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나는 한 인간과 다른 한 인간의 '합'이란 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합'을 국어사전에 넣어 검색해보면 '여럿을 한 데 모음' 이라고 나오고 또 '개개의 관념 개념 따위를 결합시켜 새로운 개념을 구성하는 일'이라고 나온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합은 후자에 가까운데, 이것은 아마도 요즘 말로 케미라고 해도 많이 다르진 않을 것같다. 사실 그보다는 아마 사주명리학 쪽에서 더 잘 설명해줄 수 있는 단어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분명 명리학에는 내가 생각하는 합을 설명하는 단어가 있을거야. 혹은 합을 제대로 설명해줄 문장이라든가.


그러니까 처음은 '까닭 모를 미움'에서 시작했다. 나는 어떤 일에 대한 답을 찾고 싶은 사람이고, 그래서 답이 나올 때까지 계속 생각해야 하는 사람이다. 대부분의 경우 답은 구해진다. 나는 어떤 미움을 갖고 있었는데, 그렇다면 그 사람을 왜 미워하는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거다. 왜 미운가, 나에게 잘못을 했는가? 나에게 해를 입혔는가?

이를테면 범죄자의 경우, 남에게 상해를 입힌 경우 그 사람을 미워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아마 다들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특별한 상해를 입힌게 아닌게 밉다면, 그것은 왜그런가.

왜, 우리 살면서 그런 말들을 종종 하지 않나. '주는 거 없이 미워' 라든가, '목소리도 듣기 싫어' 같은 말들. 그렇다면, 왜?



자, 내가 만약, 'A 너무 싫어, 입술 잡아뜯는 거 으 너무 싫어' 라고 했을 때, 내가 싫어하는 건,

'입술을 잡아뜯는 행위'인가? 그렇다면 B 가 입술을 잡아 뜯으면 나는 그럴 때에도 역시 '으 B 싫어' 할것인가, 라고 하면 그게 아닌 것이다. 내가 이걸 얻어내기까지 얼마나 많이 머릿속에서 사람과 상황을 대입시켰었는지 모른다.

한 사람의 어떤 행위가 싫었을 때, 그래서 그 행위 때문에 그 사람을 싫어한다고 했을 때,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그 행위를 머릿속에서 똑같이 대입시켜 보았다. 그러자 답이 나왔다.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이 그 행위를 한다고 그 사람이 싫어지진 않았다. 그렇다면 그 행위, 내가 A 를 싫다고 말하게 되는 그 행위는 나에게 '절대적으로 싫은 행위'가 아니었던 거고, 그렇다면 '그 행위 때문에' A가 싫었던 것도 아니다.

그러면 그것은 단지 애정의 크기 때문일까? 이를테면 A 는 별 애정이 없고 B 는 애정이 크기 때문에 A 를 그 행위로 싫다고 말한 것인가? 라고 보면 그것도 아니었다. 아무 관심도 없는 사람이 그 행위를 해도 나는 그 사람을 싫다거나 말하지 않으니까. 누군가를 미워하는 건 에너지를 쓰는 일이어서, 나는 이 일에 대한 답을 얻고 싶었다. 미워하고 싶지 않았다. 도대체 왜 미운걸까, 왜 예쁘질 않은걸까. 묻고 묻고 또 물었다.


나에게 잘못을 했나? 아니.

나에게 해를 입혔나? 아니.


그래서 이건 매력의 탓인가도 생각해보았다. 그 사람에게 매력이 부족한가? 그러나 그 사람은 나름대로 누군가에게는 사랑 받는 사람일 것이었고 나름의 친구도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그 사람의 매력은 내게 매력으로 다가오지 못했나? 이게 단순히 매력의 문제일까? 그렇다면 내가 문제인가? 그런 사소한 걸 미워하는 나의 탓인가? 그렇지만 나는 다른 사람을 그렇게 미워하지 않는데?


이 이유, 저 이유를 다 대보아도 그 사람을 미워할 만한 딱히 어떤 정확한 답, '이거다' 하는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 사람이 내가 뭘 했는가 혹은 뭘 안했는가의 문제가 아닌 것 같은 거다.


