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낄낄대고 웃을만큼 재미있기는 했는데 전체적으로 재미있지는 않았다. 끝까지 다 읽으니 재미있는 부분도 있고 없는 부분도 있고 그랬다. 미국에서는 엄청나게 인기를 끌었다는데 국내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고, 그것이 홍보 부족때문일까 싶었는데 다 읽고 나니 이 책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권할만큼 재미있는 책인가 하면 그렇지 않았다. 아마도 미국사람들과 우리의 정서가 다른 탓이겠지만, 일전에 나는 대체 이 영화의 의미가 무엇인가 했던 [무서운 영화]도 미국에서는 엄청나게 인기를 끌어 시리즈로 만들어지곤 했었다는 얘기를 들은 바 있다. 어쩌면 이 책은 원서로 읽는다면 훨씬 더 재미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거기까지는 알 수가 없다.
이 작가는 여러가지 직업을 갖게 된다. 한 부유한 출판업자의 비서부터 이삿짐센터의 직원까지. 그런데 이삿짐 센터의 직원으로 일을 하면서 이렇게 얘기한다.
나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금방 못 참게 된 것도 있는데, 책이 지나치게 많은 집이었다. 그때껏 나는 책을 많이 가진 것을 존경할 일로 보았지만, 이삿짐센터 일을 시작한 뒤로는 무겁고 불편한 가식으로 여겨지기만 했다. 책보다 봉제 인형을 수집하는 사람이 대화할 때는 지루할지 몰라도 나는 이제 그들이 훨씬 좋았다. 음반 상자들도 골치였는데 나는 레코드판을 법으로 금지하거나, 아니면 한 사람이 다섯 장 이상 소장할 수 없도록 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p.131)
아, 나는 정말 어찌나 공감을 하고 웃었는지! 책을 많이 가진 상태에서 이사를 한다는 건 경험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정말 힘든일이다. 짐을 옮기는데 무겁기도 무겁지만, 나의 경우에는 정리할때가 더 짜증났다.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를 와서 내 방에 책장을 놓고, 그리고 책을 넣으려고 했는데, 방안에 널려진 책들을 보니 화가 치밀어 올랐던 것. 그렇게 일주일을 정리를 못하고 하루에 조금씩 조금씩 해치우자 했지만, 그것 역시 뜻대로 되지 않았고, 결국은 화가 나서 이 책들을 다 태우리라 하고 생각하게 됐던거다. 그때의 내가 책에게 느낀 감정은 분노뿐이었다. 다른 감정은 없었다. 나는 책을 몇백권밖에 가지고 있지 않지만, 나보다 책을 훨씬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은 대체 이사를 할때 그 책 정리를 며칠에 걸쳐서 할까? 그들은 분노를 느끼지 않을까? 그 분노를 다스릴 수 있을까? 어떻게? 나는 대체 내가 이 많은 책들을 왜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조차 없었다.
카셋트 테입도 마찬가지였다. 중고등학교 시절 나는 그것들을 열심히 사 모아서 300개 정도를 가지고 있는데, 이사하고 나서 짐을 풀고 그것들을 정리하려니 죄다 내다버리고 싶은 심정이 된 거다. 가까스로 정리하긴 했지만 사실 이젠 그것들을 듣지도 않으니 내다버려도 상관 없을 것 같은 기분이긴 하다. 그러나 여기까지 바리바리 싸들고 온 그 시간과 힘이 너무나 아깝다. 다음에 이사갈 땐 버릴까?
언젠가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 파이클럽]을 읽고 나는 그 책을 추천하면서 연인을 결정할 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기준을 가진 사람이 읽으면 좋을 책이라고 한 적이 있는데, 이 책속의 작가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있었다. 이 책의 작가는 동성애자인데 자신의 표현을 빌자면 '애인을 기준이 조금 까다로'운 사람이라고 했다. 이런식이다.
