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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도둑 ㅣ 한빛문고 6
박완서 글, 한병호 그림 / 다림 / 1999년 12월
평점 :
박완서 작가가 쓴 동화는 어떨까? 어떤 느낌일까?
동화라는 이름이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어느새 시간은 흘러서 동화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 막연히 이제는 나와 해당되지 않는 그 무엇이 되어버렸다고 생각했다. 동화를 읽기에는 내가 너무 커버렸다고 해야 할까. 아님 동심이라는 것이 사라져버린 지 오래라 느낄 수 있는 마음이 작아져버렸음을 알아버려서였을까.
어른이 되면서 몸이 커지고 머리가 자라면서 얻는 것과 반대로 놓치고 잃어버리는 것이 있다. 무엇을 잃어버리며 살아온 걸까. 나와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모두 해당될 것 같은데 바로 순수했던 '마음'이 아닐까. 옆사람과 마음을 나누며 살아가기보다는 일단은 내 것부터 내 욕심만 챙기기에 바쁘게 살아가는 것이 당연시 되는 세태 속에서 남을 사랑하고 순수했던 마음을 생각하고 살아가기엔 세상이 너무 각박해졌다. 하지만 '자전거 도둑'을 읽으면서 나는 잊었던 기억을 찾은 듯 그동안 깜빡하고 잊어버리고 살았던 것들에 다시금 눈을 뜨게 됐다. 동화가 주는 서정적이면서도 교훈적인 이야기에 눈앞에 있는 것만 존재한다는 식으로 살아왔던 나 자신에게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마음 지키기"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게 됐다고나 할까.
암울했던 시기에 동화라는 장르를 빌어 풍자와 서정적인 이야기로 세상에 겉과 속을 보여주고자 했던 작가의 이야기와 그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 및 등장 인물들이 지금 현대를 살아가는 어린이를 비롯한 어른들까지 모두를 아우르기에 모두를 감동시키고, 알고 있었던 잊었던 것들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할 시간을 제공해 줄 것이다. 나 어릴 적과는 다르게 아이나 어른이나 점점 영악해지는 쪽으로 변하는 거 같다.
다른 어떤 것보다도 "마음 지키기"가 참 어렵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가지지 못한 것에 분개하고 욕심내기보다는 있는 것에 감사할 줄 알고 맑은 눈을 간직한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이 이야기들은. 이 이야기를 읽는 어린이들은 아마도 맑은 눈을 간직한 채 동심을 가진 어른이 되진 않을까.
청탁이 아닌 내 나름으로 열심히 때묻지 않은 정신과 교감을 시도했다는 걸로도 각별한 애착이 가는 글들이라고 작가 본인이 말했듯 나 또한 어른이 돼서 읽어 본 이 동화집 속에 담겨진 여섯 빛깔의 이야기가 가슴에 와닿아서 특별히 책 읽는 시간 내내 즐거울 수 있었다. 화려한 판타지 동화가 아니더라도 어린이와 어른을 모두 만족케하고 감동을 주는 이야기는 존재한다. 바로 이 책 "자전거 도둑"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