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 부서에 들렀다가 우리 부서 앞으로 온 우편물을 보고 가져오면서, 마침 B 부서로 온 우편물도 있길래 가져다주자 싶어 들고왔다. 그리고 B 부서에 들러 y씨에게 건네려는데, y 씨는 마침 일어나 다른 자리에 가 있다가 나를 보고 그저 목례만 한다. 나는 자리에 우편물을 놓아둔다는 손짓을 하고 내 자리로 왔는데 메신저로 y 씨가 말을 걸었다.
「과장님」
나는 네, 하고 그의 말을 듣는데 그는 제 자리 지저분하죠? 라고 묻는다. 으응? 나 자리 보지도 않았는데? 나는 자리 보지도 않았다고, 설사 지저분했어도 내 자리에 비하면 결벽증 수준일테니 상관말라고 했다. 그러자 그는 블라블라 말이 많다. 자신이 원래는 깔끔하게 정리해놓는데 요새는 일이 많아서 서류를 쌓아두다 보니 어쩌고 저쩌고... 나는 일하다보면 다 그렇죠, 하며 대꾸를 해주는데 그는 내게 변명하고 싶었어요, 라고 말한다. 푸핫. 그래서 내가 말했다.
「나한테 지저분한 남자로 보이고 싶지 않은거군요?」
그러자 그는 물론이죠, 라고 답했다. 귀여워...;; 역시 사무실엔 젊은 남자들이 좀 많아야 돼. 사무실 분위기 좋아지니까. ( '')
- 어제는 나의 후버까페로부터 오랜만에 장문의 이메일을 받았다. 오랜만의 장문의 메일이라 나는 또 완전 좋아서 흥분해가지고 답장을 보냈는데 그 답장에 대해 후버까페가 또 답장을 보냈다. 그 답장의 내용은 이랬다. (공개해서 미안.)
「하긴 삼겹살이 중요하긴 중요하죠.
그런데 제가 여쭤본 안부에 대한 답변은 전혀 없군요! 」
아.. 어쩔 ;; 삼겹살 얘기만 답장으로 보낸거다, 나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 긴 메일에서 캐치한게 그저 삼겹살 이라니! orz 나란 인간 왜 이모양 ㅠㅠ
- y씨로부터 10cm 의 정규앨범 파일을 받았는데 들어보니, 오 괜찮다. 특히 처음 듣자마자 귀에 쏙쏙 들어오는 노래가 있는데 그건 바로, 『그게 아니고』란 노래. 이 노래가 귀에 쏙쏙 들어오는 이유는 바로 가사 때문인데, 그 가사가 이렇다.
어두운 밤 골목길을 혼자 털레털레 오르다
지나가는 네 생각에 내가 눈물이 난 게 아니고
이부자리를 치우다 너의 양말 한 짝이 나와서
갈아 신던 그 모습이 내가 그리워져 운 게 아니고
보일러가 고장 나서 울지
책상서랍을 비우다 니가 먹던 감기약을 보곤
환절기마다 아프던 니가 걱정돼서 운 게 아니고
선물 받았던 목도리 말라빠진 어깨에 두르고
늦은 밤 내내 못 자고 술이나 마시며 운 게 아니고
보일러가 고장 나서 울지
어두운 밤 골목길을 혼자 털레털레 오르다
지나가는 네 생각에 우네
보일러가 고장 나서 울지.........아, 웬디양님 생각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봄이 와요, 이제 보일러 때문에 울 일은 없을거에요.
이 책을 읽고 있다. 읽다가 보면 가끔 오 그렇지! 하는 구절들을 발견하게 된다. 작가는 이별에 대해서 혹은 사랑에 대해서 아니 그보다는 사랑하고 이별한 우리 자신에 대해서 스스로 예의를 갖추자는 생각을 아주 많이 한 것 같은데, 이 책을 읽다가 아직 사두고 읽지 않은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어서 빨리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재미 없게 읽었던 '우애령'의 [여자, 정혜]를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작가가 [여자, 정혜]를 읽고 이렇게 썼기 때문에.
정혜가 사랑이란 걸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준석에 의해서이다. 정혜가 근무하는 우체국에 준석은 자신이 쓴 소설을 공모전에 부치러 온다. 준석은 정혜에게 '한스 카롯사'를 좋아하느냐고 묻기도 했었다. 결국 준석은 자신의 취향을 밝힌 셈이고, 정혜의 취향을 물은 셈이다. 그렇게 취향을 먼저 맞추어보는 일, 사랑의 기미幾微이다. (p.219)
후아- 내가 최근에 취향을 먼저 맞추어 볼 생각이 들었던 사람은 누구인가. 취향이 달라서 조금 속상했던 사람은? 취향을 짐작해본 일은? 취향이 같기를 희망했던 사람은? 이 책의 이 부분에 밑줄을 그으면서 어제 책장을 덮었다. 왜 그런게 궁금한지조차 알 수 없는 많은 사소한 것들이 궁금했던 사람에 대해 생각하다 잠들고 싶어서. 늘 그랬듯이.
- 봄이 오고 있다. 저 혼자 오고 있다.
- 앗. 일요일에 인기가요에서 본 최강창민의 팔뚝이 정말 정신줄 쏙 빼놨다는 얘기를 어딘가에 쓰려고 했는데 까먹고 말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