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6회 인디다큐페스티벌에서 네 편의 영화를 볼 생각입니다. (각각의 상영일이 모두 떨어져 있어 무척 난감하군요.) <글래스톤베리>를 제외한 나머지 작품들은 모두 (나와) 다른 삶, 소수자의 삶 이라는 다큐멘터리 고유의 매력 때문에 선택한 것이구요, <글래스톤베리>는 '축제' 라는 내용 자체도 흥미롭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문화센터 강좌에서 기획하려는 작품과 맞닿는 부분이 있어, 촬영기법이나 이야기 전개방식을 유념해서 보려고 합니다. 아래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제공하고 있는 시놉시스와 감독에 대한 소개입니다. 크레딧을 비롯한 몇몇 부분은 임의로 편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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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츨처: 인디다큐페스티벌 공식 홈페이지)

<글래스톤베리 Glastonbury>
감독 : 줄리언 템플 / 영국 / 컬러 / 138분
     
[시놉시스] 1970년, 마이클 이비스라는 젊은 농부는 1,500명의 사람들로 하여금 1파운드의 가격에 주말 내내 팝과 포크 가수들의 공연을 볼 수 있도록 150에이커에 달하는 자신의 농장을 개방했고 그것은 글래스톤베리 음악축제가 탄생하는 순간이 되었다. 다음해, 윈스턴 처칠의 손녀를 비롯한 몇몇 돈 많은 히피들은 이 이벤트가 커질 수 있도록 기금을 모았고, 12,500명의 사람들이 존 바에즈와 데이빗 보위를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지난 30년 동안 글래스톤베리의 이 부유한 농장은 7월말 가장 더운 주말에 수천의 사람들이 광적인 야외 콘서트를 즐길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해왔다.

줄리안 템플 - 섹스 피스톨즈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를 연출한- 감독은 글래스톤베리 축제가 담긴 모든 촬영분을-니콜라스 로그의 다큐멘터리 작품(1971)부터 참가자들이 직접 찍은, 수년간 다락방이나 벽장 속 구석에 묵혀져 왔던 홈비디오들까지- 수집하기 위해 지난 몇 년을 고생해 왔다. 이것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글래스톤베리>는 즉흥적인 예술행위들, 그것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지역 주민들, 신화적인 뮤지션들의 잊을 수 없는 공연은 물론, 세대를 거쳐 내려온 젊은 음악팬들의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까지 아우르며 세상에서 가장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음악 페스티벌의 연대기를 솜씨 있게 엮어내고 있다.

[감독] 줄리언 템플. 1953년 런던 출생. 줄리언 템플은 ‘로큰롤 영화계의 <시민 케인>’이라는 찬사를 받은 <위대한 로큰롤의 사기>(1979)로 데뷔하여, 뮤지컬과 음악다큐멘터리는 물론이고, 롤링 스톤즈, 데이빗 보위, 믹 재거 등의 뮤직비디오 연출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글래스톤베리>는 2006년 선댄스 다큐멘터리 부문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 <위대한 로큰롤의 사기>(79), <완전 초보>(86), <비고>(98), <글래스톤베리>(2006)

<쿠바, 천국의 가치 Cuba, the Value of Utopia>
감독 쟈나라 구아쟈사민 Yanara Guayasamin / 2006 벨기에, 에콰도르 / 칼러 / 116분 
     
[시놉시스] 현재 쿠바는 1959년 카스트로 혁명 이후 이루어졌다. 영화의 초중반부는 카스트로를 포함한 혁명의 목격자들의 증언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화는 민중들 속 개인의 삶을 깊숙이 파고 들어가는데 덕분에 혁명에 대하여 발설되지 않았던 섬세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 구술 기록을 통하여 다양한 쿠바인들이 압제와 폭력, 체포, 납치, 탈출의 과정을 겪었음을 알 수 있다. 더불어 산에서 이루어진 게릴라 작전과 아바나에 입성하게 된 과정 등 혁명 당시의 생생한 삶을 쿠바 혁명의 전후세대들에게서 직접 들을 수 있다. 이러한 증언들은 현재 쿠바의 고요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는 자료화면들과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영화의 종반부에서는 혁명세대 쿠바인들이 회고하는 혁명 이후 47년간의 상황이 펼쳐진다. 쿠바인들은 화려한 삶을 살고 있지는 않지만, 소련 공산주의의 몰락을 지켜보면서 이데올로기적 슬로건이 아닌 구체적인 요구로서 공산주의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고 있다. 자유의 대가는 너무나 비싸지만 그들은 미국이 전 세계에 강요하고 있는 값싼 소비사회와 자신들의 고귀한 삶을 맞바꿀 생각이 추호도 없다.

