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독서 취향이 전혀 다른 타부서의 ㅇ 과장으로부터 이 책을 선물 받았다. 로알드 달을 읽어본 적이 없었던 나는 이 책으로 처음 만나는 셈인데, 이제 막 처음의 단편 하나를 읽었는데 재미있다. o과장은 나와 동갑이고 남자사람인데, 일전에 우리는 서로 책에 대한 취향이 달라서 회식중에 살짝 투닥거리기도 했었건만, 그 뒤로 복도에서 만났는데 내가 극찬한 핏츠 제럴드 단편선을 읽고 있다는 게 아닌가! ㅎㅎㅎㅎㅎ 암튼 그뒤로 살짝 사이좋게 지내고 있는데, 로알드 달의 소설을 읽어보라며 선물해준 것이다. 암튼 하나 읽고 재미있다고 어제 고맙다고 인사를 했는데, 두번째 단편에서 병맛 캐릭터가 나온다... 아직도 두번째 단편 읽는 중이므로 뭐, 이 병맛 캐릭터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지켜볼 일인데, 이런 구절을 봤다.
그러나 훌륭한 말솜씨와 눈의 표정만으로 여자를 끌어당기는 것이 아니었다. 코도 한몫을 했다. (오스왈드는 XIV권에서 어떤 여자가 보낸 짧은 편지를 인용하면서 그 내용을 기분 좋게 음미하는데, 그녀는 그의 이런 면을 아주 자세하게 묘사했다.) 오스왈드는 흥분을 하면 콧구멍 주위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났던 모양이다. 콧구멍 테두리가 팽팽해지면서 나팔꽃 모양으로 벌어져 안의 선홍색 피부가 드러나는데, 이것이 묘하게도 야생 동물 같은 인상을 주었다. 글로 묘사하면 별로 매력적으로 들리지 않을지 몰라도, 실제로 여자들은 그것을 보면 감전을 당하는 듯한 자극을 받았다.
여자들은 거의 예외 없이 오스왈드에게 끌렸다. 우선 그는 어떤 가격으로도 소유되기를 거부하는 남자였으며,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바람직한 남자가 되었다. 그리고 여기에 덧붙여 일류의 지성, 넘치는 매력, 난잡하다는 평판이 기이한 조합을 이루어 강력한 매력이 만들어졌다. (p.60)
아니, 이게 뭐야? 콧구멍 테두리가 팽팽해지면서 나팔꽃 모양으로 벌어져? 안의 선홍색 피부가 드러나? ... 싫은데? 근데 그게 야생 동물 같은 인상을 준다고???????????????????? 그러면..좋은가? 물론 내가 맹수를 좋아하고, 뭔가 으르렁- 하면 매력을 느끼긴 하지만....그래도 나팔꽃 모양으로 벌어지는 콧구멍..같은게 좋을리 없지 않나? 아마 나처럼 생각할까봐 '글로 묘사하면 별로 매력적으로 들리지 않을지 몰라도' 라고 쓴건가? '실제로 보면 감전을 당하는 듯한 자극을 받는'다고? 되게 궁금하다. 나팔꽃 모양으로 벌어지는 콧구멍..이라니. 감전을 당하는 듯한 자극, 그런거 나도 한 번 받아보고 싶네 그려. 감전을 당하는 듯한 자극을, 근데 왜 나팔꽃 모양으로 벌어지는 콧구멍..으로부터 받는걸까. 그게 주는 게 뭘까? 콧구멍 페티쉬..같은건가?
몇차례 얘기했었던 것 같은데, 나는 거절을 잘한다. 거절하면 상대가 상처 받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다 같은 상황을 또 만들게 되는 것 보다는, 순간 상처를 주고 받을지언정 같은 상황을 또 만들지 않는 것이 결과적으로 상대와 나에게 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거절은 확실히 해줘서 같은 상황을 반복하지 않는 것. 궁극적으로는 그게 낫다는 것이 나의 삶에 대한 태도랄까. 그러니까 이걸 왜이렇게 거창하게 말하느냐 하면, 그래서 나는 어제도 2차 맥주집에서의 헌팅을 단호히!! 거절했다는 거다. 움화화화화화화화핫
문제는 거절의 주체가 '나'여서는 안되었다는 것...내가 아니라 내 동료.. 여야 했다는 것... 하아-
직급이 사원인 L 양과 나는 어제 같이 술을 마시러 갔다. L 양은 입사한지 아직 1년도 안된 20대의 미모로운 여자사람이고, 나는 이제 차장으로 진급한 '내일모레 마흔'인 여자사람이다. 우리는 곧잘 같이 술을 마시곤 하는데, 서로 대화하는 게 무척 즐겁기 때문이다. 대화도 잘 통하고 술도 좋아하고 그래서 우리 둘의 어마어마한 나이차이에도 불구하고 술자리를 즐겨 갖는데, 혹시라도 직장 상사이기 때문에 상대가 불편하거나 부담스럽진 않을까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로 나랑 노는걸 즐거워한다는 게 눈에 보이므로 나 역시 기꺼이 함께 노는 것이다. 내가 감각이 좀 젊지....않나? 여튼 우리는 회사 얘기서부터 그동안 만나왔던 서로의 찌질한 연인들에 대한 뒷담화 까지, 또한 사랑에 빠졌을 때 뭐가 좋았는지 어떤 것들이 후회가 되는지 서로 이야기하며 깔깔대고 즐거워하는데, 어제도 마침 우리 둘에게 이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되서 같이 술을 마시러 간 것이다. 1차로 쭈꾸미를 먹으러 가서 그곳의 친절한 사장님과 약간 대화하며 또 깔깔대고 웃었다. 그리고 우리는 대화를 좀 더 하자며 2차로 옮겼다. 2차는 근처의 맥주집이었다. 간단히 맥주 한 잔씩만 하고 가자, 라고 말하고 2차로 옮겨 자리를 잡고 앉아 맥주와 안주(치즈스틱과 감자튀김...고칼로리...성공적)를 주문한 뒤 우리는 다시 폭풍 수다를 떨었다. 떨고 있는데 갑자기 덥썩,
