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日記 - 황정은 에세이 에세이&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친구1과 친구2는 함께 산다. 친구1이 나의 친구였던 것이 먼저, 그 후에 친구1과 친구2는 동호회에서 만나 친구가 되었고 마음이 맞아 함께 살기로 하였다. 자연스레 나와 친구2도 친구가 되었다. 그러나 나와 친구2가 친구가 되는데에는 조금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친구가 된 이후로는 누구보다 아끼고 좋아하는 친구가 되었지만.


둘이 동호회에서 만난 만큼 그들의 어떤 취미가 겹쳐졌던 것은 그 시점에서 분명했다. 그러나 그 뒤로도 그들은 대부분 같은 길을 갔다. 수영을 좋아하는 한 명이 다른 친구에게 같이 수영하자 말했고 그 둘다 퇴근하면 수영장으로 향했다. 그들은 어느 틈에 바다수영까지 하는 능숙한 수영꾼들이 되었다. 


지난 주말 내가 방문한 건 이 친구들의 집이었다. 친구들은 이제 집주인이 되었는데, 그들의 집은 온통 식물들로 가득했다. 식물에 관심 없던 젊은 시절이 분명 있었건만, 어느 틈에 친구들이 하나씩 둘씩 식물에 관심을 갖는다. 식물에 관심을 갖는다는 건 나이 먹으면서 자연스런 수순인건가, 우리는 이야기하며 깔깔 웃었지만, 그러나 나는 아직 식물에 관심이 없다. 그런데 친구1이 집 안을 식물로 채워두면 친구 2는 가만히 식물 앞으로 가, 그 식물을 관찰한다. 여기 새로 순이 돋아나는 걸 보라고, 너무 기특하고 예쁘지 않냐고 친구2는 내게 말했다. 나는 그렇게 말하는 친구가 신기했다. 친구1이 식물 좋아해 키워도 너는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다행히도 너 역시도 같이 좋아하네? 라고 내가 말하니, 처음엔 자신도 딱히 관심이 없었는데 이렇게 가만 바라보는 시간이 생기더라 했다. 같이 살기로 했다고 해서 모든 취미와 취향이 비슷할 순 없을텐데, 이들은 하나씩 둘씩 맞춰가고 있고 그러다보니 비슷해졌다. 이들이 비육식을 함께 실천한지도 벌써 오래되었다.



황정은의 신간을 읽으면서 내내 함께 살고 있는 나의 친구들이 생각났다. 황정은의 일기 속에 수시로 동거인이 등장하기 때문이었다. 황정은은 동거인에 대한 신상의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 공간에서 사는 이상 뚝 떨어져 오롯이 자신만의 이야기만 하기는 힘들 터. 동거인과 이야기 나누었던 것, 동거인이 물끄러미 식물들을 바라보는 것, 그리고 동거인과 함께 하는 외출까지 늘 일상인듯 적어두었다. 읽다보니 그들이 서로의 동거인이 된지도 십년이 훌쩍 넘은것 같았다. 서로 다른 사람 둘이 만나 한공간에서 그렇게나 오래 함께 살 수 있다는 것은 내게는 너무나 경이롭게 느껴진다. 그런데 내 친구들이 그걸 해내고 있고, 황정은이 그걸 해내고 있다. 친구들이 서로의 운동과 취미를 공유하는 것처럼 황정은은 동거인과 세상을 보는 눈을 공유하는 것 같다. 황정은이라는 개인이 여전히 해마다 목포를 찾아가는 일이야 본인의 신념에 대한 일이라해도 그 길에 늘 동거인이 함께한다는 것은 그 신념이 그 둘에게 공통적으로 자리한다는 것이다. 오가는 길에 번갈아 운전을 하고 함께 밥을 먹고(황정은도 비육식하지 오래된 듯하다) 산책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그리고 동거인이 식물을 관리하는 뒷모습을 바라보고, 그들의 베란다에 날아드는 까치에 대해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지극히 사소하고 일상적이지만 그러나 아무나와 아무때나 되는 것은 아니다. 