[감독] 쟈나라 구아쟈사민은 인류학, 생물학 그리고 정보과학을 전공했고 그 후 브뤼셀에 있는 I.N.S.A.S. 학교에서 영화 연출을 공부하였다.  (1988-92) 그녀의 첫 다큐멘터리 작품인 <죽음이 우리를 방문했을 때 When Death Visited Us>는 포스트 프로덕션부분에서 세계 카톨릭 교류 협회 (OCIC)가 증정하는 SIGNIS 상을 수상하였다.  이 작품은 비평가들로부터 평을 받으면서 칠레, 콜럼비아, 에쿠아도르, 스페인, 파나마, 페루에서 상영되었고 뉴욕에서 상영된 때에는 CinemaFe에서 수여하는 황금사과상(Golden Apple)을 수상하였다. 에쿠아도르에서 찍은 <천년의 직업들 Millenary Jobs>은 촬영부분에서 Ernesto Alban 상을 안겨주었고 다른 단편 모음인 <테이블 The Table>로 Augustin Cuesta Ordonez 상을 수상하였다. “Jusqu'au silence”는 벨기에, 이스라엘, 프랑스, 캐나다, 스페인 그리고 멕시코에서 상영되었으며 쿠바 영화제에서 실험적 영화부분 첫 Diva 상을 수상하였다. 쟈나라는 칠레의 발디비아 국제 영화제(Valdivia International Film Festval)와 콜롬비아의 Bogocine 영화제에서 초청 심사위원직을 수행하였다.  또한 캐나다의 세계 여성 영화제 (Mondial des films de femmes)과 에쿠아도르의 Watch out for Democracy 그리고 Cinememoria 영화제의 심사위원으로 선정되었다.  그녀는 현재 독립영화사 루시에르나가 필름의 감독이자 창립자로써 활동하고 있다. 

<영매: 산자와 죽은자의 화해 Mudang-Reconciliation between the Living and the Dead>
감독 박기복 / 2002 한국 / 105분 / 컬러     

[시놉시스] 먼 옛날 한국 무(巫)는 국가와 백성의 안녕을 주관하는 제사장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이 땅 어디선가에서 한국 무(巫)는 옛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이 작품은 경북 포항의 동해안 별신굿 풍어제를 시작으로 한강 이남의 세습무와 중부의 강신무 무당을 아우르면서 보여준다. 그리고 진도의 씻김굿을 당골 자매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 무(巫)가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화해에 이르는 여정을 그려내고 있다.

"수천 년 이어져 온 한국의 무(巫)는 우리 삶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다. 무를 이해하는 것은 우리 밑바닥에 흐르는 종교적 심성에 다가서는 일이다. 하늘과 땅, 그리고 선조들의 음덕(陰德) 안에서 모두 하나(大同) 되어 한 판 멋들어진 영(靈)의 축제를 벌여 보는 것, 그것이 본 작품의 소망이다. 죽음을 통해 삶을 이해했던 무적(巫的) 사유 안에서는 한과 원, 그 모든 기억의 상처들에서 우리가 조금은 자유로와질 수 있지 않을까..." (감독 노트 중에서)

[감독] 박기복. 1994년부터 95년까지 푸른영상에서 작품 활동을 했다. <행당동 사람들>(1994), <우리는 전사가 아니다>(1994)를 연출했다. <냅둬>(1999)는 제3회 서울다큐멘타리 영상제에서 대상을 수상했으며 제15회 뮌헨국제다큐멘타리 영화제에서 상영되었다. 

<192-399: 더불어 사는 집 이야기 192-399: The Story About the House Living Together>
감독 이현정 / 2006 한국 / 126분 / 컬러
     
[시놉시스] 2005년 10월부터 2006년 2월까지, “희망을 만드는 노숙인 생산공동체”를 모토로 하는 노숙인공동체 [더불어 사는 집]은 서울 정릉의 빈 집을 점거해서 함께 모여 살았다. 더불어 사는 집의 식구들은 무료급식사업을 하는 등 스스로의 노력으로 사회에 되돌아가겠다는 의지와 희망으로 충천했다. 그리고 유난히 추위가 가혹했던 겨울을 보낸 후, 더불어 사는 집의 면모는 상당히 바뀌게 된다.