그러다 나는 작년에 《미 비포 유》를 재독했다.

왜 루이자에게 6년간 연인이었던 남자는 루이자의 상처를 치료해주지도 못하고, 루이자를 세상 밖으로 꺼내놓지도 못했나.

왜 윌은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루이자로 하여금 안하던 외국 영화를 보게 하고, 안하던 클래식을 듣게 했나. 

루이자의 애인이 루이자를 사랑하지 않았나? 루이자의 애인이 루이자를 사랑한 시간은 더 길지 않았나? 그런데 왜 루이자는 연인이 같이 하자는 걸 해본 적은 없으면서 윌이 같이하자는 건 다 같이 했는가. 이게 왜, 어떻게 가능해지는가.


종국에 나는 '합'이라는 답을 얻어냈다. 너와 내가 일으키는 합.


일례로, 거래처 직원과 통화를 할 때마다 우리는 말이 꼬였다. 그 직원은 아주 젠틀하고 친절한 사람이었고 그래서 인상도 좋았는데, 이상하게 대화를 할라치면 대화가 매끈하지 못한것 같았다. 서로가 서로에게 향한 표정이나 말투는 공손했는데, 그러나 뭔가 명쾌하진 않았다. 그 직원의 후임으로 들어온 직원은 그 전직원에 비해 젠틀함도 친절함도 덜했다. 그러나 대화가 아주 잘됐다. 업무 처리하는 시간이 더 짧아지고 대화를 마쳤을 때는 에너지 소모를 느끼지 않았다. 호감도로 치자면 나는 전직원에게 더 호감이 있었는데 대화하고나면 기분이 좋은건 그 후임이었다. 이건 내가 누구를 더 좋아해서 일어난 일도 아니고, 누가 내게 잘못해서 일어난 일도 아니었다. 



사람에겐 그 사람 고유의 성향이 있다. 거기엔 체취도 있을 것이고 소리도 있을 것이다. 다들 좋아하는 목소리를 나는 안좋다고 할 수도 있는 것처럼, 어떤 사람 근처에 가면 그 사람이 풍기는 냄새가 싫을 수도 있고, 별 거 아닌 것 같은데 그 냄새가 좋을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나의 에너지와 상대의 에너지와 맞을 때, 그 사람의 어떤 행동들은 이해할만한 것이 되고 또 받아들일만한 것이 된다. 일전에 친구를 만나 얘기했을 때, 친구가 연인으로부터 들었던 감동깊었던 말이, 나 역시 연인으로부터 듣고 짜증났던 말이었던 적이 있다. 어떤 말이 누구를 통해 나오느냐에 따라 듣는 사람에겐 다르게 들린다. 이건 좋아하고 싫어하고보다 더 이전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좋아하고 싫어하고도 바로 이 합으로부터 도출되는 것 같다. 합이 맞으면 좋아하기가 더 쉬워지는 것이고 합이 맞지 않으면 끝내 좋아할 수 없게 되는 것 같다. 어느 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지만 '아 너무 좋아' 할 수는 없게 된달까. 내가 누군가를 이유없이 미워하는 것 같아서 그게 못내 찜찜했더랬다. 아무리 내게 수없이 이유를 물어도 마땅한 답을 내릴 수 없었고, 심지어는 내가 그 사람 입장에서의 변명이나 핑계조차도 댈 수 있었던 거다. 그러니 내가 미워하는 일이 몹시 마음에 걸릴 수밖에. 그러다 합이라는 답을 얻어내자 좀 평안해졌다. 나는 그 사람을 싫어하는 게 아니고, 그 사람을 미워하는 게 아니다. 그 사람과 내가 단지 맞지 않는 것 뿐이다. 그 사람의 에너지와 나의 에너지는 서로 제대로 섞여내지 못하고 밀어낸다. 그것은 나의 잘못도 아니고 그 사람의 잘못도 아니다.



