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겨레)

방송·통신 총괄기구로 신설될 방송통신위원회의 구성 방식을 놓고 여야 및 시민단체의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행정자치부가 마련한 방통위 사무처 직제 개편안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 여야 줄다리기=국회의 방송통신특별위원회(방통특위)는 지난 1일 전체회의를 열어 한나라당이 발의한 방통위 설치법을 상정했다. 이어 방통특위 소위를 통해 세부 심의를 하기로 했으나, 여야간 정부조직법 개편안 협상 자체가 늦어짐에 따라 소위는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회 방통특위 위원인 통합신당의 정청래 의원은 △무소속 독립기구 △방통위원 5명 모두 국회 추천 △방송·통신 양쪽을 대변하는 복수 부위원장제 도입 등을 뼈대로 하는 대안을 마련했다. 위원 선임과 관련해 한나라당안은 대통령이 위원 2명을 지명하고 국회에서 3명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대통령이 소속한 교섭단체에서 3명, 야당 쪽이 2명 등 3 대 2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정 의원은 대신에 그동안 주장했던 위원장 호선제에서 대통령이 위원장을 임명하는 안으로 물러났다. 한나라당 방통특위 소속의 이재웅 의원은 12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통합신당 당론이 나오지 않아 한나라당의 수정안을 거론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그는 논의 일정에 대해서도 “소위를 당장 열면 좋겠지만 정부조직 개편안과 맞물려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 의원의 제안은 통합신당 당론은 아니다. 그러나 문화관광위원 등 그동안 활동해 온 이력으로 미뤄 그의 주장은 당내에서 영향력이 있는 편이다. 방통특위 통합신당 간사인 홍창선 의원은 “의원들이 모이기가 쉽지 않아 당론을 따로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언론·시민단체는 한나라당안이 독소조항이 많은 ‘무늬만 합의제’ 또는 ‘합의제를 가장한 독임제 위원회’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언론개혁 시민연대는 △원칙적으로 무소속 독립기구 △국회에서 위원 5인 추천 △위원회에서 위원장 호선 △인사·예산의 직무 독립성 보장 등을 요구한 안을 국회에 전달했다.

■ 방통위 직제안 논란=행정자치부 조직팀은 방통위 사무처 직제로 ‘1실 1본부 3국 6담당관 34과’를 설정했다. 방통위의 정원은 모두 482명으로 방송위 출신 164명, 정통부 출신 318명으로 짰다. 태병민 행자부 사무관은 “정통부의 통신서비스와 총무기능 등이 추가로 이동하면서 인력이 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방송과 통신의 인적 구조가 1 대 2가 되는 통신 비대 구도에 대해 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방통융합을 추진하면서 결국 정통부가 방송을 접수하여 공무원 중심체제로 가겠다는 발상”이라며 “기계적으로 분점해 나가는 형식이 되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방송의 공공성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간인 신분인 방송위 직원의 공무원 신분 전환과 관련해서도 행자부는 일괄적으로 2직급 낮추는 기준을 제시해 방송위 쪽이 반발했다. 방송위 노조는 사무처 직원의 특정직 공무원 전환 등을 요구하며 13일부터 이틀 동안 한시적 파업에 들어간다고 12일 밝혔다. 김정태 방송위 법제부장은 “직무수행 내용이나 곤란도가 동일하다면 정통부와 방송위 직원간에 동일 직급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행자부에 전달했으며, 직제·인원 등의 의견 조율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행자부 관계자는 “직제와 인력의 전체 규모를 가늠하는 과정에서 직급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이는 행자부의 권한 밖 업무다. 나중에 중앙인사위원회에서 전면 재검토할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문현숙 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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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겨레, 임의 편집) 

- 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주요 언론운동 단체들의 현재까지 공식 입장은 신문법 ‘사수’이다. 현행 신문법이 언론개혁운동의 산물이며, 혼탁해진 신문시장을 살리고 여론 다양성을 보장할 최소한의 장치라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그러면서 신문방송 겸영 문제에 대해선 “광범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포괄적 입장만을 밝히고 있다.

- 학계·시민단체 인사들 사이에선 여건변화의 현실성을 들며 새로운 접근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여론 쏠림의 방지가 전제된다면 매체 간에 서로 넘나드는 것을 막는 것은 시장논리에 반한다.”
임영호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주류 매체가 여론시장을 왜곡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역을 나눠 교차 소유하는 방식 등을 제안. 지역별로 시장점유율을 제한하여서 한 지역의 신문시장을 지배하는 사업자는 그곳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만 방송을 소유할 수 있게 하는 외국제도를 원용하자는 이야기다.

