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할게요, 연락해요!
토요일에 친구들을 만나 즐겁게 수다 떨고 먹고 마셨는데, 술자리를 마치고 지하철역으로 가면서 확- 취기가 올랐다. 커피 한 잔 더 하고 가자고 해서 너무 좋아 그래!라고 대답한 게 무색하게 확 올라왔고, 이대로는 안될것 같다는 생각이 취중에도 들었다. 윽, 가야겠어.. 나는 어떻게 집에 갔는지도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 집에 도착하니 이모와 외할머니가 계셨는데, 한마디라도 했다가는 나의 미친 취함이 들통날 것 같아 얼른 욕실로 가 샤워를 하고 엄마가 묻는 말에 간단히 뭔가 한단어로 대답하고 내 방으로 들어가 기절했다.
내가 기절하기 전에 엄마가 춥지 않았냐 물으셨고 나는 엄청 추웠노라 답했다고 한다. 너무 추웠어, 라고. 그리고 바로 쓰러져서 자버리길래 아 얘가 떨고 왔구나 싶어서 엄마는 핫팩을 가져다 내 배에 대어주셨고 그 과정에서 내가 잠깐 깼다. 그리고 다시 잠드는데 전화벨 소리가 들렸고 받으려는데 끊겼다. 가까스로 정신을 가다듬고 폰을 보니 동생한테도 그리고 친구한테도 부재중전화가 와있었고 톡방은 내 걱정으로 가득했다. 아... 너무 취해서 핸드폰을 들여다볼 수도, 뭔가 칠 수도 없어서 답도 못하다보니 내가 괜찮은가 동생들도 친구들도 염려했던 것. 정말 간신히 집에 왔고, 샤워후 잔다.. 만 써두고 다시 또 뻗어버렸다.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한 일은 '어느 가방인가에 상쾌한이 하나 있다'는 생각에 가방을 뒤진 일이었다. 저기, 나의 귀한 멀버리백에 상쾌한이 있다! 나는 얼른 상쾌한을 먹고 냉장고에 있는 포카리스웨트를 꺼내서 벌컥벌컥 마셨다. 숙취에 파워에이드가 좋다는데 집에 있는건 포카리 뿐이었어. 벌컥벌컥 그리고 상쾌한. 네가 나를 살려주어야 한다... 그리고 나는 다시 침대로 드러눕-
와 오랜만에 이렇게 스맛폰 타자 치기도 힘들 정도로 말하기도 힘들 정도로 취했다. 이렇게 취하는 거 진짜 졸라 싫어서 조심하는 편인데, 자제하는 편인데, 와, 이번엔 왜그랬지. 소주-와인-하이볼... 이 너무 한꺼번에 들어온건가. 와, 새삼 결심했다. 주종 미친듯이 섞지 말고 빠른 시간에 막 마시지도 말자. 내가 기분이 나쁜 상태로 마시면 조절하는게 몸에 배어있는데-나쁠 때 술 취하지 말자는 이십대의 다짐- 좋은 상태일때 컨트럴을 못했네. 늘 감사인사 하게 만드는 친구들이라 내가 술을 마신다는 사실을 잊었던가. 와, 진짜 너무 취해서 일요일인 어제 하루종일 시체처럼 지냈다. 저녁에는 밖에 한 번도 안나갔다온게 답답해서 저녁 먹고 마트에 슬렁슬렁 다녀왔다. 와, 정말 쓰레기처럼 지낸 일요일이었다. 물에 젖은 휴지처럼 지낸 일요일이었다. 휴...
지난주에 페이퍼에 썼던 <사내 맞선>드라마는 결국 끝까지 못봤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나를 어쩔 수가 없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왜 완결을 못치냐, 나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갑자기 세상 시들해져버린 부분. 아무튼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아니나다를까 잘 된다고 한다. 처음엔 회장님의 반대가 있었지만 결국 그들은 결혼하기로 했다, 뭐 그렇게 된 것 같다. 나는 이 결말을 보면서 생각해보았다. 나라면 어땠을까, 어떻게 했을까?
어떤 회차에서였나, 재벌 할아버지 회장님이 자신을 반대한다는 걸 알고 있는 신하리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한테 사랑받고 싶다'고 얘기한다. 아마도 그건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모두 바라는 기본적인 것일테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가족에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소중한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은것. 앞으로 나와도 관계될 사람들이니 당연히 사랑받는 걸 택하지 않겠는가. 그 소망은 굉장히 기본적이고 당연한 것일텐데, 그러나 그럴 수 있을까에 대해서라면 잘 모르겠다.
만약 내가 엄청난 재벌집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면, 그 남자는 인격도 훌륭하고 나를 아끼지만, 그러나 그 집에서 나를 격하게 반대한다면,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할것인가. 끝까지 싸워 결국 이 사랑을 쟁취해나갈 것인가, 라고 물어보니 두번 생각할 것도 없이 '아니'라고 나왔다. 그건 싸우기 싫음에서 나오는게 아니라, 싸우는 과정에서도 진 빠지겠지만 결국 싸워서 우리의 사랑이 결혼에 이르렀다 해도 그 뒤에 사는 일도 만만찮을 것이기 때문이다. 뭐랄까, 피곤한 일이 상당히 빈번하게 일어날 것 같은 느낌적 느낌. 그렇다면 나는 이 사랑을 어째야 하는가.
