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알람을 부러 평소보다 이십분 더 빨리 맞춰놓고서는 '내일 아침엔 고메 짬뽕 끓여먹고 출근해야지' 라고 나름 다음날 아침에 대한 계획을 세워두었더랬다. 퇴근후 집에 돌아가 할 일을 모두 마치고 침대에 딱 자리 잡고 앉아서는 그렇게 알람을 맞춰두고 제2의 성을 펼치려다가 싫다!! 소설을 조금만 읽고싶다!! 해서는 며칠전부터 읽으려고 침대에 갖다 두었던 책(침대에 책이 좀 널브러져 있습니다. 퀸사이즈라 괜찮아욤), 버터를 들고 읽기 시작했다. 며칠전에 앞에 한두장 읽었었지만 내용 다 까먹어서 그냥 처음부터 읽었다. 처음엔 침대 탓인지 좀 졸렸는데 아니, 이거 미쳤어 진짜 ㅋㅋㅋ 내가 생각한 책이 아니라서 중간에는 억지로 책을 덮고 잠을 청해야 했다.


'리카'는 기자다. 키가 크지만 큰 키 때문에 덩치가 커 보일까봐 몸무게는 50킬로를 넘지 않게끔 유지한다. 리카가 레이코란 친구를 만나면서 레이코의 키가 166 이라고 언급하는 장면이 있는데 리카의 키가 크다고 하면 그보다 더 클 터. 그런데 몸무게가 50이 넘지 않는다니, 아주 마른편이라고 하겠다. 그런 리카는 기자라는 업무적 특성상 사람을 만날 일이 많고 저녁 식사를 밖에서 해결하곤 했다. 혼자 사는 집에서는 요리를 통 하지 않고 밥솥도 없는 형편. 게다가 리카는 자신이 초딩 입맛이라 편의점 도시락도 오케이라고 하는 사람이니 딱히 먹는거엔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해도 좋겠다. 아마 먹는 것에 그토록 관심이 없으니 그런 마른 체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친구인 레이코는 요리를 잘해 친구의 집에서 잘 차려진 식사를 대접받고 감탄하지만 그러나 자신이 그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은 딱히 하지 않고 있다. 그런 리카가 취재차 '가지이 마노코'에게 만남을 요청한다.


가지이 마노코는 현재 3년째 구치소에 갇혀있다. 결혼사이트를 통해 만난 남자 세 명을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데, 구치소에 갇혀있기 전까지는 블로그 활동을 열심히 했다. 그녀는 주로 맛집을 찾아다니고 쇼핑하는 걸 좋아했다. 언론에서도 아직 가지이에 대한 관심이 식지 않은 터라 리카는 그녀를 취재해보고 싶은 거다. 가지이가 남자 세 명을 죽였다는 것 말고도 이 사건에서 사람들을 놀라게 한 건, 가지이가 날씬하지도 않고 예쁘지도 않다는거였다. 사람들은 저런 외모의 여자가 어떻게 남자들을 잘도 꼬셔서 죽였네? 라며 신기하게 보던 터다. 리카는 그녀를 취재해 특종을 터뜨리고 싶었고 그렇게 만나자는 요청을 해두었는데, 답이 없던 터였다. 이에 친구 레이코는 '(마지막 피해자가 맛있게 먹었다던) 비프 스튜 만드는 법을 알려달라고 말해봐' 라고 제안하고, 그 제안을 따랐더니 드디어 가지이로부터 연락이 왔다. 만나겠다고.


부푼 기대감을 안고 리카는 가지이를 만나러 갔는데 가지이는 사건에 대해서는 전혀 말이 없고 음식, 요리에 대해서만 말을 한다. 아니, 아니다. 음식과 요리가 아니다. 버터에 대해서 말하는 거다.

마가린이 버터보다 칼로리도 낮고 콜레스테롤도 낮아서 몸에 좋지 않냐는 리카의 말에 가지이가 버럭 화를 내는거다.


