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것은 자신을 세계로 열어놓는 것이다. 발로, 다리로, 몸으로 걸으면서 인간은 자신의 실존에 대한 행복한 감정을 되찾는다. 걷기는 어떤 정신상태, 세계 앞에서의 행복한 겸손, 현대의 기술과 이동 수단들에 대한 무관심, 사물에 대한 상대성의 감각을 전제로 한다.
그것은 근본적인 것에 대한 관심, 서두르지 않고 시간을 즐기는 센스를 새롭게 해준다.
다비드 르 브르통의 《걷기 예찬》중에서
거친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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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04 21:11
물방울 화석이라는 것이 있다. 빗방울이 막 부드러운 땅에 닿는 그 순간 그만 지각변동이 일어 그대로 퇴적되어 버린, 그러니까 정확하게 말하면 빗방울 떨어졌던 흔적,
빗방울의 그 둥글고 빛나던 몸이 떨어져, 사라져, 음각으로 파놓은 반원, 그때, 터진 심장을 받으며 그늘이 되어버린 땅, 이를테면 사랑이 새겨 넣은 불도장 같은 것,
정복여의《그리움》중에서
거친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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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04 21:09
가을에는 풀잎도 떨고 있습니다. 끝내 말없이 돌아가야 할 시간이 왔기 때문입니다. 바람은 텅 빈 들에서 붉은 휘파람을 불며 떠나는 연습을 합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가을을 좋아합니다. 누군가 따뜻한 손을 잡아줄 사람을 만날 것 같은 느낌이 있기 때문입니다.
최창일의《아름다운 사람은 향기가 있다》중에서
거친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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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01 22:39
반 컵의 물은 반이 빈 듯 보이기도 하고 반이 찬 듯 보인다. 비었다고 울든지, 찼다고 웃든지, 그건 자신의 자유요 책임이다. 다만 세상은 내가 보는 것만이 존재하고 또 보는 대로 있다는 사실만은 명심해야겠다. 내가 보고 싶은 대로 존재하는 세상이 그래서 좋다.
비 바람 치는 캄캄한 날에도 저 시커먼 먹구름 장을 꿰뚫어볼 수 있는 여유의 눈이 있다면, 그 위엔 찬란한 태양이 빛나는 평화스런 나라가 보일 것이다.
거친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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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01 22:34
마라톤에서의 골인지점은 정해져 있지만 사랑에서의 골인지점은 정해져 있지 않다. 경우에 따라서는 한평생을 달려도 골인지점에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 사랑은 그대의 한평생을 아무 조건 없이 희생하는 것이다. 그러기에는 자신의 인생이 너무 아깝고 억울하다면 역시 진정한 사랑을 탐내기에는 자격미달이다.
차라리 사랑을 탐내지 말고 사탕을 탐내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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