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고속도로 통행권에 복권을 붙이면 정말 좋겠네 - 유쾌한 인생 반전을 가져다주는 생각습관
희망메이커.박원순.전유성.박준형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제목이 눈에 띄어 골라 읽어 보았습니다. 박원순 선생께서 세운 희망제작소에서 시민들과 함께 모아온 '공공 아이디어'들을 선별해 묶어낸 책입니다. 유용하고 때로 유쾌하기까지 한 아이디어들이 참 좋습니다. '일상의 모든 것과 싸우라'는 일상의 정치가 이런 즐겁고 유쾌한 아이디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일상에서 지나가듯 불평하고 말았던 얘기들을 모아놓고, 좋은 아이디어로 탈바꿈시키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제게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 희망제작소에서는 이런 노력들을 실제 정책에 반영시키기 위한 노력도 물론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엊그제 신문에는 그 노력 중 하나였던 '(국회의원) 호민관클럽'이 만들어졌다는 기사도 났더라구요. 대의 민주주의제도 아래에서 아무리 성실하고 뛰어난 국회의원도 일상의 정치를 담아내지 못하는 현실에서,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임인 희망제작소와 국회의원들의 자발적인(?) 모임인 호민관클럽이 연계된다면 더 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래는 책 내용에 대한 개인적인 메모입니다.]

-----------

[ 생활 ]

- 포인트 활용법
- 싱글들을 위한 반찬 축제
- 전시회 관람 시간의 늦춤

[ 행정 ]

- 협동조합: 시민발전소, 농민주유소 등
- (한정적) 버스 전용차선 이용권
- 아침 급식
- 방학중 학교 도서관 + 급식 시설 개방
- 대기시간 출력: 은행의 대기표를 놀이공원에 활용
- 어린이 전용칸
- 영유야/여성 전용칸
- 세금 미납자 권리 제한
- 노년층의 간호시스템
- 보도블록 놀이판: 청계천변
- 일수 벌금제
- 관용차를 경차로
- 버스 슬로타임
- 공중화장실 세면대 물로 재사용
- 도시를 위한 나무 기부 운동
- 자전거 도로 확충과 관광상품으로의 개발
- 장애인을 위한 관광 가이드북

[ 일상 ]

- 색다른 자동응답기

[ 관련 사이트 ]

- 희망제작소 벤치마킹 http://www.globalidieasbank.org/
- 혁신 사례 정기 보고 http://www.discoversocialinnovation.org
- 희망제작소 http://www.makehope.org/idea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강남, 낯선 대한민국의 자화상 - 말죽거리에서 타워팰리스까지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6년 10월
평점 :
품절


- 강준만 쌤의 책. 강남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사회 경제 문화적 소재들을 읽기 좋게 분류해두었습니다. 크게 (1) 부동산 개발의 역사 (2) 강남 특유의 사회 문화적 현상 (3) 부동산 관련 정책 및 논쟁 으로 정리되어 있고, (2)와 (3)은 뚜렷한 순서 없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후반부로 갈수록 책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지더군요. (발췌독이라 그런가?)

- 아래는 본문 내용을 임의로 정리한 것입니다. (정책과 논쟁 부분은 추후의 정리하려고 남겨두었습니다.)

------------

[해방 이전]

1917년 한강 인도교
1932년 최초의 아파트
1945년 서울로 개칭

[60년대 - 3공의 군사작전식 도시 계획]