누군가 별 이유없이 나를 미워할 수도 있다. 실제로 누가 나를 미워한다는 말을 듣기도 여러번이고, 거기에는 그 사람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기도 하고 또 이유가 없을 것이기도 하다. 그저 내 존재 자체가 거슬릴 수도 있을 것이다. 쟤는 이유없이 싫어, 으, 그냥 꼴도 보기 싫어, 할 수가 있을 것이다. 그건 내 잘못이 아니고 또 당신의 잘못도 아니다. 그저 우리는 우리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서로 충돌할 뿐이다. 이건 미움도 아니고 싫은 것도 아니다. 그저 우리가 맞지 않을 뿐. 맞지 않는 상대를 만나고나면, 아무리 나처럼 다른 사람들로부터 에너지를 받는 사람이어도 모든 에너지가 빨리고 만다. 이런 일은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일전에 좋아하는 친구 D를 만나 이야기를 했다. 결국은 합의 문제인 것 같다고. 모든게 정리된 상황에서 말을 했다.

그 사람의 이런 행동이 싫어, 라는 나의 말에 D는 나도 그런 행동 했잖아, 라고 답했다. 


응 그래서 이제 알게 됐어. 나는 그 행동이 싫은게 아니라, 그 사람이 나랑 맞지 않으니까 뭐든 잘 흡수가 안돼, 라고. 놀랍게도 D의 경우에는 '강헌'의 <사주명리학>을 봤을 때 나랑 조화를 이루는 사람이었다.


일간(日干)이 기토(己)인 사람과 일간이 무토(戊)인 사람은 함께 있어야 한다. 물론 둘 사이는 좋지 않다. 그러나 함께 있어야 조화를 이룬다. 기토(己)는 우물 안의 개구리다. 세상을 넓게 보지 못하고, 자신이 경험하고 본 대로만 세상을 바라본다. 무토(戊)인 사람이 옆에서 "네가 경헙하지 못한 이런 세계도 있다"고 말해주며 다른 세상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거꾸로 무토(戊)인 사람에게는, 아무리 세계를 호령할 기질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일단 호령할 세상으로 가기 위한 과정으로서의 근거지를 확보하고 유지할 수 있을지를 알려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기토(己)인 사람은 그런 컨트롤에 매우 능하다. -'강헌' 의 《명리》中


내가 무토(戊)의 사람이다. D와 나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다르다.그런데도 주기적으로 함께 있고 싶어진다. 나는 혼자 여행하는 걸 좋아하는 만큼이나 D 와 호캉스를 하고 싶어진다. 같이 있으면 서로 많은 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호텔 침대에 나란히 누워 티비를 보기만 할 때도 있는데, 그건 그런대로 너무 좋다. 이 친구가 내 옆에서 쉬고 있는게 좋고, 내가 그 친구 옆에서 자고 있는 게 편안하다. 친구가 말을 해도 편안하고 말을 안해도 편안하다. 나는 이게 그 친구와 나의 합인 것 같다. 조화를 이루는 합.


여러분, 누군가 미워진다면 밉다, 싫다라고 생각하지 말고 '우린 합이 안맞는구나' 생각하세요. 평안이 찾아옵니다.



내가 왜 이 아침부터 합에 대해 긴 얘기를 했냐면, 결국 누군가와 합이 맞지 않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게 누구냐, 사강이다!! 나는 사강하고 안맞아!! 아오 안맞아!! 일전에도 사강 책 두 권인가 읽고 으 사강 안읽어 하고 밀어뒀다가 최근에 시간도 흘렀으니 어디 다시 한 번, 하고 사강의 책 《패배의 신호》읽었는데, 읽는 내내 나는 증맬루 프랑스 영화랑 프랑스 책이랑 사강이랑 안맞는다, 했다. 사강 다시 시도하지 않아도 되겠어. 으 안맞어.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마약 소지 혐의로 체포되어 법정에 섰던 프랑수아즈 사강은 이후 어느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런 말을 남겼다. 그녀의 소설을 읽어보 지 않은 사람들도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책머리에 中



그렇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사강의 말은 틀리지 않다. 자기가 자기 파괴를 한다는데 누가 뭐랄 것이냐. 그러나 나는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과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을 좋아라 할 순 없다. 나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결국 타인을 사랑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보면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고 하는 사람이 타인을 파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건 참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아무리 자기 자신에 대한 것이고 또 자기 선택이라 할지라도 파괴할 권리가 있다고 하는 사람을 딱히 가까이 하고 싶진 않다.


