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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日記 - 황정은 에세이 ㅣ 에세이&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평점 :
10여년 전 <백의 그림자>로 황정은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다.
사실, 그 당시 한국 작품 속에서 종종느껴왔던 한의 정서가 고스란히 느껴져, 나는 그에게 그닥 좋은 점수를 주지 않았던 것 같다.
아마, 그였다는 것을 알았다면, 읽어 보지 않았을 것이다.
더군다나, 에세이를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한 플친님의 글을 읽었다.
평소 그의 사유가 멋진 문장이 되어 나의 눈을 즐겁게 함으로, 그 리뷰에 홀려 주저 없이 읽었다.
아~ 그 황정은 이다.
나는 타인의 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에세이는 타인의 일기라고 생각함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백의 그림자>를 읽을 당시 그의 출생년도를 찾아봤던 기억이 난다.
문장력이 좋은 그의 글을 보며 나보다 어리면 어쩌나 하는 질투심과 조바심으로 그러했다.
작가의 이름은 기억 못하면서......
참으로 찌질하다.
현재의 그는 강했다.
더욱 절제되고 다듬어진 문장들이 그를 대변했다.
" 어떤 날들의 기록이고
어떤 사람의 사사로운 기록이기도 해서, 그것이 궁금하지 않은 독자들이 잘 피해갈 수 있도록 < 일기>라는 제목을 붙여보았습니다."
나는 말미에 적힌 그의 세심한 배려에 진심 반했다.
그의 일기는 처음 발을 들여 놓았을때 보다 회차를 거듭 할 수록 나의 일기가 되어갔다.
일기다 보니 다소 자질구레한 면이 없진 않지만,
그는 고집이세고, 심지가 굳고, 용감했다.
같은 하늘 아래 같은 흙을 딛고 서 있는,
더는 타인이 아닌 우리임을 깨닫게 해준 그.
작가는 펜으로 행동하는 자임을 몸소 보여준 그가 나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