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前)애인은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었다. 젊은 시절에는 책을 많이 읽었으나 언젠가부터 책을 한 권도 안읽는 사람이 되었어. 나를 처음 만나던 그의 나이 스물일곱에도 그는 책을 읽었었고, 책 때문에 나랑 만나게 된거였는데, 그런데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세월이 흐르고 그는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그런 그가 내 글만큼은 항상 읽어왔다. 나와 연애하던 시절 그의 아이폰에는 다락방 폴더가 따로 있었다. 거기에는 나의 알라딘과 SNS 그리고 개인 블로그까지 즐겨찾기가 되어 있었다. 그는 내 글들을 빠짐없이 다 읽었고, 그래서 내가 읽은 책을 그가 읽지는 않았어도, 내가 읽은 책에 대해 얘기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었다. 내가 인용해둔 밑줄긋기를 읽고, 그 내용으로 농담을 하는 것까지 우리에게는 가능했다.
어제 페이퍼를 쓰고 나서도 생각한건데, 이렇게 내 글만 읽어도 어느 만큼은 아는 것이 가능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가서 잘난척할 만큼은 전혀 안되겠지만(그건 나도 못하는 거니까), 그렇지만 안읽었다면 알 수 없는 것들을 읽을 수 있잖아. 게다가 얼마만큼은 또 머리에 넣을 수도 있고. 내가 쓴 글에서야 정보값이 별로 없다 해도, 인용문들에서는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으니. 그러니 책을 전혀 읽지 않는 사람이라도 아무것도 모르는 걸 원하는 게 아니라면, 이렇게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읽는 것도 매우 좋은 공부가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거야말로 써머리잖아? 그렇지만 지극히 글쓴이의 주관이 담긴 것일테니, 그건 읽는이가 알아서 처리할 문제고.
전애인은 내가 쓴 글을 읽고 쭉쭉 빨아들이는 편이었는데, 그래서 그의 특징을 말하자면, 그것의 출처가 내 글인지 간혹 까먹는다는 데 있었다. 어쩌면 이건 남자들의 특징인건지도 모르겠다. 개인의 특징인걸지도 모르겠고. 가끔 내 글에서 읽고 알아놓고서는 나한테 마치 전혀 새로운 걸 얘기하듯해. 나는 혼자 속으로 '그거 내 글에서 본거잖아, 내가 쓴거잖아' 했더랬다. ㅎㅎ
아, 그러니까 무슨 얘길 하려는 거냐면,
책을 읽기 싫다면 책을 읽은 사람의 글을 읽는 것이 좋은 써머리가 될 거라는 것. 물론 '좋고 나쁜'건 읽는 사람이 판단할 몫이지만.
'이라영'의 《정치적인 식탁》을 읽었다. 내용으로 보자면야 사실 특별할 게 없었다. 이미 내가 알고 있고 생각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글들이 이 안에 있었으니까. 그러나 다른 사람이 정갈하게 정리해둔 글을 읽는 것은 또 그대로의 의미가 있고, 정치적인 식탁은 나에게 써머리가 되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예술을 공부한 사람이라서인지, 본문에 맞는 그림(혹은 사진)들을 삽입했다는 데 있다. 그림에 문외한인 나는, 그걸 보는 게 좋더라. 그러다가 이런 사진을 만났다.
'차별'에 대해 말하는 부분에 실린 저 사진. 아니, 저것은 내가 얼마전에 맥키넌의 책에서 본 바로 그 사진이잖아. 마침 책상에 맥키넌의 책도 있던 터라, 휘리릭 책장을 넘겼다. 자, 여기있다!
'엘리엇 어윗'의 저 사진은 차별, 불평등에 말하는 대표적인 사진이로구나. 엘리엇 어윗의 이름을 내가 외우지는 못할 것 같지만, 그렇지만 이 사진을 본다면 불평등과 차별에 관해 말하는 대표적인 사진이며, 맥키넌과 이라영이 모두 가져왔던 그 사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크- 너무 좋아. 나 똑똑해... 여기 나온 사진 저기 나온 사진 막 알아가지고 이렇게 다 찍어서 가져와. 세상 똑똑해.. 천재천재...
그러니 책 읽기 싫으신 분들이여, 써머리라도 읽자. 내가 작성한 써머리. 이렇게 천재가 작성한 써머리가 알라딘에 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정치적인 식탁 읽다가 빡친 부분을 가져와보겠다. 오늘은 또 오늘의 빡침이 있는 거잖아?
'허난설헌'과 '허균' 평전 모두에 들어있다는 '화담 서경석'의 일화이다.
