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는 회계감사가 있었다. 매해 반복되는 것이고 또 막상 진행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도 아닌데, 왜 일정이 잡히면 초조하고 스트레스를 받는건지 모르겠다. 목, 금 이틀 예정이었는데 주말부터 스트레스가 심했고, 수요일에는 아주 미쳐 돌아가시는 줄 알았다. 목요일이 되어 회계사님들과 인사를 하고 준비한 자료를 또 요청받은 자료를 건네고 묻는 말에 답을 하고 반나절 그리고 결국 하루가 다 지난 후에는 '내일 하루만 더 하면 끝난다'는 마음이 되었고, 금요일이 되었을 때는 '오늘만 잘 버티자!' 하게 되었다. 금요일 오전에도 역시 요청받은 자료가 있어 또 건네고 그리고 오후에는 회계사님들과 마주 앉아서 수정할 것들과 앞으로의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2022년의 회계와 재무에 대해 정리를 하다보니, 아무래도 이제 끝났다 는 안도감 때문인지, 한 공간에서 회계사님들과 함께 모여 얘기를 나누는 동안, 가슴속에 커다란 만족감이 차올랐다. 이 순간이 너무 좋았다. 그러니까, 쉽게 표현하자면 내 안의 사회성이 내 온 몸으로 흐르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 집 밖으로 나와 회사라는 곳에 와서 조직 생활을 하고 그러면서 나와 가족 그리고 친구도 아닌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며 일을 진행하는 것, 그리고 이렇게 회계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 그 이야기가 회계사님과 나의 공통의 대화일 수 있다는 것, 이런 것들이, 늘 해오던 것인데도 이상한 만족감을 주는거다. 내가 만약 회사를 다니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겠지. 그러니까 알아둔다고 특히 더 좋을 사람이라거나 한 건 아니지만, 내가 이렇게 일을 하기 때문에 이 사람들을 또 알고 지낸다, 뭐 이런 생각들. 내가 그래도 이 조직에서 외부 사람들을 상대하기도 하는 사람이기도 하다는 것. 업무적인 일들과 살짝 개인적인 주변의 일들을 또 듣는 것들이 그 자체로 만족스러운 거다. 아, 나는 이게 필요한 사람이구나, 이걸 즐기는 사람이구나. 내 안에 사회성 있다..
다 끝나고 자료 및 자리를 정리하면서 수고하셨습니다, 인사를 하고 배웅을 하는데, 너무너무 신났다. 이제 이번 주말은 스트레스 없이 놀 수도 잘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너무 신났다. 너무 신나서, 사실 토요일에 술약속 있어 금요일은 얌전히 자려고 했지만, 너무 신나서, 정말이지 너무 신나서, 엄마한테 오리 고기 구워먹자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담가둔 파김치가 좀 남아있던 터라 파김치 꺼내고 오리고기 구워서 와인이랑 먹었다. 씐이 났다, 씐이 나~~
토요일엔 친구를 만났다. 함께 영화 <서치2>를 보고 순대국밥 집으로 향했다. 국밥 두개에 수육 시킬까, 했는데 친구의 동공이 흔들리는 것 같다. 음, 너무 많아요? 물어보니 국밥을 한개만 하자고 한다. 그래서 알겠다고 끄덕이고 수육과 국밥을 한 개 시키고 소주를 주문했다.
알라딘이 새로 런칭한 플랫폼 '투비'에 가면 창작소설 <나다 책방>이라고 있다. 이 소설의 첫편에 등장인물들이 자꾸 순대국을 먹는다. 내가 원래 순대국을 좋아하긴 했지만, 이 소설 읽으면서 순대국에 대한 애정이 폭발을 해버려가지고 그 뒤로 순대국을 진짜 미친듯이 먹었다. 점심에도 먹고 저녁에도 먹고. 이 순대국밥집에 매일 갈 수 없으니 오늘 여기 갔으면 내일은 저기로 갔다. 나는 웬만하면 사장님들이 나를 알아보는 게 싫어서 가급적 적게 가서 조용히 있다 오려고 하는데 어김없이 사장님들이 나를 기억하고 아는척 해버리는... 그러면 그 순간 '아 여기 그만 오자 이제..' 이렇게 되어버리는 거다. 제발 순대국집이 나를 아는척 안해줬으면 좋겠는데, 한군데가 이미 아는척을 해버렸... 그래도 다른 데는 무심하게 나를 대하므로(감사합니다!!) 공기밥도 더 달라고 할 수 있다. (응?)
나다 책방을 읽고 싶으시다면 여기로 ☞ <투비의 '나다 책방'>
친구랑 함께 본 영화 이야기와 그동안 밀린 이야기들을 쏟아내면서, 친구는 자신의 주변에 얼마나 좋은 사람들이 많은지를 얘기했다. 사실 자신을 빡치게 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먼저 하긴 했는데, 친구는 그런 사람들이 있는 한편 언제나 자기 편이 되어주고 언제나 자신이 부르면 달려나와 주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하는거다. 나는 그런 친구에게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안티도 있더라' 라는 얘기를 하면서, 그런데 좋은 친구가 있다고 깨달을 수 있다면, 그건 네가 상대에게도 그만큼 좋은 사람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쐐기를 박은 것은 '네가 인복이 있다, 나랑 이렇게 오래 알고 지내는 걸 보면 너의 인복은 확실하다' 였다. 친구는 빵터져서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엣헴- 나의 사회성이라는 것이 폭발하는 순간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그리고 투비에 '매력 폭발은 푸시업이다!'라는 글 썼는데, 누가 이 글 푸시업하면서 읽었다 그래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 가슴 가득 따뜻함이 밀려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너무 좋잖아요? 그래서 빵터져서 웃으면서 함께 술마시던 친구에게 이 얘길 해주니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친구는 '푸시업은 그냥 아무것도 아니야, 난 그거 칠십개는 그냥 해' 라고 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또 너무 빵터졌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이 친구의 칠십개 푸시업이 거짓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웃은건 그걸 어필하는 게 귀여워서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푸시업 깨알어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귀여운 사람들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푸시업 만세다 만세! 푸시업하는 모든 자들에게 각지고 단단하고 넓은 어깨 있으리니!