근데 연애 재미있잖아. 사랑도 하면 즐겁잖아. 그렇지만 결혼은 사실 꼭 할 필요 없잖아. 굳이 결혼하려고 하니까 힘든거 아녀.. 결혼 안하면 되지 않나. 결혼하지 말고 우리 그냥 연애만 하자. 물론 나보다는 상대가 받는 압박이 더 클것이다. 아마 집에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대를 잇고 블라블라~ 이런거 엄청 해댈테고, 그걸 견디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질것이다. 그러면 우린 그 때 헤어지자. 너 괴로운 거 더는 못보겠다 헤어져.. 그런데 만약 남자가 '결혼은 해야할 것 같아, 아버지가 원하는 여자랑 결혼하고 너를 계속 만날게'라고 한다면, 나는 '아니' 라고 할것이다. 날 세컨드 취급하지마... 혹은 다른 여자를 네 세컨드 취급하지마... 그러는 거 아니야..... 우리는 그냥 세이 굿바이.
나는 내 망상 속에서 재벌남과 연애한 후 이별했다. 오늘은 이별의 위로주를 마셔야겠어.
어제는 엄마가 <더 글로리>를 보고 싶다하셔서 틀어드렸다. 엄마가 보시는 동안 나는 왔다갔다하면서 슬쩍 슬쩍 보게 됐는데, 내가 본 부분에서 문동은(송혜교)이 대학을 다니고 있더라. 가벼운 티셔츠에 청바지 하나 입고 학교에서 강의를 듣고 교정을 걷는 모습을 보노라니 와, 세상 부럽더라. 대학생이라는 사실이, 무언가를 배운다는 사실이, 앞으로 미래가 쭉 뻗어있다는 사실이 지독하게 부러웠다. 물론 극중 문동은은 복수를 꿈꾸는 사람이고 인생의 목표가 복수인 사람이라 처절하게 힘든 시간들을 견뎌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지만, 그러니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대학 생활이 찬란하고 빛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 젊음이 부러웠다. 얼마전에 본 드라마 에서도 이십대의 중,후반 젊은이들을 보고 아, 젊은이들 너무 부럽다 했는데, 문동은 보면서도 아, 너무 부럽다, 대학생인거 너무 부럽다. 했다. 인생은 한 번 뿐이니까 내가 아무리 부러워해봤자 나는 그 때로 돌아갈 수 없다. 돌아가봤자 나는 송혜교도 문동은도 아니고 또 나는 변함없이 나처럼 살았을지도 모르지만, 마냥 부러웠다. 아 요즘 왜이렇게 젊은이들이 부러운걸까. 그건.. 나의 노화를 방증하는 것일까.
인생이여..
책을 샀다. 언제나 그렇듯이.
《바이올렛 아워》는 '우리가 언젠가 마주할 삶의 마지막 순간'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어제 이모는 우리 집을 나서면서 '너 또 간다며?' 내게 물었다. 여행 얘기였다. 응, 이모 나는 최대한 많이 다닐 거야. 그러자 이모는 그래 그렇게 해, 라고 했다. 그렇게 살라고. 응 이모, 나중에 내가 늙으면 그 때는 돈과 시간이 있어도 몸이 나를 못가게 할 수도 있잖아, 다닐 수 있을 때 다니고 싶으면 계속 다닐 거야. 이모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야 할 것 같아, 라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만큼 나는 끝에 대해서도 궁금했다. 그 궁금함에는 끝이 끝이 아니길 바라는 더 큰 마음이 있다.
《무지한 스승》은 수이 님 서재에서 보고 오오~ 이러면서 샀는데 사놓고 나니 나에 대해 뿌듯함이 차오른다. 세상에, 읽다 읽다 이제는 랑시에르 까지... 물론 아직 안읽고 사놓기만 했지만 ㅋㅋ
《위대한 앰버슨가》는 저 책등 사진으로 제목이 안보여가지고 ㅋㅋ 내가 뭘 산건지 주문조회 찾아보고 왔다. 아 .. 덮어놓고 사다 보면 책등 봐도 모르는 상태가 됩니다, 여러분..
《방주》는 엄청 난 미스테리 어쩌고 극한의 뇌 정지.. 띠지에도 써있는데 어제 읽기 시작했건만 역시 실망을 줄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다. 반전 맞닥뜨리고 나면 또 평가가 달라질지 모르지만 지금 절반 정도 읽었는데 걍 그렇다.
《혼밥 자작 감행》은 엄청 재미있다는 평을 보고 산건데 재미있기를...
《Hannah Arendt For Love Of the World》는 저 책탑 사진에는 없지만 선물 받았지롱~ ㅋㅋㅋㅋ 진짜 너무 뽀대나는데, 술집 벽에 대고 찍었더니 미친 사진 나왔다.
아, 이 사진의 훌륭함 좀 보소.. 나 예술적 감각 같은거 있는건가? 뒤늦게 사진학과에 입학해서 대학생 되어가지고 재벌 동급생과 연애한 뒤 이별하는 부분? 휴.. 인생이 빡시구나.
아무튼 저 근사한 사진이 너무 마음에 든다. 책 마케팅에 써도 되겠어. ㅋ ㅑ ~ 내 뽕에 취한다 진짜.
그래서 나의 한나 아렌트 책장은 이렇게 되었다 ㅋㅋ
부지런히 읽어야지.
내가 사는 동안 할 일이 많다 진짜. 그래서 영생해야 한다. 나의 할 일은 끝나지 않을 것이므로. 두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