언젠가 친구1과 친구2에게도 말한 적이 있지만, 그렇게 다정하게 함께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큰 복인것 같다. 내가 아무리 세상은 똥이고 인간은 결국 혼자이다! 라고 주장한다 해도, 그렇게 나의 친구들처럼 황정은처럼, 같은 공간에서 함께 취미와 일상을 공유하며 오래 같이 보낼 수 있다는 것은, 지내는 동안 얼마나 큰 힘이 될까. 오래되어서 이제는 자연스러워 졌겠지만 그런 사이, 그런 관계가 그리 쉬이 오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오래 함께 지낼 수 있는 상대가 있는 것은, 그들이 이 생에서 받게 된 큰 복중의 하나가 아닐까.



그러다보니 나는 얼마나 다른 사람과 어울리기 어려운 사람인가 생각했다. 어느 날 하루 날잡고 만나 이야기 나누고 먹고 마시는 일을 잘 할 순 있지만, 그러나 며칠을 몇달을 그리고 몇년을 함께 보내는 것이 내게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나는 종종 생각하곤 한다. 나의 취미가 상대의 취미와 일치하지도 않을 뿐더러 일치시킬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다. 단 며칠을 같이 있는 동안에도 나는 상대에게 난 이렇게 할게 넌 그렇게 하렴, 나 나갈게 넌 안에 있으렴, 넌 그쪽으로 가 난 이쪽으로 갈게, 넌 그거 먹어 난 이거 먹을게, 하던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다른 사람이 선곡한 음악을 들을 때 더러는 괴로웠던 적도 있었다. 

나는, 나는 괜찮은가. 나는 너무 혼자 잘난맛으로 살고 있진 않은가. 




좋아하는 국내 작가가 몇 되지는 않지만 황정은은 그 안에 있다. 언젠가 친구들과 좋아하는 작가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면서 각자 다른 작가들 얘기를 하는데 우리 모두가 황정은에서 겹치는 걸 알게 됐다. 그 때 한 친구가 말했다. 그게 바로 천재 작가라는 뜻이구나, 라고. 천재는 모두가 좋아하는구나. 나는 황정은의 모든 소설을 다 읽은 건 아니지만 내가 언제나 신간을 기다리는 작가가 황정은이다. 그래서 제법 여러권을 읽었고, 그렇게 황정은의 소설을 좋아하며서도 그러나 '이 사람과 나의 결이 같다'고 생각하진 않았더랬다. 어쩌면 황정은에게는 천재의 기운이 감돌아서였을까? 황정은 천재 나는 not천재? 

그런데 황정은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그러나 우리가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을 뒤늦게 발견했다. 그러니까, 매혹되는 이야기에 있어서 그렇다.



예외가 물론 있기는 하지만, 무언가가 혹은 누군가가 돌아오는 이야기에 나는 늘 매혹된다. 성공하지 못하는 귀환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p.31



돌아오는 이야기, 결국은 그래서 닿는 이야기를 내가 얼마나 환장하고 좋아하는가. 그런데 황정은도 돌아오는 이야기에 매혹된다고 한다. 내가 돌아오는 이야기가 좋아서 그 뭐야, 솔베이지 나오는 희극, 페르귄트 읽었는데, 아니 페르귄트 너무 다 늙어 죽기 직전에 돌아와서 개쌍놈이라고 내가 얼마나 욕했던가. 그런데 솔베이지는 기다렸다. 솔베이지 바보 똥구멍 ㅠㅠ 왜 기다려, 왜, 왜, 왜, 왜... ㅠㅠ







