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뿌듯함을 느끼는 지점, 자기 충족을 느끼는 지점이 있을 것이고 그건 역시 지극히 개인적일 것이다.
나로 말하자면 책을 읽고 나면 큰 만족을 느끼는데 쓰는 것에서도 그렇다. 여러차례 말해왔지만 나는 나 자신을 위해서 글을 쓴다. 그런데 나 자신을 위해서 쓴 글을 읽은 누군가가 내 글로 인해 재미나 위안을 얻었다고 하면 그건 그것대로 참 너무 좋아서 말이지.
그렇게 내가 내 자신이 만족스러울만한 지점을 하나씩 늘려갔다. 처음부터 그걸 늘려가려고 계획한 건 아니었고, 그걸 한 번 해볼까, 해서 했더니 또 하고 나면 가슴이 뻐근해지는 거다. 요가와 베이킹이 그랬다면, 이젠 달리가와 외국어가 그렇다.
광복절에도 그리고 토요일에도 달렸다.
이제 쉼없이 30분은 달릴 수 있는 사람이 되었고, 달리기를 반복하면서 내 자신에 대해서도 새로이 알게 되는 지점들이 있다. 어쩌면 이미 알고 있던 지점을 확인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 나로 말하자면 달릴 때 음악을 듣지 못한다는 것이다. 런데이 앱의 안내를 충실히 따라가다가 달리기를 했고 그렇게 30분 달리기 가능한 몸이 되었으니 이제 내가 원하는 음악을 골라 들으며 달리자!! 했는데, 그게 정말 신날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였지만, 그 노래와 달리기가 조화로운게 아니라-그러니까 박자를 맞춘 노래여도- 달리기에 집중이 좀 덜 되는 느낌인거다. 그래서 요즘은 다시 런데이 앱을 들으면서 달린다. 마침 50분 달리기 도전중이라 앱이 큰 도움이 된다. 역시 나는 멀티가 안되는구나, 나는 하나에만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그런참에 내가 보는 인스타 피드에서는 달릴 때는 음악을 듣는 것이 오히려 집중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는 게 뜨기도 하더라. 아, 나만 그런게 아니었어! 나는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읽을 수 없는 사람이고 음악을 들으면서 달릴 수 없는 사람이다. 음악을 들으면서 수학문제를 푼다는, 수학은 손이 푸는 거라고 말했던 칠봉이가 생각난다. 그거 매력포인트였는데..
아무튼 달리기가 진짜 자기 만족, 자기 충족 짱이다. 달리는 동안에도 내내 끝까지 할 수 있을까 두려운 마음을 갖게 되는데, 다 달리고 나면 '해냈다!'는 만족감이 진짜 장난 아니다. 그렇게 달리기를 마치고 멈추면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정말 비오듯 쏟아진다. 다른 어떤 표현도 생각나지 않고 딱 그거다. 짧은 머리 끝에서도 뚝, 뚝, 땀이 떨어진다. 놀랍게도 팔도 미끄덩거린다. 온 몸의 땀구멍이 열려서 노폐물을 쏟아낸다. 기분이 진짜 끝내준다. 거친 호흡을 가라앉히며 쿨다운으로 천천히 걷노라면 달리기를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가슴 가득 차오른다. 달리는 순간도 좋고 달린 후의 기분도 끝내주고, 무엇보다 내가 달리기를 하는 사람이라는게 너무나 너무나 만족스럽다.
계속되는 나의 달리기 이야기에 지난 주말에는 E 가 처음으로 런데이에 도전했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한 후 너무 좋다고, 이걸 소개시켜주어 고맙다고 흥분해 내게 알려왔다. 거봐, 장난 아니라니까, 흥분되지? 짜릿하지? 자기 만족 장난 아니지? E 는 그렇다면서 너무 좋다고 연신 얘기했다. 자기에게 너무 맞는 운동인 것 같다고, 자신은 땀이 없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며 신나했다. ㅋ ㅑ ~
자기 만족 자기 충족을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달리기를 추천한다. 앱에서는 호흡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얘기해주는데, 호흡에 집중하고 호흡 소리 들으며 달리는 것은 ㅋ ㅑ ~ 꿀맛이다. 내가 내 몸을 이용해 힘차게 움직이는 게 얼마나 짜릿하게요?
최근의 달리기 후기는 여기☞ https://tobe.aladin.co.kr/n/234671
그리고 외국어.
친구들 덕분에 듀오링고로 영어 공부를 시작했는데, 그 이야기를 일전에 알라딘에 썼더니, 다정한 알라디너 분이 '영어 외에 다른 외국어도 해보라'고 말씀해주셨다. ..응? 다른 외국어?? 그것까진 생각을 안해봤는데...흐음..그런데 그 댓글이 자꾸 생각이 났다.
