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취약한 부분이 있다. 건드리기만 하면 눈물이 나는 부분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접근하기 싫고 그래서 접근할 때마다 눈물이 흐르는 그런 것들.
이를테면 죽음뒤에 남겨진 사람들, 이 그렇다. 나는 내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할머니를 다시 볼 수 없는것도 슬펐지만, 엄마를 잃은 나의 아버지 때문에 슬펐다. 친구의 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셨을 때는 친구의 아버지가 고통을 받다 돌아가셨다는 사실 보다 아버지를 잃고 힘들어할 친구 때문에 울었다.
그래서 이 책에서도 죽음, 그 이후에 울었다.
이 책속에는 여러명의 친구들과 여러명의 이웃들이 등장한다. 그러니 죽음이 찾아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것, 누구나 다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짐작할 수 있다고 해서 그것들이 더 쉽게 견디어 지는 것이 아니다. 그리움이 금세 옅어지는 것도 아니다. 나는 시바가 죽었을 때보다 시바의 죽음, 그 뒤에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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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밤 시바 꿈을 꿔, 레오."
"난 아직 시바 이야기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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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사우스 브로드』속에는 내가 유독 약해져버리는 많은 것들이 등장한다. 나를 울게 하는 부분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1권도 2권도 읽다가 자꾸 눈물이 핑- 돈다. 그래서 이 책속의 시끄럽고 과장된 수다와 유머를 이해할 수밖에 없다.
이 책속에서는 심지어 중학생이 자살한다. 대체 나한테 왜이래 싶을 정도로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울린다. 출근길 버스안에서 이 책을 읽다가 눈물을 흘리는데, 젠장, 콧물까지 나온다. 어어 이봐요, 작가님. 이러지 마세요. 이건 너무 심하잖아요.
작가의 전작 『완득이』는 그래도 울렸다가 웃겼다가 했는데, 이건 한 순간도 웃게 해주질 않는다. 눈물 콧물 짜내며 이 책의 책장을 덮고 힘들어했다. 이렇게 쉬운 단어들이, 이렇게 어린 학생들이 어떻게 나를 울리는 걸까.
물론, 『우아한 거짓말』의 중학생 '천지'가 '그냥' 죽은건 아니다. 천지는 죽기전에 자신을 힘들게 하고 괴롭게 한 친구들에 대한 원망을 담아서, 또 용서를 담아서, 그리고 가족들에 대한 사랑을 담아서 유서를 남긴다. 발견하면 울 수 밖에 없는 유서를.
그래서 이 책이 『루머의 루머의 루머』를 닮아 있다.
이 책속의 '해나'도 자살했다. 자신의 첫키스로 인한 루머가 점점 불어나 돌이킬 수 없게 되어버렸기 때문에. 원하던 상대와 단순히 입을 맞췄을 뿐인데 얼마후에 해나는 '헤픈 아이'가 되어 버리고 누구도 그녀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내가 취약한 부분중의 하나는 바로 이것이다. 나를 답답하게 하고 안타깝게 하는 것. 가슴을 때리게 하고 눈물나게 하는 것. 그렇다, 그건-'잘못알고 있는 것' 이다. 모르는 것 보다 더 무서운게 잘못 아는 것이라 했던가. '그렇지 않은 애' 라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그렇지 않아!' 라고 말하는 걸 다른 사람들은 들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어긋나는 것은 그들이 원하는 바가 아니기 때문에. 자신이 '틀렸다'는걸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이 책속에서 정말 슬픈건 해나를 이해하려하고 좋아하고 가까워지고 싶어하는 친구 클레이에게도 해나는 진심으로 자신을 드러낼 수 없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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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가까워지고 싶다고 속으로 말했지. 나는 더 가까워지고 싶었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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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해나는 클레이와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을 밀어낸다. 클레이의 마음이 진심인걸 알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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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아플 정도로 눈을 꼭 감았어. 생각들을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걸 밀어내려고 애썼지. 자꾸 떠오르는 리스트의 사람들 그리고 그 외 몇 사람들까지. 그날 밤, 눈앞을 스쳐가는 이들. 나를 욕하던 사람들은 클레이에게 어떤 굴레를 씌울까? 나의 이미지와 클레이의 이미지는 어떻게 다를까?
나도 어쩔 수 없었어. 내 이미지는 이미 내가 컨트롤 할 수 없게 돼버렸어. 클레이, 너의 이미지는 존중받을 만해. 그러나..난 아니었어. 그런 내가 너 같은 아이와 함께 있다니. 또 하나의 추문이 추가 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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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내가 세상에 알려지는 내가 되는 것, 그것은 한마디 말로 시작한다. 시작은 언제나 '한 사람'의 '한마디 말'이다. 나는 '다른 누군가가 정해놓은 나' 때문에 스스로를 못난 사람으로 여기게 되는 것이 몹시 가슴 아프다.
더 가까워지고 싶다고 속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살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 더 가까워지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을 걱정하지 않으면서. 모두가 죽는 건 어쩔 수 없다는 건 알지만, 그러니 슬프고 힘들겠지만, 그 후의 시간들을 견뎌야 하는 건 정말 어쩔 수 없지만, 만약 내 입밖으로 내는 한마디 말을 조금 더 조심한다면 누군가의 죽음은 조금 더 뒤로 늦출 수도 있다. 가까워지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가까워질 수도 있다. 덜 가슴아플 수 있다.
나는 내가 유독 취약해지는 이 부분들을 단지 '소설속에서만' 만나고 싶다. 소설로서만 울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