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였다. 사복을 입었으니 대학교였는지 아니면 고등학교였는지 모르겠지만 여튼 남녀공학(내게 이것은 로망!)이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꽉꽉 찬 그 교실에서 가장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은 (알라디너인)Forgettable 님과 (투피엠의)택연이었다.
그날도 무슨 발표 수업을 해야하는데 택연이 할 차례였다. 뭔가 이과과목을(물리나 화학이었던 듯) 칠판에 분필로 써가면서 설명하는 택연.
내 짝궁 닉쿤은(!!) 무슨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고 궁시렁대고, 나는 "내가 잘 듣고 설명 쉽게 해줄게요." 라고 얘기한다. 닉쿤은 꽃미소를 날리며 알았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택연이 설명하는 걸 열심히 듣고, 택연이 칠판에 쓰는걸 열심히 노트에 써보지만 대체 뭔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는거다. 그래서 다시 닉쿤한테 그랬다.
"당신은 한국어가 서툴어서 그렇지만, 나는 한국말 밖에 모르는데, 저거 무슨말인지 하나도 못알아듣겠어요." 라고.
닉쿤은 괜찮다면 그럼 우리는 놀자고 한다. 그래서 나는 그러죠, 공부 잘하는 애들은 지들끼리 놀라고 하고 우린 수업 듣지 말고 수다나 떨어요, 이러면서 수업시간에 수다를 떨고 있는데, 갑자기,
앞에서 발표를 하던 택연과 앞줄에 앉아있던 Forgettable 님이 싸우기 시작한다. (영타치기 귀찮으므로 앞으로 Forgettable은 뽀게터블로 대체) 그러다 화가 머리끝까지 솟은 뽀게터블님은 가방을 챙겨 앞문으로 뛰쳐 나가면서, 4분단의 맨 앞줄 오른쪽에 앉아있던 내게 "너무 화가나서 못있겠어요." 이러고 나가버린다. 잠깐 분을 삭이던 택연은 뽀게터블님과 화해하고 싶어해서, 그녀를 쫓아 달려나간다. 역시 4분단 맨 앞에 앉아있던 나는 택연에게 "멀리 못갔으니 빨리 따라가요." 라고 얘기해준다.
그 둘이 싸우느라 자리를 비우는 동안 교실안은 소란스럽고, 누군가 화장실을 다녀오면서 앞문을 살짝 열어두어 그 틈으로 뽀게터블님과 택연이 싸우는 모습이 보인다. 흐음, 잘 화해가 안되는구나. 내가 가서 좀 도와줘야겠다, 화해시켜야겠어, 라는 오지랖넓은 생각을 하면서 나는 그러나 일어나서 나가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 짝궁은 무려! 꽃청년 닉쿤이었으니까.
화해는 자기들이 알아서 하겠지, 나는 그냥 닉쿤하고 수다나 떨어야겠다, 라고 꿈속에서 생각했다. 다들 어른들인데 뭐, 이렇게 꽃미소 보이는 닉쿤하고 앉아있는게 백번 낫지. 저기서 내가 왜 ..
이러고 있는데(아 길어..) 택연이 잠깐 들어온다. 좀처럼 화해가 되질 않는가보다. 꽤 힘들고 안타까워하는 표정이다. 음, 아마도 뽀게터블님을 좋아하는가 보다. 내 앞자리에 서서 한숨을 쉬고 있는 택연과 나는 좀 친한 사이었던건지, 아니면 신뢰를 주고받는 사이였는지 모르겠는데 여튼, 나는 앉아서 그의 팔을 툭툭 쳐주고 쓰다듬어 줬다. 기운내라고, 화해할 수 있을거라고, 그런 뜻을 담아서. 택연은 내 손이 전하는 의미를 알아들었고, 그래서 고개를 끄덕이며 내 손을 한번 꼭 쥐어주고는 다시 화해하러 나갔다.
나는 여전히 닉쿤과 수다를 떨었고,
결국 택연과 Forgettable 님은 둘다 웃으며 교실로 들어와서는 멋적게들 자리에 앉았다.
나는 평화주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