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면 다른 마을을 방문하기도 하고 독서를 하기도 했다. 읽는 책은 주로 그가 매년 일정 금액에 맞춰 주문하는 역사서였다. 그는 본인의 말처럼 자신을 위한 번듯한 서고를 꾸미고 있었으며, 구입한 책은 전부 읽기로 했다. 그는 서재에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앉아 이 책들을 읽곤 했다. 처음에는 스스로에게 의무로 지운 독서가 나중에는 습관적인 일과가 되었고, 특별한 만족과 진지한 일을 한다는 자각을 그에게 주었다. -4권, p.514
니콜라이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아버지로부터 빚만 물려받았지만 열심히 일하고 관리해서 재산도 다시 쌓고 있다. 그는 가족들과 화목하게 지내고 그리고, 독서를 한다. 자신을 위한 번듯한 서고를 꾸미고 있었다는 것도 참 매력적이지만 무엇보다 '구입한 책은 전부 읽기로 했다'가 눈길을 끈다. 아아, 니콜라이, 독서 생활 시작.. 얼마 안됐지? 그래 그래, 그건 타당한 결심이야. 무릇 책을 구매하고 읽는 사람이란 그런 마음을 먹어야하지. 그런데 그거 아니? 나도 처음엔 그랬단다? 나도 처음엔 책 사고 그거 다 읽은 다음에 다른 책들을 샀거든? 그런데 언젠가부터 한 두권 안읽어도 사고 또 사고 그러다 안 읽은 책이 점점 더 많아지더니, 지금은 집에 안읽은 책들이 훨씬 더 많단다? 어디, 네가 산 책은 다 읽기로 하겠다는 결심 언제까지 지키나 두고보겠어. 결국 너도 나처럼 읽지 않은 책더미에 파묻히게 될걸? 껄껄.
전쟁과 평화는 재미있다.
전쟁과 평화라는 제목은 다소 지루할 것 같은 느낌을 주는데, 천만의 말씀. 완전히 재미있다. 마지막에 책의 해설을 보니 등장인물이 557명 이란다. 그렇게나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이름 러시아 이름이고 그러면 읽기 힘들겠쥬? 그런데 여하튼 재미있고 어느 순간에는 이름과 인물도 헷갈리지 않게 된다. 재미있다. 톨스토이가 들려주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도 그렇고, 삶에 대한 이야기도 그렇다. 무엇보다 한 등장인물의 죽음에서(스포일러가 될까봐 이름을 밝히진 않겠다) 그가 자신에게 오게될 죽음을 받아들이고 있을 때, 그리고 결국 죽었을 때, 나는 '만약 그가 온 몸으로 죽음에 저항했다면, 그의 경우에는 살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내가 생각하기에 그는 죽음을 받아들였지 저항하지 않아서, 그렇게까지 죽진 않아도 되는 상황인데 죽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거다. 그런 점에서 보면 그를 사랑한 주변 사람들의 입장에서 안타까웠다. 그 죽음을 받아들이는 건 그의 뜻이고 그의 의지이겠지만, 그러나 그를 사랑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가 조금만 더 애써주지, 더 힘내주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달까. 그러나 거듭되는 인물들의 죽음 앞에-전쟁때였다- 뭐가 됐든 언젠가는 인간은 죽는다는 불변의 진리를 나 역시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된다.
읽다보면 톨스토이의 삶과 세상에 대한 시각이 도드라진다.
그는 어떤 개인적인 영웅이 세상의 역사를 만든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그 일들은 그 전에 일들과 그 전의 사람들 그리고 지금의 사람들과 다 얽혀서 일어난 일이라는 거다. 그런 한편 그는 경험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사람같다는 생각도 했다. 니콜라이라는 등장인물이 직접 농업에 뛰어들고나서 어떻게 관리해야하는지 알면서 재산을 불릴 수 있게 되는데, 이는 그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레빈을 떠올리게 한다. 레빈 역시 직접 농민들과 농사 짓는 일을 했었으니까. 그뿐인가. 피에르의 경우 전쟁 포로로 잡혀 오랜 시간을 보냈지만, 그 시간동안 프랑스 병사들과 그리고 잡힌 러시아 포로들을 보면서 인생에 대한 시각이 변화한다. 운이 좋게 그는 포로였어도 살아남았는데, 그 때의 일을 얘기하다보면 피에르는, 그러나 그 시간을 겪는 쪽이 좋았다고 한다. 자신이 달라졌으니까.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사람들이 나에게 포로가 되기 전 상태로 남고 싶은지, 그 모든 것을 처음부터 겪고 싶은지 묻는다면 나는 부디 다시 한번 포로가 되어 말고기를 먹고 싶어요. 우리는 일단 익숙한 길에서 밀려나면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오직 그곳에서 새로운 좋은 곳이 시작되지요. 생명이 있는 동안에는 행복도 있습니다. 우리 앞에는 많은 것이, 많은 것이 있어요. 그것이 내가 당신에게 하려는 말입니다." -4권, p.442
이 부분에서는 필립 베송이 생각났다. 정확히는 그의 [포기의 순간]이.
