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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침을 해도 나 혼자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
무레 요코 지음, 장인주 옮김 / 경향BP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나는 고양이를 무척 좋아한다.
외국 생활 중 나와 친구를 해준 많은 고양이들과 첫사랑 같은 우리 팔자를 열렬히 사랑하였다.
이제는 고양이 그림만 봐도 그 책은 들추어 보게 되어있다.
그렇다 보니 제목에 고양이란 단어가 딱 박혀 있고, 책표지에 그것도 가운데에 검은색 점박이가 딱 자리 잡은 이 책을 나는 읽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는 영화 『카모메 식당』을 족히 5번 이상은 본 사람이다.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은 일본 특유의 감수성이 그리워지면 지금도 시청하고 있다.
이런 내가 무레 요코 책은 처음으로 접하다니,,,
내가 애정 하는 영화의 작가가 내가 사랑하는 고양이와의 일상을 그린 책이니 나에게 선물과 같은 책이다.
1998년 무레 요코는 자신이 사는 아파트 담장 위에 있던 새끼 고양이를 보호하게 된다.
그 이후, 19년을 그 고양이 C 와 가족으로 함께 살아간다.
그리고 이 책은 그녀와 고양이 C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다.
읽는 내내 얼마 전 무지개다리를 건넌 우리 팔자가 생각나서 가슴이 먹먹해지곤 했다.
어쩜 고양이들은 이토록 사랑스러우며, 우리에게 기쁨을 주는 것인지 모르겠다.
나는 2년 후 일본에서 고양이를 키우며 살 계획이 있는데, 미리 그때의 나를 체험해 보는 것 같아서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넘기곤 했다.
문제는, 이 책으로 인하여 세상의 고양이가 다 우리 팔자 같지 않다는 사실을 실감했다는 것이다.
암컷 고양이 C는 내가 보기엔 감당하기 어려운 말썽쟁이 고양이다. 그리고 어찌나 도도한지.
한마디로 집사 무레 요코는 C의 하인과 같이 느껴진다.
아니면 이것이 진정한 집사의 면모라고 해야 하는 건가.
입맛 까다로우시고, 자기 전에 자신의 방을 집사에게 확인 시키고, 새벽이며 30분 간격으로 집사를 깨운다.
병원에 갈 때는 도착할 때까지 소리를 질러대며 울고,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세상 아무것도 몰라요라는 순진하고 발칙한 코스프레를 하며 저자의 혈압을 높인다.
집사가 외출하는 일이 생기면 C에게 오랜 시간 설득을 하여 허락을 구하고, 마사지와 빗질의 서비스를 하루에 몇 번을 제공해준다.
무레 요코를 진짜 존경이 해야겠다. 나는 진짜 키울 수 있는 것인 가.
그렇지만 19년이나 그녀 곁에 함께해준 노묘가 그녀에게 어떤 의미인건지 생각하면 집사로서 그녀의 직업의식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세상에 오랜시간 같이한 누군가를 항상 웃음짓게 하고 가슴 따뜻하게하는 존재는 별로 없다.
고양이와 함께한 그녀의 삶과 일상이 간결하고 깨끗해서 읽는 내내 웃음지어지고 즐거웠다.
요즘 읽은 책중에 이토록 마음 편안히 즐긴 에세이는 오랜만이다.
그렇지만 고양이 C 를 생각하면 고양이를 키우는건 살짝 겁이 났다. 다시 고려해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