1950년 도시화와 서울 집중
1958년 종암아파트 - 아파트 개념의 탄생, 상류층 입주
1962년 대한주택공사 창립, 마포아파트 - 온돌, 장독대 둘 곳 없어 비인기 / 변기, 싱크대 에피소드
"1960년대 말까지 아파트는 '마당이 없는 집'이라는 인식과 더불어 소음 등 공동생활의 불편함 때문에 빈민들의 주거 공간이라는 시각이 지배적"
"수세식 화장실을 갖춘 비율은 1990년에서야 51.3%였다."
1966년 서울 집중과 주택난, 판자촌
1966년 서울시장 김현옥 - 지하도, 육교, 도로 확장 공사 / 세운상가, 낙원상가 / 제 2 한강교, 제 3 한강교 / 여의도 개발
1966년 대서울 도시 기본 계획 - 기존 도심, 여의도, 강남
1968년 시민아파트 기공 - 금화아파트
1968년 광주 대단지 건설 계획과 청계천 판자촌 철거
1969년 제 3 한강교 완성 - 말죽거리 신화와 부동산 투기를 통한 정치자금의 마련
1969년 최초의 분양 제도 - 한강맨션
"한강맨션 분양이 성공하자 현대건설 사장 정주영은 장동운의 사무실까지 찾아와 "아파트 사업 그거 돈이 되겠습니까"라고 물었다."

[70년대 - 강남 개발의 시작]

1970년 와우아파트 붕괴 사건 - '와우식'
1971년 경부고속도로 조기 완공 - 선 완공 후 보완, 사망자 77명, 건설비의 4배에 달하는 땜질 공사비
1971년 광주 단지 폭동 사건
1972년 강북 개발 억제책
1975년 고속버스터미널 건설 - 교통부장관 행정명령
"1977년 당시 강남은 허허벌판이었다. 언론은 '지방 손님 실어다 벌판에 쏟는 서울 관문' 이라고 보도했다."
1975년 강남구 공식 탄생 - 건설회사 브랜드 유행
1976년 중동 특수와 아파트 붐 - 테헤란로 / 복부인, 프리미엄 / 제비족
"복부인의 연령 구조는 30~40대가 가장 많고 양장층이 대부분이다. 사실 테가 크고 굵은 안경을 즐겨 끼고 다니는 것이 특징이며 의외로 학력이 높아 중졸 이하는 거의 없다."
1978년 현대아파트 특혜분양 사건
1978년 잠실 개발 시작, 남산 3호 터널, 성수대교 개통
1978년 하이야트호텔 준공
"필자가 어릴 적에 동무들과 '서울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어디'며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어디냐'고 묻던 기억이 새롭다."
"이때까지도 남산에 고층 건물을 짓는 게 환경을 훼손하는 일이라는 의식이 없었다."
"우리는 근대화 과정에서 되풀이되어 나타나는 공공영역의 부재 현상을 다시금 본다. 모두가 공유하는 것은 내 것이 아니니 결국 무주공산이어서 차지하는 이가 임자라는 식의 생각, 이 시대의 한강 개발을 이러한 유산을 우리에게 남겼다."


[80년대 - 3대 붐과 빈민의 탄생]

1980년 목동 상계동 중계동 아파트 밀집지 건설
"도시에선 아파트 주민과 불량촌민 간에 갈등이 있었다면 도시 교외에선 아파트 주민과 원주민 간에 갈등이 생겨났다."
1980년 강북 명문고(경기, 휘문, 서울 등)의 강남 이전과 과외 전면 금지 조처(불법과외 사법처리)
1987년 조선일보 주식시세표 게재 시작, 증권사 직원은 셀러리맨의 우상, 국민주 보급
1980년 3대 붐(마이카, 증권 투기, 부동산 투기)
"1989년 말 12·12 증시 부양 조치로 중앙은행의 발권력까지 동원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믿었던 이들은 계속 증시에 남았는데 이는 일반투자자들이 증시를 탈출한 마지막 기회를 놓치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땅값은 올림픽 직후인 1988년에 급격히 상승했는데, 무려 32%나 올랐다. 이러한 상승률은 1979년 16.6%와 견주어보면 더욱 두드러졌다."
"삼성, 롯데 등 일부 재벌그룹들은 1985년부터 4년 사이에 전체 보유 부동산의 70% 이상을 집중 매입했다. 모두 다 은행에서 빌린 돈이었다. 정부에서는 왜 투기를 방치하고 조장하는가. 그것은 그들이 공범자이기 때문이다. 어떤 형태든지 개발을 결정하고 추진하는 주체는 정부다. 89년 세무조사는 투기로 벌어들인 이익을 정부에 상납하지 않는 재벌들에 대한 조치"

