으로 자부심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사람이다. 


"이 사람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야."


어디가서 어깨 힘 뽝 주고 얘기할 수 있다는 거, 진짜 너무 좋잖아. 그런데 그 어깨힘 뽝- 이 되는 많은 이유들 중에 하나가 '환호 여부의 불확실함에도 그는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를 지녔어'일 수 있다는 거, 진짜 짜릿하잖아. 


이런 식의 감정을 적어내다니, 에이모 토울스, 사랑합니다. 



이런 문장들이 고스란히 가슴에 와 살포시 쌓였다. 그럴 기회가 있다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런 문장들을 나직하게 읽어주고 싶다. 밑줄을 그어놔야지. 언젠가 나의 조카가 내 책장에서 이 책을 꺼냈을 때, 이 문장을 보고 좋아해줬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이 책은 나로 하여금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또 접게 만들었다. 나는 아무리해도 이렇게 섬세한 작가가 될 순 없을 것 같아서.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사교 범위가 점점 줄어드는 것은 슬프지만, 피할 수 없는 인생의 현실이지." 그가 말했다. "습관에 의존하는 경향이 늘거나 아니면 활력이 주는 탓에 우리는 갑자기 몇몇 익숙한 사람들과만 사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단다. 그래서 나는 인생의 지금 단계에서 너처럼 멋진 새 친구를 만나게 된 것을 굉장한 행운으로 여겨." ( p.153)

"이 로비에 당신과 함께 있을 때마다 수치심을 느끼게 되는 운명인 것 같네요." 그녀가 말했다.
백작은 놀란 표정이었다.
"수치심이라고요? 내가 아는 한 당신은 수치심을 느낄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당신은 눈이 멀었나 보군요."
그녀는 젊은 감독이 밀고 나간 회전문이 아직도 돌아가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그쪽을 바라보았다.
"난 그 사람에게 술 한잔 하자고 했어요. 그런데 내일 아침 일찍 집을 나서야 할 일이 있다고 하더군요."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아침 일찍 집을 나서야 할 일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백작이 말했다.
그녀는 그날 저녁 처음으로 진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어 계단을 가리켰다.
"그럼 나와 함께 위로 올라가는 게 좋겠네요." (p.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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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8-09-16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으신다기에 기다렸습니다. ㅎㅎㅎ 아아 그렇군요. 그런거에요. 역시 인간은 줄을 꼬기도 하지만 풀기도 하죠. 읽을게용~~

다락방 2018-09-17 08:13   좋아요 1 | URL
꼬마요정님, 이 책은 제가 참 좋아라 하는 종류의 책이었어요. 저는 따뜻하고 예의바르고 다정한 인간이 나오는 책을 정말 좋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만들어가는 관계를 지켜보는 것도 너무 좋고요. 긴 소설이지만, 소소한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잔뜩 들어있습니다. 천천히 읽어보세요!

지나 2018-09-17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나만의 백작이 너무 인기가 많네요

다락방 2018-09-18 01:56   좋아요 0 | URL
정말이지, 그는 신사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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