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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불안' 이라는 감정은 나와 가깝다. 친숙한 편에 속한다. 하지만 내가 왜 이런 감정을 자주 느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 책은 불안을 어떤 식으로 바라봐야 하는지를 작가의 시선을 빌어 살펴보게 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이라고만 생각해왔었는데 시야를 넓혀 사회적인 시각으로 불안을 들여다보는 점이 일단 마음에 들었다. 무엇에 그리도 사람들은 불안해하며 사는 걸까. 또 나는 어떤 불안에 연연해하는 걸까. 누구나 성공을 꿈꾸고 사회적으로 높은 자리를 얻으려 분투한다. 점점 그런 경향이 더하면 더하지 덜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불안의 원인으로 꼽은 사랑 결핍, 속물 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정성은 정말 수긍할 만했다. 책을 통해서 보다 다양한 시각으로 불안에 대해 만날 수 있어서 상당히 유익했고 만족했다.
선뜻 들어내지 않고 속마음으로 앓게 되는 불안을 보통의 똑똑한 시선을 빌어 한번 훑어본 것만으로도 아주 조금은 깊어진 듯한 느낌이 들었고, 곳곳에 자리한 감탄과 동감을 불러일으키는 그의 사유와 인용된 글의 존재도 이 책을 빛내는 요소 중의 하나겠다. 인용이 너무 많아서 조금 정신없다는 점만 뺀다면 불만은 없다. 이런 유의 글은 뒷받쳐주는 자료도 자료겠지만, 깊은 사고가 바탕이 되어야 쓸 수 있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알아야 쓸 수 있는 것. 어느 글이든 마찬가지겠지만 그래도 이런 유의 글은 더욱 그렇지 않을까 싶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태도를 보통 씨의 글을 보면 잠시 망각할 때가 있다. 맹신을 부르는 그의 글은 독자로서 싫어할 수가 없는 글이다. 내 경우 아직까지는 그랬다.
불안의 이유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하는 기회가 되었다. 새로운 생각이 더해지면 사고도 바뀌는 법이다. 새록새록 알게되는 도움되는 이야기. 논리적인 분석으로 소설과는 또 다른 재미를 느끼기에 부족함은 없었다. 불안은 불완전하다. 해법이 있다 해도 불안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사회와 개인의 접점에 자리한 불안을 보통 씨의 안내로 두루 쳐다보고 이해할 수 있었기에 이 책이 마음에 든다. 일상에서 느끼는 사회적 지위에 대한 불안감에 대해 천천히 조금은 무게감 있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