- 한나라당의 신문법 개정안에도 여론 독과점 방지 장치가 없지는 않다. 2006년 12월 정병국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한나라당 개정안은 “전년도 월평균 전국 발행부수가 전체 20%를 넘는 신문사업자는 지상파 방송사업자 및 종합편성 또는 보도에 관한 전문편성사업을 할 수 없다”는 단서를 16조에 붙였다. 그러나 정 의원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발행부수가 많은 신문의 경우도 (전체 시장에서 점유율이) 17%에 그친다”고 말했다. 이런 견해에 따르면 조선, 중앙, 동아일보 등 대형 신문사들은 모두 종합편성 또는 보도편성 채널을 제한 없이 소유할 수 있게 된다. 즉 한나라당 개정안에 담긴 여론 독과점 방지 조항이 시늉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대형 신문사들은 이미 케이블채널을 설립해 운영해왔다.
조선일보는 관계사인 디지털조선일보를 통해 지난해 4월 케이블채널 <비즈니스엔>을 세웠다. 중앙일보는 99년에 케이블채널인 <중앙방송>을 설립했다.
한국경제신문은 증권 경제정보를 다루는 <한국경제티브이>의 지분을 37.7% 소유하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은 93년에 <매일경제티브이>(엠비엔)을 세웠다.
한국일보는 지난해 7월 성공인생, 별난인생 등을 다루는 <석세스티브이> 주식을 30% 인수했다. 헤럴드경제는 지난해 10월 패션전문채널 <동아티브이>를 인수했다.
머니투데이도 영화케이블채널인 미디어맥스(엠시엔)의 지분 80%를 지난해 11월 인수하여 방송법인 머니투데이네트워크(MTN)을 세웠다.
서울경제도 지난달 말 <무협티브이>라는 무협영화 전문 케이블채널의 지분 51%를 인수했다.

문현숙 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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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겨레)
 
‘시청자 주권 시대’를 내건 시민방송 <알티브이>(RTV)가 개국 다섯 돌을 맞았다. 주류 방송과 맞서 대안방송과 대안문화를 지향한 시민참여 방송으로서의 5년의 성과와 과제를 살펴본다.

■ 5년의 성과=지난 5년간 시민사회와 미디어운동 전문집단이 프로그램 제작자로 널리 참여했다. 그 결과 <노동자, 노동자> <이주 노동자 세상> <나는 장애인이다>를 비롯해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의 목소리가 담긴 프로그램이 편성의 주축으로 떠올랐다. 사회적 소외계층에 매체 접근을 쉽게 해 참여와 소통을 적극 실천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대안문화 측면에서도 나름의 기여가 꼽힌다. <영화 날개를 달다>라는 프로그램은 주류 방송들이 할 수 없는 국내외의 독립영화를 꾸준히 소개하면서 문화의 다양성을 넓혀가고 있다.

<무한 자유 지대>는 시민참여가 가장 활발한 공모 프로그램이다. 공식적 심의 없이 영상콘텐츠를 선착순으로 받는다. 물론 특정 기업을 홍보하거나 폭력적·선정적인 것은 제외한다.
김천직 알티브이 편성팀장은 “과거에는 공모 양이 모자라 방송을 채우기가 어려웠다면 요즘은 신청 건수가 3배까지 급증했다”며 “하루에 들어오는 건수가 두세 편, 한달이면 50편 안팎이 된다”고 밝혔다. 양이 많아지면서 논란이 되었던 질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알티브이는 촬영장비와 기자재를 시민들에게 무료로 개방하는 시민제작지원센터(CNC)를 운영한다. 그럼에도 지역별 신청 건수를 비교하면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과 부산지역이 가장 많다. 프로그램의 주제와 장르도 생활과 문화 관련 공연 행사 등 아직까지 단순 촬영물이 많다.

알티브이는 전국 대상의 퍼블릭액세스 전문 채널로 출발했다. 미국·남미·유럽 등에서 퍼블릭액세스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대부분 지역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다. 그에 견줘 알티브이는 개국 당시부터 전국을 가시청권으로 하는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를 통해 송출되었다. 일부 케이블방송으로도 시청권을 확대하였다. 그러나 케이블에서 고가의 묶음에 끼워져 있기 때문에 인지도가 떨어져, 시민과 함께하는 방송이 되기에는 아직 산 넘어 산이다.

또 알티브이는 2년 전 <한겨레>와 함께 제작한 <한겨레 인사이드 현장>과 <조선일보>가 만든 <조선 갈아만든 이슈>라는 프로그램으로 기존 매체의 목소리를 반영하면서 시민참여 방송의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는 논란에 휘말려 일부 시민단체와 거리가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이 파문을 통해 알티브이는 기존 언론매체와 거리를 둔다는 편성 원칙을 다졌다.