그리고 황정은은 <헝거>의 리뷰에서 자신이 어릴적 당했던 일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마 책으로 꺼내 놓기 까지는 무수히 많은 시간을 고민과 갈등으로 보내야하지 않았을까. 내가 그랬던 것처럼. 황정은은 자라는 내내 어린 자신을 혼냈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지못해 요구에 응해주는 척하며 내 사촌이 늘 덧붙이는 말이 있었다. 커서 뭐가 되려고.
내가 자라며 그 말을 셀 수도 없이 곱씹어다는 걸 말할 필요가 있을까. 나는 성장기 내내, 어린 시절 '내 놀이'에 대한 수치심과 죄책감에 시달렸다. 당시에 내가 어렸다는 사실은 내게 위안이나 도움이 되지 못했고 오히려 더 비참하고 수치스럽게 여겨지는 조건이었다. 어린 게 ……커서 뭐가 되려고. -p.179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자라는 내내 어린 자신에게 혹독했을까.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자라는 내내 어린 자신을 혼내주었을까. 나 역시 거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이고, 그래서 어른이 된지 한참 지난후까지도 어린 나를 종종 혼내곤 했다. 어린 게, 어린 게, 어린 게.. 

황정은은 이 일을 드러냄으로써 혹여나 사람들이 자신을 그 피해자의 틀에 가두려고 할까봐, 자신에게서 그것만 읽으려하고 그것을 찾으려 할까봐 걱정한다. 일전에 정희진 선생님은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얘기했었다. 자신에게 어떤 남자가 다가와 물었다고 했다. '왜 이런 일을 하시냐, 성폭행 피해 경험이 있냐' 라고. 
그리고 황정은은 아니, 지금의 나를 만든 건 그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 내 삶은 그 일의 결과가 아니다. 그것 말고도 다른 일들이 내 삶에 있었고 나는 삶과 읽기와 쓰기를 통해 조금씩 학습하면서 본의든 아니든 조금씩 변해왔다. 그 일은 내 전부가 될 수 없다. 거울은 여전히 내게 문제이지만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나는 이제 내 얼굴의 흔을 흉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의 나를 탓하지 않는다. 그 일들을 내가 원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이렇게 된다고, 결국엔 무감해지고 괜찮아진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내 경우엔 마날 때마다 그 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친척들과의 왕래를 뒤늦게나마 중단한 것이 도움이 되었다. 내가 겪은 어려움이 그것만은 아니었다는 점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내가 커서…… 바벨을 데드리프트로 하루에 백번씩 들었다 내리느 소설가로 살고 있다는 점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며 내 키보드와 고양이와 …만화책을 포함해 내가 여태 읽은 책들과 앞으로 읽을 책들에 대한 기대가 내게 도움이 되었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록산 게이가 『헝거』에서 말한 바와 같이 "아름다운 체리 파이"245면 를 만드는 것, 그러 즐거움을 내가 알며 그 아름다움을 나누고 싶은 사람들과 살아가고 있다는 점, 그것을 내가 운 좋게 알고 있다는 점이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그 순간들을 잊은 적은 없다.
나는 성인이 되고 나서도 한참 뒤에야 그 일을 말할 수 있었다.어느 순간 문득 말하기 시작했고 말하고 나서야 나는 내가 그 일을 말하고 싶어했다는 것도 알았다. 그 일을 얼마나 말하고 싶어했는가도. -p.181



좋은 일기였고 좋은 읽기였다. 
황정은이 소설을 계속 써주길 바라지만 에세이도 계속 써주길 바란다. 소설가에게 에세이를 기대하는 일은 내게 좀처럼 없는 일인데, 황정은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가만가만 정좌와 근력의 힘으로 쓰는 황정은의 글을 계속 읽고 싶다. 앞으로 읽게 될 황정은의 글에도 예의 동거인과 함께 하는 시간, 동거인을 바라보는 시간이 등장하는 것도 기다린다.




댓글(21) 먼댓글(0) 좋아요(5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쟝쟝 2021-11-16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재의 에세이는 달랐죠 ㅋㅋㅋ 진심 ㅋㅋㅋ
저두요… 점점 혼자 살아야지 싶어지는 데….. 하지만 아주 아주 아주 넓은 집에서라면 가능할지도요 ㅋㅋ 욕실은 각자의 방에 딸려있어 사용하고요 ㅋㅋㅋ 함께 사는 것 가능할 수도 ㅋㅋㅋㅋ 집이 대신 엄청 커야함 ㅋㅋㅋ 그리고 두명아니고 한 네명 정도? ㅋㅋㅋㅋ