나의 선친께서는 화담(서경덕의 호) 선생에게서 가장 오래 배웠다. 한번은 7월에 선생 댁을 찾아가니 화담으로 떠난 지 이미 엿새나 되었다 하므로 즉시 화담 별장으로 가는데 가을장마에 물이 불어 건널 수가 없었다. 날이 저물어서야 여울물이 조금 줄었으므로 겨우 건너서 화담에 이르니 선생은 거문고를 타며 큰소리로 읊조리고 있었다.
선친께서 저녁밥을 짓기를 청하니 선생은,
"나도 먹지 않았으니 내 몫까지 함께 짓는 것이 좋겠다."
하였다. 하인이 부엌에 들어가 보니 이끼가 솥 안에 가득하였다. 선친이 이상히 여기고 그 까닭을 묻자 선생이,
"물이 막혀서 엿새를 집사람이 오지 못했기 대문에 내가 오랜 동안 식사를 못하였다. 그러니 분명 솥에 이끼가 끼었을 것이다."
하므로, 그 얼굴을 바라보니 조금도 굶주린 기색이 없었다. (정치적인 식탁 재인용,P.53-54)
야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쳐돌았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집사람이 안오면 솥에 이끼가 끼도록 밥도 안해쳐먹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자라지만 집에 온 손님한테 밥하라고 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배가 안고파도 솥은 씻어서 좀 말려둬야지 이끼 끼게 내버려두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처구니 진짜 대박 상실했다. 이라영도 지적하지만, 이 평전에서의 저 일화는 '엿새를 굶고도 굶주린 기색이 없는' 화담의 굳건한 모습에 초점을 맞춘(P.54) 것이지만, 이라영도 빡치고 나도 빡쳤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야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험한 말 나온다.
그러고보니 최근 지인이 겪은 일화도 생각났다. 열흘간 여행을 마치고 들어왔더니 남편이 열흘동안 설거지를 안하고 그대로 쌓아두었다는... 야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게 실제 일어나는 일이다. 이거 실화고 리얼이고 팩트야. 참나원. 열흘동안 설거지 쌓아두는 그 마음은.. 뭐야? 아내가 없다고 밥을 안해먹으면 안해먹는대로 꼴보고 싫고 걍 굶어죽어라 이런 마음 되지만, 설거지를 안했다니 또 그건 그것대로 살겠다고 쳐먹긴 하고 씻지는 않냐, 또 이런 마음 되는 것이다. 하아-
얼마전에 '임지연'의 필모를 보고 원하지 않았지만 이 영화 《럭키》를 보게되었다. 임지연의 등장부터 나는 너무 실망했다. 가슴골이 보이는 옷을 입고 요가를 하면서 임지연은 등장했다. 하아- 왜 임지연을 저렇게밖에 쓰지 않는가. 왜 저런식으로 등장하는가. 끝까지 임지연이란 캐릭터가 살아있다고 느낄 수가 없었다. 범죄를 목격한 목격자로 숨어 살고 있는데, 그녀를 지키기 위해 킬러인 형욱(유해진)이 애쓰는 거다. 그러나 형욱이 기억상실증에 걸려 재성(이준)이 형욱 행세를 하며 형욱의 집에 살기 시작하고 그러다가 임지연을 보게 되면서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 휴...
임지연 좀 그렇게 예쁜 여자로만 쓰지 말아라, 영화들이여.. 좀 제대로 좀 해봐요, 좀.... 이 사람에게 좀 생생한 캐릭터 좀 부여해줘!!
그건그렇고,
이준 나오는지 모르고 봤는데 이준 나오네? 이준이라면, 그 엠블랙이었나, 한창 내가 군무 즐겨보던 시절에 Y 좋아했었는데...그때 이준 멋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극중 형욱은 유능한 킬러이며 돈도 많이 벌어서 좋은 집에 산다. 재성은 무명의 엑스트라 배우이며 매우 가난해서 월세도 내지 못하면서 산다. 월세 재촉도 힘겹고 가난한 것도 힘겹고 재성은 죽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어김없이 월세 재촉하러 왔던 집주인이 냄새난다고 하는 말에, '씻고 죽자' 면서 대중목욕탕을 향한다. 거기에서 목욕탕 바닥에 미끄러져 기억을 잃게 된 형욱을 알게 되고, 그사람의 옷을 입고 그 사람의 차를 타고 그 사람의 집에 가 그 사람인듯 부자의 맛을 즐기며 살게 되는 거다.
