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요일 오후. 아빠는 119 차에 실려 응급실로 가셨고, 급성 심근경색으로 바로 시술을 하셨다.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몇 번에 걸친 허리 수술과, 장기간 입원으로 찾아온 섬망 증상, 퇴원 후에 찾아온 투석 직전의 신장악화 까지. 퇴원과 입원을 반복했고 응급실에도 여러 차례 가셨다. 이제 재활만 남았나 했는데 이번엔 또 예상하지 못했던 심근경색. 세상이 내게 '너 이래도 멘탈 잡을 수 있어?' 싸움을 거는 것 같다. 이젠 친구들에게 기도를 부탁하기도 저어됐다. 최근엔 기도를 부탁할 일들 밖에 없었던 것 같아서. 


어제 밤늦게 친구와 통화했다. 내가 자꾸 나쁜 일로만 연락하는 것 같아서 좀 꺼려졌어, 좋은 일로 연락하고 싶은데, 라고 말하자 친구가 말했다.


"무슨 말이야. 그러면 나도 너한테 나쁜 일 있을 때 연락하면 안되는거야?"


친구의 말을 듣자 말문이 막혔다. 나는 작게 "그러네" 라고 대꾸하고, 그 후로 울었다. 전화를 끊기 전 친구에게 말했다. 그래도 친구들이 있어서 참 좋네, 라고.

엄마와 동생들과 긍정적인 면들을 보려고 대화한다.

조금만 늦었어도 손쓸 수 없었을 거라는 닥터의 말에, 그래도 우리 아빠가 살려고 그랫네, 라고 얘기한다.


사람은 왜 늙고 병들까?

늙고 병들건데 왜 태어나서 살고 있는걸까?




책을 샀다.

과중한 업무로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지난 주에 산 책은 딸랑 두 권이었다.


















요즘 일본 추리/스릴러 책을 자꾸 사고 있는데, 그건 남동생 때문이다.

최근에 남동생은 일본 추리 소설이 자신의 힐링이 되고 있다고 했다.

잠들기 전에 핸드폰을 보면 잠을 잘 못자고 그래서 책을 읽기를 선택했는데, 일본 책이 잘 읽힌다는 거다.

나는 영 별로라고 생각햇던 책들도 남동생은 후딱 읽고 좋다고 한 책들도 있다.

남동생은 일본 장르 소설만 읽으려고 하고, 나는 내가 읽고 주려고 하니 도저히 그 속도를 따라 잡을 수가 없다. 나는 다른 책들도 읽어야 하기에. 그래서 최근에 빌려줬던 책 중에 어떤 건, 내가 읽지도 못한 채로 전달햇는데, 다 읽고 재미있다고 돌려주었더랬다. 나도 읽어야 되는데 …


《신의 숨겨진 얼굴》도 그래서 산 책이고 《어머니의 유산》은 어떤 계기로 산건지 기억이 잘 안나는데, 얼른 읽고 주려고 시작해보니 이거 스릴러가 아닌것 같아. 작가가 《본격 소설》의 작가라는 건, 책을 구입하고 책날개를 보고 알았다. 앗. 그렇다면 내가 한 번 더 고민했을 텐데. 내가 그 책을 딱히 좋아하지 않았어서 … 잘 읽히니 다 읽긴 하겠지만, 일단 읽다 중단한 상태이고, 《신의 숨겨진 얼굴》은 다 읽고 남동생에게 가 있다. 


남동생이 자기 전에 폰을 보기 보다 책을 읽는 걸 선택한 게 좋아서 어제 오전, 또 충동적으로 책을 샀다. 막 샀다. 그걸 언제 읽고 건넬지 참 답답하지만-나 아직 법정에 선 페미니스트도 다 안읽어서- 여하튼 부지런히 읽고 줄 생각이다. 


어제 도서관에 가서 빌려온 책들을 반납하기 전에 잠깐 앉아서 책을 읽는데, 와 세상 시원하고 조용해서 책 읽기 너무 좋은 환경이었다. 내친김에 다 읽자, 하다가 얼마 못가 접고 일어났는데, 그건 너무 춥기 때문이었다. 에어컨이 빵빵해서인지 너무 추워. 아 안되겠다, 하고 일어섰다. 밖으로 나왔더니 이번엔 푹푹 찌더라. 어쩌라긔 …


출근해서 커피도 내렸고 어제 도서관에 들렀다 오던 길에 산 꽈배기도 먹었다. 요즘 왜이렇게 꽈배기 맛있지. 나는 꽈배기를 사려고 도서관에 가는 걸까? 그런데 시장에서 사와 따뜻한 꽈배기는 세상 맛잇는데, 이렇게 하루 지난 꽈배기는 사실 맛이 좀 별로다. 그래도 커피랑 같이 먹었다. 꽈배기 먹었는데, 도넛 하나 또 남아있다. 