■ 앞으로 과제는?=알티브이의 가장 큰 숙제는 재원 확보와 법적 위상 강화이다. 현재 시민방송 재단은 방송발전기금으로 연 15억원을 지원받고 있다. 이 돈은 방송 채택료와 운영성 경비로 그동안 쓰였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방송위원회가 방송 채택료로 기금 전액을 쓸 것을 요구해 알티브이는 자립적 재원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알티브이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에 보류되었던 공익 채널로 선정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김영철 상임 부이사장은 “시청자 참여 분야의 공익 채널로 선정되면 전국의 케이블 에스오(SO)에 의무 송출된다”며 이렇게 되면 명실상부한 전국방송이 되어 케이블 사업자로부터 수신료를 받을 수 있어 재원 확보에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밝혔다. 안건은 새달 2일 방송위 전체회의에 상정돼 있다.

알티브이가 방송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재정적 자구책 마련뿐 아니라 존재 자체도 모르는 시청자에게 가까이 다가가 인지도를 높이는 노력이 중요하다. 또 프로그램 내용과 소재의 다양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금녀 상명대 교수는 “시민들이 미디어교육센터 등을 통해 교육을 받다 보니 제작한 영상물이 획일화되어 간다”며 교육 프로그램부터 다양성의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현숙 기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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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겨레)

온라인 유료 콘텐츠의 성공적 모델이었던 미국의 유력지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달부터 무료 서비스로 돌아섰다. 또 일본에선 〈요미우리신문〉 〈아사히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포털에 대항해 공동 뉴스사이트를 만들기로 1일 합의했다. 미국과 일본 신문업계의 온라인 전략 변화가 관심을 끈다.

■ 미국의 온라인 전략=뉴욕타임스는 그동안 온라인 콘텐츠의 이원화 전략을 추구해 왔다. 어느 언론에서나 다 볼 수 있는 기사는 무료로, 토머스 프리드먼이나 폴 크루그먼 등 유명 칼럼니스트의 ‘킬러 콘텐츠’는 온라인상에서 유료로 제공했다. 온라인 구독료는 월 7.95달러, 연간 49.95달러로, 가입자가 꽤 됐다.

월스트리트저널 온라인판은 연간 99달러로 뉴욕타임스의 2배를 받았다. 그럼에도 평판이 좋았다. 따라서 월스트리트저널의 콘텐츠 유료화 전략은 굳건해보였다. 그러던 월스트리트저널이 갑작스레 무료화로 선회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이런 방침은 새로운 인수자 루퍼트 머독의 뜻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무료화 선회는 유료 콘텐츠 수익보다는 광고시장에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웹사이트 출입에 장벽을 없애면 방문자와 광고효과는 일단 늘어나기 쉽다.

또 이들도 한국 신문들처럼 포털과의 경쟁에 내몰렸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부분적 제휴를 하는 야후·구글 등 포털이 아웃링크 방식으로 뉴스를 제공하는 마당에 정보의 집적성과 편의성에서 뒤질 수밖에 없고, 뉴스 접근방식이 다양해졌기 때문에 더는 유료를 유지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된다.

■ 일본 신문의 공동대응=아사히(공인 발행부수 800만부), 요미우리(1천만부), 니혼게이자이(300만부)는 내년초 세 신문의 사설·일반 기사·해설을 한눈에 비교해볼 수 있는 공동사이트 설립 등 인터넷 분야의 제휴방침을 밝혔다. 3사는 산간벽지 등 배달망의 유지가 어려운 지역에선, 판매와 배달을 3사가 협력하고, 재해 때 신문 발행을 서로 돕는 계획도 발표했다. 3사의 업무 제휴는 종이신문 시장으로 침투해 온 포털을 견제하기 위한 공동전선 구축이다. 아사히의 아키야마 고타로 사장은 “야후와 구글 등이 내보내는 뉴스의 대다수는 신문사의 취재에 의한 것”이라며 “신문사의 역할과 영향력을 많은 사람들이 다시 한번 인식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제휴한 것이라고 밝혔다. 공동 사이트의 인터넷 접속은 무료로 할 방침이다. 그러나 요약기사만을 올린다. 자세한 기사는 종이 신문을 통해 보도록 독자를 유인할 계획이다. 

신문 강국인 일본에서 그것도 경쟁 관계의 유수 신문들이 업무 제휴에 나섰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그러나 올 초에 니혼게이자이 등 전국지와 지역신문 52개사가 참여해 만든〈47뉴스〉라는 인터넷 동맹이 포털과의 경쟁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해, 3사 전략의 귀추가 주목된다.

