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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 게임 ㅣ 다카노 시리즈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5월
평점 :
바람에 실려 분무 하듯 산자락을 훑어 내리는 비가 아름다운 하루다.
타원형의 스피커에서 좋아하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노란 빛의 조명이 거실을 비추는 가운데 그 아래 애정하는 작가의 책을 읽는..... 정말 모든게 맞아 떨어지는 드물게 아름다운 하루다.
코로나라는 역사의 길이 남을 전염병의 한 가운데 서 있는 인류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사치를 누려도 되나 싶을 정도로 행복한 기분이든다.
옮긴이의 말을 빌리자면 다카노 시리즈인 3부작 중 마지막을 마무리하는 <워터 게임>은 작가가 인간의 근본적인 '외로움'을 애써 제거하는 이번 작업을 통해 '외로움이 없는 인물들은 이토록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구나. 밖으로, 더 밖으로 나갈 수 있구나'하는 점을 깨달았다고 한다. 과연 사람을 믿어 외로움을 극복해 나간다는 게 가당키는 할까? 그것에 대한 의구심은 이 책을 읽은 지금에도 해소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타심을 버리지 않을 수 있게 내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점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비록 헐리우드 영화처럼 거대하고 화려하진 않지만, 탁류가 순식간에 도시를 집어삼켜버린 거대한 대 폭파 사건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인간의 내면을 깊이 파헤치는 장인의 손길 답게, 내가 곧 그가 되어 등장인물 모두를 사랑하게 되는 즐거운 고민을 안겨 준다.
오늘 같은 소중한 하루를 안겨준 요시다 슈이치에게 감사하며, 새삼 작가는 정말 위대하다고 또 한번 감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