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읽은 <시사인 747호>에는 '이제 성 매수자는 반드시 잡힌다'는 타이틀로 기사와 인터뷰가 실려있다.
그동안 성 매수자는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경우가 아니면 처벌하기가 힘들었다. 수사를 계속하려면 성매매 여성들의 진술이 필요한데, 진술하는 순간 여성 자신도 성매매로 처벌 받기 때문이다. 경기남부경찰청 풍속수사팀은 성매매 여성이 아닌 성 매수자와 성매매 알선자(성매매사이트 운영자)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수요가 있기 때문에 공급이 있다는 시장경제의 논리에 착안하여 성매매 수요를 억제하려는 이 방법은 ‘노르딕 모델‘로 불리기도 한다. 1999년 스웨덴에서 최초로 이 모델을 도입한 이후현재 북유럽 국가를 비롯해 프랑스, 캐나아일랜드 등에서 채택하고 있다.
성매매 여성에서 성 매수자로 수사 대상을 전환한 경기남부경찰청 풍속수사팀은 본격적으로 온라인 성매매 업체 단속에 들어갔다. 풍속수사1팀은 용인·군포·이천 등 각 지역 9개 오피스텔에서 모두 49실을 빌려 성매매를 알선한 조직을 검 거했다. 이들은 사무실을 차려 성매매 예약 전화를 받는 '콜센터‘까지 운영하고 있었다. "콜센터에 들어갔더니 컴퓨터 11대에 전화기 9대가 쫙 깔려 있었다. 전화 벨소리가 끊임없이 울리고 있었다. 조직원마다 서로 역할이 분담돼 있었다. 마치 하나의 기업 같았다." 검거에 참여한 풍속수사1팀 박진섭 경사가 말했다.
사무실은 조직원 11명이 머물며 2교대로 24시간 내내 돌아갔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이 조직에 성매매처벌법 제22조를 적용했다. 범죄를 목적으로 단체 혹은 집단을 구성한 사람에게 가중처벌을 내리는 조항으로, 비록 검찰 기소 단계에서는 인정되지 않았지만 성매매 알선에 대해 해당 규정을 적용한 첫 사례였다.
풍속수사3팀이 수사한 출장 성매매업체는' 기업형‘ 이라기보다 ‘연합형'에 가까웠다. 구글에서 '출장안마‘라는 단어를 검색해서 제일 위에 뜨는 업체를 수사해보니 수도권 최대 규모의 출장 성매매업조직이었다. "(성 매수자를 가장해서) ㄱ업체에 전화를 걸었더니 실제로는 ㄴ이란 업체에 예약되었다. 혹시나 싶어서 다시 ㄱ업체에 전화해보니 이번엔 또다른 업체로 예약해주더라. ㄱ ㄴ ㄷ업체가 서로 ‘콜거래'를 하고 있었던 거다. 한 업소에서 한 업주가 여성들을 데리고 성매매를 하는 건 완전히 옛날 방식이었다." 수사에 참여했던 풍속수사3팀 김애영 경위가 설명했다.
‘연합형은 자기 업체에 예약이 많이 몰릴 경우 다른 업체에 해당 예약을 팔고 이에 대해 수수료를 받는 식이다. 더욱이 각 업체는 서로 다른 이름을 단 성매매사이트를 10여 개씩 굴리고 있었다. 구글검색 상단에 노출되기 위한 전략이다. 풍속수사3팀은 총 41개 사이트 운영자 7명을 구속하고 관련자 84명을 검거했다. 여기엔 해당 사이트를 만든 제작자도 포함됐다.
사회가 묵인하는 동안 성매매업은 조직적으로 산업화됐다. 단속에 대비해 형태와 수법이 다양해지고 교묘해졌다. 그러나 ‘기업형’이든 ‘연합형’이든 온라인성매매 업체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성 매수자가 자신이 경찰이 아님을 입증하는 ‘인증 절차를 거쳐야만 성매매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누군가 성매매를 예약하면 업체에서 그 사람 전화번호를 입력해 경찰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는 자체 앱까지 따로 있다. 여성 경찰관번호를 넣어도 ‘짭새‘라고 뜨더라." 김애영 경위가 말했다. 온라인 성매매 업체가 경찰관 전화번호까지 모아가면서 데이터를 통한 ‘위험관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에는 (성 매수자에게) 주민등록등본까지 사진 찍어서 보내라는 업체도 있다. 등본에는 가족 정보까지 다 뜨기 때문이다. ‘내가 네 가족까지 다 알고 있으니까 경찰이면 각오해라는 의미다. 휴대전화 번호는 물론이고 주소, 주민번호가전부 성매매 업체에 데이터로 쌓인다.
