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전쯤이었나, 친구가 내게 왓섭으로 '제이슨 므라즈'의 새 앨범이 나왔다고 말해줬다. 나는 너무나 신나서 완전 땡큐라며 당장 지르기 위해 알라딘에서 검색했다.
두가지 버젼의 앨범이어서 뭘 살까 결정하려다가 화들짝 놀랐다. 4월중순에 출고되는 예약판매상품이란다. 뭐라고? 한달전부터 예약판매를 하는거야? 나는 당연히 예약주문을 하지 않았는데, 대체 예약주문은 뭘 위한걸까 갸웃했다. 예약주문으로 사지 않으면 이 앨범이 품절되나? 절판되나? 대체 예약주문의 의미는 뭘까? '이것이 한달 후에 내게로 올것이다' 라는 기대감? 나도 단 한 번 예약주문으로 책을 구매한 적이 있었다. 예약주문이란게 존재하고, 또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구매를 하는 걸 보니 거기에는 뭔가 있지 않을까, 그러면 나도 해보자, 싶었던 것. 그러나 예약주문한 나의 책은 출간된 후 주문한 동료의 책보다 하루 늦게 왔다. 하루 이틀 늦는거야 대수롭잖은 일이지만, 대체 예약주문의 의미는 무얼까. 뭐가 더 좋은거지? 어떤 혜택이 있는거지? 대체적으로 인기있는 작가의 작품이나 인기있는 가수의 음반이 예약주문이 걸리던데, 그들은 원래 인기 있어서 좀처럼 품절되지도 않는다. 나는 그냥 4월중순까지 기다리다가 제이슨 므라즈의 시디를 주문해야겠다. 어쨌든 그의 새 음반이라니. 나는 대체적으로 디럭스 에디션이라든가 하는 앨범 보다는 그냥 노멀한 앨범을 구매하는 쪽인데, 제이슨 므라즈에 대해서는 디럭스 에디션으로 구매할것이다. 제이슨 므라즈의 라이브를 듣는 것은 무척 신나는 일이니까. (그는 영어를 너무 잘해!) 정말 신난다! >.<
신해철은 자신의 노래에서 '약속은 남자의 모든것'이라고 말했었다. 나 역시 거기에 동의하는 바, 이런 가사가 나온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남자들이 역시 대부분의 약속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입 밖으로 툭 내뱉는 의미없는 말들(갑자기 홍상수 감독의 영화 『옥희의 영화』에서 이선균이 충동적으로 내뱉었던 '착할게'라는 대사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약속으로 포장하는 부질없는 말들.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지 깨라고 있는것이 아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나는 그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해도 실망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기대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어쩌면 그들에게 그것은 약속이 아니었는데 나에게 그것이 약속으로 들렸는지도 모를 일이고. 그런데 아마도 2주전이었을 것이다.
회사 동료 e 양이 나를 찾아 나의 사무실로 들어오려는데, 사정이 있어 나는 들어오지 말라고 내가 당신 사무실로 가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의 사무실로 찾아가서 나에게 왜 찾아왔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나에게 "이거 드리려고요." 라고 말하면서 책을 내밀었다.
앗. 나는 놀랐다. 그녀가 내게 책을 주어서가 아니라 그녀가 내게 '이 책'을 주어서. 아주 오래전, 지식e 1권을 친구로부터 선물받아 읽고 좋아서 e 양에게도 추천하고 그래서 그녀도 그 책을 읽고 좋아했었다. 그리고 2권이 나왔을 때부터 인지 혹은 3권 때부터인지, 그녀는 내게 앞으로 지식e 가 나오면 자신이 나에게 책임지고 사주겠다고 했던 것. 나는 웃으며 그 말을 넘겼지만, 그때부터 꼬박꼬박 그녀는 내게 이 책을 선물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나는 이 책을 다 가지고 있지만 한 번도 내가 산 적은 없다. 나는 그녀가 내게 이 책을 사주기로 했다는 것을 늘 잊고 지내다가 -심지어 새로 나온걸 알고 있어도 그녀가 사줄거란 생각은 하지 못한다- 매번 그녀가 지식e 새로 나왔더라구요, 하면서 내밀때마다 아 맞다, 이 여자가 나에게 늘 이 책을 사줬지! 하게 되는거다. 그러니 고맙지 않을 도리가 없지만, 이번에는 그 고마움이 더 컸다.