"틀에 박힌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쩌면 불의의 사건을 겪어야 하는 건 아닐까요?"
위의 문장은 책 속에 나온 문장은 아니고 필립 베송이 파리 박람회에서 자신의 책에 사인을 해주던 중 한 말이라고 한다. 그리고 곧 이 책, 포기의 순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불의의 사건 이라는 건, 겪지 않는 쪽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내 인생에서 그건 없었으면 좋았을거라고, 그것이 준 상처가 너무 크다고, 결코 다른 사람들은 이 일을 겪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몇몇 일들이 있다. 그러나 내가 그것을 겪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된게 아닐까 생각하곤 한다. 사람은 하나의 인생 밖에 살 수가 없기 때문에 단정할 수 없지만, 나에게 일어났던 그 일들이 없었다면 나는 아주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몇 번이나 언급했지만, 나 역시 경험으로부터 배우는 사람이다. 그래서 아주 늦되다. 꼭 스스로 경험을 해야만 '아 이래서 그런거구나' 라고 깨닫는 편이랄까. 그러다보니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다. 가만 앉아서 남들의 말만 듣고 깨달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육체적 에너지도 감정적 에너지도 소모가 덜할텐데, 굳이 경험하느라 에너지를 소진하고, 그 후에 비로소 '아 이게 이거구나' 하게 되어버리니까. 필립 베송은 자신의 책에서 '자기 자신이 되는 데, 되어야만 하는 사람이 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그들 중 한 사람이다. (p.140)' 라고 말하는데, 나 역시 그들중 한 사람이다. 그리고 톨스토이 역시 경험으로 배우는 사람인 것 같다. 삶에서 그런걸 추구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전쟁과 평화를 읽으면서 했다. 음, 그런데 안나 카레니나의 경우를 봐도 그렇고, 작가라는 직업은, 결국 경험으로 변하게 되는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게 아닌가?
재미있게 읽었지만 에필로그에서 좀 실망했고, 그리고 아까 댓글을 달면서 생각했는데, 이 네 권에 걸친 책에서 내가 어느 누구도 애정을 갖지 않는다는데 생각이 미치자, 아,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작가에 톨스토이를 넣지 않는건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 책에 등장하는 그 많은 인물들 중 나는 어느 누구에게도 특별한 애정을 갖게 되진 않는다. 순간순간 어느 인물들에게 공감할 순 있다. 이를테면 마리아 공작 영애는 억압적인 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그 아버지가 병에 걸렸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자신에게 찾아올 자유에 대해 기뻐한다. 그러다가 내가 이런 생각을 하다니, 하면서 죄책감을 갖고. 그런 생각의 흐름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거 아닌가. 다른 인물들에 대해서도 다 마찬가지. 각각의 캐릭터를 이해할 수도 있고 공감할 수도 있지만, 그러나 내가 애정하게 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재미있었지만 나를 뒤흔들지는 못했다. 그래서 읽노라면 어쩐지, 나도 모르게 빅토르 위고가 자꾸 생각났다.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 읽다가 눈물 콧물 다 흘렸던 게 생각난거다. 그때는 한 사람의 죽음을 앞에 두고 아아, 이 사람 왜이렇게 외로워, 하면서 울었더랬다. 누가 좀 와줘, 이 사람 이렇게 혼자두지마, 하고. 게다가 [웃는 남자]는 어떤가. 초반에 추위에 떨면서도 소년이 갓난 아기를 구해주는 장면에서, 아아 대체 인간이란 뭐란 말인가, 하며 가슴이 뜨거워졌단 말이지. 그러니까 빅토르 위고는 나를 가만두지 않고 어떤 격한 감정으로 내팽개치는데 톨스토이는 나를 격한 감정으로 이끌지는 않는 거다. 재미있고 톨스토이 정말 대단하지만, 그래서인지 어쩐지, 흐음, 위고쪽이 더 대단한 것 같은데? 하게 되어버리는거다. 그러고보니 나 프랑스 소설 안좋아하는데 레미제라블과 웃는 남자에는 크게 감명받았었네?