"이 개인정보들이 어디로 가겠나. 결국보이스피싱 같은 범죄집단으로 흘러 들어간다." 한광규 계장이 말했다. 그는 성매수자 정보를 사고파는 시장이 실제 존재하며, 성 매수자 중에는 인증 절차 정보로 덜미가 잡혀 ‘가족에게 성매매한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으면 돈을 보내라는 협박을 당한 사례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온라인 성매매 업체를 수사하면서 발견한 성 매수자 명단 약 8만 건을 확보했다. 2021년 말 현재,이 중 792명을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이다. 지난 12월10일에는 전국 최초로 성 매수자 수사를 전담하는 성매매산업수사전담팀(전담팀)’을 만들었다.
아직까지 검찰에서 기소로 이어지는 비율이 낮고, 기소가 된다 해도 재판에서 기소유예나 벌금형을 받고 풀려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풍속수사팀과 전담팀은 포기하지 않는다. "성 매수자 수사 기법을 체계적으로 매뉴얼화하고 전문화해서5년, 10년 수사를 하다 보면 기소율이 높아질 거고 실형도 많이 받아낼 거다. 비록 기소유예 처분을 받는다 해도 열 명 중 한 명만 성매매를 끊어도 그게 어딘가. 이렇게 한 명 한 명 줄여나가는 수밖에 없다." 한광규 계장은 2022년 새해 목표가 성매매 산업과의 전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성매매 집결지 폐쇄와 온라인 성매매업체 적발 그리고 성 매수자 수사까지, 지난 1년 동안 기존 고정관념과 다른 관점으로 성매매 수사에 참여한 풍속수사팀팀원들의 바람은 무엇일까. "이제 반드시 걸린다. 성 매수자들이 인증 절차를 통과하기 위해 보낸 개인정보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걸 명심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끝까지 추적할 거다(풍속수사2팀정춘수 팀장)." "성 매수자 한 명을 수사하려면 최소 20일 정도는 걸린다. 그에 비해 너무 빨리 풀려나면 허탈해지기도 한다. 사법기관의 인식도 조금씩 변해가면 좋겠다 (풍속수사3팀 김애영 경위)."
"잡힌 성매매 알선자 중 제일 어린 사람이 스무 살이다. 성매매 산업 전체가 점점 어려지고 있다. 사회를 조금씩 썩게 만들고 있는 성매매는 뿌리 뽑아야 한다(풍속수사1팀 박진섭 경사)." -시사인 제747호, p.37-38
노르딕 모델이 왜 필요한지 너무나 잘 보여주는 기사다.
남자의 여자에 대한 성적 지배, 그리고 이를 통한 수익 창출을 위해 고안되고 창조된 상업화된 성착취에서는 이런 목적에 순응하거나 협조하지 않는 자는 있을 수가 없다. 이 공간의 창조와 유지를 추동하는 것은 남성 수요이며 여자는 동원되고 이용된다. 상업화된 성착취는 구조적으로 남자의 지배와 이익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팔리는 여자는 일할수록 자원이 없어지고 피해가 누적된다. 따라서 문제를 제공하는 자, 즉 수요자로서 성착취 산업을 추동하는 남자와 이용당하며 피해를 감당하는 여자를 구분해서 취급해야 한다. - 《성노동, 성매매가 아니라 성착취》, 박혜정, P71
그러나 내가 여기서 노르딕 모델의 중요성을 얘기하려고 한 건 아니고, 구글 검색창에 '출장 안마'를 넣을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워서였다. 경찰들은 수사를 위해 구글 검색창에 '출장 안마'를 넣어 가장 위에 뜨는 업체를 수사했다고 하는데, 성매매 알선업체들이 여러개를 동시에 운영하는게 검색어 상위에 오르기 위해서라니, 그렇다면 경찰이 아니어도 구글 검색창에 출장 안마를 넣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아닌가. 나는 구글 검색창에 출장 안마를 넣어볼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 그 검색창에 그걸 넣을 수 있다는 게 너무 놀라웠다. 아, 남자들은 성매매를 하기 위해서, 그러니까 성을 매수하기 위해서 검색하기도 하는구나. 남자들 넘나 신비로운 동물들..
