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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욕 - 바른 욕망
아사이 료 지음, 민경욱 옮김 / 리드비 / 2024년 3월
평점 :
이상성욕을 가진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삶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주류 사회에서 자신이 얼마나 배제되는지를 얘기하는 건, 현재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고 성소수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거야 뭐 너무나 당연하지만, 그런데 그들이 그토록 힘들다는, 소수자라는, 연대를 말하는 사람들의 안중에도 없는 훨씬 뒤에 숨겨진 사람들이라는 주장에는 수긍이 가지 않는다. 그들이 소수가 아니라는게 아니라, 그들이 가진 이상 성욕이 그렇게나 숨겨야 할 일인가, 그게 그렇게 이 세상에 나 혼자야 할 일인가 싶은거다. 책 속 등장인물들의 주장대로, 어쩌면 내가 가진 페티시즘은 그 역시 너무나 주류이기 때문에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일 수 있다. 나는 기껏해야 뭐 전완근이나 등근육이니까. 그들은 자신의 이상 성욕으로 인해 친구도 없고 연애도 할 수 없다고 수도없이 반복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냥 성격 문제인 것 같다. 다른 것도 아니고 인간에게 하다 못해 동물에게도 해를 입히는 이상 성욕이 아니라 생명도 없는 거잖아? 물론 그 이상 성욕 실현을 위해 과도한 행동을 취하다가 법을 위반하게 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그건 벌을 받는게 마땅한 것이고.
작가가 주장하는 바는 '사람좋은 너희들이 연대를 주장하지만, 감히 너희들이 상상할 수도 없는 소수자들이 존재한다'인데, 주장 자체는 참이지만 소재에 딱히 그 주장을 뒷받침할 타당함이 나로서는 딱히 안느껴지고, 무엇보다 조금만 삐끗해도 아동성애 역시 이상 성욕의 하나인 것처럼 포장하는 걸로 들릴 수 있어 위험하기까지 하다. 내가 아동 성애자들에게는 너희들이 모르는 다른 사정이 있을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것 같은 책, [달의 영휴] 졸라 싫어했는데, 이 책에서도 '아동성애자로 오해받을 수 있지만 그게 아니야' 라는 말을 하는 것 같아서, 게다가 '그렇게 보이지만 그들에겐 그게 아니라 다른 사정이 있다니까' 하는 것 같아서 나로서는 영 찜찜하다.
그들의 이상 성욕이 그동안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대부분의 주류에게 '이상' 성욕인 건 맞지만 그런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해서 내가 '으.. 이상해 사람들 제정신 아니야' 라고 하지 않는다니까? 오히려 동물 성애가 더 받아들이기 힘들다. 뭐가 그렇게 불안한지 계속 반복해 얘기한다. '연대를 부르짖는 너희들이 상상 못하는 존재가 있다는 걸, 너네들은 모르지!!'
내게 이 책은 과하다.
이 책을 읽기 전으로 결코 돌아갈 수 없다는 이 책에 대한 평가는 나에게는 지나친 과장이다.
이 책은 여자사람들에게는 딱히 영향을 미칠 게 없을 것 같고, 그러나 남자 사람들은 한 번쯤 읽는게 나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