그 즈음에, 나는 여러가지 일들로 내가 가진 인간관계에, 그보다는 내 성격에 어떤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 한창 의기소침해 있었던 거다. 뭐가 문제일까, 무엇이 문제일까. 나는 대체 어떤 사람일까. 며칠간 그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으면서 이제는 거리가 멀어진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고 우울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참에 '내가 이러기로 했잖아' 라고 말하며 그 말대로 지키는 그녀를 보노라니 말할 수 없이 큰 위로가 되는거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아, 내게는 약속을 지키는 친구가 있어. 나는 그녀의 앞에서는 말문이 막혀 고맙다는 말만 간신히 하고 내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메신저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정말 고마워요. 요즘 나라는 인간은 대체 어떤 인간일까 우울했는데, 당신 때문에 정말 위로가 되네.
정말 그랬다.
지난주말 경향신문의 북섹션을 보다가 나는 두 권의 책을 스마트폰에 메모해 두었다.
소설은 주인공 여여에게 닥친 여러 가지 상실의 상황을 보여 준다. 불치병에 걸린 엄마, 딸의 존재조차 모르는 아빠, 남자 친구와의 이별 등 열여덟 살 여여에게는 녹록한 일이 하나도 없다. 작가는 이처럼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하루하루 꿋꿋이 살아내는 여여의 모습을 차분히 그려 냄으로써, 힘든 순간 또한 지나고 나면 아름다운 삶의 흔적으로 남는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알라딘 책소개中)
이 책은 [창비청소년문학상 당선작] 이라는데, 불치병에 걸린 엄마, 라는 설정 때문에 뻔한 책일 것 같아 선택하기가 망설여지다가 주인공의 캐릭터가 독특하고 그 상황에 울고불고 매달리기보다는 이겨내려고 한다고 해서 흐음, 읽어볼까 싶어진다. 그러다가 알라딘에서 검색했는데 이 책을 사면 '반만년 다이어리'를 준단다. 아...싫어......나 반만년 다이어리 받고 싶지 않아. 그거 갖고 싶지도 않고 재활용 수거함에 넣고 싶지도 않아. 반만년 다이어리 주는 행사 끝날때까지 이 책의 구매는 보류해야겠다고, 지금 막 검색해보고 생각했다.
주인공 가브리엘은 식물원에서 언뜻 마주친 여인에게 사랑에 빠지고 만다. 그녀에 대해 그가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그녀가 두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과 아이들의 이름, 몹시 추운 날이면 후드 달린 빨간 외투를 입는다는 것뿐이다. 가브리엘은 그렇게 그녀를 스쳐 보낸 뒤 집으로 돌아왔다가 마치 외출이라도 하듯이 아내와 작별하고 불가능해 보이는 사랑을 향해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나선다. (알라딘에는 책 소개가 나와있질 않으므로 열린책들 홈페이지의 책소개 中에서)
신문에서 이 책에 대한 글을 읽었을 때, 거기에는 이 불륜은 꽤 오랜기간 동안 지속된다고 쓰여져 있었다. 대체로 불륜이란 단어는 '탄로나는 순간 끝나버리는 관계'라는 뜻을 담고 있는데, 오랫동안 지속되다니, 거기엔 어떤 사연이 있는걸까. 그리고 그 사랑은 어떻게 진행되는걸까. 게다가 이 관계에서 남자는 감성적이고 여자는 이성적이라고 하니, 그것도 궁금하다. 뭐, 감성적이나 이성적이나 사랑에 빠지는 건 다를 바 없지만.
