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사람들을 만났을 때 만약 글을 쓰게 된다면, 작가가 된다면, 어떤 작가같은 글을 쓰고 싶냐고 묻는다. 그때 그들의 대답을 듣는 것은 정말 즐겁다. 최근에 내가 그 질문을 한 남자사람에게 했을 때, 그는 내게 코맥 매카시 같은 글을 쓰고 싶다고 얘기했다. 오, 코맥 매카시. 나는 코맥 매카시의 책은 『로드』만 읽어봤었다. 그 책은 아름다웠다. 암울한 분위기 속에서 모든걸 놓으려고 할 때마다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하지 않으려는 희망된 존재가 내내 붙들어주고 지켜주는 책이었다. 게다가 그 책속의 아버지와 아들이 나누는 대화는 짧지만 모든 감정이 다 들어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 그런 작품이라면 정말 좋지, 라고 나는 생각하다가 어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읽었다. 

 

 

 

 

 

 

 

몇년전에 영화를 미리 봐둔 터였다. 영화는 재미있었지만, 그 영화를 보고서는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었다. 그 영화를 만들어낼 책이 그다지 대단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게는. 그런데 아, 정말 이 책은,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이건 그러니까 엄청난 살인마가 등장하는 책이지만, 엄청난 살인이 전부인 책은 결코 아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믿지 않았다. 사형수 감방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말이다. 놀랄 일이다. 적어도 일부는 한 번쯤은 이런 경험을 했을것이다. 몇 년간 매일 보던 사람을 어느 날 복도로 데리고 나와 죽음의 공간으로 밀어 넣는 일. 몇몇은 꽥꽥거리며 우는 소리를 내기도 한다. 누군지는 알 바 아니다. 그리고 물론 멍청한 치들도 있다. 피게트 목사는 내게 그가 임종을 봐 준 사람에 대해 말해 준 적이 있는데, 그 친구는 마지막 식사를 마치고 무슨 디저트를 주문했다. 갈 시간이 됐고 피게트 목사가 디저트를 먹고 싶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돌아올 때를 대비해서 남겨둘 생각이라고 대답했다. 이런 일에 대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나는 모르겠다. 피게트 목사도 몰랐다. (pp.74-75)

당신은 알겠는가? 이럴 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게다가 이 책에서 이런 대화들을 만난다. 철렁. 

그런 걸 들고 비행기는 타지 마. 그녀가 말했다. 감옥에 들어갈 거야.
우리 어머니는 멍청한 자식을 키우지 않았지.
언제 전화할 거야?
며칠 안에 전화할게.
알았어.
조심해.
기분이 안 좋아, 루엘린.
나는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야. 그러니 서로 상쇄될 거야.
그랬으면 좋겠어.
나는 공중 전화로만 전화할 수 있어.
알고 있어. 전화해.
그래. 아무 걱정하지 마.
루엘린?
왜.
아무것도 아냐.
뭔데.
아냐 아무것도. 그냥 부르고 싶었어.
조심해.
루엘린?
왜.
아무도 해치지 마. 알았지?
그는 어깨에 가방을 비스듬히 걸쳐 메고 서 있었다. 나는 아무 약속도 못해. 그가 중얼거렸다. 나는 이미 너를 아프게 한 거야.
(pp.76-77) 

이름을 불렀을 때는 왜, 라고 대답한 남자가 혼자서는 나는 이미 너를 아프게 한 거야, 라고 중얼거린다. 아, 나의 후진 말들을 더 넣어 무엇하겠는가.  