"문제는 버터 맛도 잘 모르면서 버터는 좋지 않다고 단정 짓는 거예요. 마가린이 훨씬 몸에 안 좋은데. 그런 모조품 ……. 트랜스 지방산 덩어리라고요. 알겠어요?" -p.38



앗?! 나도 당연히 마가린이 더 좋은건줄 알았는데.. 아니야? 아무튼 계속 읽어보기로 하자. 가지이 이 사람, 버터에 진심이구나.


"버터간장밥을 만드세요." -p.38



리카의 집 냉장고에 딱히 요리할 재료가 있지 않다는 걸 알고서는 가지이가 버터간장밥을 만들어 먹으라고 제안하는 거다.


버터간장밥이라니, 말만 들어도 맛있겠는데? 조카들 아기 때 밥 잘 안먹으면 엄마가 간장에 참기름 넣어 비벼주셨던 생각이 난다. 조카들은 잘도 먹었었지. 한국엔 참기름간장밥이 있어! 아니, 그런데, 가지이 이 여자, 진짜로 버터에 진심에 진심을 얹으셨어!!


 

"갓 지은 밥에 버터와 간장을 넣고 비벼 먹는 거예요. 요리를하지 않는 당신도 그 정도는 하겠죠. 버터가 얼마나 훌륭한지 가장 잘 알 수 있는 음식이에요."

얼버무리고 넘어가지 못할 만큼, 그녀는 엄숙하게 말했다.

"버터는 에쉬레Echiré라는 브랜드의 가염 타입을 써요. 마루노우치에 전문점이 있으니 거기에서 손에 들어보고 잘 확인해서 사면 돼요. 버터 품귀인 지금이 해외 고급 버터를 시험할 좋은 기회예요. 맛있는 버터를 먹으면, 난 뭔가 이렇게 떨어지는 느낌이 들어요."

"떨어져요?"

"그래요. 붕 날아오르는 게 아니라, 떨어져요. 엘리베이터에서한 층 아래로 쑥 떨어지는 느낌. 혀끝에서 몸이 깊이 가라앉아요."

방금 타고 온 엘리베이터에서 느낀 중력을 떠올려보았다. 메모하는 것도 잊고, 리카는 몸이 절로 앞으로 쏠리는 상대의 말솜씨에 빨려들었다. 가지이의 눈과 입술이 촉촉해지기 시작해서 흠칫놀랐다. 그녀의 황홀한 듯 멍한 시선은 이곳이 아닌 어딘가로 향해 있다.

"버터는 냉장고에서 막 꺼내서 차가운 채로 넣어요. 정말로 맛있는 버터는 차갑고 단단한 상태에서 식감과 향을 맛보아야 해요. 밥의 열기에 바로 녹으니까 반드시 녹기 전에 입으로 가져가야 해요. 차가운 버터와 따뜻한 밥. 일단 그 차이를 즐겨요. 그리고 당신입속에서 두 가지가 녹아서 섞이며 황금색 샘이 될 거예요. , 보이지 않아도 황금색이란 걸 아는, 그런 맛이죠. 버터가 엉킨 밥 한알 한 알이 자기 존재를 주장하고, 마치 볶은 듯한 향기로움이 목에서 코로 빠져나가죠. 진한 우유의 달콤함이 혀에 감기고..."

입속에 침이 고인다. 삼키면 분명 목에서 꼴깍 소리가 날 것이다. 그것만은 피하고 싶다. 가지이는 갑자기 자세를 바로잡더니가슴 앞에서 통통한 손가락을 깍지 꼈다. -p.39~40



아니, 이게 뭐야. 책 제목이 버터인 게 괜히 버터가 아니었어. 처음에 버터 품귀현상에 대한 언급 있길래 그런가보다 했는데 버터가 잠깐 나오는 게 아니었어. 버터에 진심인 여성 살인 용의자가 나오는 거였어!


