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좀 더 지적이었다면 이걸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을텐데, 내가 좀 더 똑똑했다면 이 책의 가치가 지금보다 내게 더 크게 느껴질텐데,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들이 있다. 좋고 싫고로 말할 수 없는 책들, 그러니까 독자를 잘못만나 제대로 된 가치를 평가받지 못하는 책들이라고 하면 설명이 될까. 『화이트 노이즈』의 '돈 드릴로'가 내게는 그런 작가중 한 명이 될 것 같다. 『화이트 노이즈』도 그랬고, 이번에 읽은 그의 소설 『마오 II』도, 내가 좀 더 똑똑했다면 이 책을 정말 제대로 잘 이해했을테고, 그랬다면 이 책의 가치는 더 높아지지 않았을까 싶은거다. 대단한 책이라는 생각은 드는데, 그건 어렴풋한 감상일 뿐 실제로 내가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한 것 같지는 않다. 다만, 돈 드릴로는 인간 내면의 불안함을 잘 잡아내는 작가가 아닌가 싶다. 고작 이정도밖에 설명할 수 없어서 심히 부끄럽지만 어쩔 수 없다.
















『화이트 노이즈』에서 내가 가장 인상깊었던 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는 약'에 관한 부분이었다. 책 속의 여자는 그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신문에 난 그 광고를 보고 그 약을 사러가서, 아직 허가받지 않은 그 약의 실험자가 된다. 무엇보다 나는 그 약을 신문에 광고로 낼 수 있을만큼 많은 사람들이 가진 두려움이라는 것에 대해 위안을 받았었다. 게다가 어떤 이들은 기꺼이 그 약을 복용하려는 의지를 보인다는 사실, 그 사실에 끔찍한게 아니라 위로가 되는거다. 백이면 백이 모두 그런 두려움을 가진게 아니라 할지라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런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게 아닐까, 하면서 말이다. 내가 그 다수에 포함되어 있는데, 그렇다면, 내가 가진 두려움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책 마오에서도 비슷한 부분이 나온다. 브리타라는 사진작가는 작가들의 사진만 찍는다. 작가는 사상적인 것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위치에 놓여있으므로 브리타는 자신 역시 위험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녀는 테러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다.



"미친 짓이지요. 제 삶을 사람들의 몸짓에 바치니까요. 맞아요, 저는 여행을 합니다. 그건 무슨 의미냐 하면, 제가 테러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순간이 하루도 없다는 말이에요. 그들이 우리를 지배하는 셈이지요. 탑승구역에 있을 때도 저는 유리가 날아올까봐 절대로 창문 가까이엔 앉지 않습니다. 저는 스웨덴 여권을 가지고 다닙니다. 그러니 테러리스트들이 수상을 죽였다고 사람들이 믿지만 않는다면 문제는 없지요. 그런데 그게 썩 좋지 않을 수도 있겠죠. 저는 제 수첩에 작가들의 주소와 이름 대신 암호를 사용합니다. 왜냐하면 어떤 작가의 이름을 써가지고 다닌다는 게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예컨대 반체제 작가, 유대계 작가, 신성모독 작가처럼 말입니다. 저는 읽을거리에 대해서도 조심합니다. 종교적인 내용은 읽지 않죠. 표지에 종교적인 상징이 들어 있는 책이나 총이나 쎅시한 여자가 그려져 있는 책도 읽지 않아요. 그게 제 일면입니다." (p.64)



그녀가 하는 걱정들이 지나치다고, 그녀의 모든 행동들이 오버라고, 대체 누가 말할 수 있을까? 그녀의 위치에서 그녀의 행동들은 지극히 당연하고 타당한 게 아닌가. 창문 가까이엔 앉지 않고, 암호를 사용하여 수첩에 적는 행위들이 힘들어 보이는건 당연하다. 그러나 그녀가 가진 두려움, 그 두려움을 똑같이 가진 사람이라면 조금이라도 자신을 그 두려움에서 떨어뜨려 놓고자 어떤 행위를 하는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가 말이다.