이 개자식들은 돼지처럼 피투성이네요. 웬델이 말했다.
벨이 그를 흘끗 보았다.
알았어요, 죽은 자를 모욕하면 안 된다는 말씀이죠? 웬델이 말했다.
나라면 별로 운이 안 좋았다고 말하겠네.
멕시코인 마약 밀매꾼일 따름입니다. 
그랬었지. 지금은 아냐.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어요.
과거에 그들이 뭄슨 짓을 했건 지금은 다만 죽은 사람들이라는 것 뿐이야.
(pp.85-86) 

 

내가 만약 작가가 된다면 이러이러한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 라는 생각을 간혹 해본다. 내가 전하고 싶은건 이런 감정이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런 말이다, 라는걸 혼자 생각해 보면서. 그런데 코맥 매카시의 이 책을 읽노라니, 나는 결코 작가는 될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을 작가라고 부르는데, 내가 감히 대체 더 무슨 말을, 무슨 글을 쓸 수 있을까? 나는 그저 독자가 되어 감탄하는 수 밖에는 별달리 도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 혹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 혹은 나를 웃게 하고 늘 생각하게 만드는 사람들을 볼 때, 그 사람들의 존재를 내가 강하게 인식하고 있을 때, 정말 드물지만, 신이 내게 주신 선물은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 일전에 누군가 내게 여자친구를 사귀면서 '착하게 살았더니 신이 선물을 주셨다' 라고 표현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그의 말이 엄청 유치하게 들렸었다. 유치해. 그런데 그 말을 들은 후로 몇년이 훌쩍 지난 지금, 나는 녀석이 했던 말이 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그녀석과는 약간 다른 방향으로, 나도 가끔 신이 내게 선물을 주셨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그들에게 닥치는, 그들이 감수할 까닭이 없는 나쁜 일에 관해서는 불평을 늘어놓지만 좋은 일에 대해서는 잘 말하지 않는다. 그렇게 좋은 일을 겪어도 될 자격이 그들에게 있는지에 대해. 나는 그녀의 미소를 받을 만큼 무슨 복된 일을 한 기억이 없지만, 주님은 내게 그런 은총을 주셨다. (p.105)

 

나는 후회를 하면서 살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후회는 어쩔 수 없이 내 인생에 따라올 만한 것이라는 것을 안다. 선택은 늘 언제나 할 수 밖에 없는 것이고, 그렇다면 선택하지 않은, 다시 말해 '이것'을 선택했기 때문에 버려진 '다른 것' 에 대해서는 잘됐다는 안도를 하든 이러지 말았어야 했다는 후회를 하든 따라올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후회를 덜 하고 싶지만, 모든 선택이 최선이었다고 믿고 싶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조금 더 생각해야 한다. 조금 더.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않았지? (p.125) 

때때로 나를 아프게 하는 일들에 마주칠때면 나는 생각한다. 이것 말고 다른 방법이 있었을까? 내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이러지 말았어야 했을까?  

 

루엘린은 자기를 잃어버릴 사람이 아니에요. 앞으로도 절대 그럴 거구요. 제가 그 사람이랑 결혼한 이유죠. (p.143) 

 

그이가 저를 떠났다고 생각하시죠?
모릅니다. 그랬나요?
아뇨, 그럴 리 없어요. 나는 그이를 잘 알아요.
알았던 거겠죠.
지금도 잘 알아요. 그는 변하지 않아요.
아마도.
믿지 않으시는군요.
솔직히 말하면 돈이 사람을 바꾸지 않은 경우는 알지도 못하고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남편이 내가 아는 첫 번째 사람이 될지도 모르겠군요.
그이가 최초가 될 거에요.
(p.144)  

나는 위의 문장들을 읽다가 쓰다듬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이 책이든, 문장이든. 혹은 이 책 속의 여자이든. 그녀의 믿음이 헛되어서가 아니라, 이렇게 말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지 않는 쪽이 더 행복할 거라는 건 자명한 사실이니까. 

그녀는 보안관 벨에게, 그를 처음 만난 그 순간에 대해 들려준다. 아, 정말 좋다. 