'루실'은 서른살의 여성이며 직업 없이 한가하게 보낸다. 그녀에겐 아주 부유한 오십살의 남성 애인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루실이 서른 살의 직장인 남성 '앙투안'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앙투안 역시 마흔살의 부유한 여성 애인을 갖고 있었다. 루실도 앙투안도 자신들의 애인을 딱히 사랑하는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애인으로 지내면서 그들의 파티에 참석하고 연주회에 함께 가고 연회에 참석하고 뭐 그런다. 그러다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되어서 결국 부유한 애인 버리고 자기들끼리 살게 되는데, 루실은 '아무것도 하지 않음'을 즐기는 사람이고 그러므로 노동도 하지 않고 수입도 없다. 얼마 안되는 연봉을 벌고 있는 출판사 직원 앙투안은, 돈도 돈이지만 그래도 언제까지고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안되는 거 아닌가 해서 일자리를 소개시켜주지만, 그런데 루실은 한달도 못버티고 튀어나온다. 난 역시 일을 못하겠다고! 하면서. 



"말했었잖아, 난 일을 하게 생겨먹질 않았어 …. 못하겠어. 그만두지 않았으면 난 죽거나 추해졌을 거야. 난 불행했어, 앙투안. 네가 날 비난할 수 있는 건 그게 전부야." -P.222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내가 진짜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을 루실이 했다. 내가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 '나는 조직생활이 안맞아', '나는 규칙적인 생활이 안맞아', '나는 남의 밑에서 일하는 게 안맞아', 그리고 '나는 일을 하게 생겨먹질 않았어'.


장난하냐?

그러면 나는? 나는? 나는 일을 하게 생겨먹었냐? 나는 남의 밑에서 일하기 위해 태어났냐? 태어날때부터 나는 노동자 자질 뿜뿜이었냐? 어디 노동하는 사람 앞에서 일을 하게 생겨먹질 않았어 같은 말을 운운하는거지? 그래, 진심으로 자기 자신이 일을 하게 생겨먹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도저히 도무지 죽어도 안되겠다 생각할 수도 있지. 그러나 그 사람이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먹고 자고 옷을 입고 마시기 위해서, 게다가 영화도 보고 책도 보고 전시도 보잖아?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노동으로 인한 돈이 반드시 필요한 게 아닌가.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루실의 부자 남자애인은 그런 루실이, 그러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음을 원하는, 순전히 자기의 자유만을 원하는 루실을 알고 이해하고 사랑한다. 그리고 지원해준다. 아낌없는 지원과 사랑을 뿜뿜 준다. 루실은 이 부자 남자 애인하고라면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음식을 먹고 좋은 침대에서 자면서 집에서 일하는 사람이 차려주는 밥을 먹을 수 있다. 세상엔 그런 팔자가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손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누군가 다 해다 바치는 삶을 사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타고난건지 모르지만 그럴 수 있고, 그런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더 빛나 보일 가능성이 큰 것도 사실이다. 뭐 고생을 했어야 시들기를 하지. 어쨌든 사강 책 읽는데 내가 공감할 수 있거나 이입할 수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고 이야기 바깥에서 타인이 되어 짜증만 난다. 루실도 싫고 앙투안도 싫고 ㅋㅋㅋㅋ 그 부자 애인들도 다 싫고, 그 중간의 조연인 게이 늙은 남자도 싫다. 이 돈많은 사람들의 연회 분위기도 싫고 가십 만드는 것도 싫고, 그러다가 우리둘만 있는 세상 이러면서 좁은 원룸 침대에서 섹스하는 것도 싫다. 아 진짜 하나부터 열까지 나랑 안맞아. 읽으면서 도대체 이 책의 의미는 무엇인가? 했다. 세상엔 무위로 삶을 추구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거? 모르겠다. 한나 아렌트 생각만 났다.


