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치 투비에 올릴 글을 찾기 위해 내 알라딘 서재를 뒤적이다가 내가 좋아하는 샤론 볼턴이나 새벽 세시에 대한 글을 하나 옮기자 싶었고 그래서 검색했는데 옮길만한 글이 없었다. 죄다 너무 좋다 막 좋다 이래가지고 뭐 딱히 옮길만한 글이 없어. 그런데 우연히 헬렌 니어링과 스콧 니어링의 책 《조화로운 삶》에 대해 내가 페이퍼 쓴 걸 보게 됐고 옳지, 하고 그걸 옮겼다. 그런데.. 내가 이걸 읽었는지 전혀 기억이 안나고 만약 내가 이 책을 읽고 싶었다면 어김없이 다시 샀을 것 같은 거다. 이 책에 대해 기억이 아주 깜깜한거다. 그러니까 이 책을 내가 읽고 싶어했던것 까지는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읽었는지는 전혀 기억에 없고, 페이퍼 내가 쓴 거 읽어봐도 아 그랬지~ 뭐 이런 것도 안떠올라. 아니 어쩌면 이렇게 아무것도 생각이 안나? 어쨌든 옮겨두고 다시 읽어보는데 글 자체는 내가 쓸법한 글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읽은 기억이 안난다. 와- 만약 내가 글을 적어두지 않았다면 이 책은 나에게 아직 안읽은 책이었을 것이다. 얼마전에 SNS 였나, 필름이 끊긴적이 있다면 알콜성 치매가 진행됐다는 것이고 이미 뇌세포가 손상됐다는 말이다.. 뭐 이런 글을 읽었는데 나의 뇌세포 손상이 온것인가?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은 기억이 전무한 것인가? 나 이렇게 살아도 좋은것인가??
쩝..
그런데 여러분 헬렌이 스콧보다 이십년이나 어렸던 거 알고 있었어요?
자, 각설하고.
책을 샀다. 이것은 월요일 책탑 페이퍼다.
나는 주말에 책탑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곤 하는데, 이 사진은 위아래가 잘리더라. 제기랄 책을 너무 많이 사가지고. 하아. 여러분 나 어떡하죠. 이제 진짜 책 안살거다.
이번에는 알라딘에서 산건 다정한 알라디너분들께 땡투하긴 했지만, 예스에서도 샀고, 교보문고에 직접 가서 사기도 했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
《모세》는 '해리엇 터브먼'의 이야기라 사보게 됐다. 마침 그림책이어서 더 편하게 볼 수 있었다.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2월 도서인 《여성, 인종, 계급》에 언급되는 인물이라 궁금했던 터에 이 책의 존재를 다른 분의 페이퍼를 통해 알게됐고 절판이었는데 중고로 구입할 수 있었다.
해리엇 터브먼은 노예로 살며 학대를 당했고 자신이 살던 곳을 힘겹게 탈출한다. 그녀가 탈출하는 내내 그녀는 계속 자신이 이 다음에 어떤 행동을 해야할지 하나님께 물었고 하나님은 계속 대답해주셨다. 결국 무사히 탈출한 그녀는 아직 그곳에 남아있던 가족들과 다른 사람들을 탈출시키기 위해 그 곳으로 돌아가고 또 돌아간다. 그녀의 곁에는 항상 주님이 있었다.
나는 그녀가 주님을 믿고 주님이 했던 말을 들었던 것은 정말로 그녀에게 일어난 일이라고 믿는다. 그녀가 하나님께 의지하고 하나님의 응답을 받은 일은 실제로 그녀에게 일어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 한편 그녀를 비롯한 다른 흑인들을 압박하고 학대한 백인들 역시 신을 믿었는데, 그렇다면 하나님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는가, 에 대한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여기에서 신을 믿는 것은 그 신에게 달린 것이 아니라 그 신을 믿는 인간에게 달린 것이라는 생각을 역시나 했다. 이건 '엔도 슈사쿠'의 《침묵》을 읽고도 느낀 것인데, 신이 있다 혹은 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인간의 몫이고 그 신이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지 그리고 언제 내 옆에 계시는지를 생각하는 것 역시 인간으로부터 온다고 믿는다. 선하신 하나님의 선함의 기준은 하나님을 믿는 그 인간의 것일테고. 그러니 신을 믿는 자에게 신이 존재한다면, 그 신은 그 믿는 인간이 원하는 형태로 존재할 것이다. 그 믿는 인간이 바라는대로, 생각하는 대로, 그 인간의 기준 대로. 신은 믿는 인간이 기대하는 모습으로 존재할 것이다.
그래서 《모세》를 읽다가 '낸시 휴스턴'의 《여섯살》을 떠올렸다.