다락방 2021-11-16 10:56   좋아요 1 | URL
소설가나 시인의 에세이 읽고 좋았던 일이 별로 없어서 사실 에세이는 그냥 넘기게 되는데 황정은의 일기는 좋더라고요. 일기라기엔 다소 길지만 문장도 좋고 시선도 좋았어요. 천재는 일기도 잘쓰는가, 생각했습니다.
죄책감 부분에서 너무 가슴 아팠고 같이 손잡고 오은영 쌤 한번 찾아가보자고 말하고 싶기도 했지만, 작가 자신이 말한것처럼 운동도 하고 동거인도 있고 같이 행동하는 사람들도 있고 책도 있어서 단단한 신념을 가진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쟝님아, 우린 그냥 옆집 살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1-11-16 11:00   좋아요 0 | URL
같이 살잔 말은 아니었어 이사람아 ㅋㅋㅋ ㅋㅋㅋㅋㅋ 작고 소소한 아파트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11-16 11:08   좋아요 1 | URL
아니, 아는데, 나는 그냥 옆집 살자고 ㅋㅋㅋㅋㅋㅋㅋㅋ 뭐 그렇게 또 칼같이 또 아니라고 응? 막 그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1-11-16 11:43   좋아요 0 | URL
제가 큰 집에서는 살 수 있다고 ㅋㅋ 대신 여러명은 어떻겠냐고 위에 은근 흘렸는데 그냥 옆집 살자며ㅋㅋㅋㅋ 궁시렁궁시렁.. 됐네 이사람아.. 생각해보니 고양이 알러지 있담서.. 우린 가까운데 살면서 파스나 붙여주고 밤에 3인분 야식이나 시켜서 나눠먹자ㅋㅋㅋ

수이 2021-11-16 12:11   좋아요 0 | URL
전 알아들었습니다 ㅋㅋㅋㅋㅋ 쟝쟝님 삐치겠다 했는데 역시 ㅋㅋㅋㅋ

붕붕툐툐 2021-11-16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친구 두 분 이야기 참 좋아요~ 그럴 수도 있구나~ 왜 제 주위에선 몇달 살다 뛰쳐나왔다 그런 흉흉한 이야기만 있는 거죠? 저도 락방님 말씀에 너무 공감. 함께 살 수 있는 친구가 있을까 생각하면 저란 인간은 안 될 거 같아요. 근데 각자 좋아하는 걸 하면서 함께 하는 것도 좋은 방법 아닌가요? 늘 그래왔던 듯!ㅎㅎ(친구 1도 없는 툐툐의 말이니 신빙성은 없음..ㅋㅋ)

다락방 2021-11-16 10:57   좋아요 0 | URL
물론 함께 하다가 사이 나빠진 케이스들의 이야기를 저도더러 듣기도 한답니다. 그래서 아마도 함께 오래하는 친구들의 모습이 더 좋게 느껴진 것 같아요. 황정은 작가도 십년이상 동거인과 함께 있다니, 그 사이에 무수한 이야기들이 쌓였겠구나 싶고요. 그건 그것대로 큰 복인 것 같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각자 좋아하는 걸 하면서 함께 하는 것도 정말 좋은 방법이죠. 저는 궁극적으로는 그런 삶의 모습을 추구하긴 합니다만, 가끔은 이 공간에 그냥 다른 누가 있는 것도 싫어질 것 같아서... 전.. 안될것 같지 뭡니까.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단발머리 2021-11-16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황정은 소설을 많이 읽은 건 아닌데, 단편 <상류엔 맹금류>을 읽을 때의 그 느낌은 어제 일처럼 너무 확실해서요. 한결같이 황정은이라는 이름에 가슴이 설렙니다.
두 분 친구 이야기 참 좋네요. 다락방님 말씀처럼 인생의 큰 복인 것 같아요.
나도 황정은 사야겠어요. 장바구니에 들어있는데 자꾸 미루고 있었다죠.