그 뒤는 더 놀라운 일들의 연속인데, 성매수를 하기 위해서는 내가 경찰이 아님을 인증해야 한다는 것. 아니, 본인인증도 귀찮아서 각종 회원가입도 하다 포기하는 나인데, 남자들, 본인 인증 해가면서 성매수를 하는거였어. 대단하다. 남자들 넘나 의지로 가득차고 끈기있는 동물들.. 심지어 주민등록 등본까지 찍어 보내기도 한다는데, 등본에 가족들까지 다 노출하면서, 그러니까 타인에게 이게 내 가족이오, 까지 다 공개하면서 성매수를 하다니, 증맬루 성매수에 진심인, 타오르는 성매매 욕정맨들이구나, 남자들이여.. 와 넘나 대단하네. 그러니 저기 성 매수자 명단 8만건을 확보했다니... 그들이 모두 성매수를 하기 위해 검색도 하고, 본인 인증도 하고, 때로는 등본 까지 찍어 보내는 노력을 기울이는 남자들이라니, 와.. 어메이징. 성매수에 타이틀 주어진다면 다들 챔피언 되시겠어요? 성매매한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으면 돈을 보내라는 협박이 실제로 이뤄지기도 한다는데, 아니, 남자들 진짜 똥멍충이들이네. 걸리면 부끄러울 짓을, 그래서 돈 보내야 할 짓을.. 왜 하는거지. 성매수에 눈이 멀어 훗날을 생각하지 않는 똥멍충이들이네. 와.. 놀라운 기사였다 진짜. 여러가지 의미로다가.
그나저나 성매매 알선자의 연령이 점점 어려진다니, 너무 무섭고 당황스런 일이지만, 어린 사람들이 어른들 보고 배운 거 아니겠나. 아, 여자의 성을 팔면 돈이 되는구나, 를 보고 배운거 아니겠냐고. 아 쉬바 진짜 빡친다.
위 기사의 김애영 경위의 얘기를 들어보면 성매수자 한 명 수사하는게 20일 정도 걸리는데 너무 빨리 풀려나면 허탈해진다고 한다. 박혜정은 자신의 책에서 구속 수감이 길수록 성매수를 단념하겠다는 성매수자들의 통계를 들려주었다. 누가 아는 것도 두렵고, 공공에 알려지는 것도 두렵고, 구속 수감되는 것도 두려워서 한 달 정도만 수감되어도 100프로 단념할 것이라는 것. 그러니 이렇게 빡시게 가둬두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더 어린 남자들도 '여자 성 팔다가 내 인생 좆되는구나'를 눈으로 보게 해줘야 하지 않을까.
성착취 경험이 있는 남성 101명을 인터뷰한 연구에 따르면 성착취를 단념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남자들은 성법죄자 등록을 들었고 그 다음으로는 구속 수감이었다. 자신의 성착취 사실이 가족이나 직장, 공공에 알려지는 것, 그로 인해 불이익을 보는 것을 가장 두려워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구속 수감 기간에 대해서 3일 수감에 대해서는 71%가, 3주 수감에 대해서는 83%가, 한 달 수감에 대해서는 100%가 단념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런 연구에서 보듯 사회봉사 명령이나 교육으로는 단념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 《성노동, 성매매가 아니라 성착취》, 박혜정, P77
그런데 감옥에 한 달 가둬놔야 포기할거라니, 참 ... 에휴.... 에구......... 한숨이 난다.
나는 왜 시사인을 재구독해가지고 맨날 한숨만 쉬나. 내가 잘못했다. 아 왜이렇게 내가 읽다만 칸트 읽고 싶지.. 이거 절반 정도 읽었는데 읽으면서 와 나네, 나다.. 막 이래가지고.. 아 이거 읽고 싶다. 그리고 성매수하는 남자들한테도 이것 좀 다 읽으라고 하고 싶다. 얘들아, 너네들이 하는 행위는 너네들에게 고스란히 남는다. 남들에게 설사 들키지 않아도 '그 짓을 한 나'는 남아... 그게 너야.....
아무튼 시사인 보다가 아니, 우리 반다나 시바 선생님 신간 나온것도 알게 되고 이렇게 새로 살 책들을 차곡차곡 담는다.
누가 지구를 망치는가.... 선생님, 제가 망치고 있나요? (그렁그렁)
아니 근데 책 표지의 저 눈깔이 와 넘나 노려보네... 무섭.....
아주 오래 전에 느껴왔던나를 보는 눈동자그 어느 곳에 있어 봐도피할 수 없어내게 무슨 말을 하고픈 지이미 알고 있지만그댄 그저 나를 바라볼 뿐말하지 않네
지구를 망치지 않는 점심 메뉴를 골라야할텐데... 제육이 먹고싶네 ㅠㅠ 선생님, 저는 지구를 망치고 있는거죠? ㅜ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