열여섯 살 때 고등학교를 그만뒀죠. 월마트에서 일을 했어요. 달리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우리는 돈이 필요했어요. 쥐꼬리만큼 주대요. 어쨌든 거기 가기 전날 밤에 이런 꿈을 꿨어요. 아니 그냥 몽상이었는지도 몰라요. 반은 깨어 있었거든요. 아무튼 그런 비몽사몽간에 제가 거기 가면 그가 날 찾을 거라는 암시를 받았어요. 월마트 말예요. 그가 누구인지도 몰랐고, 이름도,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랐어요. 그를 보는 순간 제가 그를 알아볼 거라는 것만은 확신할 수 있었어요. 매일 달력에 표시했어요. 감옥 같은 데서 그렇게 하잖아요. 감옥에 가본 적은 없지만 아마 다들 그렇게 할 거예요. 90일째 되는 날 그가 왔어요. 제게 스포츠 용품이 어디에 있느냐고 물어봤는데 저는 그를 단번에 알아봤어요. 저는 그에게 장소를 일러주었고 그는 저를 쳐다보더니 그쪽으로 걸어갔어요. 그러다가 곧장 돌아와서는 제 이름표를 보고 제 이름을 부르면서 이렇게 말했어요. 몇 시에 끝나요? 그게 전부예요. 제 마음에는 아무런 의문도 생기지 않았어요.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pp.148-149) 

그녀가 그렇게 확신했다면, 그녀가 맞다. 여자들은 이런 일에 좀처럼 틀리는 법이 없다. 그녀가 하는 말을 듣고 보안관 벨은 그녀에게 말한다. 

내 아내는 열여덟 살 때 나와 결혼했지요. 막 열여덟이 되었을 때. 아내와 결혼한 일은 내가 그 전에 했던 온갖 바보 같은 일을 벌충해 주었지요. 아니 그 이상이라고 할 수 있어요. (p.150) 

그러나 사실 내가 이 책을 통틀어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보안관 벨의 독백, 이 부분이다. 

전쟁에 대해서도 별로 할 말이 없다. 나는 결국 전쟁 영웅이 되었지만 분대원을 모두 잃었다. 그때 일로 훈장을 받았다. 그들은 죽었고 나는 훈장을 받았다. 이런 일에 대해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할지 알 필요도 없다. 그 일을 기억하지 않는 날이 하루도 없다. (p.216) 

전쟁은 역사를 새로 쓰지만, 이 세상을 뒤흔들지만, 전쟁이 가장 바꿔놓는 건 사람들 개개인의 삶이다. 그건 그 누구도 보상해줄 수 없고, 원래대로 돌려놓을 수도 없는 일. 영화를 보고서는 대체 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것인지 제목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이제 뭘 뜻하는지 알겠다. 전쟁이 일어났을 때 그 전쟁에 참여해서 모든 삶이 뒤바뀌어버린, 그래서 이제는 노인이 되어버린 그들에게는 나라가 없다. 그들을 지켜주는 나라는 없다. 너무 길지만 어쩔 수 없다. 옮기고 싶은 말들이 아직 남아있다. 나는 책 한권을 통째로 옮겨오고 있는 중인가 보다.

얼마전에는 여기 신문에서 몇몇 교사들이 30년대에 전국의 여러 학교에 보낸 설문지를 우연히 발견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설문지 문항은 학교 교육에서 부딪히는 어려운 문제가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교사들이 발견한 설문지는 답안이 채워져서 전국 각지에서 돌아온 것이었는데 가장 큰 문제로 거론된 것은 수업 중 떠들기나 복도에서 뛰어다니기 같은 문제였다. 껌을 씹거나 숙제를 베끼는 일도. 뭐 그런 따위였다. 교사들은 답이 비어 있는 설문지를 찾아서 그것을 무수하게 복사해 똑같은 학교에 다시 보냈다. 40년 후에 말이다. 그리고 이제 답지들이 도착했다. 강간, 방화, 살인. 마약. 자살. 나는 이 일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나는 세상이 점점 망해가고 있다고 오래 전부터 말하곤 했지만 사람들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내가 나이가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런 것도 하나의 징후다. 하지만 강간하고 살인하는 일을 껌 씹는 일과 구별할 수 없는 사람은 나보다 훨씬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 내 느낌이다. (p.217)

이제 마지막. 