여러분, 레미제라블 읽어보세요. 이거 진짭니다. 이거 짱이야. 레미제라블을 읽자!! ㅋㅋㅋㅋ 톨스토이 얘기하다가 갑자기 레미제라블 추천 ㅋㅋㅋㅋㅋ
하여간 재미있게 잘 읽었다. 펼치기 전에는 이 책에서 그렇게나 자주 나폴레옹을 만나게 될 줄을 내가 몰랐지?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예전에 막스 갈로의 나폴레옹 총5권 끙끙대며 읽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다섯권에 걸친 책이었는데 그거 다 읽고나서 기억나는건 나폴레옹 여드름 피부였다는 것.. 중간에 여드름이 터졌다는 묘사가 나오는거다. 아니, 그 .. 여드름 터진 것 까지는 말 안해줘도 돼요..
금요일에는 친구들을 만났다.
여자1 남자1 이었는데, 둘다 알라딘에서 진행한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에 한때 참여했던 친구들. 여자1이 그 때 여성주의 책을 읽었던 것들이 훗날 도움이 많이 되었다, 고 얘기해주어 고마웠는데, 이에 질세라 남자1이 '남자인 나에겐 더 도움이 되었지' 라고 말해주었다. 무언가 했는데 그걸로 도움이 됐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니, 인생 진짜 잘 산 것 같다. 물론 그렇게 느끼기 위해서는 그들이 읽어야한다는 스스로의 행위가 있었던 것이 먼저이지만. 하여간 누군가 행동하고 도움이 됐다고 말하는 거, 만남의 기쁨이 아닌가.
책을 샀다. 이번엔 조금만 샀다.

[나의 작은 무법자]는 어떻게 사게 되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밤의 종말]은 투비에서 즐겨 찾는 분의 리뷰를 읽고 사게 되었다. 재미있을 것 같아.. [친밀한 사이]는 인스타에 본문 인용한 광고가 자주 나오는데 마침 잠자냥 님의 서재에서도 본 책이었다. 굿굿. 이렇게 세 권만 샀다.
책 탑 페이퍼 월요일에 올려야하는데, 와 이번달 안에 전쟁과 평화도 읽어야 되고 아기 퍼가기 시대도 읽어야해서 정말 정신이 없었다. 회사 일도 바쁘고 일 끝나면 책 읽느라 바빴다. 2월 27일 현재, 그러나 다 읽었다. 만세!! ㅋㅋㅋㅋㅋ
그리고 꽃을 샀다.

인스타그램 보면 가끔 집에 꽃 사서 장식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그들이 커다란 꽃다발을 풀고 가지를 사선으로 잘라서 화병에 꽂고 그걸 방이나 거실등에 두는 단순한 장면인데 참 좋아보였더랬다. 그런데 그 집이 엄청 넓고 깔끔하긴 하더라. 그래서 산건 아니고, 5천원 쿠폰도 주면서 무료배송..이기에 저렴하게 샀는데, 마침 사고 나니 인스타그램에서 봤던 것들이 떠올라 좋았어!! 하면서 나도 펼쳐두고 하나씩 가지를 잘라 화병(이 아니라 물병)에 하나씩 꽂는데, 하아- 몇 개 하지도 않고 갑자기 빡이 쳤다.
하기 싫어..
귀찮어..
아 이거 언제해...
막 이렇게 되어가지고, 아아, 이건 내가 할 일이 아니다, 나는 이런거 할 사람이 아니다, 나는 이런게 적성에 맞지 않아! 하고 버럭 화를 내버렸다.

일전에 루꼴라로 크리스마스트리 샐러드 만든다고 하다가 몇 개 하지도 않았는데 빡쳐서 치워버렸던게 생각났다. 보다 못한 엄마가 '내가 할게' 하면서 해주셨지... 아아 나는 이런거 안되는 사람이야.
그 글은 여기 ☞ https://tobe.aladin.co.kr/n/305941
엊그제 집에서 술 마시면서 <샬라샬라> 보는데 ㅋㅋㅋ 이 멤버들이 옆집 부부를 초대했다. 옆집 부부는 식사를 하면서 남편은 인도 사람이고 아내는 독일 사람인데 인도에서 결혼식을 올리면 너무 크게 열어야돼서 그게 싫어서 라스베가스에 둘이 가서 결혼식을 했다, 는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영어가 잘 안되는 멤버들은 그 말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들으면서 반응하고 잇던 장혁은 다 듣고나서 멤버들한테 이러는거다.
"할아버지가 인디안이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나 진짜 개터졌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거 이상하게 너무 웃겨가지고 그 다음에도 계속 순간순간 생각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샬라샬라 너무 재미있게 보고 있다. 회사 동료랑 여동생한테 추천했는데 여동생도 엄청 재미있게 보고 초등5조카도 재미있게 본다고.
아 맞다 초등5조카가 영어 공부 하면서 필로소피, 철학 이란 단어를 새로이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철학'이란 자체를 처음으로 접한거지. 이게 뭔지 찾아보더니 제엄마에게 이랬단다.