그러다 내 덕분에 듀오링고를 설치하고 공부하기 시작한 친구를 만나 술을 마시는데, 그 친구는 영어랑 일어를 한다는 게 아닌가. 아 그래? 다른 외국어 어떻게 선택하는거야? 물어보니 친구는 앱을 보여주면서 여기 국기를 누르면 플러스가 나오고... 알려줘서 흐음, 그래 그러면 나도 뭔가 하나 더 해볼까, 하고서는 며칠 뒤, 일본어랑 베트남어를 더해 한 회씩 해보았다. 딱히 재미있지 않아서 하면 좋겠지만 더 하게 되진 않았는데, 그러다 어쩐 일인지 스페인어도 슬쩍 봐볼까, 하고 스페인어 추가했다가 와- 스페인어 왜이렇게 재미있어. 이게 만약 내가 중학교때 영어 수업시간에 했던 것처럼, 발음기호부터 알려준다거나 하면 꾸준히도 못했을 것 같고 재미도 없을 것 같은데, 초반부터 문장을 얘기해줘서 너무 씐나는거다. 그러니까 몇 회 하지도 않았는데 나는 물을 원한다 -요 끼에로 아구아- 나는 돈이 필요해-요 네새시또 디네로- 나는 스페인어를 한다-요 아블로 에스빠뇰- 너의 고양이는 예쁘다 -투 가또 에스 보니또- 이런 게 가능해진다니까? 너무 재미있잖아??
그래서 나는 일어랑 베트남어는 지우고 ㅋㅋㅋ 매일 영어랑 스페인어를 하나씩 하기 시작했다. 부러 시간을 내는 건 아니고 출근 길 버스-두정거장-에서만 살짝 하는 거라 한 회씩 밖에 못한다. 그렇게 하는데 스페인어 너무 재미있어서 여하튼 거의 매일 스페인어도 하고 있다.
그러다 이탈리아에 가서 줄 서서 기다릴 때면 안녕하세요랑 감사합니다 만이라도 이탈리아어로 배우자 하고 급 이탈리아어 추가해서 몇 회를 했는데, 처음부터 크로아상 과 커피 주문 나와가지고 또 너무 신났고, 그런데 이게 하기가 좀 수월했던 게, 단어도 그렇고 스페인어랑 되게 비슷하더라고요? 이를테면 스페인어에서 제발(please) 은
포르 빠보르 por favor
인데, 이탈리아에서는
페르 빠보레 per favore
인것이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게 내가 스페인어 공부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되게 낯설고 어려웠을텐데, 스페인어로 이미 포르 빠보르 많이 접했던 터라 어렵지 않았던 거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로마에 머물 때 어느 하루, 친구랑 숙소에서 나오다가 길건너 바로 맞은편에 제법 큰 마트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어? 가까운데에 저 마트가 있었는데 우리가 몰랐네? 하고는 저기 가볼까, 했다. 마트 구경 좋아하는 우리는 거기 뭐 파나 하고 들어가보았는데, 우리 물이랑 술이랑 이따 여기서 사자, 얘기하며 마트를 나섰다. 그런데 영업시간이 써있는 것 같은데,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는거다. 왜 나뉘어서 써있지? 마트에도 브레이크 타임이 있나? 무슨말인지 번역기 돌려보자, 하고는 사진 찍어서 이탈리아어 번역기 돌리는데 뱅글뱅글 돌아가기만 하고 번역이 안되는거다. 흐음, 왜 안되는거야? 하면서 물끄러미 번역되기만 기다리는데, 앗!! 나는 나도 모르게 큰소리로 "알았어!!" 했다. 친구가 깜짝 놀라 나를 쳐다보았고, 나는 친구에게 말했다.
"이거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영업시간은 이거고 일요일은 이거라는 거야. 아하하하. 요즘 스페인어에서 요일 배우고 있었는데 스페인어랑 비슷해!!"
하였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ㅋ ㅑ ~ 내 뽕에 찬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우리 오늘은 들어오면서 저녁에 여기 들러도 돼, 했다. 아니, 너무 멋있지 않습니까 여러분. 이런게 된다니까 내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때의 뿌듯함은 말해 뭐해. 이탈리아에서도 이탈리아어 영업시간 안내 해석할 수 있는 나란 사람.....
여행은 좋은점이 참 많은데, 이렇게 내 자신에 대한 충족감을 수시로 줘서 너무 좋다.
이탈리아어에 대한 뿌듯함은 또 여기에☞ https://tobe.aladin.co.kr/n/233649
달리기와 외국어가 내 어깨에 힘 뽝 들어가게 하고 스스로 멋있게 느껴지게 한다면, 하하하하,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도 나는 여기에 기꺼이 포함하고 싶다. 토요일에 잠자냥 님 만나 실컷 수다 떨고 우리 친구하자 친구하자 이러면서 헤어졌는데, 다음날 아침, 문득 인생은 개꿀잼이라는 생각이 드는게 아닌가. 나는 자꾸 나이를 먹어가고 있는데, 그런데 여전히 새로운 친구를 사귄다. 물론 친구를 사귀는 것에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마는, 그런데 뭐랄까, 어떤 새로움이, 그것도 관계에 대한 새로움이 계속 찾아온다는 것이 진짜 짜릿해지는거다.
