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그런 사이트에 접속하게 된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연히 아이큐 검사해준다는 사이트에 들어가 테스트를 받게 되었다. 아이큐로 말하자면 나는 평균을 구성하는 아랫쪽에 위치해있을 거라고 짐작해왔던 바다. 그러니까 아주 어릴 적에는 내가 남들보다 머리가 좋은줄 알았는데, 그것은 머리 좋은 티가 나서가 아니라 엄마 아빠가 나를 천재라고 했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간혹 아빠를 향해 부르짖곤 했다. 아빠, 왜 천재를 낳아놓고 뒷바라지를 못해서 이렇게 보통사람으로 살게 만들어? 그러면 아빠는 한결같이 보통사람으로 사는게 편해서라고 답하셨지...
아무튼 나는 내가 천재인줄 알다가 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치면서 아, 나는 천재는 아니고 그냥 보통 사람이구나, 내가 큰 착각을 했구나, 할 수 있게 되었고, 그리고 직장에 다니고 사람들을 만나고 나이를 먹으면서 비로소, 아, 내 아이큐는 세자리가 아닌, 두자리일 가능성이 높겠구나. 두자리에서 좀 높은 정도? 라고 생각할 정도로 제정신을 찾았다. 그정도의 아이큐이면서 천재인줄 알았던 어린 시절의 내가 부끄럽다. 그러나, 그것이 나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내 조카들 보고 그러고 있으니까. 하하하하하.
그러니까 아무것도 모르고 울기만 하던 아가들이 자라면서 엄마,아빠 말도 배우게 되고, 뭔가 하나 가르쳐주면 응용해서 생각할줄 아는걸 보면서 오옷, 천재야 천재!! 막 이렇게 되는거다. 얼마전에는 아가 조카의 동영상이 남동생으로부터 도착했는데 블럭을 쌓다가 자신의 팔이 닿을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지자, 그 중간을 훅 들어내서 하나를 쌓고 그 위에 들어냈던 블럭더미를 올리는거다. 우리 가족들은 모두 경악했다. 또, 또 천재가 나온 것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 아이들이 어느순간까지 자신이 천재인 줄 아는 것,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해서 못하는 것으로 아는건 당연하다. 나 진짜 내가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해서 못하는 줄 알았단말야? 다들 이런 이야기 들어보지 않나요? 그런데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해서 못하는게 아니라, 나는 그냥 공부 못하는 사람인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그래서 내가 아이큐 몇인지 궁금하던 차에 아이큐 테스트를 받게 되었고, 내심 88-98 정도 생각하다가, 혹여 세자리수 나오면 자랑해야지~ 하고 테스트를 해나갔는데, 흐음, 어쨌든 했단 말야? 그리고 결과를 딱 봐야 하는데, 그러니까 내 검사에 내가 특별히 어느 부분에서 능력을 보인다는거다.

내가 생각해도 답을 잘한것 같지만 그런데 시공간패턴 추론 능력이 뛰어나다니?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닌데? 아무튼 그래서 내 아이큐는 몇이냐!!! 하고 볼랬더니 이렇게 똭!!

19,990원을 내면 보여준다는거다. 아니 이 씨부럴것들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애초에 돈 내고 검사하라고 했으면 안했을거란 말야. 나는 그냥 떠돌아다녀서 했다고! 돈 내고 아이큐 검사 하세요! 라고 하면 안할줄 알고 이것들이 다 답해놨더니, 너 좀 뛰어난 것 같아, 이래서 사람 궁금하게 만들어놓고, 그런데 아이큐 보려면 돈 내~ 이러고 있는게 아닌가. 으앗, 내 아이큐 궁금하다!! 내가 대답한게 아깝다!! 해서 내가 돈 낼줄 알았냐? 아이큐 모르고도 그동안 잘살았다, 이자식들아!!! 이러고 아쉽지만 뒤돌아 나왔는데,
아니 글쎄 오늘 이메일이 온거다. 이렇게 왔다.

아이큐가 평균 이상이라는 게 아닌가! 이... 내가요? 평균일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그 중에서도 아래쯤일거라 생각했는데.. 평균.. 이상이라고요? 설마 나 멘사예요? 너무 궁금하지 않은가? 그래서 저 아이큐 결과받기를 누르면 어떻게 되느냐? 어제 봤던 그 화면으로 연결된다.

19,990원 내면 알려주지~~~ 돈 안내면 안알랴줌~~~~~~~~~~
하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그러면 내가, 나란 잘난 사람 아이큐 평균 이상인걸 만천하에 드러내고 싶다는 욕망으로 19,990원 결제할줄 알았냐? 안한다. 그 돈으로 뭐한다? 책산다.
책샀다는얘기다.
책샀다.
인증샷은 다음주 월요일에 올리는걸로...
내가 무슨 책들을 샀는지 지금은 안알랴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