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풋이 정희진 오디오 매거진이니 아웃풋이 정희진 오디오 매거진일 수밖에 없네. 나란 인간, 이렇게나 단순한 인간.
그러니까, 점심을 먹으면서 그리고 다 먹고 산책 하면서도 정희진 오디오 매거진 5월호를 들었다. 스페어 타이어 코너였고 <외로움에 대한 실존주의의 응답> 이란 제목을 달고 있었다. 실존주의라고 하면 사르트르가 있을 것이고 그 전에는 프로이트에 대해서도 말씀하셨는데, 지금 듣고 있는 중반 이후부터는 카뮈와 카프카 얘기를 하시는 거다.
카뮈라면 나도 <이방인>을 재미있게 읽었던 바, 선생님은 그 작품의 인종차별 논란에 대해서도 언급하셨다. 아무리 엄마가 돌아가셨기로서니, 태양이 뜨겁기로서니, 그렇다고 아랍인을 쏘아죽이면 되느냐, 고 정희진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나는 이방인을 읽을 당시 이 작품에서 인종차별을 생각하지는 못했던 바, 선생님의 이 말씀이 또 충격이었다. 아, 역시 사람은 끊임없이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고 들어야 한다.
나는 아마도 문학동네 판으로 읽었던 것 같다.
아무튼 그리고 선생님은 카뮈가 딱히 사유가 깊었던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그리고는 카프카로 바로 넘어가셨는데, 카프카는 몸과 변태를 말함으로써 지금도 각광받고 있는 작가라는 거다. 그의 너무나 유명한 소설 <변신>은 나도 재미있게 읽었고, 이건 지금도 SNS 상에서 엄마에게 질문하는 밈이 돌아다니고 있다.
"엄마, 어느날 내가 바퀴벌레로 변하면 엄마는 어떡할거야?"
이 단편 소설도 재미있게 읽었지만 이걸 또 몸의 변형, 변태 … 이렇게까지 사유하지 못했었는데, ㅋ ㅑ ~ 이제 이런 이야길 알고 다시 읽는 이방인과 변신은 또 어떻게 다가올까?
실존주의, 실증주의, 정신분석학 까지. 선생님은 뭐 모르는 분야가 없으시고 그 깊이가 이루 말할 데가 없어.
그리고 카프카의 단편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를 언급하시며, 같은 제목의 한국 작가가 쓴 단편도 있다고 하셨다. 그것도 읽어봤는데 한국 작가가 더 잘 썼다는 거다. 카프카의 작품과 같은 제목이라니, 나는 당연히 한국 작가에 대해서 더 부정적 평가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가(왜?) 더 잘 썼다고 하셔서 뭐라고? 하는 심정이 되었는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 한국 작가가 정찬 이라는 겁니다. 웃음이 났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검색해보니 단편집 《정결한 집》에 실려있더라.
정결한 집… 사야되나?
안된다.
왜냐하면 투비 이벤트로 받은 적립금과 이달의 당선작 적립금을 다 쓰고 거기에 내 돈까지 얹어서 내가 책을 주문했기 때문이지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지금 벌써 몇 권의 책이 사무실 책상에 쌓였는데 내일 또 올거지롱. 오늘도 올거지롱. 적립금은 다 털리다 못해 내 돈도 많이 썼지롱. 하하하하. 어쩔려고 이러는가, 나여. 아니, 그러니까. 정희진 선생님 매거진 듣다 보면 또 엄청 유식한 책들을 막 소개해주시는 바람에…
《국민과 서사》는 절판인데 중고의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다. 알라딘 개인 판매자 등록가 8만원과 20만원.
도서관에 검색했더니 없다.
《포스트모던의 조건》은 이미 주문했고 내게로 오는 중이다.
이번호 매거진도 아주 유익했는데, 포스트 부분 들을 때는 특히 그랬다. 내가 바로 선생님이 말하는 '포스트=후에' 로 알고 있었던 바로 그 사람이란 말이지. 이제 포스트가 의미하는 바를 알겠고 그게 너무너무 좋다.
얼마전에 내가 소설책 한 권 읽고 올해가 가기 전에 '독자여, 나는 그와 잤다'를 페이퍼에 쓰겠노라 말했었는데, 나로 하여금 '독자여, 나는 그와 잤다'를 쓰게 만드는 남자라면, 정희진 오디오 매거진을 선물해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랑 잘 놈이여, 유식해져라.
말씀드리는 순간 왔다가신 택배 기사님. 샤라라랑~
신에게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택배 박스가 있습니다. 그건 내일…
이만 총총.
덧. 그런데 카뮈의 이방인 생각하면 이승우의 한낮의 시선 연달아 떠오르는 건 저뿐인가요? 흠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