"엄마, 이모는 철학과 졸업했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여동생이 아니라고 했더니 조카가 아니야? 이러면서 놀랐다고. 아니, 왜 내가 철학과를 졸업했다고 생각하지 조카야? 나 너무 철학적이었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만 줄인다.
빌라르스키, 공작 영애, 의사, 그리고 요즘 만난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피에르는 모든 사람들의 호의를 끌어내는 새로운 특징을 보였다. 그것은 사람들이 저마다 자기 방식대로 사물을 생각하고 느끼고 바라볼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말로는 사람의 생각을 바꿀 수 없음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예전에는 피에르를 불안하고 짜증스럽게 했던 저마다의 이런 당연한 독자성이 이제 그가 사람들에 대해 품는 공감과 흥미의 토대가 되었다. 자신의 삶과 타인들의 시각 사이에, 혹은 그 시각들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나 때로 완벽하기까지 한 모순은 피에르에게 기쁨을 주고 조소 어린 온화한 미소를 불러일으켰다. - P416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사람들이 나에게 포로가 되기 전 상태로 남고 싶은지, 그 모든 것을 처음부터 겪고 싶은지 묻는다면 나는 부디 다시 한번 포로가 되어 말고기를 먹고 싶어요. 우리는 일단 익숙한 길에서 밀려나면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오직 그곳에서 새로운 좋은 곳이 시작되지요. 생명이 있는 동안에는 행복도 있습니다. 우리 앞에는 많은 것이, 많은 것이 있어요. 그것이 내가 당신에게 하려는 말입니다." - P442
"있잖아, 마리." 나타샤는 갑자기 마리야 공작 영애가 그녀의 얼굴에서 오랫동안 보지 못한 장난꾸러기 같은 웃음을 지었다. "그 사람은 어쩐지 깔끔하고 윤기 있고 산뜻해졌어. 마치 욕조에서 나온 것 같아. 무슨 말인지 이해하겠지? 정신적으로 욕에서 나온 것 같다니까. 그렇지?" - P443
그녀가 이따금 그를 이해하려 애쓰며 그의 공-그가 농노들에게 선을 베푼 것- 에 대해 이야기하면 그는 화를 내며 대답하곤 했다. "결코 그렇지 않아. 난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 없어. 난 그들을 위해 이런 일을 하지는 않아. 그런 것은 전ㄴ부 시 나부랭이고 할멈들의 옛날이야기야. 이웃의 행복이라는 것이지. 난 내 아이들이 구걸하지 않기를 원해.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난 우리 재산을 모아야 해. 그게 전부야. 그러기 위해서는 질서가 필요하고 엄격함이 필요하지... 그런 거라고!" 그는 다혈질답게 주먹을 움켜쥐며 말했다. "물론 공정함도 필요해." 그는 덧붙였다. "농민이 헐벗고 굶주리고 말도 한 필밖에 갖고 있지 않다면 그자는 스스로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일하지 않을 테니까." - P509
겨울이면 다른 마을을 방문하기도 하고 독서를 하기도 했다. 읽는 책은 주로 그가 매년 일정 금액에 맞춰 주문하는 역사서였다. 그는 본인의 말처럼 자신을 위한 번듯한 서고를 꾸미고 있었으며, 구입한 책은 전부 읽기로 했다. 그는 서재에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앉아 이 책들을 읽곤 했다. 처음에는 스스로에게 의무로 지운 독서가 나중에는 습관적인 일과가 되었고, 특별한 만족과 진지한 일을 한다는 자각을 그에게 주었다. - P514
예카체리나 필리포브나 티타리노바(Ekaterina Filippovna Tatarinova, 1783~1856). 1812년 전쟁에서 활약한 부흐회브덴 장군의 딸이다. 페테르부르크에 ‘영적 연합‘이라는 신비주의 종파를 설립하고 자신에게 예언 능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종파는 치유와 점을 신봉하며, 제정 러시아의 비밀 교단인 스코프치(성욕에 저항하기 위해 남성의 성기를 거세하고 여성의 유방을 절제하는 의식으로 잘 알려져 있었다). 로부터 격렬한 원무를 통해 황홀경과 예언의 영을 이끌어 내는 의식을 차용했다. 이 교단은 1837년까지 존속했다. - P555
"나타샤는 정말 웃기는 애야. 사실 남편을 깔아뭉개고 살면서 일단 상황이 논의로 발전되면 그 애-자신의 언어도 없으면서-는 그냥 남편의 언어로 지껄인다니까." 니콜라이는 가장 소중하고 가까운 사람들에 대한 비판을 부추기는 뿌리치기 힘든 갈망에 굴복하며 덧붙였다. - P574
틀에 박힌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쩌면 불의의 사건을 겪어야 하는 건 아닐까요? 자기 자신이 되는 데, 되어야만 하는 사람이 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그들 중 한 사람이다. (p.1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