1984년 목동 철거 반대 투쟁 - 빈민 운동의 시작
"1963년부터 1965년 사이에 후암동 대방동 이촌동 등지에서 철거민을 쓰레기차에 싣고 와 갈대밭에 버린 일이 있다.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윤치영 씨는 갈대밭에 내던진 철거민들에게 이렇게 공언한 바 있다. '이곳만은 손대지 않을 테니 재주껏 살아보시오.' 그곳이 바로 목동이었다."
1989년 재벌들의 백화점 사업 열풍
1989년 과외 산업 활성화

[90년대 - 왜곡된 성장과 중산층 거품의 붕괴]

1990년 신사동 카바레 문화
1991년 수서사건 - 한보와 서울시의 수서 택지 분양 결탁, 세계일보의 특종 보도, 세계일보 세무조사 및 부사장 편집국장 인사 보복
1994년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붕괴
1994년 지존파 사건 - 압구정동의 야타족을 모두 죽이지 못한 것이 한이 된다.
1997년 구제금융

[2000년대 - 타워팰리스]

2000년 아파트의 브랜드화
2000년 과외 금지 위헌 판결과 대치동 학원 1번가
2001년 강남 아파트 재건축 열풍
2002년 도곡동 타워팰리스

[강남의 사회문화적 코드]

- 강남 북부 대표인 압구정동과 남부 대표인 대치동을 대조해보면, 압구정동이 대치동보다 재산이 많다. 대치동의 모범생 문화는 서울대 진학률이 높다.
- 대치동 17평짜리 아파트 전세 값이 왜 3억 원이겠어? 이게 다 교육 인프라 이용 가격이야.
- 아이들이 하루에 몇 군데씩 학원에 다니기 때문에 일일이 차에 태워 보내랴 데리러 가랴 정보 얻으러 다니랴 너무너무 바쁘죠. 저만 해도 아이들 학교에 보내고 오전에 헬스클럽 잠깐 다녀오는 것 빼고는 거의 모든 시간을 아이들을 위해 써요
- 자녀 교육엔 보수 개혁 진보가 없다.

- 이제 한국도 섞이지 않고 살게 될 거야. 그러니까 지금 아이들에게 이 강남 인맥을 만들어주는 게 애들 평생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 요즘 초등학교에선 명문급이라는 서너 개 유치원 출신들끼리 따로 어울린다는 말을 듣고 지난해에 다닌 동네 유치원에서 옮기기로 했다.
- 비벌리힐스의 민간 경호업체는 심지어 장갑차까지 보유하고 있다더라.
- 타워팰리스는 112 신고가 없다. 2000여 대의 폐쇄회로 티브이와 지문감식시스템 등 철통보안 때문. 편의 시설, 게스트룸, 엘리베이터 콜, 할로윈 파티, 80% 외제차

- 넉넉한 가정의 고교생들이 자발적으로 유흥업소 취업
- 유명 브랜드의 상설할인매장 거리인 로데오 거리는 부동산개발업자와 패션 가게 상인, 명품 의류업체 등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절묘한 작품이다. 서울에서 시작되어 인천, 일산, 분당, 안산 등 수도권으로 옮겨가고 있다.
- 유혹적이면서 동정을 불러일으키는 외모의 김수희와 그녀가 부르는 도시의 블루스는 단숨에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사연 많은 여자'의 이미지를 대변했다.

[아파트 열풍]

- 안전진단 불합격을 놓고 통과라는 말을 붙여가며 아파트 입구에 경축 플래카드를 붙인 것은 그 아파트 주민들이 드디어 재건축 프리미엄을 붙여서 아파트를 비싸게 팔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허물고 다시 짓는 일을 맡게 된 건설 회사는 또 그 틈에 일거리를 맡아 돈을 벌게 되었기에 경축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 한국 주택 수명은 약 14.8년으로 일본의 1/2, 독일의 1/4, 영국의 1/10이다
- 2004년 용산 시티파크에 이틀 동안 25만 명이 넘는 청약자들이 몰려 청약증거금만 8조 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되었다.
- 담합
- 잠실주공아파트 14% 만 소유자와 거주자 일치