인간의 태어남이 인간의 파멸을 구하는 기적이라고 말하는 한나 아렌트.















이 위협에 직면해서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The HumanCondition에서 삶에 대한 맹렬한 방어를 구축한다. 소비주의의 생기론적 결정론과 ‘생명 활동‘ vital process에 대한 현대 과학기술의 헌신 속에서 단지 틀에 박힌 듯이 재생산되는 삶에 대한 정반대 극단에서 아렌트는 그녀가 기꺼이 ‘삶의 기적‘ the miracleof life 이라고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는 각각의, 그리고 모든 탄생의 고유함에 대해 찬양을 올린다.


세계, 인간사 영역을 그 통상적이고, ‘자연적인‘ 파멸로부터 구하는 기적은 궁극적으로 탄생성이라는 사실인데, 그 안에 행위능력이 존재론적으로 뿌리내리고 있다. 그것은 다시 말해 새로운 인간의 탄생이고 새로운 시작이며, 그들이 태어남으로 인해서 가능해지는 행위인 것이다. - P15



아무것도 하지 않음도 일단 태어난 이상 그 사람이 선택한 행위 그 자체일 수 있을 것이지만, 그냥 난 … 사강이 별로입니다.


사강, 굿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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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먼지 2023-06-08 10: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이 페이퍼 읽으면서 너무너무 웃었어요!! 체력 바닥나서 거의 기어서 출근했는데 너무 기분 좋아져 버렸습니다!! 가만가만 주변인들 떠올리면서 다락방님 이야기 쫓아가고 있었는데 이게 사강과의 이별을 위한 초석이었다니!!! 저는 <패배의 신호> 읽다 너무 답답하고 짜증나서 중간에 포기했거든요.. 인용해주신 “일을 하게 생겨먹질 않았어” 부분까지는 가지도 못했는데 읽었으면 화병날 뻔.. 본인이 저렇게 사는 건 상관 없는데 어떤 식으로든 주변에 민폐를 끼치니까 루실 같은 인물이 더 싫은 것 같아요ㅠㅠ

잠자냥 2023-06-08 11:01   좋아요 4 | URL
굿바이를 이렇게까지 웃기게 쓸 일인가......

다락방 2023-06-08 11:05   좋아요 3 | URL
제가 사강이 그려놓는 그 부자들의 연회 장면 같은거 보면서 으 너무싫어 너무 싫어 했는데, 그렇다면 부자들이 모여 밥먹는게 싫은가 하면 그게 아니더라고요. 수많은 사교파티 장면 등장하는 외국 소설이나 영화가 얼마나 많습니까? 아 역시 사강과 뭔가 안맞아요. 등장인물이 별로라고 꼭 작가가 별로가 되리란 법은 결코 없지만, 그런데 저는 루실도 싫고 사강도 이제 그만 만나고 싶습니다. 이 부자 늙은 애인들과 가난한 젊은 애인들과 그들이 얽히면서 그려내는 신경전과 사랑한다 생각하면 언제나 격렬한 섹스로 이어지는 이 총체적 분위기가 그냥 죄다 저랑 안맞아요. 으.. 저는 대한민국 사람인 것입니다. 유감스럽게도 뼛속까지 대한민국 유교중년 …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6-08 11: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다부장님은 제가 입술 너덜너덜 뜯어도 좋아할걸요? 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제가 프랑스 영화 많이 보는데도 좋아하면서....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저도 이 <패배의 신호>에 패배하고 말았어요.
도서관에서 두 번이나 빌렸다가 결국 두 번 다 읽다가 포기하고 반납.....
사강도 그만 읽어야겠다 뭐 이런 생각하게 해준 책이라능.
녹색광선 이 시리즈 중 (현재까지는) 유일하게 안 읽은 책이 될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이 책 좋아하는 물감 님하고 우리의 합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6-08 11:57   좋아요 4 | URL
예시를 입술 뜯는 걸로 들긴했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입술 뜯는 행위에 대해 별 생각은 없습니다.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당연히 차이가 발생할텐데, 왜 제가 잠자냥 님은 좋아할거라 생각하시죠? 왜죠? ㅋㅋㅋ