지난번 몰타에 갔을 때, 나는 새로이 사귄 대만 친구에게 엽서를 보냈다. 아직 그 친구가 엽서를 받았다는 얘기는 없는데, 그 때 엽서에는 '너를 만난 것이 올해 나에게 일어난 일중 가장 기쁜 일이야'라고 써 보냈었는데, 정말 그랬다. 낯선 나라 낯선 도시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 친구가 되었다는 사실이 진짜 너무 좋아서 그 날 흥분했었고, 그 후에도 우리 관계가 유지되는 것에 나는 큰 기쁨을 느꼈다. 아 진짜 좋아 너무 좋아 자지러지게 좋아, 막 이런 기분이 되었고, 그 당시에는 라인 아이디만 주고 받아 몇 차례 연락했지만, 얼마전에 친구가 인스타 시작했다면서 내 아이디를 물어와 우리는 서로의 인스타그램 친구가 되었다. 그 친구도 나도 비공개로 운영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인스타 올리면서 그 친구를 위해 파파고 번역 돌려 영어로도 올릴까,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또!! 친구를 사귄거다. 아 진짜 나는 내가 너무 좋아. 나는 너무 짱이야. 너무 좋지 않나요?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도 또 새로운 친구를 사귄다는 것. 인생 진짜 넘나 꿀잼 아니냐. 어제는 하루종일 집에서 쉬어야지, 하다가 답답해서 걷고 왔는데(살짝 만보 걸어주고 들어옴) 걷다가 순간적으로
인생은 진짜 개꿀잼이다
이런 생각이 들어버렸던 것이다. 달리기도 외국어도 그리고 사람을 사귀거나 좋아하는 것도, 사실 나는 쉽게 하진 않는 편이다. 나는 다양한 취미를 갖고 있지도 않고 다양한 친구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내가 한 번 시작하면, 그걸 제법 끈기있고 성실하게 오래하는 편이다. 나는 나의 이런 성격도 너무 좋아하는데(기본적으로 나는 나를 너무 좋아함), 내가 그런 사람이라서 뭔가 하나 시작할 때 좀 고민하는 편인거다. 달리기,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다가 지금 50분 달리기에 도전중이다. 4월에 시작한 달리기 지금까지 해오고 있다. 듀오링고 영어공부 연속학습 251일차다. 내가 좋아서 시작한 관계도 아주 오래 가는 편이다. 내 곁에 여전히 머무르는 사람들은 대부분 내가 좋아서 시작한 사람들이다. 한 번 사랑하면 변덕을 부리지 않는 편인데 그걸 증명하는 게 재이슨 스태덤이다. (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가능한 건, 내가 웬만해선 나 자신에 대해 틀린 선택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내가 알기 때문이다. 책읽기도 글쓰기도 요가도 베이킹도 달리기도 외국어도 그리고 누군가를 사귀는 것도, 다 틀리지 않았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달리기를 하고 나서, 외국어를 내뱉고 나서, 좋은 사람을 만나고 와서, 가슴 가득 뿌듯함이 차오르는 거, 진짜 너무 좋다.
좋은데, 너무 좋은데, 어떻게 더 설명할 수가 없네.
자기 만족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일단, 나가서 달리라고 조언해 주고 싶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달리기 4개월차인 러너가 조언합니다. 달리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자기 자랑을 이렇게 길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알라딘에 나밖에 없을거야. 증맬루.....
책을 샀다.
[콧물 줄줄 티라뇽 씨] 는 네살 조카 줄라고 샀다. 히히. 조카 너무 좋아 너무 예뻐.
얼마전에 영상통화 하는데 고모, 하고 부르더니
"마카핑은 마카를 좋아해서 마카핑인데 고모가 사줄 수 있어?"
라고 말하는게 아닌가. 일단 사줄 수 있지! 대답한 뒤에 전화 끊고 마카핑을 검색했다. 마카? 보드마카 밖에 모르겠는데?? 무슨 마카를 좋아해? 했더니 얼라리여~ 마카롱을 좋아한다는 거였다. 내가 '마카를' 이라고 들은 부분은 '마카롱' 이었던가 보다. 하여간 이 마카핑은 머리에 마카롱 두 개를 꽂고 다닌다...... 조카는 사랑입니다. 너무 이뻐 너무 귀여워.
며칠전에는 고모 코로나 다 나얐나고 물어서
"응 다 나았어. 고모 건강해." 했더니,
"고모, 채소를 많이 먹어야 해." 하는게 아닌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응 조카야 조카도 채소 많이 먹어, 했더니 응, 이라고 답했지만, 아아, 나의 네 살 조카... 채소를 안먹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런데 나더러 채소 먹으래. 귀여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른 책들은 다 살만해서 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