그런데 나를 어쩌면 좋담? 아니, 저 부분 읽고 와 나는 미쳐버릴 것 같은 심정으로 버터간장밥을 원하게 된다. 지금 당장 해먹고 싶다! 나는 빵을 구웠던 사람이라(응?) 냉장고에 항시 버터가 있다. 가지이가 말하는 에쉬레 버터, 고급 버터가 아니라 서울우유 버터이지만, 내게는 버터가 있다. 게다가 밥통에 따뜻한 밥도 있고 간장도 있다. 요리 못하는 사람도 기본적으로 갖출 수 있는-버터는 사러 가야겠지만- 모든것이 내게 있다. 아아, 당장 침대를 뛰쳐나가 부엌으로 가면 나는 가지이가 말한 버터간장밥을 해먹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참아야 한다, 나는 이제 잘테니까. 그리고 계속 읽는다.


리카는 그 말대로 밥솥을 사고 쌀을 사고 버터를 산다. 혼자산지 오래되었지만 집에 밥솥도 쌀도 없는 사람이었던 것. 그리고 시키는대로 해먹어보고 완전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며, 그 후에는 가지이의 블로그에서 간단히 소개된 요리를 해먹는다. 파스타 면을 삶고 버터와 명란을 넣어 먹는거다. 버터명란파스타. 그것도 엄청 맛있어서 한 번 해먹고 또하고 막 그래. 아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참을 수가 없다. 나는 내일 아침은 버터간장밥을 꼭 먹겠다!! 로 짬뽕에서 계획을 변경하고 잠들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나는 큰 그릇에 밥을 한가득 퍼내고 그 위에 버터를 올린 다음 밥 속으로 쏘옥 밀어 넣었다. 버터는 금세 녹았고 거기에 간장을 부어 밥을 비벼 먹었다. 와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미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짐작했지만 넘나 존맛탱인것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릴 적에 마가린에 간장이나 고추장 넣어 비벼먹었었는데, 아아 그 기억들을 잊고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이 그 기억을 꺼내왔어. 버터는 언제 빵을 구울 지 모를 나를 위해 냉장고에 언제나 준비되어 있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버터간장밥을 위해 언제나 준비해두어야 겠다.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넘나 맛있어. 버터간장밥은 오늘 아침 내 마음에 스며든다. 아 좋은 식사였다.. 그렇게 마음에 버터가 녹아내려... 그렇지만,



사실 나는 버터를 그렇게나 먹으면 안되는 사람이다. 나는 버터를 넘나넘나 사랑해서 버터 향만 맡아도 기분이 풀어지는 사람이고 앙버터 먹으면서 으음~ 하고 눈감고 신음소리 내는 사람이지만, 그런데 내게는 쓸개가 없다. 하아. 담낭제거술을 받은 나는 사실 버터를 먹으면 안되는데 ㅠㅠ 버터가 너무 좋아서 안먹을 수가 없다. 그것 외에도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들-삼겹살, 족발 등등-을 다 먹으면 안되지만 그냥 다 먹고 있다. 다만 수술 후에 내가 안먹는 건 앙버터다.. 그것만큼은 너무 버터버터해서 먹지 않고 있어. 오늘 마음에 버터가 녹아 내리면서 흑흑 맛있어 좋아 역시 버터가 짱이야 버터는 웬만한 남자보다 더 나를 행복하게 한다고 생각하면서 그렇지만.. 내 몸에는 안좋은데.. 하는 어떤 불안감이 스며들었다. 흑흑 ㅠㅠ 명란 안좋아하니까 버터명란파스타는 안해먹는 걸로.. 그렇지만 어느 의욕 없는 하루라면 버터간장밥을 먹자. 와. 가지이 이 사람 뭐지?



그렇게 집에서 밥을 해먹는 맛, 요리 해먹는 맛을 알게된 우리의 리카, 살이 찐다. 안 찔 수가 없다. 먹는거에 별 관심 없는 사람이었다가 집에서 맛있다고 버터간장밥 먹고 버터명란 파스타 해먹으니 어떻게 살이 안찌겠는가. 어느틈에 금세 5킬로가 늘었고 이것 때문에 남자친구한테 잔소리를 듣는다. 그렇게 밤에 파스타 먹었는데 살이 찌지 않겠냐며 남자친구는 그녀에게 하는수없으니 이제부터라도 자제하라고 문자메세지를 보낸다. 이에 리카는 빡이 친다 빡이 쳐.