저는 이 합이라는 것은 이렇게 글만으로는 알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만나서 실체의 우리가 뿜어내는 에너지를 확인해야 가능해지는 것 같아요. 보이는 것부터 시작해서 들리는 것과 냄새 맡는 것까지. 그 사람의 실체가 가진 에너지가 나의 에너지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느냐인데, 서로 좋아하는 책 취향이 같아도 이 합은 어긋날 수 있고 서로 책에 대한 취향이 달라도 합은 샤라라랑 거릴 수 있고요. 그렇다고 보면 물감님과 저희의 합은 어떨것이냐,

‘이렇게는 알 수 없다‘

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만 총총.

물감 2023-06-08 12: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그럴수 있죠. 사강은 싫어할 수가 있는 사람이에요ㅋㅋㅋㅋ저도 작품이 주는 인사이트가 좋은거지, 작품이 좋진 않아요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6-09 08:27   좋아요 1 | URL
제가 대체적으로 프랑스 쪽하고 안맞는 것 같아요. 프랑스 영화도 별로 안좋아하고 책도 별로 안좋아하고 그래서 사강도 별로 … ㅋㅋㅋㅋㅋ 그리고 저는 기본적으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별로 안좋아합니다. 하핫.

책읽는나무 2023-06-08 13: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사강, 굿바이....ㅋㅋㅋ
근데 왜 또 훗날 사강 책을 또 읽고 있을 것 같은 다락방 님 모습이 연상되죠?^^

사강의 세계는 조금 높은 벽을 타고 넘어가야 합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아직 몇 권 읽어보진 못했는데 어??? 하면서 물음표가 생기긴 했었어요. 그래도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했구요.
이 책은 좀 더 긴장하며 읽어야겠구나! 싶군요.
‘합‘이란 건 말씀처럼 누군가 끌리는 사람이 하는 행동과 그냥 싫은 사람이 하는 각각의 두 행동이 완전 다른 체감으로 다가오는데 전자의 경우가 편애가 아닌 나와 그 사람의 ‘조화로운 합‘이었단 문구가 눈에 확 들어오네요.
어제 친구와 통화를 하다가 학창 시절 나와 단짝였던 친구얘기가 나와서 잠깐 기억을 떠올렸는데 그 친구와 전 정말 성격이 정반대여서 어떻게 친하게 지냈을까? 갸웃해지더군요. 지금도 서로의 삶이 이해가 안되어 때때로 ‘넌 왜 그렇게 사니?‘하고 충고를 대놓고 얘길 하는데도 또 만나면 편하고 좋아요.
이 마음은 뭘까? 편애인가? 생각했었는데 오늘 다락방 님 글을 읽으면서 깨닫네요.
조화를 이루는 합이었단 것을요!!!!
감사하네요^^

다락방 2023-06-09 08:29   좋아요 2 | URL
저는 사강을 앞으로도 좋아할 순 없을 것 같아요. 이건 문화 차이도 있을 것이지만 인간 기본적인 성향 차이가 저랑 어긋나는 것 같아요. 글을 잘 쓰고 못쓰고 이런 개념이 아니라, 사강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고방식과 또 그 사람이 살아온 문화가 저와 아무것도 접점을 이루지 못하고, 그렇다면 공감하거나 동의를 해야하는데 그도 안되고 … 어떤 거부반응 드는 그런 식의 기운이 있습니다, 사강에게는. 하핫.

좋아하는 작가의 책만 읽어도 시간이 부족하고 좋아하는 사람들만 만나고 살아도 시간이 부족한데, 우리 좋아하는 것을 잔뜩 취하면서 살기로 합시다, 책나무 님. 조화를 이루는 사람들과 더 자주 만나고요!!