내 애인이 되려면 메리트 담배를 피우면 안 되고, 카우보이 부츠를 갖고 있거나 신어도 안 되며, 라이트나 하트 스마트라는 이름이 붙은 것을 먹어도 안 된다. 말솜씨가 중요하고, "젖꼭지 피어싱을 못 찾겠어" 나 "여기 이 문신이 내가 처음으로 새긴 것이야"라는 말을 뱉어도 안 된다. 거리 이름을 말할 때는 '피프티나인스와 렉스'라고 줄여서 말하면 안 되고, 특히 '매드애브'(매디슨애버뉴를 줄인 말-옮긴이)라고 말하면 절대 안 된다. 나보다 술을 많이 마시면 안 되고, 노트북 컴퓨터에 시를 써서도, 낯선 청중 앞에서 시를 낭독해서도 안 된다. (p.246)
나의 포기할 수 없는 기준에 대해서 쓰려고 했는데 너무 길어서 생략하고, 다만 나도 줄여서 말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회사에 동료 직원들(이라기 보다는 아주 젊은 직원들)이 아주 쉽게 줄임말을 쓰는 걸 보고 기절할 뻔 했다. 나는 대체 무슨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던 것. 나는 만약 줄임말을 쓰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면 으으, 정말 싫을 것 같다. 줄임말은 아니지만, 나는 특히 인터넷이나 메신저, 메세지로 '헐' 이라는 단어를 쓰는 걸 보면 여자든 남자든 애든 어른이든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아, 나는 진짜 '헐'이란 말이 너무 싫어. 나도 몇번 써 본 적이 있는데 그 단어는 쓰면서도 기분이 더럽다. 이제 안 써야지. 안쓰도록 해야지. 헐..이 뭐냐, 헐이. 아, 싫어. 나는 상대가 나에게 '헐'이라는 단어를 쓰면 굉장히, 아주 굉장히 무시 당하는 기분이다.
책을 읽다가 오타를 발견해서 출판사인 [웅진지식하우스]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오탈자 신고를 하려고 했더니 회원가입을 하란다. 하! 어처구니가 없다. 그래서 오탈자 신고 안했다. 난 회원가입 진짜 싫어하거든.
이 책 '데이비드 세다리스'의 [나도 말잘하는 남자가 되고 싶었다] 읽고 싶으신 분, 댓글 남겨주시면 제가 읽은 책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었다.
으윽, 다른 사람들의 리뷰로 이미 이 책이 어떤 내용일지는 충분히 짐작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읽는 순간이 괴로웠다. 벌레들의 사진을 보는 것도, 그 벌레들에 대한 상세 설명을 읽는것도 끔찍해.. 특히나 가장 끔찍한 건 집먼지진드기. 우리는 집먼지진드기에서 절대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집먼지진드기의 도입부터 끔찍하다.
당신이 2년 동안 같은 베개를 사용했다면, 그 무게의 10퍼센트는 죽은 집먼지 진드기와 그 배설물이 차지할 것이다. (p.50)
윽 ㅠㅠ 싫어 ㅠㅠ 내 베개의 10프로가 죽은 집먼지 진드기와 그 배설물..orz
집먼지 진드기들은 인간의 죽은 피부를 먹고 산다고 한다. 특히 비듬.. 만약 집먼지 진드기들이 우리의 죽은 피부를 먹지 않는다면 우리 주변에는 온통 비듬이 쌓일 것이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집먼지 진드기도 싫고 비듬도 싫어. ㅠㅠ
강아지나 고양이와 함께 침대 속에 기어들어가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집먼지 진드기들이 날마다 "맛있겠다, 소금 좀 건네줘!" 하고 환호성을 올릴 것이다. 집먼지 진드기는 인간의 각질만큼이나 애완동물의 몸에서 나온 각질도 좋아한다. (pp.52-53)
아, 이쯤 되면 머리가 다 아프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수시로 내 팔을 보고 머리를 긁고 등을 긁고 다리를 긁었다. 팔은 혹시라도 벼룩이 문 자국이라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발견하지 못하기를 바라면서 건성건성 봤다. 그리고 이어서 나오는 모낭진드기 부분은 책을 던져버리고 싶게 만든다.
우리 몸으로 잔치를 벌이는 모든 벌레들 가운데서 모낭진드기보다 더 엽기적이고 우리 품위를 손상시키는 것도 없다. 우리들 대부분은 언제 조사를 하더라도 눈썹에 약 25개 이상의 모낭진드기를 갖고 있고, 눈 주변에 화장품이나 기름기 있는 물질을 바르는 사람은 그보다 더 많을 수 있다. (p.60)
세상에. 나는 이 책을 다 읽고 샤워를 했다. 원래 오늘은 집에서 얌전하게 자다가 책읽다가를 반복했으므로 샤워는 하지 않을 작정이었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샤워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샤워를 하면서 손에다 잔뜩 힘을 주고 눈썹을 막 문질렀다. 죽어,죽어,죽어버려! 하면서. 나는 할 수만 있다면 '모두가 다 눈썹에 가지고 있는 모낭진드기를 나는 가지고 있지 않다구!' 하고 외치고 싶다. 아, 싫어..정말 싫어.
진드기 생각 때문에 내가 오늘 좀처럼 잠을 잘 수가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