<그렇지만 마코토도 남 얘기 할 때 아니잖아. 술을 전혀 줄이지 않아서 요즘 배가 장난 아니던걸. 코도 골고> -p.102


그러자 남자친구인 마코토는 이렇게 답을 보내온다.


<남자 뚱보와 여자 뚱보는 다르잖아? 리카를 위해 하는 말이야.> -p.102

<모진 마음으로 말하지만, 살찌는 것만은 정말 좋지 않아. 난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여자 체형 따위는 별로 없지만, 주위에 노력이 부족한 걸로 보여서 신뢰를 잃어.> -p.102



와 진짜 개놈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자기도 술 안끊어서 배 뿔룩 나온 주제에 어디서 잔소리야. 게다가 50키로도 안넘었던 여자가 거기서 5키로 쪘어도 많아야 54-55 인데 이걸 가지고 살쪘다고 지랄이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주제 파악 좀 해라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노력이 부족한 걸로 보여서 신뢰를 잃는다고? 하아 이것은 얼마나 여자 체형에 대한 미친 신화인가.




미용 관습은 여자의 순종을 표시한다. 여기에서 순종은 여자에게 성적으로 복무할 의지, 심지어 성적 복무를 위해 노력을 들일 의지가 있다는 뜻이다. 여자가 단순히 ‘다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더 중요하게는 ‘굴종적‘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게 미용 관습이라고 나는 주장하고 싶다. 여자가 구현해내야 하는 성적 차이difference 가 바로 굴종deference인 것이다. - 《코르셋》, 쉴라 제프리스, P98










리카는 남자친구의 문자에 기분이 나쁘다. 정확히 꼬집어 말할 수 없는 기분 나쁨이 있다. 불쾌하다. 리카는 가지이를 만나러 가게 되기를 기다리고 자신이 먹었던 음식에 대한 감상을 얘기하고 또 듣고 싶어한다. 그리고 자신이 살이 쪘다는 얘기도 하게 된다. 일본에서는 마른 여자를 좀 더 예쁘게 생각하고 그게 건강에도 좋다고 여기고 있다고. 그러자 우리의 가지이는 이렇게 얘기한다.


"당신 대체 무엇 때문에 살을 빼려는 거예요? 남자들 눈을 의식해서? 그렇다면 걱정 없어요. 남자는 원래 푸근하고 풍만한 여자를 좋아해요. 여기서 남자란 정신적으로 성인이고 유복하고 여유 있는 진짜 남자를 말하는 거지만, 어린아이처럼 마른 체형의여자를 좋아하는 남자는 자기한테 자신이 없어서 예외 없이 비굴해요. 성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하고, 금전적으로도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죠." -p.109


ㅎㅎㅎㅎ 나는 남자들이 원래 푸근하고 풍만한 여자를 좋아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진짜 남자는 그렇다는 것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지만, 그러나 가지이가 말한 저 뒷부분, 마른 체형의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는 자기한테 자신이 없어서 예외없이 비굴하다, 성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하고 금전적으로도 여유가 없다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너무 유쾌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멋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짱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앞에만 조금 읽었는데 이 책 버터는 나에게 버터간장밥을 남겨 버터를 마음에 스며들고 녹아내리게 했다. 이거 마저 읽고 싶어서 미치겠구먼. ㅋㅋㅋㅋㅋ


이제 리카의 배 나온 남자친구, 배 나온 주제에 여친한테 살 빼라고 하는 한심한 남자친구를 위해 몇 개의 인용문을 떨구고 가겠다. 당분간은 버터간장밥에 대한 사랑이 넘칠 것 같다. 버터 진짜 만세만세 만만세야. 버터는 언제나 마음에 녹아내려.