"한국 사회에서 집을 잃는다는 것은 일을 잃고 희망을 잃고 자존감을 잃는다는 의미이다. 빈집 점거를 통해 삶의 희망을 얻고자 했던 노숙인들의 일 년을 관찰하면서 인권은 주제가 아니라 태도임을 상기하게 된다. “무엇을 할 것인가” 가 중요했던 시기가 있었다. 이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한 시기이다. 그래야 “왜 하는가”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감독 노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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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겨레)

봄이 바싹 다가왔다. 수도권 곳곳에서 하루에 다녀올 수 있는 각종 상설 공연무대도 올해 공연을 알리며 기지개를 켜고 있다. 올해 봄은 공연을 찾아 떠나보자.

화성행궁 한마당 = 오는 25일 오후 2시부터 수원 화성행궁에서 상설 공연이 시작된다. 매주 화~일요일 오전 11시부터 30분 동안은 조선의 전래 무예를 복원한 ‘무예24기’ 시범공연이 열리고 오후 3시40분부터 오후 5시까지‘왕과 왕비되어보기’, ‘대장금 체험’ 등의 상설 체험마당이 마련된다.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30분간‘화관무’ 등의 궁중무용과 줄타기 등 전통공연이, 일요일 오후 2시부터 40분간은 조선 정조대왕의 친위부대인 ‘장용영 수위의식’과 군사훈련 및 국왕행차가 진행된다.(031-228-4406, suwonhs.ne.kr).

양주 별산대놀이 = 서울·경기지방에서 즐겼던 탈춤인 산대도감극의 하나로 중요무형문화재 2호로 지정돼 있다. 춤과 무언극, 덕담과 익살이 어우러진 별산대놀이는 지난 한해에 1만명 이상이 다녀갔다.

8개 과장으로 진행되는 탈춤놀이를 모두 보려면 8시간이 걸린다. ‘양주별산대놀이 보존회’는 이 가운데 하루 2~3개의 과장을 골라 공연한다. 올해 상설무대는 오는 5월 첫째주 토요일부터 시작해 10월까지 열린다. 공연은 매주 토·일요일 오후 3시에 시작되고 무료다. 공연장은 3천석의 좌석과 지붕을 갖추고 있어 비가 와도 열린다. 의정부 북부전철역에서 버스를 타고 유양초등학교에서 내려 별산대놀이 보존회를 찾으면 된다.(031-840-9987, sandae.com).

안성 남사당놀이 = 4월7일 부터 ‘바우덕이 풍물단’의 토요 상설공연이 시작된다. 매주 토요일 오후 3~4시 주간 공연과 오후 6시30분~8시30분 야간공연 등 두 차례 상설 공연이 안성 남사당 전수관 야외공연장에서 열린다. 주·야간공연 사이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한 줄타기 등의 남사당 체험놀이도 있다. 공연은 무료지만 체험놀이는 1만2천원을 내야한다.(031-678-2931, baudeogi.com).

남산 엔(N)서울타워 ‘아트 토이 전시회’ = 17일부터 세계 10여개국의 다양한 장난감 600여점이 시민들을 찾아간다.

아트 토이는 장난감에 예술가들이 개성을 살린 디자인을 새겨 작품화한 것. 국내에서도 곰 모양의 장난감에 예술가들이 개성을 불어넣은 ‘베어브릭’이 인기를 끌고 있다. 가격은 어른 7천원, 청소년 6천원, 어린이 5천원이며, 남산 엔서울타워에서 오전 11시~오후 8시 운영된다.(02-883-3293, arttoy.co.kr)

홍용덕 이정훈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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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겨레)

매월 넷째 일요일 ‘문화체험’ 즐겨요 
이정훈 기자  
 
넷째 일요일마다 ‘문화 서울’이 열린다. 서울문화재단은 6일 올해를 ‘시민문화자치 확산’ 원년으로 정하고 시민이 문화생활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재단은 우선 ‘문화는 내 친구’ 캠페인을 펼쳐 다양한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3월부터 10월까지 넷째주 일요일마다 열리는 문화체험 프로그램은 △건축문화투어 △문화유산투어 △미술유적투어 △아틀리에(전시장) 투어 등이 있다. 프로그램마다 30~50명의 신청을 받아 미술평론가, 교수 등 전문가의 설명을 들으면서 문화예술을 누릴 수 있다.

또 같은 날 대형 투어버스로 서울에 있는 주요 박물관, 미술관을 방문해 도슨트(전시해설가)로부터 설명을 듣는 프로그램도 있다. 직접 방문하는 경우 서울시립미술관, 역사박물관 등은 무료 입장할 수 있고, 그 외 박물관은 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sfac.or.kr)에서 ‘문화는 내 친구’ 코너에서 발급하는 쿠폰으로 50% 할인 받아 이용할 수 있다.