돈 드릴로의 소설을 읽고나면 아, 역시 나는 너무 부족해, 지적이지 못해, 이걸 제대로 이해하고 싶은데, 하는 스스로에 대한 원망이 생기는데, 오, 이 책의 옮긴이의 말은 내게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준다.


드릴로의 문체는 영화서사적 기법이나 추상표현주의적 기법으로 인해 영어 원문으로도 읽기가 쉽지 않고 의미가 불분명한 부분이 많다. 역자의 공부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오역이 없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현대 미국소설의 한 예를 국내에 소개한다는 점에서 부끄러움으르 잠시 잊고자 한다. (p.369, 옮긴이의 말 中에서)


으악, 그러니까 제대로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반드시 내 잘못만은 아닌거다. 의미가 불분명한 부분이 많다지 않은가!! 그러나, 나는 이 책을 똑똑한 다른 사람들이 좀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이 책도 제대로 평가 받아야 되지 않겠는가. 못난 내가 아니라, 이 책의 가치를 좀 알아주는 사람으로부터 말이다.





살면서 몇 번인지는 기억나지는 않지만, 여하튼 여태 지내오면서 나는 가끔, 아주 가끔, 그러까 정말 가끔, 처음 보는 순간 심장에 아주 커다랗고 두꺼운 화살이 팍- 하고 꽂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적이 있다. 당연히 남자를 보고 그랬다는 거다. 그건 '나는 이 사람과 뜨거운 사랑을 하겠구나' 하는 느낌과는 조금 다르고, 음, 나는 이 남자를 아주 많이 좋아하게 되겠구나, 하는 느낌이랄까. 쉽게 말해 반했다는거다. 심장이 격하게 아플정도로. 가장 마지막에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게, 그러니까, 언제냐면...아, 됐다, 패쓰하고, 바로 어제, 그러니까 마지막 느낌을 받고나서 3년? 4년? 5년쯤 됐나, 여하튼, 아주 오랜만에, 유후- 심장이 격하게 쿵 하고 바닥에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아니 도끼로 찍히는 느낌이랄까. 아, 제기랄. 나를 어쩌면 좋아. 그래, 나는 이 남자를 본 것이다. 어디서? 스맛폰에서 -_-







그냥..그냥..커피소년의 사랑이 찾아오면을 mp3으로 듣다가 youtube 검색해봤는데, 이런 라이브 영상이 나오는거다! 아! 나는 재생시키기도 전부터 흥분이 최고조에...하아- 완전 내 스타일이다. 그래서 영상을 재생시켰는데, 하아- 완전 좋아. 건반 치는 손 하며, 저 옆모습이, 진짜 내가 첫눈에 반하는 스타일인거다. 퇴근길의 지하철안이었는데, 나는 책을 꺼낼 생각을 하지도 못하고, 책은 단 한 줄도 못읽고, 그리고 불분명한 대상을 향해 감사했다. 아, 내가 아직 싱글이라 너무 좋아, 완전 좋아, 짱 좋아. 세상에 이런 남자가 남아있다니!! 물론, 그렇다고해서 커피소년이 내 존재를 알 리는 없지만, 이토록 근사한 남자가 대한민국 어딘가에서 살고있다고 생각하면 이 세상이 아름답게 느껴지는거다!

몇년전이었지, 아주 오래전으로 기억하는데, 그 때 당시에 만나서 좋아했던 녀석도 갑자기, 뜬금없이 생각나고. 내가 녀석의 회사로 찾아갔더니 녀석은 나를 만나러 내려와서 소세지를 줬었는데. 나와 둘이 술을 마시고 돌아가던 날에는 나 때문에 너무 웃어서 정신이 하나도 없다고 했었는데..

아,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고.
글쎄 커피소년 라이브영상이 또 있는거다. 아..미치겠다. 자, 이 노래들.