댓글(33) 먼댓글(0) 좋아요(4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3-06-26 08: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26 1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23-06-26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아버님에게 큰일이 있었군요. 얼마나 마음이 힘드셨을지...저도 가족이 오래 아팠던지라 다락방님과 같은 생각을 했었어요. 아버님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다락방 2023-06-26 10:33   좋아요 0 | URL
늙고 병들고 죽는데 인간은 왜 태어난걸까요? 그 답을 찾으면 마음이 편해질지 모르겠지만, 그 답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블랑카 님. 다만, 저는 죽기 싫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주말에 읽은 ‘우에노 지즈코‘와 ‘스즈키 스즈미‘의 책 <페미니즘, 한계에서 시작하다>를 보면요, 1940년대 후반에 태어난 우에노 지즈코가 1980년대 초반에 태어난 스즈키 스즈미에게 ‘너의 50대 60대가 궁금한데 내가 볼 수 없겠지‘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이 말이 얼마나 훅- 파고들던지요. 제가 사랑하는 어린 존재들-조카들-을 떠올리면서 나 역시도 그 아이들의 50대와 60대를 그리고 그 뒤까지도 계속 보고싶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휴..

2023-06-26 1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26 1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3-06-26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버님 건강이 계속 안좋으시군요 ㅜㅜ 큰일입니다 ㅜㅜ 빨리 회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음식은 바로 만들어서 먹는게 제일 맛있는거 같아요. 저는 스트레스 받으면 책을 많이 사는데 이작가님은 반대시군요 ㅋ

다락방 2023-06-26 11:53   좋아요 1 | URL
저도 스트레스 받으면 책을 사는 편인데요 지난주에는 많이 자중햇습니다. 사실 책 지를 시간도 없었어요. 너무 바빠서 ㅎㅎ
다음주 월요일을 기대해주세요! 또다시 높다란 책탑으로 찾아뵙겠습니다! ㅎㅎ

고맙습니다, 새파랑 님.

hnine 2023-06-26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1, 2분 속도가 중요한 상황인데 이번에도 다행이었긴 하지만 앞으로도 정말 주의하셔야겠네요.
다락방님, 늙고 병들고 죽는데 왜 태어났는지, 이런 생각 자연히 하게 되지만 너무 무겁게 하진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그런 생각 안 할수록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다락방 2023-06-26 13:55   좋아요 0 | URL
나인 님 말씀처럼, 인간은 왜 태어나고 살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안할 수는 없겠지만, 그에 대해 너무 무겁게 생각한다거나 끌려가지는 않도록 중심 잘 잡도록 하겠습니다. 그러게요. 그런 생각 안할수록 행복했던 것 같아요.
말씀 감사합니다, 나인 님!

잠자냥 2023-06-26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이 참 심란했겠습니다.
점심은 드셨습니까?!
힘냅시다!

다락방 2023-06-26 13:55   좋아요 1 | URL
점심은 짜장+군만두 셋뚜셋뚜 먹었습니다. 전 역시 점심 1인 2메뉴를 포기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아자아자!!

독서괭 2023-06-26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과중한 업무에 아버님 병환까지… 오늘 출근이 특히 힘드셨겠습니다 ㅠㅠ 새 책들과 꽈배기가 조금이나마 마음에 위안이 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꽈배기 하루 지나도 데워먹으면 맛있더라고요. 저도 꽈배기 좋아합니다😳

다락방 2023-06-26 15:09   좋아요 1 | URL
앗! 꽈배기를 .. 데워먹으면 되는 거였군요? 아 바부팅.. 그건 또 생각도 못했네요. 꿀팁 감사합니다. 다음번엔 꼭 그렇게 먹어야겠어요. 불끈!!

감사합니다, 독서괭 님. 남은 오늘도 화이팅입니다요!!

2023-06-26 15: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26 18: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26 1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26 16: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27 16: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26 16: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27 16: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23-06-26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버님께서 얼른 낫고 다시 건강해지시기를 바랍니다.
정말 여러모로 힘 빠지는 일들, 어렵고 힘든 일들이 자꾸 생기네요.
그럴수록 더 힘을 내야 하는데, 가끔은 확 다 내려놓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죠.

그래도 친구가 있어서 다행이고, 가족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그리고 또 책이 있잖아요.

꽈배기든 뭐든 맛난 것들 많이 먹고 힘을 냅시다!