각 학교에는 유명 예술가가 방과후 교실을 찾아가 문화예술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문화천사’ 시스템도 도입하고, 사회취약계층과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문화예술 사업도 펼친다.

이와 함께 재단은 다음달 27일부터 열리는 ‘하이 서울 페스티벌’을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서울연극제 등과 함께 묶어 종합축제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또 청계천 거리예술가를 대학로, 서울광장 등에서도 활동할 수 있도록 확대 운영하고 오는 10월에는 외국 거리예술가까지 초청해 ‘서울거리예술축제’를 열 예정이다.

안호상 대표이사는 “예술 엘리트주의에서 과감히 탈피해 시민이 만들어가는 문화, 시민에 의해 선택되는 예술을 확고히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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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겨레)

김영환 기자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국내 최대 규모의 아쿠아리움이 들어선다.
인천천경제자유구역청은 26일 송도신도시개발유한회사(NSC)가 국제업무단지 내 중앙공원 생태관 건립부지 1만7천㎡에 지하 2층, 지상 3층, 연면적 2만㎡의 아쿠아리움을 건립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해와 구체적인 협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이 아쿠아리움은 4m 깊이의 물속에서 물개들이 조개를 잡는 것을 볼 수 있고, 또 해안선을 만들어 바다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등 기존의 아쿠아리움과는 다른 생태중심으로 건립된다.

송도아쿠아리움은 시설기준으로 서울 코엑스 아쿠아리움(8600㎡), 부산 아쿠아리움(1만3천㎡)에 비해 각각 2.3배, 1.5배 가량 더 커 국내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인천경제청과 송도신도시개발유한회사는 타당성 용역 등의 절차를 거친 뒤 1200억원을 들여 올해 12월 공사에 착공해 세계도시엑스포가 열리는 2009년 8월 이전에 개관한다는 계획이다.

김영환 기자 yw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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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씨네21)

사랑하는 여인을 두고 북에서 남으로 내려온 남자가 있다. 그 남자는 한동안 그 여자만을 떠올리지만, 서서히 남쪽 생활에 젖어들면서 새로운 여자를 만나고 결혼도 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남자는 북한에서 사랑했던 그 여자가 남한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분단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귀에 익은 이 이야기의 배경은 3·8선 획정 때일 수도, 한국전쟁 당시 ‘바람찬 흥남부두’일 수도 있다. 분단이라는 상황이 낳은 이 의도치 않은 삼각관계는, 하지만 과거완료형이 아니다. <국경의 남쪽>은 시간차로 북한을 빠져나온 ‘탈북자’ 남녀를 통해 이같은 관계를 현재진행형으로 보여준다.

관현악단 호른 연주자 김선호(차승원)는 평양의 평범한 중산층이다. 한국전쟁 당시 전사했다고 ‘기록’된 할아버지 덕에 남부럽지 않은 형편을 누리고 있으며, 부모님과 누이 부부와도 그럭저럭 화목하게 살고 있는데다 “성격도 얼굴도 동치미처럼 쩡하고 시원”한 여성 연화(조이진)와 목하 열애 중이니, 별일이 없는 한 그의 인생은 거침이 없을 듯 보인다. 하지만 별일이 일어나고 말았으니, 어느 날 온 가족을 소집한 아버지가 ‘할아버지는 실제로는 남한에 살아 있으며 그동안 서신을 교류해왔다’고 고백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서신교류가 당국에 적발된 탓에 가족의 운명까지 위험에 처하게 됐다. 결국 이들 가족은 탈북을 결행하게 되고, 선호는 ‘사람을 보내서 남으로 부르겠다’는 말을 남긴 채 연화 곁을 떠난다.

이 영화의 진짜 이야기는 남한에 도착한 선호가 연화와 접촉을 시도하다가 사기를 당하고, 또 다른 여인 경주(심혜진)를 만난 뒤에야 시작된다. 북한쪽 소식통으로부터 연화가 결혼했다는 소식을 들은 선호는 그의 상처와 삶을 보듬어주는 경주와 함께 가정을 꾸린다. 그리고 그 삶에 익숙해질 즈음, 연화는 탈북자 수백명과 함께 남한에 나타난다. 선호는 연화의 갑작스러운 출현에 당황하지만, 서서히 옛사랑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낀다. 그렇다고 초라한 자신을 온몸으로 받아준 현재의 여인 경주를 저버릴 수도 없다.