■ 국내 시장 시사점은=황용석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한국도 미국·일본처럼 온라인 전략을 강화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눈여겨볼 것을 제안했다. “뉴욕타임스는 아카이브와 브랜드 가치가 높은 신문이다. 웹 2.0 모델을 채택해 개방형으로 접근하고 있다. 우리도 웹 환경은 오픈 경영으로 하되 제휴를 통한 다자간 수익모델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웹 2.0 시대에 맞춰 많은 사람들의 정보 공유와 소통을 바탕으로 배너광고뿐 아니라 저작권 보호 측면의 디비사업인 뉴스코리아나 뉴스뱅크, 그리고 기사의 신디케이션 등으로 수익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문현숙 기자, 도쿄/김도형 특파원 hyuns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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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겨레)
 
현재 학력위조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신정아씨는 어떻게 불과 30대 초중반의 나이에 동국대 교수가 되고 그 뒤 광주비엔날레 총감독까지 될 수 있었을까? 예일대를 나왔다는 거짓 학력도 중요하게 작용했지만, 신씨가 교수와 총감독이란 거물로 성장한 것은 일단 큐레이터로서 언론의 인정을 받은 덕분에 가능했다. 1997년 금호미술관에 아르바이트생으로 들어간 20대 젊은 여성이 불과 2~3년 만에 미술계의 주요 큐레이터가 된 것은 언론매체들이 신씨의 의도에 휘둘려 그를 밀어주었기 때문이다.

다른 문화예술 장르와 달리 미술분야는 언론, 특히 신문이 훨씬 더 큰 영향을 끼친다. 동영상보다는 이미지가 주가 되는 미술의 속성상 방송매체보다는 활자매체가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보다 더 큰 이유는 미술분야가 대중과 만나는 통로가 사실상 신문뿐인 탓이다. 그래서 미술계는 언론의 보도와 평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는 미술계 양대 뉴스메이커인 화랑과 미술관 모두가 마찬가지다.

미술품 거래가 존재 근거인 화랑들은 광고가 불가능한 실정상 신문 보도가 유일한 홍보 창구이다. 특히 화랑들은 언론에서 많이 다루어주면 작품을 매매할 때 콜렉터들에게 더 높은 가격을 부를 근거가 되기 때문에 기사 게재에 많은 신경을 쓴다. 미술관들도 예전과 달리 전시 평가에 있어 미술계 내부의 미학적 평가 못잖게 대중적 성공도, 관객 동원 숫자 등을 중시하고 있다.

신씨는 이런 미술계의 속성을 꿰뚫고 초기 자기의 모든 성공 전략을 대언론 공략에 ‘올인’했다. 기자들과의 관계를 언론-취재원 이상으로 발전시키며 명절 때마다 선물을 따로 챙겼을 정도였다. 언론사들이 전문성을 크게 따지지 않는 기자 인사방식도 신씨가 기자들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정확하게 전시를 검증할 능력이 없는 미술담당 기자들의 경우 일단 신씨의 능력에 크게 의심을 갖지 않고 넘어갔던 것이다.

여기에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 못잖은 신씨의 이런 탁월한 언론 관리는 그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금호미술관이 신씨의 예일대 학력에 의문을 품고 그를 내보냈지만 신씨는 바로 굴지의 미술관인 성곡미술관으로 옮길 수 있었다. 친한 기자들이 나서서 추천과 부탁을 해줬기 때문이었다. 언론 입맛에 맞는 취재원, 그리고 젊은 스타 여성 필자에 목말라는 언론의 속성도 신씨를 거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조선일보>는 신씨의 큐레이터 경력 2~3년에 불과했던 시절에 이미 신씨에게 칼럼을 부탁해 맡겼고, 상당수 일간지들이 신씨의 글을 실었다. 신씨는 <중앙일보>가 주최하는 중앙미술대전 심사위원으로 활동했으며, <동아일보>에는 지난 6월까지 칼럼을 썼다. <국민일보>는 신씨가 예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는다는 기사까지 썼다. 이런 지원을 받아 미술계 내부의 지위가 올라갈수록 신씨는 인맥관리에 더욱 신경을 썼다. 최근에는 신씨가 현직 <조선일보> 간부와 <중앙일보> 기자가 포함된 정·재계 인사들의 사교모임 회원이란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렇게 공들여 기자를 관리했고 또 서로 도움을 주고받은 관계였기 때문에 신씨는 최근 시사주간지 <시사인>과 한 인터뷰에서 언론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를 털어놓기도 했다. 자신과 친하게 지내던 기자들이 신씨에 대한 선정적인 보도를 쏟아내는데 대해 신씨는 “기자들이 악마 같다”라고까지 표현했다. 전시기획자 이섭씨는 “신씨를 만들어 낸 것도 언론이고, 신씨를 끌어내려 죽이는 것도 언론 같다”고 말했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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