[사회와 부동산]

- 문화방송의 대하드라마 <땅>: 경영진의 일방적인 종료 결정, 사장 제작이사 청와대 호출, 방송위원회 압박, 제작사 및 제작국장 징계
- 이제 서울대는 귀족대학이 돼버렸어.
- 건설오적 - 경제관료, 건설업체, 토공 주공, 언론, 투기꾼

[자연과 부동산]

- 이런 집들일수록 자기 컴플렉스가 심해서 광고에는 꼭 자연을 끌어들인다.

[부동산 관련 정책과 논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국의 보수를 論한다 - 보수주의자의 보수 비판
박효종 외 지음 / 바오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 이 책은 '보수주의자의 보수 비판' 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자유기업원 김정호 원장, 서울대 박효종 교수, 소설가 복거일 씨, 한나라당 원희룡 국회의원, 조선일보 이한우 기자, 연세대 함재봉 교수, 정성환 씨 까지, 보수주의자를 표방하는 7명이 한국의 보수주의 세력을 비판하는 글을 묶어두고 있습니다. 책은, 최근 두 차례의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한 것을 '한국 보수주의의 위기' 라고 생각해 - 물론, 일부 필자는 한나라당이 한국 보수주의를 대표하는 것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반대했지만 - 기획된 것으로 보입니다.

- 7명 필자들의 논점과 내용은 제각각인데요, 박효종 교수와 원희룡 국회의원, 소설가 복거일 씨의 경우는 다소 원칙적이고 추상적인 내용으로 일관했던 것 같고, 조선일보 이한우 기자와 연세대 함재봉 교수는 보수주의에 대한 비판이라기 보다는 보수주의 비판에 대한 비판, 즉 반(反)비판에 좀 더 초점을 맞춘 것 같습니다. 정성환 씨는 대학생들을 비롯한 젊은층에, 김정호 원장의 경우는 경제분야에 초점을 맞추어 쓰고 있습니다.

- 우선, 필자들의 글을 싣기 이전에, 출판사와 필자들부터 "보수주의가 무엇인지", "한국의 보수주의자는 누구인지"를 토론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복거일 씨의 경우는, 보수/진보 라는 (이미 가치판단이 포함된) 표현 대신, 좌파/우파 친체제/반체제와 같은 가치중립적인 용어를 사용하자고 주장하고 있고, 김정호 원장의 경우도, 자신은 한국사회가 변화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하므로 보수주의자라는 호칭은 부담스럽다는 얘기를 하고 있을 정도 입니다. 한 권의 책에서 조차 필자들 사이에 합의되어 정의된 단어가 사용되지 않고 제각각의 의미로 사용된다는 것은, 적어도 책읽기에는 무척 비효율적인 일이지요.

- 더구나, 필자들이 '보수주의' 가 갖는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이것을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것은 굉장히 안타까운 일입니다. '좌파' 내지 '빨갱이' 라고 불리우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이들 역시 마찬가지겠죠. 물론, 언어란 사전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정의되는 것인 만큼, 그 언어가 자신의 정체성을 왜곡한다고 생각되면 얼마든지 변화를 꾀할 수도 있는 것이겠지만, 적극적인 대처 방법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나 니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 아니야." 라고 말하기 보다는, "너 뭔가 잘못 알고 있구나." 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적극적이니까요. 적어도 보수주의는 좌파나 빨갱이 처럼 법적인 위협을 받는 호칭도 아닌데.

- 용어를 정리하는 데 있어, 초기 보수주의를 주창한 에드먼드 버크의 표현을 빌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보수주의란 "전통과 질서를 존중하면서 점진적인 개혁을 모색하는 것" 이죠. 이 표현을 한국 사회에 적용할 때, 전통과 질서의 의미가 '자유민주주의' 와 '시장경제체제' 라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개혁'에 있는데요, 보수주의자를 자처하는 이들이, 왜 모든 개혁 세력을 동료로 생각하지 않는지가 궁금합니다. 이들은 앞에서 에드먼드 버크의 표현을 실컷 인용해 놓고, 바로 뒤에서 "시장의 질서나 독과점 방지, 사회적 약자를 위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입장이 진보" 라고 규정하고 있으니 전혀 일관성이 없지요. 