남자가 얻는 유익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여자가 미용 관습을 통해 남자를 ‘보완complement‘하는 존재인 동시에 ‘보상compliment‘하는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여자는 ‘이성‘이면서 종속된 성으로서 남자를 ‘보완‘한다. 또 남자의 성적 흥분을 위해 언제든 치장할 태세가 되어 있으므로 남자에게 ‘보상‘이 된다. 따라서 남자는 남성성을 확인받을 수 있는 데다가, 여자가 노력을 들였다는 데에서 우쭐함도 느낄 수 있다. 거기에 여자가 하이힐을 신기라도 하면 남자 자신의 기쁨을 위해 여자가 고통을 견딘다는 뿌듯함도 있다. 미용 관습을 거부하는 여자들은 남자를 보완하지도, 남자의 보상이 되지도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며 이런 저항은 지배성 계급의 일원들, 즉 남자들에게 깊은 반감을 살 수 있다. - 《코르쉣》, 쉴라 제프리스, P114









"하지만 오빠 말도 일리가 있어. 당신을 보면 자기가 도덕 개혁 운동을 한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 살이 찌면 사회적으로 따돌림을 당할 수는 있지. 재혼할 가능성도 낮아질 거고, 건강도 크게 영향을 받을 거야. 하지만 살찐 게 '악'은 아니잖아. 마찬가지로 당신이 운동하는 것도 '선'과는 아무 상관이 없어. 그런데 당신은 그게 선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거든. 운동을 하면 기분은 좋겠지. '뿌듯'하기도 하고 하루 종일 뒹굴거리는 사람보다 우월한 느낌이 들 거야. 하지만 그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시간 낭비에 불과해."-《빅 브러더》, 라이오넬 슈라이버, p.168-169





당신이 무슨 말과 행동을 하는지에 상관없이 오직 당신의 몸만이 가족과 친구들에게, 때론 낯선 사람들에게 공공 담론의 대상이 된다. 당신의 몸무게가 늘었을 때, 감량을 했을 때, 혹은 그대로 유지했을 때도 어느 누구나 당신 몸의 비평가가 될 수 있다. 사람들은 당신에게 비만의 위험성에 대한 각종 통계와 정보를 코앞에 들이미는데 마치 당신은 뚱뚱할 뿐만 아니라 멍청해서 당신 몸의 실체에 대해, 그 몸을 최대한 적대적으로 대하는 이 세상에 대해 무지하거나 착각에 빠져 있는 줄 아는 것 같다. 그 사람들은 언제나 당신에게 가장 ‘유익한‘ 것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이런 비평들은 항상 ‘염려‘라는 말로 포장되곤 한다. 그들은 당신이 사람이라는 것을 잊는다. 당신은 곧 당신의 몸이고 결코 그 이상이 아니며 당신의 몸은 그보다 더 못한 것이 되어야만 한다. -《헝거》, 록산 게이, p.145-146






나는 왜 스스로를 굶기고 있었을까? 자기 자신에게 굶주림을 강요하는 것은 외부자의 시선으로 보면 신체에 대한 자기학대와 다름없다. 만약 내가 반년 동안 매일 1,000칼로리 이하만을 섭취한 것이-그래서 월경이 끊기고, 손발이 파래지고, 두피보다 학교 점퍼 어깨에 붙은 머리카락이 더 많아진 것이- 우리 부모님 탓으로 보였다면, 학교 선생님들은 아마 사회복지사에게 연락했을 것이다. 명백히 학대이기 대문이다. 그렇다면 개인주의를 기반으로 굴러가는 우리 사회에서 스스로 굶기를 선택하는 것은 자기혐오나 자해와 동등하다고 간주할 수 있을 것이다. - 《여자다운 게 어딨어》. 에머 오툴, P15










여자인 나의 몸은 끝도 없이 검열과 통제의 대상이 되며, 시도 때도 없이 마치 진열대에 놓인 물건처럼 취급받는다. 뚱뚱한 내 몸은 풍자당하고 공공연하게 매도당하며 도덕적, 지적 실패로까지 여겨진다. 내 몸은 내 직업적 가능성과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제약하고, 공정한 시험을 받을 기회는 물론 할리우드 영화와 인터넷 악성댓글이 하나같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한 가지 조처, 즉 나의 사랑받을 능력을 축소시킨다. -《나는 당당한 페미니스트로 살기로 했다》, 린디 웨스트, p.106