<국경의 남쪽>은 인민들이 탈북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북한의 현실을 ‘고발’하는 정치드라마도, 탈북자들이 남한에서 겪는 고단한 삶을 드러내는 사회드라마도 아니다. 때때로 사회성과 정치성의 민감한 바늘숲을 그냥 지나치는 영리함을 발휘하면서 이 영화가 보여주려는 것은 엇갈리는 사랑의 슬픔이다. 신파적인 소재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신파성’을 숨기지 않은 채 이야기를 밀어붙인다. 그런데도 영화 속 사랑은 눈물을 짜내기 위한 가식이 아니라 진실로 느껴진다. 아마도 그것은 이들 모두가 변방의 존재이기 때문일 것. 남한에서 이들이 발붙일 곳은 거의 없다. 북녘을 떠나면서 ‘공화국’을 배신한 이들에게 배신은 이제 운명이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 그들은 한때 존경했던 지도자 동지의 이름을 명찰에 달고 행인의 옷깃을 붙든 채 호객행위를 해야 한다. 아웃사이더의 마음은 아웃사이더만이 헤아려줄 수 있다. 연화가 분식점에서 ‘랭면’을 주문했을 때 종업원이 “혹시 연변에서 왔수까?”라고 묻는 것처럼. 남한에서 살아왔지만 경주 또한 아웃사이더의 마음을 가진 여자다. 그의 과거는 영화 속에서 명확히 드러나지 않지만, 아무 연고도 없는 선호를 성심성의껏 도와줄 때나 가게를 찾아온 연화에게 냉면을 대접하려 할 때 연화의 내면은 짐작된다. 이 경계인들은 사랑 말고는 별달리 가질 수 있는 게 없는 존재들이기에 어긋난 사랑의 교집합은 더욱 애처롭게 다가온다.

<국경의 남쪽>이 신파를 극복하는 또 다른 지점은 연화라는 캐릭터의 존재다. “이 세상에서 제일 통쾌한 처녀” 연화는 직설적이며 씩씩한 인물이다. 두 사람이 연애를 시작하게 될 때나 결혼 이야기를 할 때 관계를 주도했던 연화는 남한에 온 뒤에도 쿨한 사랑법을 보여준다. 연화는 미적대는 선호에게 “만났으니 됐어요”라고 의젓하게 말하거나 “그 여자 가슴이 만져집디까?”라고 ‘직사포’를 날린다. 선호의 내레이션이 영화 전체를 이끌어가며 이야기의 중심에도 선호가 놓여 있지만, <국경의 남쪽>을 연화의 시점에서 읽어도 무방한 것은 둘의 관계를 이끄는 것이 연화이기 때문이다. 반면, 선호는 소심할 뿐 아니라 우유부단한 인물이다. “지금 와서 보니 삶이란 이해할 수 없는 음표로 가득 찬 악보와도 같아서 제가 할 일은 그저 더듬더듬 연주하는 것뿐”이라고 고백하는 그는 유약하고 수동적인 존재다. 이 작품을 남성적 판타지가 내재된 선호의 성장영화로 읽을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밀란 쿤데라의 다음 말은 선호의 독백에 대한 성숙한 답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젊은 시절 삶의 악보는 첫 소절에 불과해서 사람들은 그것을 함께 작곡하고 모티브를 교환할 수도 있지만, 좀더 원숙한 나이에 만난 사람들의 악보는 어느 정도 완료되어서 하나하나의 단어나 물건은 각자의 악보에서 다른 어떤 것을 의미하게 마련이다.”(<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중에서)

인물과 대사 위주의 단조로운 구성은 방송사 PD 출신 안판석 감독이 대형 스크린에 적합한 영상 화술에 아직 적응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듯하며, 반복되는 플래시백 또한 감정몰입을 막는 지나친 친절로 느껴진다. 하지만 소박한 목표를 향해 뚜벅뚜벅 나아가는 <국경의 남쪽>은 세련되거나 섬세하진 않을지언정 성실하고 정직한 연출의 미덕을 오랜만에 확인시켜주는 영화다. 놀이공원, 옥류관, 보통강 유원지 등 평양 시내를 재현한 실감나는 미술, CG 작업과 배우들의 집중력있는 연기 또한 영화에 무게를 싣는다. 특히 이 영화를 통해 연기자로 ‘발견’된 조이진의 활약은 인상적이다.
 
글 : 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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