뭐 좀 여쭤 봐도 될까요.
그래.
살아오시면서 가장 후회되는 일이 뭐지요.
노인은 질문을 곰곰이 생각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모르겠어. 그가 입을 열었다. 후회되는 일이 그리 많지는 않아. 하지만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일은 많이 생각나. 걸어다닐 수 있는 것도 그 중 하나지. 자네도 그런 목록을 만들 수 있겠지. 하나쯤은 있지 않겠어? 나이가 들면 자기가 행복하고 싶은 만큼 행복한 법이야. 좋은 날도 있고 나쁜 날도 있지만, 결국 예전에 행복했던 만큼 행복한 거야. 아니면 그만큼 불행하든가. 이걸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있지.
(pp.288-289)  

나는 영화를 봐서 결말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책장을 넘기면서 내가 아는 결말과는 다르게 진행되기를 바랐다. 나는 그의 작품 『로드』를 읽으면서는 사람들에게 종종 묻곤 했다. 그 책에서 당신이 느낀건 절망인가, 희망인가 하는 것을. 나는 그 책에서 희망을 느꼈으니까. 그러나 이 책,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보고서는 답을 할 수가 없다. 사람들이 너무나 쉽게 죽어나가기 때문에 절망이라 말해야 할까? 마약을 파는 사람과 마약을 사는 사람이 나오기 때문에 절망이라고 말해야 할까? 그러나 그것들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여전히 누군가를 믿는 사람들은 존재한다는 것을 말해주기 때문에 희망적이라 말해야 할까? 나는 정말 모르겠다. 내가 아는 건, 내가 이 책을 읽은 건 정말 잘한일이라는 거다.

코맥 매카시의 다른 책들을 찾아 보았다. 기특하게도 나는 이미 『모두 다 예쁜 말들』을 사두었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다. 다른 책들도 다 읽어봐야겠다. 그가 써내는 짧은 문장들을 읽는 것은 퍽 행복한 일이다. 비록 그 문장들이 아프고 안타까울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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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1-06-21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개인적으로 피빛 자오선이 인상에 남더라고요..거기엔...안톤 시거 보다 더 무지막지한 인간이 나오거든요.

다락방 2011-06-21 10:59   좋아요 0 | URL
저는 일단 [모두 다 예쁜 말들]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걸 우선 읽어볼거구요, 나머지 책들도 죄다 읽어볼거에요. 핏빛 자오선은 일전에 메피스토님이 리뷰 쓰셨던걸로 기억해요. 아, 코맥 매카시 너무 좋아요, 메피스토님. 흑흑 ㅜㅜ

레와 2011-06-21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이 소개해주는 책, 열심히 읽을게요. [모두 다 예쁜 말들]도!

다락방 2011-06-21 12:45   좋아요 0 | URL
[더 로드]는 읽어봤어요, 레와님? 그것도 좋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도 좋아요. 좋으네요. 하아-

... 2011-06-21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하게 코맥 맥카시쪽으로 손이 안 가는 이유는 대체 뭘까요? <로드>가 책장 속 어디쯤에 박혀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

다락방 2011-06-21 13:43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랬었어요. 이상하게 그랬었어요. 문학동네로부터 [더 로드]를 그때 책 열권 주는 이벤트에 당첨되어서 받았었는데 읽지 않고 있었죠. 책장에 박혀 있기만 했었어요. 그런데 읽자마자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2008년도 책이네요. 이건 더 좋아요, 브론테님. 일단 펼치기 시작하면 정말 좋다고 생각하실 거에요.