여성의 건강을 걱정하기 때문에 비만을 혐오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여성의 건강을 향상시킬 다른 방법을 정중히 제안하려 한다. 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하자. 국경 없는 의사회에 기부하자. 여성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연구와 법률 제정을 지원하자.
잔인함은 건강에 개입하는 방식이 아니다. 이는 그저 자신의 자존감을 북돋아 주기 위한 독선적이고 그릇된 시도일 뿐이다. 왜 몸을 걱정하고 존중하는 대신 몸을 한탄하고 건강을 방해하는가. 왜 여성이 자신의 사적이고 중요한 부분을 스스로 미워하기 바라는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몸을 돌보는 일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러네이 엥겔른, p.117-118






"어째서 세상 남자들은 아무도 돌보지 않으면 생활이 한없이 엉망이되는 걸까요. 그리고 그게 자기 관리가 부족한 게 아니라, 불쌍하고 안타까운 일로 세상에 관대하게 용서받는 걸까요……." - P66

"나는 돌아가신 아버지한테 여자는 누구에게나 너그러워야 한다고 배우며 자랐어요. 그러나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것이 두 가지 있어요. 페미니스트와 마가린."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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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1-10-14 09: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앗! 버터 간장밥을 안 드셔봤어요? 오메... 을매나 좋은데요. 간장 대신에 된장찌개를 비벼도 죽입지요. 마지막 한 숟가락엔 배추 김치 한 쪽 추가! ㅋㅋㅋ

다락방 2021-10-14 09:49   좋아요 3 | URL
어릴적엔 마가린에 잘도 비벼먹었는데 그동안 완전 잊고 살았어요. 오늘 아침에 버터간장밥 해먹고 뒤로 쓰러질 뻔 했네요. 아 큰일이에요. 이렇게 먹다가는 진짜 슈퍼돼지가 될텐데 말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물론 저도 김치랑 함께 먹었습니다. 아 너무 좋은 아침식사여서 시간을 되돌리고싶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미미 2021-10-14 10:17   좋아요 3 | URL
버터와 된장찌게 조합도 훌륭합니다~♡ 버터는 된장찌게에 넣어도 신비한 맛이나요👍

다락방 2021-10-14 11:39   좋아요 2 | URL
아아 망친 버터 야채볶음을 된장찌개에 넣고 제가 이것이 뭔 맛이여 하고 후회한 적이 있었는데.. 어쩐지 조합하고 싶지 않은 조합이지만 다음엔 한 번 시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 입에 아직도 버터간장밥이 있네요. 독서란 해로운 것입니다..

공쟝쟝 2021-10-15 10:03   좋아요 0 | URL
된장...............이요????????????????? 헐............

잠자냥 2021-10-14 1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 이 책 읽다 보면 먹고 싶은 음식 많아집니다. 특히 초반에 버터간장밥 정말 침 넘어가죠? 저도 와... 비벼먹을까 하다가 참았는데, 역시 다부장님은 다음 날 아침 실행!

그나저나 저 리카 남친 정말 짜증나죠. 읽다 보면 여러 부분에서 짜증나는 놈입니다...;

전 오늘 빵에 버터 발라 먹었음~ 헤헤.

다락방 2021-10-14 13:53   좋아요 1 | URL
버터간장밥을 어떻게 참으셨어요, 잠자냥 님? 이게 재료 준비가 어려운 것도 아니고 조리나 요리에 시간이 필요한 것도 아니라서 너무 그냥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해치울 수 있잖아요. 이걸 대체 어떻게 참으셨습니까? 너무 자제력 뛰어나신 거 아녜요? 저로 말씀드리자면, 아시겠지만, 책 읽다가 빵 굽는 삶 살겠다고 전기오븐 사는, 그런 사람이잖습니까. 버터간장밥이야 말해 뭐하겠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오 저 배나온 남자친구 진짜 너무 짜증나요. 왜 사귀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여튼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넘나 궁금합니다. 후훗. 이것 때문에 제2의 성을 못읽고 있네요. -.-

저는 내일도 버터간장밥 도전... (이러면 안되는데.....)

단발머리 2021-10-14 1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용해주신 구절구절 아주 주옥같네요. 특히 <코르셋>은 다시 읽고 싶고요.