다락방 2021-11-16 11:00   좋아요 1 | URL
저는 백의 그림자로 황정은 처음 만났는데 그 때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어떤 책이었는지, 요강 비우는 예비 시어머니 만나는 장면 있거든요. 밤에 시아버지가 요강에 오줌 싸고 그걸 시어머니가 비우는걸 결혼을 약속한 남자의 집에 갔다가 여자가 알게 된거에요. 그리고 거기에 남자도 전혀 의문을 갖지 않는 걸 보고 여자가 결혼하기로 한 걸 취소해요. 그 장면이 되게되게 좋았어요.
저는 아직 연년세세를 안읽었는데 이제 읽어야겠어요.

공쟝쟝 2021-11-16 11:35   좋아요 0 | URL
계속해보겠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책 ㅎㅎㅎ

나뭇잎처럼 2021-11-16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일기였고, 좋은 읽기였고, 좋은 리뷰였다.... 친구1과 친구2, 그리고 다락방님. 황정은과 동거인, 싯다르타와 뱃사공, 저와 남편. 모두 도반이네요. 이 세상에서 만난 좋은 도반. 좋은 도반을 얻으려면 좋은 도반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것의 숭고함.

다락방 2021-11-16 11:01   좋아요 0 | URL
뭐든 함께하는 것만이 좋은 사이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겠지만, 그런데 이렇게나 다양한 사람들 틈에서 뭔가 함께할 사람이 있다는 것은 축복인 것 같아요.
맞아요, 나뭇잎처럼 님. 좋은 도반을 얻으려면 일단 제가 좋은 도반이 되어야 하는거죠. 나뭇잎처럼 님과 저도 이곳에서 만나 함께 서로에게 좋은 도반이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책읽는나무 2021-11-16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창원 친구분!!!! 대단하십니다.
대단한 친구를 둔 다락방님이 다시 보이네요?^^
같이 살며 동거인의 취미와 취향을 존중하며 관심 가져주며 나도 동화되어 간다는 건 상대방을 사랑하지 않고선 정말 힘든 일 같아요.가족처럼 사랑하는 마음이 있지 않고선!!!!
가만 생각하니 저도 대학시절 잠깐 한 일 년 정도 친구랑 자취한 적 있었어요.친구는 맨날 부지런히 나에게 된장찌개 끓여 주고,밥 해주고,청소하고...내가 음식할 줄 몰라 정말 주는대로 받아 먹기만 했었는데 그게 두고 두고 너무 고맙고 감사한 일이었더라구요.그래서 그 친구를 만나면 마음의 빚 갚는 심정으로 뭐든 다 퍼주고 싶은 친구이긴 한데...친구지만 사랑이 있어야지만 가능한 것이 바로 동거 같아요.
저는 제가 남들과 소통 잘하는 성격인 줄 착각하고 직장생활할 때 잠깐 이종사촌 언니집에 잠깐 같이 산 적 있었는데 장기간의 동거가 어렵더라구요.바로 방 얻어서 나왔더랬죠ㅋㅋㅋ
그래서 제 친구가 대단한 거였구나!!깊이 깨달았죠~^^
그걸 다락방님 친구도,그리고 황정은 작가도 하고 있군요.다들 정말 대단합니다^^

다락방 2021-11-16 11:03   좋아요 2 | URL
함께 살기로 결심했다가 뛰쳐 나오는 경우들이 많더라고요. 여태 다르게 살아온 사람들이 한공간에서 당연히 잘 맞을수는 없는 것 같아요. 오래 가는 사이는 운좋게도 많은 부분들이 비슷해서일 수도 있지만, 각자 서로에 대한 노력으로 자신을 조금씩 상대에게 맞춰갔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아요. 그리고 상대에게 맞춰갈 마음이 생기고 의지가 생기고 노력을 한다는 건, 책나무 님 말씀처럼 바로 사랑인 것 같습니다. 사랑하지 않으면 굳이 노력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저 역시 상대에게 맞추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들이 떠오르네요. 노력하고 싶어지는 상대가 있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이에요.

새파랑 2021-11-16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도 천재 아니신가요? 자칭 천재 타칭천재~! 김광진 솔베이지의 노래 완전 좋아요~!! 역시 책잘알 음잘알 다락방님~!!