- 한 발 양보해, 이것이 에드먼드 버크가 말한 "점진적인 개혁"이 아니라면, 이들은 점진적인 개혁과 급진적인 개혁의 차이를 설명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을 설명하지 못하는 당신은 '개혁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수구주의가 맞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당신들도 알다시피 많은 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생각이죠. 정성환 씨는 한국 보수주의의 과제가 '조갑제 류의 극우 세력' 과의 결별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건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못되는 것 같습니다. 본질적인 것은 극우 세력과의 관계 보다 개혁 세력과의 관계에 있습니다.

- 두번째로,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곧 국가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 이라는 시장의 논리를 주창하면서, 기업 운영을 "혼신을 다해 기업을 일구고 고용을 창출했다." 고 미화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시장경제체제에서 기업가들은 그 무엇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기업을 운영하죠. 노동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노동하는 것이죠.

- (몇몇 필자들이 지적하고 있지만) 박정희의 개발독재에 대해서 침묵하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입니다. 시장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 시장경제체제에 대한 개혁을 넘어선 모종의 조치라면, 국가 주도로 모든 산업을 계획하고 추진하며 금융시장을 통제했던 3공화국이야 말로 역대 정부 중에서 가장 반체제적인 정부가 아닐까요.

- 성장이 우선이냐, 분배가 우선이냐를 가지고 보수와 진보를 가른다는 것 역시 형용모순에 불과합니다. 성장과 분배 앞에는 '시장경제체제' 가 생략되어 있습니다. 시장경제체제 하에서 성장에 중점을 둘 것이냐 분배에 중점을 둘 것이냐 하는 논쟁이죠.

- 용어의 혼란과 그로 인한 자기 모순은 자유민주주의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성환 씨는 "진보를 빨갱이로 보는 색안경을 버리자."고 요구하고 있는데, 본질적인 문제는 색안경이기 이전에, 물리적 강제와 폭력이었습니다. 즉, "빨갱이 좀 예쁘게 봐 달라." 는게 아니라, "빨갱이를 허용하네 마네 운운할 자격이 없다." 는 것이죠. 자유민주주의는 시장경제체제와 마찬가지로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곧 국가의 (정치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 이니까요.

- 두번째로, 특정 정치세력 내지 이익집단을 '보수 세력' 이라고 총칭해서도 안됩니다. "보수 세력은 한국 사회를 이끌어 온 주류였다." 라던지 "혼신을 다해 기업을 일구고 고용을 창출했다." 라는 표현에서 저는, 필자들이 보수주의 라는 사상의 표현을 (전혀 다른 범주인) 특정 집단을 지칭하는 표현과 뒤섞어 사용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들을 지칭하려면, 가장 중립적인 표현으로 (순수한 의미에서) '기득권' 이 되겠습니다. 아니면, 정확한 명칭을 나열하던지요.

- 마지막으로, 함재봉 교수와 김정호 원장의 경우는 용어의 혼란이 어디에까지 이르렀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함재봉 교수는 87년의 민주화 항쟁을 언급하면서, 근대국가 건설 이후 일어난 보수주의 세력의 균열을 진보 세력이 이용한 것일 뿐 진보 세력의 공이 아니라고 말하는데,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일어난 민주화 운동 더러 (정작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할) 보수주의 세력의 균열 운운하는 것은 정말 웃지 못할 해프닝일 것입니다. 김정호 원장 역시 진보 세력을 논평하면서 "가난한 자에 대한 연민, 부자에 대한 적대감, 미국에 대한 적대감, 북한에 대한 온정적 태도" 라고 말하고 있는데, '연민', '적대감', '온정적 태도' 에서 어떻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에 대한 태도를 발견할 수 있는지 의문일 뿐입니다.