저도 마가린에 밥 비벼먹었던 사람으로서 버터로의 상승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심히 고민되는군요. 전 점심은 고구마랑 라떼인데 저녁은 어떻게 해서든지 버터 비빔밥 먹고 싶네요^^

다락방 2021-10-14 13:56   좋아요 2 | URL
코르셋 저도 인용문 읽다보니 다시 읽어보고 싶더라고요. 이것도 조만간 같이읽기 한 번 해야할까요? 후훗.

저도 마가린에 밥 비벼먹었었는데 버터라니, 너무 사치스러워서 이거야 원 ㅋㅋㅋ 근데 타미 보니까 집에서 부대찌개 먹을 때는 버터에다 밥 비벼 먹더라고요? 밥에 버터넣고 부대찌개 이케이케 해가지고 먹더라고요. 세상에.. 이 아이는 이런 건 또 어케 알고 즐기는건지, 원 ㅋㅋㅋㅋㅋ(아마도 아이 아빠가 알려줬겠죠 ㅎㅎ)
전 점심에 회덮밥+냉모밀+유부초밥 먹었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녁은 엔초비 파스타 생각중이고요 ㅋㅋㅋㅋ 내일 아침은 버터간장밥으로다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단발머리님 오늘 버터간장밥 드신다면 감상 꼭 들려주세요! >.<

공쟝쟝 2021-10-15 10:04   좋아요 1 | URL
같이 읽기 찬성~ ㅋㅋㅋ (저 우와 넘 재밌다!! 이러면서 ... 읽다 만 코르셋!! ㅜ_ㅜ)
그리고 저도 오늘 버터 간장밥 꼭 해먹을래요~!!! 근데 그전에 짬뽕 먼저 먹을래요~ 점 짬 저 버간 ㅋㅋㅋ

프레이야 2021-10-14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갓한 쌀밥으로 버터간장밥 진리죠. 간장게장 간장 따로 모아뒀다가 여기저기 재활용해도 좋아요. 버터간장밥에도. 쓰읍 넘나 맛나는. 전 방금도 버터 듬뿍 발라 구운 토스트 먹었어요. 버터사랑. ㅎㅎ 근데 쓸개 없으면 버터 별로에요? 옆지기도 2012년에 그거 제거했는데 버터 완전 좋아하거든요.

다락방 2021-10-14 14:32   좋아요 1 | URL
쓸개즙이 지방을 소화하는 역할을 하는데 쓸개가 없으면 쓸개즙 분비가 안되거든요. 차츰 간에서 그 역할을 대신해주긴 하는데, 쓸개 있는거랑은 달라서 병원에서는 지방 들어간 음식을 가급적 조심하라고 하더라고요. 수술을 마치고 일주일은 조심했는데 그 다음부터는 조심 안하게 되더라고요.... 병원에서 시키는대로 했으면 제가 지금보다 20kg 는 몸무게 덜 나갔을 거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프레이야 2021-10-14 15:14   좋아요 0 | URL
ㅋㅋ 20킬로나요. 지방 분해가 문제였군요. 말해줘야겠어요. 그 의사는 왜 그런 말도 안 줬을까요. 듣고도 못 들은 척한걸까요. 지방을 사랑하는 사람이라. 요샌 그래도 배 나온다구 야식도 삼가고 독하더라구요. 그때 제거한 타조알만 한 담석을 여적 보관하던데. 왜 집착하는지 ㅎㅎ

수하 2021-10-15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잊고있던 버터간장밥! 버터간장달걀볶음밥도 생각나네요.

<비거닝>에서 이라영씨가 버터를 포기하기가 힘들었다고 썼던 게 생각나요.
버터는 정말 포기할 수 없는것!

(이렇게 또 버터, 코르셋을 주섬주섬 담고...)

다락방 2021-10-18 09:31   좋아요 0 | URL
저 오늘 아침에는 버터에 고추장, 콩나물 넣어 비벼 먹고 왔습니다. 아 버터에 홀릭해서 큰일이네요. 원래도 좋아했는데 더 좋아졌으니 이를 어쩌면 좋아요.

이라영 작가의 비거닝 찾아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