아빠는 다시 군대로 돌아간다. 우리가 전쟁에서 지고 있고, 예수님이 살인하지 말라고 하셨는데도, 다른 독일 남자들처럼 아빠 역시 가능한 한 많은 러시아인을 죽여야 한다. 그런데 그게 혹시 예수님이 아니고 모세가 한 말인가? 할아버지는 선택의 여지없이 그저 죽이든지 죽든지 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고 하신다. 할아버지는 식전 기도를 할 때면 아빠와 로타르 오빠를 적으로부터 보호해달라고 하시는데, 그럴 때 러시아 사람들이 자기들의 아빠나 오빠를 보호해달라고 기도하고 있을 걸 생각하면 마음이 불편하다. 그들이 말하는 적은 바로 우리일거고, 목사님이 교회에서 히틀러를 위해 기도하자고 하실 때, 러시아 교회에서도 사람들이 자기들의 지도자를 위해 기도할 텐데, 그럴 때 나는 가엾은 하나님이 구름 속에 앉아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쥔 채 모든 사람의 기도를 들어주려 하지만 불행히도 결코 그럴 수 없다는 걸 깨닫는 광경을 상상해본다. (P.283)
《카스트》역시 2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와 함께 읽으면 좋을 참고도서인 것 같아 샀다.
《브로맨스 북클럽》은 제목과 표지가 부끄럽기 짝이 없지만, 재미있을 것 같아.. 그러니까 《사랑의 가설》을 재미있게 읽고 책을 덮으려는데 책 뒷날개에 몇 권의 로맨스가 소개된거다. 그러다가 오오 중고 있는걸로 사자! 하고 이 책이 당첨! 이거 시리즈인것 같더라. 여하튼 로맨스 소설 읽는 남자가 나오는 것 같다.
《좌파의 길》은 낸시 프레이저의 책이다. 낸시 프레이저는 여성주의 책을 읽노라면 자주 등장하는 이름이다. 시뻘건 좌파의 길..
《메이드》는 추리소설 인 것 같아서 샀고, 《섹스할 권리》는 내가 생각하는 그런 책이 아닌 것 같아서 샀다. 아니 책 제목에서 겁나 읽기 싫지 않나? 나는 제목만 보고 '우리에게도 섹스할 권리가 있다!' 라고 말하는 책인것 같아서 안읽고 싶어 완전히 저쪽으로 제쳐둔 책인데 이 책이 그런 책이 아니라는 거예요. 미안했죠. 샀다.
《사랑의 가설》은 재미있게 읽고 페이퍼도 썼다. 그 유명한 갈비뼈론.. 흠흠. 위의 《모세》도 그렇고 《사랑의 가설》도 알라딘 중고로 팔았다. 《사랑의 가설》의 경우 팔지 말까 살짝 고민했지만, 나에게 이미 원서가 있으므로 두 권이나 가질 필요가 없기에... 물론 원서는 그냥 '가지고만 있는'것에 불과하지만.. 껄껄
《메이크 미》는 잭 리처가 너무 읽고 싶어서 샀다. 사실 이 책의 원서가 내게 있고 혼자 읽어보려고 도전하다 포기했다. 번역서 없이 읽어보자 하다가 완전 포기해버리고 이북으로 번역서를 샀는데, 포기하고 나니까 이북도 원서도 내팽개치게 되어버린 것. 그러다 얼마전에 잭 리처 너무 읽고 싶어져서, 그리고 꼭 종이책으로 읽고 싶어져서-이런 기분, 여러분도 알고 있죠?- 샀다. 그리고 나는 커다란 실수를 저질러 버렸으니, 어젯밤에 이 책을 집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눈알 빠질것 같아서 책을 덮은게 자정이었다. 아 제기랄... 일요일 밤에는 흥미진진한 소설 집어들지 말자고 내내 다짐하는데 어느새 또 데헷~ 이러면서 골라갖고 와... 아무튼 뒤에 조금 남겨두고 있고 이번 소설에서 잭 리처는 두번째 섹스가 언제나 더 낫다는 자신의 가설을 깨부순다. 세번째랑 네번째가 더 뛰어난 것이었다!! 만세!! (뭐가?)
《인간증발》은 정희진의 오디오 매거진 듣는 분들이라면 왜 샀는지 아실 것. 쌤이 언급하는 책이고 내용이 너무 흥미로웠다. 이건 읽고나서 아마도 뭐든 쓰게되지 않을까. 지금 생각났는데 오디오매거진이 아니라 여기서 언급하신 책인것 같다. ☞ https://youtu.be/RzVEInqUTEU
《태풍의 계절》은 내용도 뭔지 모르는데 일전에 ㅈㅈㄴ 님 리뷰 읽고 장바구니에 넣어뒀던 책이라 그냥 샀다. 여전히 무슨 내용인지 모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리뷰 읽고 오호라~ 하고 넣었지만 기억이 안나.. 하아- 뇌세포야, 너를 내가 어쩌면 좋니?
《내일의 섹스는 다시 좋아질 것이다》역시 되게 읽기 싫은 제목이다. 그런데 ㄴㅌㄴㅁ 님의 글을 읽어보니 이것도 제목에서 주는 그 뻔함보다 깊이 있는 내용인 것 같아서 샀다.
《사이보그로 살아가기》는 ㄷㅂㅁㄹ 님의 페이퍼로 알게된 책인데 오호라, 얇은 도나 해러웨이! 이러고 샀는데, 얼라리여~ 지금 알았다. 지은이가 도나 해러웨이가 아니라 임소연 이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모르고 막 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음부터는 책 정말 조금만 사야겠다고 지금 완전 절실하게 느끼는데, 책 많으니까 책 왜 샀는지 쓰는 것도 넘나 귀찮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중간중간 생략하고 써도 귀찮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귀찮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글 다 썼으니 점심 뭐 먹을지 생각이나 해봐야겠다. 오징어덮밥이 지금 가장 유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