- 사실, 책이 표방하고 있는 진정한 의미의 보수 비판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지향하고 지역주의, 과거사 청산을 내걸고 있는 열린우리당의 집권과 함께 정치권에서 매일 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오히려, <한국의 보수를 논한다>는 지금까지 보수주의를 독점해 온 세력들이, 새로운 보수주의 경쟁 세력을 맞이해 벌이는 자기혁신 노력이라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 하지만, 필자들이 공통적으로 내놓은 자기혁신 전략이라는 것이, 도덕적 의무 지키기, 군사문화에서 벗어나기, 중산층 정서 이해하기, 미래비전 제시하기와 같은 것들이라, 이것을 전략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뭐 열심히 노력해서 열린우리당, 민주당과 공정한 경쟁을 벌이시기를 바랄 밖에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진보정당은 비판적 지지를 넘어설 수 있는가
주대환 지음 / 이후 / 200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진중권 씨 책을 찾아 도서관 서가를 돌아다니다 눈에 띄어 발췌독했습니다. 인민노련과 한국노동당에서 활동했던 그의 이력을 염두하며 한국의 정당 역사를 정리하기 위해 꼽아둔 책이었는데, 구하기가 불편해 그만두었던 책이었죠.

- 불행인지 다행인지, 진보정당의 역사와는 내용적으로 큰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내용은 철저하게 '진보정당의 원내진출 방법' 에 맞추어져 있습니다. 이 책은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진출하기 1년 전인, 02년 대통령 선거를 즈음해서 쓰여진 것으로 보입니다. 재야를 벗어난 이래로 92년 한국노동당, 96년 개혁신당, 97년 국민승리21을 거쳐 99년 민주노동당까지 10년 가까이 국회 밖의 정당에서 활동하면서 쌓였을 피로가 묻어나는 글이었습니다. 

- 그 원인을 분석하는데 있어, 87년 대통령 선거 이래 매번 반복되어왔던 '전략적 선거연합(비판적 지지)' 라는 쟁점이 빠질 수 없을 것이고, (글을 쓴 기준으로 봤을 때) 02년 현재, 민주당과의 전략적 선거연합에 대한 판단과 더불어 주된 내용을 이루고 있습니다. 후반부에는 지역감정 문제, 그리고 선거 전략 - (1) 사회당, 녹색평화당과의 합당 (2) 자유주의 세력들과의 연대 - 과 제도 개선 방안 - (1) 중대선거구 다수대표제 (2) 대통령 결선투표제의 도입 - 을 약간 덧붙이고 있습니다.

- <진보정당은 비판적 지지를 넘어설 수 있는가> 라는 책 제목에서, '진보정당' 보다는 '비판적 지지' 에 무게가 실려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물론, 제가 민주노동당 당원이 아닌 이상 민주노동당의 정체성까지 이래라저래라 왈가왈부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민주노동당이 어떤 당과 합당 혹은 전략적 선거연합을 하든, 그것은 민주노동당 당원들이 결정할 일입니다. 제가 의견을 낼 수 있는 여지는, '민주노동당' 보다는 민주노동당이 표방하고 있는 '진보정당'에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은 당명도 아닌 '진보정당'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사용하고 있는데요, 하나의 공식적인 정치세력인 이상, 자신들이 표방하는 정치에 걸맞는 활동을 할 책임은 있는 것이니까요.

- 여기서 잠깐, 책 초반부에 씌여진 주대환 씨의 이력을 살펴보게 됩니다. (그는 솔직하게 자신의 사상 편력을 밝히고 있는데, 그가 이것을 언급한 이유도 그리고 제가 이것을 관심 있게 살피는 이유도 바로 "민주노동당은 왜 진보정당인가?" 라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 입니다.) 그의 사상 편력은 크게, (그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사회가 제대로 되어야 개인이 행복할 수 있다.'는 좌파적 성향" 에서 "마르크스-레닌주의"로, 그리고 소비에트 연합의 해체 이후에는 "사회민주주의"로 변화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사회민주주의란, "공산주의를 포기한 좌파, 실험과 관찰, 경험과 실용을 중시하는 현실주의적 좌파" 라고 합니다. "공산주의에 비하면 그렇게 '진한' 주의가 아니다."라고 까지 말하고 있습니다.