재성이 가난했기 때문에 우울했을 것이고 그것이 죽음을 생각할 정도까지 심각해보였기에, 그래서 재성의 집에 쓰레기통 이백개 엎어놓은 것처럼 지저분한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아마 청소의욕을 느끼지 못한채로 살았을 것이다. 자기 몸도 씻지 못하는데야 뭐 집 청소를 하겠어. 그러나 재성은 크고 잘 정리된 집에 들어가 어마어마한 현금을 쓸 수 있는 상황이 되어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집도 아닌 남의 집에 들어가 남의 돈을 쓰면서, 거기서도 그 깔끔한 집을 엉망진창으로 만든다. 쓰레기통 엎어놓은 것처럼 만들어. 반면, 형욱은 늘 깔끔하던 사람이었다. 자신이 재성이려니.. 생각하며 옥탑방 자신의 집으로 돌아오니 집이 너무 더럽고 지저분한거다. 그는 그 집을 싹 치우고 깨끗하게 지낸다. 기억은 안나지만 나는 청소를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생각하면서.
게다가 형욱은 자신이 단역 배우라길래 드라마 촬영장에 갔다가 처음에 연기를 못한다고 엄청 잔소리를 듣는다. 그러나 아버지가 아들의 성공을 바란다는 걸 알게 되고는 미친듯이 노력한다. 발음교정부터 시작해서 연기에 필요한 것들을 습득해서 노력노력노력해서 인기있는 배우가 되어버리는 거다. 뭐, 노력한다고 갑자기 무명의 배우가 유명한 배우가 된다는 것은 지극히 설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이 성격이 되게 인상적이었다. 그러니까 가난해서만이 아니라 그냥 크고 깔끔하고 돈 있는 집에 가도 지저분하게 만들어버리는 재성의 성격. 어느 집에 살든 깔끔하게 정리하고 단정하게 앉아서 하고자 하는 바를 최선을 다해 하려고 하는 형욱의 성격. 외모로만 보면 더 젊고 잘생긴건 이준이지만, 나는 극중 이준이 너무 싫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것도 안하면서 불평불만만 하는 캐릭터 너무 싫어. 진짜 저런 외모라도 싫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막 이렇게 된것이야. 뭐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극속으로 들어가 내게 유해진과 이준 중에 누구를 선택하겠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망설임없이 고민없이 유해진이다. 어휴, 어떤 집이든 청소 안하는 거 너무 진짜 꼴보기 싫음 ㅋㅋㅋㅋㅋ
누군가 뭔가 잘한다면, 거기에 대해 시간을 들이고 에너지를 쏟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아무것도 안하면서 '너는 그거 잘하는 거 부러워'하는 거 진자 세상 부질없지 않나. 극중 형욱은 김밥집 알바조차도 현란한 칼솜씨 덕에 잘해낸다. '너는 칼질 잘하니까 김밥집알바를 해도 돈을 잘벌고 부러워' 라고 부러워만 하기전에, 칼질을 연습하는 것이 더 소용있는 것이다.
어제는 치킨을 포장해 가서 와인을 따랐다. 그리고 무얼 볼까 하고 텔레비젼 리모콘을 가지고 이리저리 돌려봤지만 볼 게 없어. 그래서 나의 사랑 '맥켄지 데이비스'의 작품 중 아무거나 하나 보자, 하고 이 영화를 선택했다.
철없는 남자 세 명의 이야기여서 빻은 대사나 행동들도 나오고.. 그래서 으윽 보지말까, 하는 마음이 되었지만, 그래도 '맥켄지 데이비스가 나오니까...' 하면서 봤단 말이야? 그런데 이 영화에서 무려, 아이고, 보기를 잘했지, 맥켄지가 피아노 치면서 노래를 부르는 거다.
맥켄지님..
맥켄지여..
님은.. 누구십니까. 사랑합니다.
파티에 가서 눈맞고 싶어요, 맥켄지 당신과. 눈 맞아서 서로 오래 응시하다가 '나갈까요' 라고 하면 고개를 끄덕이고 따라나서고 싶어요. 파티에서 눈맞자요, 맥켄지님.. 흑흑 ㅠㅠ
내가 맥켄지를 좋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 영화속 맥켄지는 너무 아깝다. 이 영화속 여자들 캐릭터는 다 너무 아까워. 다들 자기 일 가지고 있고 어른스러운데 사랑에 빠지는 남자들이 다 개같이 한심해. 아무리 이 사랑을 통해 성장할 거라고는 하지만 진짜 개한심하다. 하아. 뭐랄까. 전체적으로 덜자란 어른 남성들이 철들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랄까. 나였으면 용서하지 못했을 머저리같은 잘못들을, 영화속 여자들은 잘도 용서해주고 다시 받아들여 준다(여러분, 천사입니까? 천사여서 좋을 게 뭐에요? 철없는 남자들이나 구원하고!). 나라면 용서 못해! 용서 안해!!
맥켄지 아니었으면 끝까지 안봤을 영화다 진짜.