다락방 2023-06-27 16:11   좋아요 0 | URL
아, 정말이지 작년부터 올해까지 아빠 때문에 너무 자주 울게 되네요. 힘도 빠지고 자책하고 …
이번에 응급실 가시고 심근경색 진단 받으셨을 땐 정말 영혼이 너덜너덜해지는 것 같았어요.
다행히 경과가 좋아 내일 퇴원하실 것 같습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감은빛 님!!

은하수 2023-06-26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은 늙고 병들고 아파도 살아가야하고... 살아가고 싶을 겁니다!
전 그럴 거 같아요. 아버님도 부디 그러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러니 살아서 건강할 때 맛난거 많이 먹고 책도 즐겁게 읽으면서
하루하루 살아가야죠!
그런 소소한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시니까...

힘내세요~~!

다락방 2023-06-27 16:12   좋아요 1 | URL
아빠가 살 수 있었던 건 평소에 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몸에 이상이 나타났을 때 바로 캐치하고 아빠가 119 부르신거거든요. 살고 싶다는 열망이 강하면 사는 쪽으로 움직이는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아빠를 살린 건 아빠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퇴원하시면 다정하게 대해드려야지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좀 못된 딸이라서요 ㅠㅠ

감사합니다, 은하수 님!

거리의화가 2023-06-26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얼마나 노심초사하셨을까요ㅠㅠ
사람 일이 참 쉽지가 않습니다. 생각한 대로, 바람 대로 흘러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기대와는 다른 결과에 참...
달달한 꽈배기, 친구분의 목소리, 독서가 힘이 될 거라 믿습니다. 더군다나 알라딘 서재에 이리 많은 응원 메시지가 있잖아요. 다락방님 힘내세요. 화이팅!

다락방 2023-06-27 16:14   좋아요 0 | URL
와 생각지도 못했는데 응급실에 심근경색에 바로 시술까지. 엄마는 완전 통곡하시고 저도 울음 참느라 혼났내요. 엄마랑 같이 울면 안될것 같아서요. 그러다 친구랑 통화하던 제 방에서 울었어요. 가족 중에 아픈 사람이 있는 건 정말 힘든일이네요. 정신줄 제대로 잡아야지 계속 생각하고 있어요.
말씀 감사합니다, 거리의화가 님!

2023-06-27 0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6-27 16: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수하 2023-06-30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주말 그런 일이 있었군요.. 아버님 증상에 차도가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 하루 마저 잘 버티시고 주말에는 좀더 쉬실 수 있기를..

다락방 2023-06-30 16:20   좋아요 1 | URL
아버님 시술 잘 마치시고 퇴원하셨어요. 지금은 집에 계십니다. 식이 조절을 잘 하셔야 된다고 교육 받고 오셨대요. 어휴, 건강하게 오래 사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저도 계속 운동하고 관리해야겠다 새삼 다짐하게 됩니다. 수하 님도 건강 잘 챙기셔요!!

구단씨 2023-07-03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찮다고 스스로 주문을 걸어도, 많이 힘드시겠어요. 걱정은 당연하고요.
저도 몇 년 전에 다락방님 말씀하신 일을 그대로 다 겪어봐서 그런지, 이런 얘기에 시선이 자주 머물러요.
갑자기 응급실에 실려가고, 갑작스러운 심근경색 진단에, 바로 응급 수술까지.
그리고 다른 질환도 계속 있어서 쉽게 쾌차하지 못했거든요.
응급실, 중환자실, 일반병실 그리고 요양병원까지 몇 번을, 몇 년을 반복하곤 했거든요.
무엇보다 다락방님 아버님께서 삶의 의지가 강하신 분이라니, 이제 쾌차하실 일만 남았다고 생각해요.
거기에 가족들의 걱정과 돌봄 때문에라도 계속 누워계시지는 않을 거에요. 힘내세요!!

다락방 2023-07-04 10:23   좋아요 0 | URL
나이 들면서 몸이 약해지고, 사소한 증상들이 나타나다가 큰 병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그렇게 수술을 하기도 하는데, 또 그 수술을 하고 입원하다보면 다른 질병으로 이어지고 그러더라고요. 저희 아버지도 그러신데요, 그것이 저희 아버지만의 일은 아니겠지요. 저만해도 수술 하나 했는데 또 다른데 뭔가 발견돼서 씨티 촬영 또 했거든요. 늙고 병들고 아프고 결국은 죽을 것을, 인간은 왜 태어나서 이렇게나 열심히 살고 있나 답을 찾고 싶어요. 그런데 저는 여태 답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여전히 죽음이 크게 두려워요. 제 존재가 사라진다는 게 너무나 두렵습니다. 그래서 삶에 대한 의지가 저도 강한 것 같고요.

구단씨 님, 응원과 공감의 댓글 감사해요. 구단씨 님도 더 아프지 않고 즐겁게 지내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 즐겁게 지내도록 합시다, 구단씨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