무스탕 2011-06-21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긴 글을 적어야 작가인가요? 다락방님은 이미 우리에겐 작가세요. 것도 사랑을 굴삭기로 퍽퍽 퍼 나르는 작가 :)

다락방 2011-06-21 14:20   좋아요 0 | URL
어머. 무스탕님도 참..부끄럽게.. ( '')
사랑..굴삭기...아우~ 몰라요, 몰라~~ (앙증맞게 두 손으로 무스탕님의 어깨를 때린다)

자하(紫霞) 2011-06-21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읽고나서 부터 갖가지 소설책을 몽땅 사놓고 읽고 있어요.
작가가 정비공이라고 하시던데 어떻게 생활을 하실까 궁금하기까지...
매카시 뒤를 따라다녀보고 싶을 정도예요.

다락방 2011-06-21 14:45   좋아요 0 | URL
베리베리님도 그를 좋아하시는군요! 전 어떻게 저런 대화들을 적어낼 수 있는지, 어떻게 그렇게 간단한 대화들에 그 감정들을 다 녹여낼 수 있는지 너무 신기해요. 작가란 진정 위대하구나, 하는걸 코맥 매카시를 보며 깨달아요. 정말 멋져요. 아우~~

아이리시스 2011-06-21 15: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저는 [로드]랑 [국경을 넘어]를 읽었어요. 그것도 오래 전에 읽었죠. 2-3년전쯤. [국경을 넘어]는 소년이 말을 데리고 국경을 넘는 얘기에요. 말이었는지 잘 기억이 안나지만요. 소년에게 재산이자 가족은 말 한 마리 뿐이었거든요. 코맥 매카시가 지루하다고 한 순간이라고 생각했던 저를 반성하게 하는 페이퍼예요. 그래도 저는 뭐랄까. 지루함과는 별개로 삶에 대한 어떤 찬란함을 읽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영화로 봤는데 도망 다니고 쫓는 일련의 사건이 너무 [프리즌 브레이크] 탈옥 후 같이 느껴졌어요. 그런데 아직도 왜 제목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인지 모르고 있어요. 저는.ㅠㅠ

다락방 2011-06-21 18:13   좋아요 1 | URL
지금 혹시 아이리시스님께 딱 이거다, 할만한 내용이 있을까 싶어 책을 뒤적여봤는데 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인지 라고 명확하게 나온 문장은 없네요. 음, 다만, 제가 책을 읽으면서 이해한 한 부분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노인이 젊었을 때 어떤 삶을 살았다 한들-전쟁에 참여하고 나라에 공을 세웠다거나, 자식들을 전쟁터로 내보냈다거나 하는등의- 그 노인의 삶은 지켜지거나 보호받지 못한다는 거죠.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책 속에서는 주인공 벨도, 그리고 벨이 찾아가는 아저씨도, 또 벨이 만나는 노인들도 나라에 대해 간혹 언급해요.

저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영화로 몇년전에 먼저 봤었는데, 그 영화를 나름 재미있게 보았으면서도, 그 영화가 전부인것 같아 책을 볼 생각을 하지 못했죠. 그런데 책으로 뒤늦게 만나보니 그 책은 쫓고 쫓기는, 살인이 난무하는, 단지 그런 내용이 아니더라구요. 그래서 정말 좋았어요. 저는 [로드]도 엄청 좋았구요. 저는 이제 겨우 코맥 매카시의 책을 두권 읽어 보았을 뿐이지만, 두권 중 어느것도 지루하지 않았어요. 어제 집에 가는 길에는 지하철역에서 내려서 심지어 걸어가면서까지도 읽었답니다.
:)

아이리시스 2011-06-21 19:38   좋아요 0 | URL
헐. 맙소사! 국경을 같이 넘는 동물은 말이 아니라 늑대였어요.ㅠㅠ

다락방 2011-06-22 13:43   좋아요 0 | URL
늑대.........라구요? 꺅 >.<
저 늑대 완전 좋아해요. 말도 좋아하지만. 전 강하게 생기고 섹시하게 생긴 동물들을 엄청 좋아해요. 늑대와 국경을 넘는다니. 전 완전 흥미진진!!