내 옆자리에 와이셔츠 차림의 젊은 남자가 와서는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하는 거다. 나는 아이쿠 깜짝이야, 라고 했고, 놀라게 해드려서 죄송하다며, 자신들도 맥주를 한잔 하고 있는데 같이 마시자는 거다. 그래서 나는 아니다 됐다 라고 했다. 그래도 계속 같이 놀잔다. 남자는 나보다 한 십년쯤은..젊어보이는 듯했고, 의욕이나 뭐 이런 게 그러니까 직장에 입사한 지 얼마 안된 것 같았는데, 잘생겼지만, 여튼 나는 됐다고 했다. 우리 금방 갈거에요, 라고 하자 남자는 우리도 금방 갈거에요 라는 거다. 저희는 이것만 마시고 갈거에요, 라고 하니까 저희도 이만큼 남았어요 라는 게 아닌가. 하아- 이 시점에서 나는 사실 이 남자가 나랑 같이 놀고 싶어서 온 게 아니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내 옆자리에 앉았고, 나보다 젊어 보였으니까. 또한 내가 이십년 가까이 술을 마시는데 같이 술마시자고 남자가 헌팅한 경험이 거의 없으니까. 분명 나랑 같이 있는 L 양 때문에 온 것인데, 이 거절의 기회를 L 양에게 줘야하는게 아닐까 싶어 거절의 대답을 잠깐 멈췄다. L 양은 거절하기 싫을 수도 있잖아? 그런데 L 양도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도 이 남자는 포기를 모르더라. 하아- 그래서 나는 개정색을 하고 말했다.
- 저희(라고 말하며 L 양과 나를 가리켰다) 지금 얘기중이었잖아요.
- 네
- 가세요.
- 네
결국 남자는 자기 자리로 돌아갔는데, 혹여라도 L 양의 의도와는 다르게 진행된 게 아닐까 좀 걱정이 되는 거다. 그래서 물었다. 혹시 같이 놀고 싶었던 거 아니냐, 라고 물으니 아니란다. 이 아닌게 정말 아닌 게 맞는 건지, 아닌 게 아닌 건 아닌 건지...지금부터 남자들과 합석해서 놀게 되면 집에 늦게 들어가게 될거고, 나는 다크서클 관리 때문에 일찍 자야 되니까 늦게까지 놀기 싫고, 늦게까지 놀면 택시 타고 집에 가야 되는데 나는 택시 타기도 싫고... 결정적으로 나는 지금 별로 남자랑 놀고 싶지도 않았고..나에게는 거절의 이유 밖에 떠오르지 않았는데 혹시 L 양은 이걸 아쉬워하는 게 아닐까?
이게 오늘 아침 출근길에 진짜 폭풍 미안함으로 다가오는 거다. 내가, 나에게 오지도 않은 제안을 너무 단호히 마치 내것인듯 거절해버린 게 아닌가...아, 너무 미안한거다. 그래서 오늘 출근해서는 내가 미안하다, 내가 너무 나이가 많아서 노는 데 지장을 준 것 같다, 내가 거절했어야 되는 게 아닌데 내가 한 것 같다 등등의 말을 건넸다. L 양은 절대 아니라며, 차장님하고 노는게 훨씬 더 재미있다고 했다. 그렇지만...그건 내가 직급이 높고 바로 앞에서 말하고 있기 때문에 하는 말일 수도 있으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너의 즐거움을 방해하는 걸지도 모른다, 앞으로는 나랑 놀지 말라고 웃으면서 말했는데 내가 젊은이들의 창창한 즐거움을 막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아침에 막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암튼 이 일에 대해서 출근한 뒤 K 양에게 말하니, 왜 거절했냐며 같이 놀지, 다음엔 자신도 꼭 같이 가자는거다. 같이 놀자고. 그래서 내가 그래, 나는 중간에 빠질테니 너희들이 즐겁게 놀아, 라고 했다. K 양은 무슨 소리냐고, 차장님을 절대 보내지 않을 거라고 했지만....아무래도 .. 난... 안될것 같아...... Orz
미안해..
아침 출근길에는 '박정현'의 <미안해>를 들었다.
https://youtu.be/1RaquBAwefY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0514/pimg_7903431031205267.jpg)
바뀐 졸리 사진 너무 이쁘다. 머리 올린 것도 너무 예쁘고 빨간 립스틱도, 웃는 것도 예쁘다. 내가 좋아하는 게 여기 다 들어있다. 나는 여자사람들의 헤어스타일 중에서 올린 머리를 가장 좋아하고 가장 예쁘다고 생각한다. 올림 머리가 가장 완벽한 헤어스타일이 아닌가 싶다. 하고나서도 제일 편한 스타일이기도 하고. 립스틱은 크, 빨간색이 진리지. 게다가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미소 짓는 졸리라니. 예뻐서 미치겠다. 나중에 서재 사진 바꾸게 되더라도 이 모습은 기억하고 싶어서 페이퍼에 넣는다.
나도 눈동자 색깔 특이한 거였으면 좋겠다. 회색이나 초록색이나 파랑색...핑크색은 어떨까? 핑크색은 별로인가?
밥 먹고 싶다 ㅠㅠ
많이 먹고 싶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