흑흑. 웃는거 보는데 미치겠어. 흑흑.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상대를 정말로 사랑하는지 확신하는 순간은, 상대가 웃는 순간이라고. 상대가 웃는데 내 마음이 마구 따뜻해지고 환해지면, 그게 바로 사랑이라고. 그래서 「이게 사랑일까」를 부르는 커피소년을 향해, 나는 이게 사랑입니다!! 라고 외치고 싶고, 「장가갈 수 있을까」라는 유치뽕인 노래를 부르는 커피소년을 향해, 나한테 장가오시오, 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흑흑. 웃는거 보는데 내 마음이 막 뭉게뭉게 두둥실~ 거리잖아. 상대의 웃는 모습 때문에 내 가슴이 꽉 차올랐던게 대체 얼마만이지? 응? 커피소년아, 당신이 그걸 해냈어!! 


아휴, 뭐 이런 놈이 다있담! ㅠㅠ 



꺅 >.< 앨범 나왔네!!!!!!!!!!!!!!!!!!!!정규 1집!!!!!!!!!!!!!!!!!!!!!!!!!!살게살게 내가 살게!!














그리고 이건 아마도 다음 페이퍼에서 얘기하게 되겠지만, 지금 읽기 시작한 책이 진짜 울트라캡숑나이스짱으로 재밌다. 너무 좋아서 행복할 지경이다. 꺅 >.<



역시 세상은 한 번 살아볼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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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도 기다림, 당신의 다음 앨범을, 벌써부터.
    from 마지막 키스 2012-11-01 09:12 
    그의 음악에 이러한 감성이 묻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커피소년이 된 이유로 설명된다. 그는 아이러니 하게도 커피를 좋아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일년전 그는 한 여인을 사랑하게 되고 그녀가 좋아한 커피를 따라 마시다 보니 그도 커피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이제 커피를 사랑하는, 자신을 '커피소년'이라 부른다. 그리고 일년동안 외사랑의 아픔을 겪으며, 또 희망하며 로스팅을 과정을 거친 원두 처럼 그는 다시 태어나게 되었고, 그녀를 위한 마음을 음
  2. 위대한 유산, 위대한 작가
    from 마지막 키스 2012-11-05 12:35 
    "핍, 이보게 친구, 인생이란 서로 나뉜 수없이 많은 부분들의 접합으로 이루어져 있단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대장장이고 어떤 사람은 양철공이고 어떤 사람은 금 세공업자고, 또 어떤 사람은 구리 세공업자이게끔 되어 있지. 사람들 사이에 그런 구분은 생길 수밖에 없고 또 생기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법이지. 오늘 잘못된 뭔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건 다 내 탓이다. 너와 난 런던에서는 함께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야. 사적(私的)이고 익숙하며, 친구들
 
 
이매지 2012-10-30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가 좋아하는 안경남이군요. 아침부터 훈훈합니다.
그나저나 저렇게 생겨서 장가갈 수 있을까, 라니. 흥=3

다락방 2012-11-01 09:24   좋아요 0 | URL
저는 안경남을 좋아하는건 아닌데 저 안경남은 몹시 훈훈하네요.
그러게나요, 저렇게 생겨가지고 장가갈 수 있을까 라니. 진짜 흥! 빵꾸똥꾸!! 쳇!!

테레사 2012-10-30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다락방님, 어제밤 잠들기 직전 문득 든 생각인데요, 다락방님은 레미제라블의 어느 지점에서 울었던 건가요?

2012-11-01 0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무개 2012-10-30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사라 동영살을 볼수 없는게 너무 안타깝네요. 이래서 스맛폰이 있어야 하는건가봅니다.ㅎㅎ

지금 <잘라라 , 기도하는 그 손을> 읽고 있는데
생각보다 쉽게 책장을 넘길수 없는 책이네요.
다락방님은 어떤 책에 또 포옥~빠지셨을까요~~

다락방 2012-11-01 09:26   좋아요 0 | URL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이 쉽게 책장이 넘어가는 책은 결코 아니죠. 물론 그 책의 책장을 쉽게 넘기는 사람도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저는 일단 쉽게 넘길 수 없는 사람입니다. 지금 이틀밤 째 읽고 멈춘 상태에요. 나중에 읽어야지, 이러면서요. ㅎㅎ