버벌 2011-06-21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움.. 그냥 저 살아있다는거 알려드리려요. 뜬금 댓글 하나.
나중에 글을 다시 읽고 돌아오겠습니다. ^^

다락방 2011-06-22 13:44   좋아요 0 | URL
응 그래요.
점심 다 먹고 저녁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그리고 다시 와요.

하루 2011-06-22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브론테님처럼 이상하게 코엔 매카시 쪽으로는 절대 손이 가지 않더라구요.
주변 사람 모두가 <로드>를 읽을 때도 굳건하게 의지를 가지고 읽지 않았는데,
왜 다락방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전 장바구니에 이 책을 넣고 있는걸까요.
(감상은 이후에 총총.)

다락방 2011-06-22 14:10   좋아요 0 | URL
저도 [로드]를 읽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리긴 했었습니다, 하루님. 저 역시도 '이상하게' 손이 가지 않는 책이었거든요. 그러나 읽고 나서는 좋았어요. 그런데 이 작품,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더 좋아요. 아, 전 정말 코맥 매카시를 사랑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하루님의 서재에 갔다가 잠깐 생각한건데요, 저는 '히라노 게이치로'의 [달]을 정말 아주 힘겹게 읽었거든요. 다 읽고 나서도 무슨말인지도 모르겠고. 그렇다면 하루님은 저와는 취향이 많이 다르실 것 같은데, 코맥 매카시를 저처럼 좋아하진 않으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버벌 2011-06-24 18:40   좋아요 0 | URL
저 역시 로드는 쉽지 않았는데. 락방님 말처럼 노인.. 을 읽어볼게요. 어떤 마음이 들까요

다락방 2011-06-26 21:10   좋아요 0 | URL
저는 로드가 참 좋았어요, 버벌님. 버벌님도 코맥 매카시를 좋아하시게 될 것 같으니 읽어보세요!!

꽃핑키 2011-06-22 0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로드>를 책장에 그냥 박아두었어요.
영화를 먼저 봐 버려서 그런지 ㅋㅋ 책을 열어보기가 두려웠는데;;
그렇다고 당장 읽기는 힘들겠지만 ㅋㅋ 잘 보이는데 꺼내둬야겠어요! ㅋ
다락방님!!! 신나는 수요일 보내세요 :)

다락방 2011-06-22 14:11   좋아요 0 | URL
왜 사람들은 [로드]를 책장에 그냥 박아두는 걸까요? 네? 대체 왜요?
[로드]는 금세 읽히는 소설이에요. 결코 가벼운 내용이 아닌데 말입니다. 그러니 부담없이 도전해보세요, 핑키님. 훗.
그나저나 저 핑키님 서재에서 본 그 줄넘기 장바구니에 넣어놨는데 사야할지 어쩔지 계속 망설이고 있어요. 그걸 사면 과연 나에게 행복이 찾아올까, 뭐 이런 생각을 하면서요. 하핫.

에디 2011-06-22 0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도 얼마전까진 코맥 매카시였는데 지금은 가즈오 이시구로에요. 이런 말을 쉽게 하는 처지 - 전문적으로 글을 쓸 재능이나 가능성이나 미래가 조금도 없는 - 가 상당히 마음에 드는군요.

로드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모두 영화와 책 둘 중 어느것을 먼저 보고, 뒤에 보아도 만족감을 주는 흔치 않은 텍스트 같아요. 전 로드를 두번 봤어요. 그리고 아마 서울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영화관에서 로드를 본 사람일꺼에요. 두번째는 신촌의 소극장에서 보았는데 유일한 상영관이었고 다음날 부턴 서울엔 개봉관이 아예 없었거든요 :)

전 끝부분에 살인자 시거가 부인에게 하는 말이 마음에 들었어요. 그녀는 수동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어느 순간에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의 결산이 이루어지는...