Falstaff 2023-06-08 16: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실제로 자주 했던 말이고요, 지금도 백수로 돌아온 둘째 새끼한테 아주 가끔 하는 말입니다.
˝그러면 나는? 나는? 나는 일을 하게 생겨먹었냐? 나는 남의 밑에서 일하기 위해 태어났냐?˝

다락방 2023-06-09 08:30   좋아요 2 | URL
전 진짜 그런 말 듣는게 너무 싫더라고요. 이건 아마 너무 오래 노동자로 살아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조직생활이 안맞아‘ 이런 말 들으면 나는 그러면 조직 생활 겁나 잘 맞아서 돈 벌고 있냐 싶고 말이지요. 욱 하는 마음이 생겨버립니다. ㅠㅠ

은오 2023-06-09 07: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안그래도 이거 읽으려고 했는데 다락방님이 이렇게 사강한테 굿바이 인사까지 하시는거 보니까 궁금해서 빨리 읽어야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저는 슬픔이여 안녕 좋았어서 패배의 신호도 좋게 느낄 가능성이 더 큰데 암튼 읽어보고 오겠습니다!

다락방 2023-06-09 08:31   좋아요 2 | URL
저도 은오 님은 사강을 좋아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을 합니다. 저는 은오 님이 좋지만, 좋은건 좋은 거고 은오 님과 저는 아주 다른 성향의 사람이니까요. 제가 좋아하는 걸 제가 좋아하는 사람은 싫어할 수도 있고, 제가 싫어하는 걸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할 수도 있고, 그런게 인생 아니겠습니까? 저는 그런 점을 이해하고 있는 바, 은오 님이 누구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상관없이 은오 님이 예쁩니다. 흠흠.

읽고 감상 써주세요, 은오 님!

은오 2023-06-11 03:12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이랑 저 그렇게 다른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주 다른 성향의 사람ㅋㅋㅋㅋㅋㅋ네.... 다른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서로 좋아한다은 점은 같으니 다행입니다 ㅋㅋㅋㅋ

다락방 2023-06-11 12:02   좋아요 0 | URL
은오 님이 지금 제 책상을 보신다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실 겁니다. 이렇게까지 지저분할 일인가, 하고 말이지요. 하하하하하.
책상인데 정작 읽을 책 놓을 자리가 없는 건 왜일까요? 껄껄.

꼬마요정 2023-06-09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강이랑 안 맞아요 ㅋㅋ 커피 마시면서 읽다가 웃겨서 뿜을 뻔 했어요 ㅋㅋ 나는? 나는? 거기서 왜 심하게 이입이 되는거죠? ㅋㅋㅋ 커피를 뿜어서 서류가 다 젖어서 다시 일을 해야 한대도, 다락방 님이 웃겨서 그래가 아니라 내가 칠칠치 못해서 그래 할만큼 다락방 님이 좋네요 ㅋㅋ 아, 물론 커피를 뿜지는 않았어요 ㅎㅎㅎ

꼬마요정 2023-06-09 10:08   좋아요 0 | URL
아 맞다 다락방 님!! 저도 무토예요 ㅎㅎ

다락방 2023-06-10 20:02   좋아요 1 | URL
오오 꼬마요정 님도 무토세요? 반갑습니다! 혹시 일간은 어떻게 되시나요? 저는 무술일주 입니다! 으하하하. 이것도 저랑 맞으시려나요? 어쩐자 같았으면 좋겠다.ㅋㅋㅋㅋㅋ 그런데 아닐 것 같아요.

저는 사강 뿐만 아니라 프랑스적인 것들하고 좀 안맞아요. 소피 마르소 주연 프랑스 영화 보다가도 아오 이게뭐야 막 이랬어요. ㅋㅋ 그들의 연애에 대한 태도랄까 이런것도 너무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그렇습니다. 사강은 이제 작별인사 하고 보내드리는 걸로. 안녕~

꼬마요정 2023-06-10 21:34   좋아요 0 | URL
전 무신일주랍니다. 쪼끔 다르네요 ㅎㅎ 사강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