제가 지금 빠진 책에 대해서는 조만간 페이퍼를 쓸 예정입니다. 그때까지만 더 궁금해하셈! ㅎㅎ

moonnight 2012-10-30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정말 훈훈하게 생겼네요. +_+ 근데 지금 뭐 읽으시는 거에요!!!! 궁금해 궁금해 ㅠ_ㅠ
항상 열독하시는 다락방님. 멋져요. ^^

다락방 2012-11-01 09:27   좋아요 0 | URL
너무 훈훈해서 정신줄놓고 동영상 계속 보다가 결국 LTE 폰의 데이터용량을 초과해버리고 말았어요. -0-
역시 여자는 남자앞에 정신차리고 있어야하는거에요. 정신줄 놓으면 안돼요 안돼!!

그치만요 문나잇님, 요즘 며칠째 연달아 술을 마시느라 독서는 멈춤 상태입니다. ㅎㅎ

Mephistopheles 2012-10-30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고 많은 아이템 중에 그것도 자기가 보고 싶어서 달려온 여자에게 내민 것이 "쏘시지"라니....
절대육식묵시록이군요.

다락방 2012-11-01 09:28   좋아요 0 | URL
우리의 처음 만남에서 함께한 음식은 삼겹살이었죠. ㅎㅎㅎㅎㅎㅎㅎ 그 다음만남은 스테이크 ㅋㅋㅋㅋㅋ 그 다음만남은 불닭 ㅋㅋㅋㅋㅋ 아 그만써야지 침나와요. -0-

Mephistopheles 2012-11-01 11:49   좋아요 0 | URL
오늘 점심메뉴는 무조건 "육식"이겠군요...^^

다락방 2012-11-01 11:53   좋아요 0 | URL
돈까스 먹을겁니다!!!!! ㅎㅎ

알로하 2012-10-30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소년 앨범 한번 들어봐야겠네요. <화이트 노이즈>도 관심 목록에 딱! 그런데 지적이지 못한터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 초큼 두렵네요. 두려움을 없애는 약을 저부터 먹고 봐야할듯ㅋㅋ

다락방 2012-11-01 09:28   좋아요 0 | URL
제 동생도 제 친구도 이번 앨범 좋다고 하는데 저는 이번 앨범은 좀 별로네요. 흐음.
돈 드릴로의 책은 뭔가 대단한 것 같은데 제가 잘 잡아내지 못하는것 같아서 좀 애가타네요. 한 십년뒤에 읽으면 그때는 뭘 좀 알 수 있으려나...알로하님도 읽어보세요!!

dreamout 2012-10-31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딘가에 먼지 뽀얗게 쌓인 채 있을텐데.. 돈 드릴로의 소설요. 아. 대체 어디있지... ㅜㅠ
10월의 마지막 날 입니다. 여유를 찾겠다는 월초의 결심은 그야말로 말도 안되는 뻥이었고.. 그 어느때보다 정신 없이 보내고 있어요. 10월의 마지막날 잘 보내세요.

다락방 2012-11-01 09:29   좋아요 0 | URL
드림아웃님이 가지고계신 돈 드릴로의 소설은 무엇인가요? 돈 드릴로는 아직 한 번도 안읽어보신건가요? 제가 장담하는데, 드림아웃님은 돈 드릴로의 소설을 좋아하실겁니다. 어쩐지 그럴것 같아요. (혼자 마구잡이로 추측 ㅎㅎㅎㅎㅎ)
드림아웃님, 돈 드릴로 소설 읽고 리뷰 써주세요!! >.<

그나저나 11월이네요. 하아- 또 나이 먹었어요. ㅠㅠ

얼음장수 2012-11-02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상을 안 봤어야 했던 거였어요.
너무 준수해서 몹시 실망이네요. 흥.

주체할 수 없는 인기 때문에
장가갈 수 있을까
배부른 소리 했던 거였어요.

다락방 2012-11-02 11:54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얼음장수님.
저렇게 준수하면서 왜 저따위 노래를 -_-
진짜 흥이에요, 흥!!

잘 지내고 계십니까?
점심시간이네요. 점심 맛있게 드세요, 얼음장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