다락방 2011-06-22 14:15   좋아요 0 | URL
저는 가즈오 이시구로의 책을 하나 읽었고(나를 보내지마), 두권 더 가지고 있어요. [남아있는 나날들]과 [녹턴]이요. 음..맞나? [남아있는 나날들]은 없나? 아 모르겠네요. 책장에 무언가 두권은 확실히 꽂혀있던데..[나를 보내지마]는 내껀가? 아 모르겠어요. ㅠㅠ 뒤죽박죽. 가서 책장을 좀 봐야겠네요.

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영화로 보았지만 [로드]는 보지 않았어요. 대부분의 원작있는 영화들이 물론 그렇겠지만, 전 [로드]가 문장도 꽤 아름답기 때문에 그걸 영화에서 살려낼까 의심스럽거든요. 보는 사람들마다 좋다고는 하던데..흐음. 그런데 뭐 이제는 상영하지도 않으니 제가 볼 일은 거의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저 비고 모텐슨 좋아해요. [이스턴 프라미스] 보고 쑝 갔어요. 혹시 그 영화 보셨어요? 거기서 홀딱 벗고 나와요. ( '')

저는 저기 제가 인용한 216쪽의 저 부분, '나는 결국 전쟁 영웅이 되었지만 분대원을 모두 잃었다. 그때 일로 훈장을 받았다. 그들은 죽었고 나는 훈장을 받았다' 가 이 책을 통틀어 가장 좋은 문장이었어요. 가슴을 턱 막히게 만드는 문장인 것 같아요.

moonnight 2011-06-22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맥 매카시는 책은 나오는 족족 사놓지만 읽은 건 로드밖에 없네요. 부끄 -_-;
로드를 읽고 너무 좋기도 하고 너무 아프기도 하고 해서, 많이 힘들었었어요. 이런 경우에 나라면, 하는 가정조차도 무시무시했던 기억이 있어요. 조카와 나를 대입해놓고서 막 눈물이;;;(다락방님은 이해하실 거에요!!!)

지금 다락방님이 추천해주셨던 위험한 관계를 읽고 있는데, 요즘 제 감정상태때문이겠지만 이 책도 많이 힘드네요. 가슴이 너덜너덜해지는 것 같아요. ㅠ_ㅠ (주구장창 땅굴파고 있는 달밤입니다. ㅠ_ㅠ;)

다락방 2011-06-22 14:21   좋아요 0 | URL
저도 이제 겨우 두권 읽었을 뿐입니다, 문나잇님. 로드 정말 좋았죠? 제 여동생은 로드 읽다가 포기했어요. 힘들다구요. 제 친구도 계속 이런식이면 더 못읽겠다고 읽다말고 얘기하기도 하더라구요. 조카와 나를 대입해서 눈물.........아, 문나잇님. 왜 조카까지 대입하셨어요!! 대체 왜요!!

위험한 관계는 재미있는데 중간까지는 엄청 짜증나죠! 저는 산후우울증은 제가 도무지 이겨낼 수 없을 것 같아서 아이를 낳지 말자고 그 책을 읽으면서 결심했다니깐요. -_-
그 책 읽다가 남편 죽일뻔.. 서재에 처박혀서 글이나 쓰다니!! 그런데 언니의 전남편 장례식에 다녀오면서부터 책이 흥미진진해지기 시작했어요. 영국땅에서 여자주인공이 홀로 싸울때는 정말 앞이 깜깜하더라구요. 어휴.. 제가 좋아하는 류의 책은 아니지만 참 재미있게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긴 했어요.

전 지금 읽고 있는 책이 너무 싫어서 빨리 읽고 어떻게든 하고 싶어요. -_-

고양이라디오 2016-11-07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더 로드>는 너무 지루했어요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영화는 정말 재밌게 봤구요ㅎ 책으로도 한 번 읽어보면 색다를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