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엔 오징어제육볶음을 포장해갔다. 회사 앞에 맛있는 집이 있어서 이걸 우리 가족들과 먹으리라, 하는 예쁜 마음으로 포장해갔는데, 하아- 한시간 넘는 퇴근길에 이 포장을 들고 가는 건 정말이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날은 더웠고, 포장 용기는 크고 따뜻했으며, 포장용기를 담고 있는 비닐 봉지는 약해서, 나는 결국 포장용기를 가지고다니던 에코백에 넣었고, 에코백에 있던 책을 겨드랑이에 끼고 갈 수밖에 없었는데, 퇴근길 지하철은 사람이 많았고, 자리는 없었으므로, 나는 겨드랑이에 책을 한 권 낀 채, 뚱뚱하고 무거운 에코백을 들고 서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잠깐 힘이 빠진 순간 턱, 하고 겨에 낀 책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책을 주워 다시 겨드랑이에 끼면서, 나는 왜 이러고 사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일을 안산에 계신 엄마와 전화 통화중에 말하니, 야, 맛있는 걸 왜 굳이 회사앞에서 사와서 가족들까지 먹인다고 그 고생을 해, 거기서 거리가 얼만데 그걸 들고 와, 그냥 너 혼자 먹어....(아, 갑자기 며칠전 단발머리님 페이퍼 생각났다....딸아이에게 동생 줄거 챙기지 말고 다 먹으라고 하셨다던...이거슨 첫째의 숙명인가!)
아무튼 그걸 낑낑대고 집앞에 갔지만, 너무 고생한 탓인지, 제육볶음이 꼴도 보기가 싫어진 나는, 갑자기 오전에 읽은 비연님의 페이퍼가 생각나서는 삼겹살에 대한 욕망에 시달린다. 그래, 삼겹살을 먹자. 그리하여 나는 책을 겨드랑이에 끼고 무겁고 뚱뚱한 에코백을 든 채로 시장엘 간다. 그러나 어? 시장이 끝날 무렵에도 정육점이 보이질 않아. 이상하다? 여기였는데? 왔던 길을 되돌아가고 다시 되돌아오고 어어? 이상하네? 분명 여기였던것 같은데?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가서 찾아냈다. 씨양- 내가 뭐 잘난 걸 먹는다고 이고생을... 하아- 결국 삼겹살을 산 나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포장된 제육을 멀찌감치 밀어버리고, 샤워를 하고, 삼겹살을 굽는다,
라는 순서가 되어야 맞겠지만, 너무 고생스럽고 빡쳤던 나머지, 일단 와인을 딴다. 따서는 들이켜며, 하아-, 그래 이거야, 한다. 이제야 비로소 살 것 같아... 하고는 삼겹살을 굽는다. 와인은 좋았다. 역시 와인은 좋구나. 지난달 생일에 친구로부터 선물 받은 와인. 역시 사람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확실히 알고 부르짖을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선물이 와인인데, 그 와인 선물을 받았다니까? 여튼 그래서 고기를 굽고, 와인을 마셨다.
아, 그렇지만 너무 열심히 쳐묵쳐묵했는지, 먹다가 도중에 아구가 아프더라.. ㅜㅜ
오늘 점심엔 동료와 이자까야에 가서 탄탄면을 먹자, 얘기했는데, 막상 음식점에 도착해 메뉴판을 보니 동료도 나도 다른 메뉴로 눈길이 가더라. 그래서 동료는 나가사키짬뽕을 주문하고 나는 연어벤토를 주문했다. 훈제연어를 맛있게 잘먹는 나이니, 날것의 연어를 밥과 같이 먹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받은 연어벤토의 비쥬얼은 진짜 끝내줬다!!
아아, 예뻐. 연어가 몇 점 없지만, 예쁘고 좋아!
라고 저 탱글탱글 보들보들한 연어를 입 안에 넣으니, 하아, 목구멍이 콱- 막히더라. 비위가 상한다. 이런 질감, 이런 식감의 날생선이, 따뜻한 밥 위에서 미지근해져 있으니 도무지 내가 먹을 수 있는 맛이 아니더라. 아...영혼에 스크래치....몹시 상처받은 나는 역시 탄탄면을 먹어야했나, 하며 탄탄면을 시키고 싶어졌다. 그래도 이게 만 원이나 하는데, 하고 한 점 더 먹었지만..역시 목구멍이 막혀. 안돼, 나의 점심을 이대로 무너지게 둘 순 없어! 탄탄면 시킬거야! 라고 하자, 앞에 앉은 동료가 너무 아깝다며 자신의 짬뽕을 좀 나누어주겠단다. 나는 그런 민폐를 끼칠 수 없으니 새로 내 것을 시키겠다 했지만 동료는 워낙 양이 많으니 조금만 주겠단다. 그래서 몇 젓가락 나가사키짬뽕을 얻어먹고, 벤또의 연어는 제외하고 밥을 다 먹었다. 배는 부르더라. 그렇지만 상처입은 나의 영혼.....나의 소중한 한 끼, 다시 못올 한 끼...나는 이것을 어떻게 보상받을 수 있는가. 퇴근하면서 집에 갈 때 할라피뇨와퍼 먹을까?????
지난주에 샌드위치를 먹고 집에 돌아가는 길, 길이 무척 예쁘게 느껴져, 멈춰 서서 사진을 찍었다. 오늘 문득 스맛폰 안의 사진첩을 보다가, 아아, 나는 사진 찍는 길로 나아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참.... 잘 찍는 것 같아....
여름에 향수를 하나 사고 영양크림 샘플을 받아둔 게 있었다. 그걸 최근에 다 썼는데, 요즘 좀 피부가 뭔가 좋아진 느낌이라 이 크림탓인가? 싶어지는 거다. 생리가 끝난 후라서일까, 크림이 좋았던 탓일까...일단 크림의 용기를 버리기전, 사진을 찍어뒀다. 나중에 백화점 가서 얼마인지 물어보기나 해야지.... 사지는 말고...
사실은 피부가 좋아진 게 아니라............기분 탓인가?
언제였지, 앱으로 보정하는 셀카 말고 순수한 셀카를 찍어보고 싶어 충동적으로 셀카를 찍었다. 아이폰은 셀카버전으로 찍으면 진짜 삐꾸로 나와서 못찍겠었던 거다. 물론 남동생은 '삐꾸로 나오는 게 아니라 삐꾸인거다' 라고 했지만...여튼 셀카버전으로는 찍을 수 없어 거울 셀카를 찍었다. 보정없는 셀카다!! 하며 후훗, 역시 나쁘지 않아, 나는 좀 괜찮아, 라고 생각하고 친구에게 보내줬는데, 이 셀카를 받은 친구는 이 셀카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야!
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게 아니라, 그냥 앱을 이용해 보정해 찍으라고 했었지...
내가 왜 이렇게 사진 올리고 있냐면,
일 하기가 싫어서 그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