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친구가 박세리가 로마에 간 여행 프로그램이 있다며 추천해주어 요즘 그걸 보고 있다. <뭉뜬 리턴즈> 가 그것인데 9회차부터 아마도 11회차까지 박세리의 로마 여행기인것 같다. 박세리를 포함한 운동선수 출신 김동현, 윤성빈, 김민경이 함께 로마로 향했다. 그들중 일부는 구면이고 일부는 처음 보는 사이들이었다. 여성 두 명과 남성 두 명이 함께 로마를 갔는데, 운동선수들은 해외 경기 때문에 외국을 자주 나가도 그것이 여행이었던 적은 없었다고 했다. 이렇게 여행으로는 처음이라고. 그렇게 그들은 함께 로마로 향했다.
숙소는 에어비앤비로 잡은듯했는데, 테라스도 있고 각자 방을 하나씩 쓸 수 있는 구조였다. 박세리가 대장이고 윤성빈이 총무를 맡았는데, 넷이 함께 여행하는 건 처음이고 심지어 처음 만나는 사이도 있으니 이 여행은 당연히 여러가지로 맞지 않는 것들을 확인하는 과정이 될것이었다. 아니나다를까, 김동현은 공원에 가서 꼭 보트를 타고 싶어하고, 박세리는 그걸 뭐하러 타냐고 하는 타입이었다. 결과적으로 길을 잘못들어 보트를 탈 순 없었지만, 김동현은 계속 타지 못한 걸 아쉬워했고 박세리는 탔다 치고 빨리 숙소로 돌아가자고 하더라. 나는 이 프로를 보면서 와, 내가 저 중 한 멤버였다면 정말 스트레스 많이 받았을거란 생각을 했다. 그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역시나 '맞지 않음'에서 오는 것인데, 일단 박세리는 다른 사람들이 여기 가보자 저기 가보자 하는 것에 다 '거기를 뭐하러 가', '그걸 뭐하러 해'를 많이 했고, 게다가 걸음이 너무 빨랐다. 다른 세 명보다 훨씬 저기 앞에 가는데 아 그거 보는게 좀 불편했다. 다른 멤버들이 하고싶어하거나 보고싶어하는 건 그걸 뭐하러 하냐면서 본인은 그런데 길 가다 기념품 파는 곳에서는 멈춰 서서 오랜 시간 쇼핑을 하는거다. 또 쇼핑을 잔뜩 하고 그 짐은 김동현이나 윤성빈에게 다 들게 하고. 물론 쇼핑할 작정으로 나선게 아니기 때문에 가방을 메고 오진 않았다는 걸 알지만, 그 짐들을 모두 맡기고 본인은 편하게 걷는게 나는 영 못마땅했다. 친구 사이라면 그런 식으로 하지 않을텐데, 모두 운동을 한만큼 그들은 선배의 짐을 들어주는 게 당연한것 같았다. 박세리는 타고난 대장 같았는데 그렇다고 박세리가 이기적이었느냐 하면 그런 건 아니었다. 박세리는 영어에 가장 유창했고(와 개멋짐..) 맛집을 다 알아두었으며, 식당을 예약해두었다!! 다같이 레스토랑에 가서 스테이크를 먹을 때는 본인은 레어를 좋아하면서도 레어를 힘들어하는 김동현과 김민경을 위해 중간에 웰던으로 구워달라고 요청을 한다. 넘나 대장임. 아니, 여러분, 영어로 밥 먹고 사는 거 아닌데 영어 잘하는 거 진짜 너무 멋지지 않나요?? 물론 그게 영어든 스페인어든 일어든 뭐가 됐든 말이다. 그거 안해도 사는데 지장 없지만 그런데 잘해. 개멋짐..
김민경은 여행을 가장 즐기려는 사람 같았고 무엇보다 멤버들의 기분에 가장 신경을 쓰는 것 같았다. 이 여행은 즐겁고 또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한데 다른 멤버들도 즐겁기를 바라는 게 눈에 보였다. 박세리가 웃으면 언니가 웃어서 좋다고 말했다. 비가 와서 다들 이게 뭐야 하고 있으면 비 오는 것도 낭만적이지 않냐고 했다. 윤성빈은 자신이 메고 온 가방에 박세리가 산 모든 물건들을 담아야 했고 지도를 보고 길을 찾았으며 예정에도 없던 일로 오래 멈춰야 하면 초조해했다. 그리고 비가 오는 거 낭만적이지 않냐고 김민경이 말할 때, 뭐가 낭만적이냐고 비가 오는데, 라고 말했다. ㅎㅎ
역시 여럿이 함께 여행가는 일은 너무나 힘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여기에서 이걸 꼭 보고 싶은데 동행은 그걸 뭐하러 봐, 라고 하면 거기서 삐걱대고, 나는 정해진 시간 내에 저기에 가고 싶은데 동행은 멈춰서서 기념품 하느라 시간을 지체하면 또 거기서 삐걱대고. 한 명은 목적지를 향해 빨리 걸어야 하고 동행은 천천히 주변을 관찰해야 하면 거기서 또 삐걱대고. 한 명은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사고 동행은 충동구매는 하지 말자고 하고. 아, 역시 사람은 제각각이고 그런 상태로 함께 온종일 붙어 있는 건 정말이지 기 빨리는 일이다. 여행을 가장 편하게 하는 방법은 당연히 혼자 하는 것인데, 이건 또 이것대로 밤에 외로워... 밤에는 수다가 필요하다.....