(자매품: 한손으로 계란 깨는 것도 너무 매력적입니다!!)
아, 이 친구랑 반대되는 사람에게 끌리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잠깐 했다. 주변에 덩치 큰 여성이 덩치 아주 작은 남성과 부부라는 얘기를 하길래, 내가 아는 날씬한 여성이 곰 같은 덩치의 남자를 이상형으로 보더라, 라면서 나온 얘기인데, 그러고보니 키가 큰 유태오도 키 작고 통통한 여성이 이상형이라고 했었더랬다. 이런 대화를 하다보니, 그렇다면 내 이상형이 나와 반대되는 걸 가졌다는 건데, 그게 뭘까, 생각해보게 되었고, 그것이 바로 근육이겠구나 싶었다. 나는 푸시업을 못해서 푸시업이 이상형이고 내가 그토록 근육에 정신줄 놓아버리는 것은 나에게 있는 것은 셀룰라이트 이기 때문인것인가봉가.......내 이상형이 내가 되기 위해 나는 운동을 해야겠다. 일요일에 일자산에 가서 푸른 하늘을 보며 새롭게 태어나리라 결심했다. 빠샤!!
아 벌써 귀찮구나 여러가지가..
영화 <와칸다 포에버>를 봤다.
오빠 '티찰라'가 죽고난 뒤 동생 '슈리'가 블랙팬서가 된다고 해서, 아니, 블랙 팬서라니 꺅 >.< 이러고 본건데 영화는 별로 재미도 없었고 왜 싸우는지도 잘 모르겠고... 뭣이여.... 이렇게 되었고 게다가 쿠키영상 보고나니 좀 화딱지가 나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야 슈리 냅둬라 블랙팬서 하게..' 막 이렇게 되었다. 그런데 슈리가 원하는 건 블랙팬서로 싸우는 것보다는 연구였을테니 내가 이러면 안되는건가.. 뭐 이런 생각 잠깐 하면서 아무튼 와칸다 포에버 생각보다 별로였는데, 하아- 처음부터 끝까지 딱히 재미도 없고 공감도 안되고 개연성도 없는 이 영화를 보다가..... 내가 한 순간 훅- 몰입해버린 장면이 있었으니,
슈리가 죽은 오빠 티찰라를 애도하는 장면이었다.
자신의 임무를 마치고나서 혼자 가만 애도하는 장면. 죽은 오빠와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고 그리고 혼자서 보내는 시간. 처음엔 음악도 소리도 없이 그 장면이 나오는데, 그 장면에서 완전 훅 빠져들어가서 그래 나였어도 이랬을 것이다, 라는 생각이들었다. 비단 슈리 뿐만 아니라, 티찰라를 알고 사랑했던 주변인들은 티찰라를 추모하는 공간에 같이 있기도 하겠지만, 아마 자신 마음속의 깊은 애도를 혼자 하고 싶지 않을까. 나였어도 그랬을 것 같다, 고 그 장면 보면서 생각했다. 그리고 그 순간 너무 몰입이 되어서 함께 애도했다. 아마 나에게도 언젠가 저런 시간이 찾아오겠지. 이 영화를 통틀어 가장 좋은, 유일하게 좋은 장면이었다.
자, 월요일이니까 어김없이 책탑 사진이 올라간다.
《미디어의 이해》는 정희진 쌤의 강연을 듣거나 오디오매거진 구독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다들 들어보고 갖추고 싶어하는 책일텐데, 내게도 그랬다. 사려고 생각한 건 꽤 오래전부터인데 자꾸 뒤로 밀리고 있었던 책인데, 마침 다정한 알라디너분께서 알라딘 커피들과 함께 이 책을 선물로 보내주셨다. 아니 어떻게 이 책을 ㅠㅠ 너무 감사합니다. ㅠㅠ 제 책장에 드디어 이 책이 꽂히게 되었습니다. 만세!!
《심령들이 잠들지 않는 그곳에서》는 얼마전에 교보 갔다가 표지가 눈에 띄어서 오오~ 하면서 찜해두고 알라딘으로 주문했다. 교보 미안~ ㅋㅋㅋㅋㅋ '또 다른 베르베르' 의 등장이라길래, 누가 됐든 베르나르 베르베르보단 나을 것 같다, 이런 생각으로 샀고, 표지와 제목에서 나는 이 또 다른 베르베르는 여자 베르베르일 줄 알았지? 어제 읽으려고 표지 펼쳤는데 책날개에 떡하니 남자 작가가 있길래. 어엇? 하고 놀라서 일단 그냥 닫아두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이트 스쿨》은 잭 리처다. 아 두근거려. 어젯밤에 읽을까 하다가 이거 시작하면 일요일 밤을 또 잠을 못자겠지 싶어 꾹 참았다. 잭 리처, 기다려요. 곧 만납시다!!
《불타는 소녀들》도 교보갔다가 눈에 띄어 찜해두고 알라딘에서 샀다. 알라딘아, 나한테 잘해라 진짜..
《개선문》은 워낙 유명한 소설이라 알고는 있었지만 딱히 읽고싶다거나 읽어야겠다고 생각하진 않았었는데, 얼마전 김혜자 님 책에서 언급된 걸 보니 겁나게 읽고 싶어져가지고 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새롭게 태어나야지. 새롭게. 어휴... 그러지말까.
일이나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