플랭크 한달챌린지 앱을 깔고 매일 도전중이었다. 비기너 모드로 시작해 처음엔 15초 플랭크를 하였지만, 25일째를 맞는 오늘은 무려1분45초다. 매일 밤에 꼬박꼬박 해서 여기까지 잘 해왔는데, 오늘 퇴근 후 저녁 약속이 있었고, 아마도 나는 술을 마실텐데, 술을 마시고 들어와 플랭크를 할 생각을 하니 너무 끔찍한거다. 그동안에도 술 마시고 한 적이 있긴 했지만, 으, 오늘은 혹여라도 많이 마시게 된다면... 못하고 곯아떨어질 수도 있잖아? 그렇다면 24일을 해온 나의 기록에 흠이 생긴다. 나는 삐끗하고 싶지 않아. 그래서!!
아침밥을 포기하고 플랭크에 도전했다. 일어나자마자 매트를 깔고는 1분45초 플랭크를 했다. 힘들었다. 게다가 이렇게 일어나자마자 하는 게 딱히 좋을 리도 없을 터. 나는 롤링을 20회 하고, 소고양이 자세를 5회 하면서 몸을 좀 풀어주었다. 나비자세를 하고 스트레칭도 좀 해주었다. 그리고 다시 도전하여 2세트의 1분 45초까지도 해냈다. 으윽. 장하다, 잘했어. 멋지다 나여.
15초 20초는 괜찮았지만, 40초를 넘겨가면서부터는 다음날의 플랭크가 매우 두려웠다. 내일은 못할거야, 내일은 못버틸거야, 그런 두려움으로 여기까지 왔다. 그리고 오늘 1분 45초까지 완성해냈고. 물론 중간에 1분30초였을 때였나, 2세트째를 끊어간 적이 있다. 50초-40초 로. 이제 5일 남았고, 어느날엔가는 아마 또 끊어갈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한달챌린지를 무사히 마치고 싶다. 무사히 마치기만 해봐, 내가 플랭크 시늉도 안한다!!
그러나, 아침을 늘 먹던 사람이 안먹으면 어떻게된다?
배고프다.
그래서,
출근길에 스벅에 들렀다. 샌드위치랑 커피를 주문해두었다. 정치적인 식탁을 읽으며 아침 식탁을 맞이한 것. ㅋㅋㅋ 그러니까 나는 아침을 안굶었지롱? 아침밥도 챙기고 오늘의 플랭크도 챙긴 나란 여자! 황홀해!
나는 어쩌면 이렇게 늘 반할 요소가 많은지.
오늘도 나는 나한테 반해버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국판 위키 사이트 ‘나무위키‘에서 ‘김치녀‘의 정의는 ‘권리는 챙기려고 하면서 의무는 안 한다‘로 요약된다. 특히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신앙처럼 굳건한 믿음으로 성장하는 의식이다. 예를 들어 대중교통에서 임산부석이 따로 생기면 여성의 특권처럼 인식하지만, 여성이 명절 노동을 거부하면 의무와 도리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취급한다. - P24
여자의 몸/무게는 나이와 함께 적을수록 높게 평가받는다. 뚱뚱한 여성이 예쁘게 보이더라도, 뭔가 더 예뻐질 수 있는데 불필요한 살이 미모를 가리고 있어 안타깝다는 듯 "살 빠지면 예쁘겠네"라고 한다. 마치 나이 든 여성에게 "젊었을 때 미인이셨겠다"라고 하듯이. ‘젊고 날씬함‘의 범주를 벗어나면 ‘아쉬움‘이 있는 몸이 된다. 뚱뚱하고 늙은 여성은 ‘여성‘이 아니다. - P31
어떤 세계에 대한 거부감과 혐오는 때로 사소한 낯설음에서 출발한다. "없든 혐오가 생기려 한다"는 말은 틀린 말이다. 변태하기를 거부하고 무지에 양분을 주어 혐오를 발아시켰을 뿐, 없던 혐오가 새롭게 생긴 것이 아니다. 안다는 것은 때로 불편하다. 나는 모를 것이다, 몰라도 된다, 이렇게 스스로를 설득시키며 차라리 몰라도 되는 권력을 지향하는 것이 오히려 편하다. 자신의 세계에 그 낯선 세계가 스며드는 것을 두려워하고 거부하기 때문에 조롱해 멸시하거나 척결의 대상으로 삼는다. - P213
내가 깨달은 것이 있다면, 남에게 신세지는 것에 대해 너무 결벽증적으로 어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거리를 두면서도 대로 우리는 침투할 수밖에 없는 관계를 맺고 산다. 내가 신세를 질 수도 있고, 나에게 신세 지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엄마에게 물려받은 성격인지, 남에게 신세지지 않으려는 태도가 좀 강한 편이다. 나는 이를 조금씩 흐트러뜨리려 애쓴다. 영원히 젊지 않으며, 영원히 건강하지도 않다. 인간에게 환멸을 느낄 때도 있지만, 극적인 순간 나를 구출하는 존재도 인간이다. -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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