아무튼 이 서로 다른 네 명이, 수시로 의견이 충돌하는 이 네 명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 한마음이 되는 때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밥 먹을 때였다. 아직 끝까지 보지 않아 그 뒷편에 밥으로 대동단결하는게 아닌 다툼이 일어나는 장면이 나오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네 명이서 박세리가 예약한 스테이크 먹으러 갔을 때 와 ㅋㅋ 진짜 빵터졌네. 그러니까 티본스테이크 1kg.. 이라는 얘기가 나와서, 그래, 뼈 무게가 있긴 하지만 네 명이면 1킬로는 먹어야지, 하고 있는데, 네 명이니까 각자 1킬로씩 먹어야 되지 않겠어? 라고 박세리가 말하는게 아닌가. 나는 너무 놀라 자빠질 뻔. 그런데 멤버들이 ㅋㅋㅋㅋㅋㅋ놀라거나 말리는게 아니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윤성빈이 '각자 1킬로씩은 먹어야죠' 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그런데 박세리가 '좀 적으려나?' 했더니, 김민경이 '다른 거 더 시키면 되죠' 이러는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기요, 여러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결과적으로 네 명이서 스테이크 4킬로에 파스타 두 개를 시켰다. 애피타이저로 파스타 먹죠, 이러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1차는 삼겹살 2차는 치킨, 뭐 그런건가요? 아무튼 그렇게 네 명이서 그걸 다 먹더라. 와 대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스테이크 먹으러 가서는 모두가 한마음이었다. 운동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엄청 잘 먹어... 대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감탄한 장면은 윤성빈과 김동현의 아침 운동 장면이었다.
밤늦게 로마에 도착해 숙소를 찾고 각자 방 배정을 하고 얼른 자자, 하면서 내일 그러면 우리 열시에 트레비 분수로 출발하자, 라며 그들은 흩어졌다. 그런데 김동현과 윤성빈은 다음날 운동을 하겠다는 겁니다. 와.. 열세시간 비행하고 밤에 도착해 자면 다음날 일어나기 진짜 피곤할텐데, 아침 일찍 일어나서 운동.. 이라고요? 다음날 아침, 설마 운동을 정말 하려나? 했는데 윤성빈과 김동현은 헬쓰장에 가서 무게를 열심히 쳐가지고 특히나 윤성빈이 썽난 등과 팔을 만들었다. 대박. 멋져. 나도 여행가면 아침 운동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개멋짐. 일전에 윤식당이었나, 박서준이 아침에 일어나서 조깅하는 것도 멋졌는데, 와... 여행지에서 아침에 일어나 운동이라니. 나도 그런 사람이 되겠습니다!!
재미있게 보고있다. 다음엔 맛있는 피자집을 가는 모양인데 얼핏 보니 네 명이서 피자 다섯판은 시켜먹는 것 같더라. 너무 기대된다. 이 구성이라면 도대체 뭘 얼마나 먹을지... 막판엔 박세리가 숙소에서 고기도 구워주는 모양인데, 그것도 너무 기대된다. 걸음 너무 빠르고 그걸 뭣하러 하냐고 퉁을 놓는 박세리는 내 타입이 아니지만 그러나 영어 개잘하고 넘나 잘 먹고 식당 예약하고 돈 아끼지 않는 박세리는 넘나 내 타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다음에 뭐 먹으러 갈지 진짜 너무 기대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역시 여행은 먹으러 가는 거 아닌가.
그나저나 이번 달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젠더와 민족] 넘나 어렵다.
읽었던 문장을 또 읽고 또 읽고... 그래도 잘 모르겠어. 운다 ㅠㅠ
오랜만에 캐나다뷰~
어제 테일러 스위프트의 신간 소식을 알게 됐다. 오!! 이건 사야해!!
사실 나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책이 번역되길 기다린다.
이 책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번역중인건가요? 제발 그렇다고 말해주세요..
릴리 알렌 책도 번역 되었으면 좋겠다. 이건 아무도 번역하고 있지 않겠죠... 역시 영어 공부는 나의 몫.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