다락방 2021-11-16 11:04   좋아요 1 | URL
저도 김광진의 솔베이지의 노래 듣고 너무 좋아서 솔베이지나오는 페르귄트 읽어볼 결심을 했던 거예요. 그러다 페르귄트 읽고 페르귄트 욕 천 번 했지만요 ㅋㅋㅋ

저는 천재랑은 거리가 멀지만 .. 그냥 천재인걸로 알고 살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1-11-16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직 읽기 전인데 락방님 글 읽으니 얼른 후딱 읽고 싶어져요. 혼자 살아가는 그 마음 저는 품을 수 없어서 더 거대해보이고 멋져보여요. 진정한 어른이라면 독립이 가능해야 하다고 여기는데 아무래도 저는 독립은 이번 생 물 건너 갔다 싶어서. 하지만 혼자 살아가는 내 친구 보면서 대리만족감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황정은은 언제 읽었는지 까마득한데 저도 에세이 읽고 다른 소설도 찾아 읽어봐야겠어요.

다락방 2021-11-16 11:07   좋아요 0 | URL
저는 참으로 사회적 동물이고 게다가 다른 사람을 만나면서 에너지를 얻는 타입인데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 것은 생각은 잘 못하겠어요. 나가서 만나고 안으로 오면 혼자, 가 가장 완벽하게 느껴져요. 타인이 필요한 순간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혼자인 시간도 그못지않게 필요하거든요. 나중에 제가 혼자 살게 되면 초대할게요. 종종 들러주세요. 와인은 항시 구비하고 있겠습니다.
소주도
맥주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황정은의 연년세세를 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아직 그걸 안읽었지 뭡니까. 아니 어제 책 주문했는데 오늘 또 살 책들이 산더미이니 어쩌면 좋아요? 하아-

블랙겟타 2021-11-17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정하게 함께 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정말 말만 들어도 좋은 것 같아요.
하지만 저도 가족 이외에 누군가와 같이 산다는 것이 가능할지 스스로 의문이 들긴 해요.
조금 더 어릴 땐 이 썩을 세상에 나 혼자면 되지라고 생각이 들었던 적도 있었어요. 제가 남에게 폐 끼치는 것을 꺼리는 성격이라 그런걸까요. 어디 가고 싶달까 그런 때에도 친구 혹은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봐서 같이가기 보다 혼자 가는게 속 편했거든요. 나도 남들에게 맞추기 힘든 것도 있었구요. 그래서 속 편하게 실패하더라도 나 혼자 실패하자고 생각해서 진짜 하고 싶은 거 있을 땐 혼자 하는 편이였어요. 그 속에서 아직 외로움(?)은 느끼지 못했지만 간혹 아. 사는 게 재미없다라고 느낀 적은 있었죠. 이런게 외로움였으려나요.
그래서 저라는 사람이 누군가와 함께 생활가능한 존재일까라고 이 글을 읽으면서도 고민이 되네요 ^^;;
그런데 요즘은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어요. 아프거나 이럴 때 서로 안부를 물어봐주고 다정하게 함께 할 수 있는 존재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진짜 나중에 많이 아파서 예전처럼 회복하기 힘들더라도 아픈상태로도 서로가 도우면서 잘 살아갈 수 있는 그런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보다 먼저 저부터 마음을 열 준비를 해야겠죠 ㅋㅋㅋㅋ

다락방 2021-11-17 14:23   좋아요 1 | URL
맞아요 블랙겟타님. 다른 사람과 연결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관계라는 건 한쪽만 노력한다고 되는 건 아니니까요. 너와 내가 같이 노력해야 유지가 되고 더 단단해지는 것 같아요.
저는 외로움이라는 걸 유독 많이 느끼는 사람도 있고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사람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딱히 외로워서가 아니라도 인간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야 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더 강한 유대감을 가진 누군가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러면서도 저 역시 다른 사람하고 같이 사는 건 난 안될거야, 라고 생각하긴 하지만....아무튼...

양꼬치나 먹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