- 저는 주대환 씨의 설명에서 그가 지향하는 정치경제체제를 도무지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확실하게 언급된 것은 그가 공산주의를 버렸다는 것 뿐, 자본주의에 대한 태도도 굉장히 불분명합니다. '실험과 관찰, 경험과 실용을 중시한다' 던가 '현실주의적' 이라는 수식어는 얼마든지 사용해도 좋지만, 그것이 무엇을 수식하는지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혼란을 불러 일으킵니다.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그저 자본주의가 완벽한 체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해서, 그것이 진보적이고 좌파적인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유시민 씨 처럼 공개적으로 자유주의를 표방하는 이들도, "자본주의는 내적 파괴성을 가지고 있다." 고 발언하고 있으니까요.

- 주대환 씨가 책에서 사회주의인터내셔널의 해체와 공산주의인터내셔널의 성립 과정을 언급한 것을 보면, 그도 1900년대 유럽에서 사회민주주의를 표방하던 정당들이 두번의 세계적 전쟁 앞에서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 충분히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소비에트 연합의 해체에 대해서는 너무나 간단하게 "공산주의는 안돼. 인간의 본성은 악해." 라고 결론 내리는 그가, 왜 서유럽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의 전쟁 참여에 대해서는 "사회민주주의는 안돼. 결국엔 자본주의 정당들의 들러리가 되고 말거야." 라고 말하지 않는지 궁금합니다.

- 저는 그와 민주노동당이 좀 더 확실하게 자신들의 정체성을 밝혀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은 주체사상과 공산주의 아닌 어떤 사상도(?) 포용하는 민주공화국이 아닙니까. 당원이 아닌 어떤 누구도 그들에게 정체성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진보정당' 이라는 정체성을 당명 처럼 사용하고 있는 정당이라면, 이런 질문에 좀 더 자신 있게 대답해주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 [보탬]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 덧붙이자면, 저는 "함부로 진보 행세 하지마!" 라고 다그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단지 "진보정당이 뭡니까?" 라고 질문하고 있을 뿐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권영길과의 대화
김경환 지음 / 일빛 / 1997년 11월
평점 :
품절


- 민주노총 초대 위원장이자,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인 권영길씨가 주인공입니다. 월간 <말>의 김경환 기자가 권씨의 얘기를 빌어, 때로는 동행취재와 인터뷰를 통해 재구성한 그의 일대기입니다.

- 그가 서울신문의 기자 출신이자 프랑스에서 특파원으로 활동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있습니다만, 그 이전에 모종의 비밀결사를 추진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정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의 프랑스 행은 그것과 관련이 있는 듯 합니다. 그는 기자의 신분으로 74년 동아투위를 지켜보면서도, '대중운동 만으로는 어렵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하는군요.

- 민주노동당의 세력화를 통해 마치 평균을 내듯 정치의 '균형'이 가능하다는 생각이나, 그렇게 하기 위해 노동자 만의 계급정당 대신 대중정당이어야 한다는 주장은, 그의 정치적 지향을 명백히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는 "변혁운동의 논리를 곧이곧대로 노동운동에 적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으로 이어지죠. 마치 변혁운동을 지지 혹은 포용하는 듯한 인상에도 불구하고, 권씨의 주장은 반대로 변혁운동을 구부리는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변혁운동은 노동대중 앞에서 숨기거나 변형해야 할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의 주문에 따르자면, 변혁운동가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없어보입니다.

- 그는 어두운 전망의 세계 자본주의와 소위 사회주의 국가들의 몰락에서, "완전히 새로운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서 가장 적극적인 정치적 표현인 민주노동당의 정책과 강령이, 그가 말하는 '새로운 모델에 대한 탐색'의 결과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그가 진정으로, 변혁운동을 포용하기를 기대해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