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 스티븐 딕슨이 [에스콰이어]에 <당신 나이치고는……>이라는 제목으로 짤막한 소설 같기도 하고 시나리오 같기도 한 글을 썼다. 부제는 <MID LIFE의 악몽>이다. 미드 라이프는 처음 접하는 말이다. 중년이라고 번역하면 좋을까. 어딘지 모르게 ‘빼도 박도 못한다’라는 느낌이 든다.
내용을 보면, 42세의 독신 남성 작가가 주인공인데, 그는 금연과 조깅 등으로 젊음을 유지하려 애쓴다. 한편 그의 연인인 21세의 대학생은 꽤 오래 사귀었던 그와 헤어지고 뉴욕으로 가서 출판사에 취직하려고 마음먹는다. 출판사에서 경력을 쌓은 후 작가가 되기 위해서다. 그래서 남자에게 전화를 걸어 헤어지자고 말하지만 남자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두 사람의 대화가 한없이 계속되는데, ‘정말 지겹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묘사가 추하고도 실감난다.
이를테면 남자는 “내가 그렇게도 아저씨처럼 보이냐?”라고 묻고, 그녀는 “그렇지 않아요”라고 대답하며 덧붙인다. “하지만 당신이 젊게 보이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난 창피해요.”
그녀의 말인즉, 당신은 운동을 해서 몸을 단련시키고는 있지만, 그래도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어쩔 수 없이 체형이 망가지고 있으며, 그걸 보고 있으면 당신이 노력하는 만큼 나는 더 슬퍼진다. 당신이 아무리 열심히 운동을 해도 스무 살짜리 보통 남자의 근육이 당신보다 더 탄탄하고 고환도 위에 붙어 있는 것(자세히도 관찰했군)이 사실이며, 게다가 당신은 벌써 머리가 벗겨지고 있지 않은가. 머리가 벗겨지는 것뿐이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당신은 음모에도 흰 털이 있지 않는가. 그걸 보면 난 정말 기가 막히다. 섹스만 해도 그렇다. 당신은 잘하긴 하지만, 젊은 남자는 사정은 빨리 할지 몰라도 그만큼 금세 회복된다. 당신은 사정한 후 15분후에 다시 사정할 수 없지 않은가. 나는 그런 남자와 자고 싶단 말이다.
그러자 남자는 “내 발에서 냄새는 나지 않았어? 입 냄새는 안났어?”라는 정도의 말밖에 하지 못한다. 결국 남자는 “그럼 앞으로는 그냥 친구로 지내자”라고 애원하지만, 이것 역시 거절당하고 깨끗하게 차이고 만다. 이런 일은 악몽이라고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안타까운 일이다. 현재 젊은 여성과 사귀고 있는 45세 이상의 남성분들은 어느 날 갑자기 이런 꼴을 당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게 좋지 않을까. 미리 대비하고 있지 않았다가는 충격이 클 테니까.(중년의 악몽, PP.52~53)
오늘 아침 출근하면서 회사 빌딩의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그 안의 난 혼자였다. 난 내내 내게 없는 것들을 생각하며 오고 있던 길이었다. 쌍커풀과 보조개와 눈웃음. 왜 이 세가지가 내게 없는걸까, 하면서. 쌍커풀 진 깊은 눈을 가지고 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웃을때마다 보조개가 들어간다면? 눈웃음을 칠 줄 안다면 인생이 달라졌을지도 모르는데! 하면서. 그리고 그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는 거울을 본다. 그리고 씨익 웃어본다. 눈웃음을 좀 연습해볼까 하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눈 주변에 주름이 자글자글. 그리고 땡긴다. 흑. 서러워졌다. 눈웃음은 무슨. 내가 아이크림을 너무 안발랐나? 이제 눈주름 관리 좀 해야할까? 아이크림이 너무 저렴했나? 백화점 가서 명품으로 하나 사서 발라볼까? 그러나 뭘 쓴다 한들 이미 생긴 이 자글자글자글자글자글한 주름들은 없어지질 않겠지.
난 내가 나이들어 가는 것을 몹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텔레비젼에 나오는 아줌마들처럼 보톡스를 맞는다거나, 화장을 진하게 한다거나, 굳이 옷을 젊게 입으려거나 하는 애를 쓰지 않고 늙어가는 그대로 살아갈 수 있을거라고.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해 안간힘을 써가며 반항해봤자, 그것이 나이들어 가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고, 오히려 추해질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아, 나도 이제는 막고 싶다. 그만 나이들고 싶다. 『아마추어 메리지』에서도 나이 들면서 좋았던 머릿결이 푸석해진다고 했었는데, 나도 그걸 느낀다. 이제 한달만 더 있으면 한 살 더 먹는다.
늙어가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흑.
다시, 눈가의 주름으로 돌아가서,
좋은 아이크림을 하나 장만해야 할까.
나는 이제 젊은 남자를 더이상 만날 수 없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