그리고 이 책은 2월 11일에 메모해둔 책.
한 여자. 직업은 도서관 사서. 불의의 사고로 남편을 잃고 외로이 살아간다. 남편의 무덤 앞에서 떠나버린 남편을 원망하며 시간을 보낸다. 한 남자. 직업은 농부. 가족도 연인도 없이 축사의 젖소들을 돌보며 외로이 살아간다. 농사일로 바쁜 와중에도 종종 부모님의 묘를 찾아 정성껏 가꾸며 한숨을 돌린다. 무덤가에서 만난 두 남녀, 대체 이들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알라딘 책소개 中에서)
도서관 사서와 농부의 사랑이란다. 그보다는 무덤가에서 만난 사랑이라는 쪽에 더 흥미를 가져야 하는걸까. 그런데 이 책에 대한 책 소개를 읽다보니 나는 내가 아주아주아주아주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가 떠올랐다. 남자는 혼자 지내는 농부이고 그는 말(어쩌면 소)을 키우고 그 집에 가정부를 구하는 영화였는데..제목이 기억이 잘...어쨌든 엄청나게 매력적인 가정부가 들어오고 그들은 어느날 마굿간(혹은 외양간)에서 엄청 에로틱한 관계가 되어버리는 영화였는데..제목이 생각이 안난다. 포스터는 생각이 나는데 제목이 생각이 안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답답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우앗. 이 단어 저 단어 이 문장 저 문장 다 넣어서 알아냈다. 그 영화의 제목은 바로 『언더 더 선』. 어휴. '선'이란 단어만 생각나서 답답해 미칠 뻔 했다. ㅎㅎ
1956년, 어머니가 세상을 뜬 후 농장에서 혼자 사는 문맹인 중년의 노총각 올로프(롤프 라스가르드 분)는 여자와 손한번 잡아보지 못한 순진무구한 남자. 어느 날, 부끄러움을 무릎쓰고 신문에 구인광고를 낸다. 글을 모르는 그의 유일한 친구 에릭(요한 비더버그 분)은 구인광고를 보고 묘한 불안감에 사로 잡힌다. 금발에 파란눈동자, 그리고 육감적인 몸매의 한 여자가 올로프의 집에 온다.
사십 평생 살면서 여자 손한번 잡지 못했던 올로프는 엘렌(헬레나 베르스트롬 분)의 목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뛴다. 에릭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엘렌에게 욕정과 질투를 동시에 느낀다. 숫총각이었던 올로프에게 사랑을 처음 가르쳐준 엘렌.... 그와 행복한 나날을 보내지만, 자신의 숨겨진 과거때문에 그의 사랑을 받아들일 수 없다.
어느 날, 엘렌은 편지 한통을 남기고 떠나고, 올로프는 편지를 에릭에게 읽게 한다. 편지에는 전혀 상상치 못했던 충격적인 사연이 담겨져 있고, 에릭으로부터 그녀의 베일에 쌓인 비밀을 듣게 되는데. (역시 알라딘 DVD 영화정보에 없어서 네이버 영화소개로 퍼옴)
아니 그런데, 나는 이 영화에서 남자가 가정부를 구하던 장면과, 남자가 여자를 보고 반하던 것 또 그들이 사랑을 나누던 것 까지는 생각이 나는데 남자가 문맹이었다는 사실은 전혀 기억이 안난다. 그리고 여자에게 비밀이 있었다는 것도 지금 영화 정보 찾아보다 알게 됐다. 으응? 무슨 비밀이었지? 그녀가 편지 써놓고 떠난건 기억이 나는데 그게 자신의 비밀을 말한거였나? 그래서 결국은 어떻게 됐지? 아...갑자기 궁금해지네. 그런데 이 DVD 지금 3,800원이란다. 어쩔 수 없다. 사야겠군하. 아, 이건 예정에 없던거였는데...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이 문장의 출처는 '아르미안의 네 딸들')
비가 온다.
삼십분 후, 퇴근하면 집으로 곧장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