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쿠가와 이에야스 25 - 제3부 천하통일 - 에도와 오사카
야마오카 소하치 지음, 이길진 옮김 / 솔출판사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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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적으로 나는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재미있게 읽고 있다. 하지만 가끔 글쓴이가 일본인이니만큼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물론 글쓴이가 일본인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책을 읽기는 하지만 과도할 정도의 일본 우월주의 및 역사를 스스로 만드는 듯한 장면에서는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특히 이번 책에서는 그 시절에 여자가 잠수함을 생각해 냈다는 부분이 나오는데 이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아무리 픽션이라도 역사를 바탕으로 하는 역사 소설이라면 최소한의 지켜야 할 선은 있는 법이다.

 어쨌든 25권에서는 오사카의 도요토미 히데요리와 에도의 도쿠가와 이에야스 간의 갈등이 점점 표면화된다. 만약 도요토미 히데요리가 히데요시만큼 자유로운 상황에서 자랄 수 있었다면 좀 더 큰 인물이 될 수 있었을까? 히데요시에 비해 히데요리는 오사카 성에 갇혀서 작은 인물이 되고 말았다. 언제나 자신을 받들어주는 사람들 사이에 있다보니 세상을 보는 눈도 힘도 가지지 못하고 오직 어머니 요도 부인 치마에 싸여 수동적인 인물이 되고 만 것이다.

 특히 요도부인의 경우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되다보니 아집에 사로잡히고 욕구불만 때문에 젊은 가신을 침실로 데려오는 등의 일을 통해 히데요리 교육에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정치에도 관여하면서 히스테를 부려 에도와의 관계를 계속 악화시키고 있었다. 이를 보면 어머니의 품행이 얼마나 자식 교육에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이로써 결국 오다 노부나가의 혈육은 모두 좋지 못한 끝을 맞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이어서 오쿠보 나가야스가 흥미로운 인물로 등장한다.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이나 그 능력을 바탕으로 타테 마사무네와 소텔과 영합하여 다시 한 번 일본 열도에 평지풍파를 일으킬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과연 오쿠보 나가야스는 어떤 마지막을 맞이하게 될까? 그리고 이 음모에 대한 에도 막부의 대체는 어떨지 심히 궁금해진다. 빨리 26권을 읽어 그 결과를 확인해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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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쿠가와 이에야스 24 - 제3부 천하통일 - 태평시대의 태동
야마오카 소하치 지음, 이길진 옮김 / 솔출판사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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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 만에 다시 책, 그 중에서도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손에 쥐게 되었다. 다시 한 번 일본 센코쿠(戰國)시대를 이 책을 통해 살펴볼 생각을 하니 정말 즐겁다. 흔히 말하길 가장 재미 있는 구경은 바로 불 구경과 싸움 구경이라 하지 않던가? 내 자신이 대상이 되지 않는 싸움 구경은 정말 재미 있는 것이고 게다가 대한 민국도 아닌 일본의 옛 싸움 구경, 또한 1:1도 아닌 다수 대 다수의 싸움 구경은 정말 재밌는 일일 것이다. 흔히 가장 재미있는 소설로 불리며 필독서라고 하는 <삼국지>의 일본판이 바로 <도쿠가와 이에야스> 아닌가?

 어쨌든 24권에서는 드디어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손녀인 센히메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아들인 히데요리가 결혼을 하게 된다. 앞에서 살펴본 대로 이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죽을 때가 다가오자 자신의 아들인 히데요리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정략적으로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 강요한 것이다. 다만  도요토미 히데요시 역시 자신이 죽은 후에는 가장 강력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천하인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지만 이미 병으로 정신이 혼미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차라리 이렇게 미봉책으로 결혼을 이용할 것이라면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암살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 책의 글쓴이는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도요토미 히데요리를 잘 키워볼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런데 실제 역사는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히데요리를 죽이지 않던가? 그리고 이렇게 철두철미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훗날 화근이 될 수 있는 히데요리를 죽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이에야스가 센히메를 결혼시킨 것은 마치 과거에 오다 노부나가가 자신의 딸과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첫째 아들인 노부야스를 결혼시켜 후에 노부야스의 자결을 강요한 것과 같은 명분 쌓기가 아니었을까? "나의 소중한 딸의 남편인 히데요리를 죽이는 것은 나에게도 힘든 일이지만 천하의 평화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다"라는 식으로 말이다….

 결국 히데요리와 센히메는 결혼하게 되지만 그들의 결혼 생활은 행복하지 못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특히 이미 여자를 알게 된 히데요리에 비해 센히메는 너무 어려 히데요리에게 여자로 느껴지지 않았고 결국 차야 시로지로의 약혼녀인 사카에를 건드려 사카에게 히데요리의 자식을 임신하게 된다. 이 상황에서 차야 시로지로와 사카에의 대응이 사못 신기한데 사카에는 부끄럽게 여겨 자살하지 않고 히데요리의 자식을 낳아 키우기로 결심한다. 이는 사카에의 마음 한 편에 오사카의 큰 성에서 외롭게 살고 있는 히데요리에 대한 연민이 남아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비해 차야 시로지로는 대범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정말 차야 시로지로는 대단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그리고 오사카 성의 엄청남 양의 황금을 본 오쿠보 나가야스는 이에야스의 여섯째 아들 타다테루를 이용해 권력을 잡겠다는 새로운 야망을 불태우게 된다. 너무 능력이 좋은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이런 유혹에 흔들리는 것 같다. 여기서 복선이 깔린 만큼 후에 오쿠보 나가야스는 결국 좋지 못한 결말을 맞게 될 것이 분명해 보이지만 능력이 있다면 이런 야망을 가지는 것 역시 잘못된 일이 아닐 것이다. 어차피 역사는 승리자의 기록이니 만큼 만약 오쿠보 나가야스가 승리했다면 역사는 다르게 기록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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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 -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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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오랜만에 책을 읽고 리뷰를 쓰는 것 같다. 그동안 책을 읽을 여유가 없었다고 말한다면 핑계겠지만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법전을 제외한 다른 책에 손이 쉽게 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놈의 "책에 대한 욕심" 하나는 수험 기간에도 변함이 없어서 읽지도 못할 책을 꾸준히 사 모으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이 책 <용의자 X의 헌신>이었다.

 이 책에 대해 살피기에 앞서 잠시만 한/일 추리소설계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사실상 대한민국 추리소설계는 이미 황폐화질대로 황폐화해져서 1년에 그럴듯한 추리소설 한 권이 나오지 않는 현실이다. 그에 비해 일본에서는 꾸준히 추리소설이 출판되고 있으며 그 등용문이 되는 것이 바로 <에도가와란보상><일본추리작가협회상>이다. 이 작품의 글쓴이인 "히가시노 게이고" 역시 위 2개의 상을 수상하면서 추리소설 작가의 길을 걸었으며 제 134회 나오키상을 수상하고 영화로도 만들어진 <용의자 X의 헌신>을 발표하게 되었다. 언제쯤 한국에도 내세울 만한 추리소설이 발표될 수 있을까? 계속 셜록 홈즈와 괴도 뤼팽만 읽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각설하고 이 책의 트릭은 솔직히 나는 간파하지 못했다. 앞에서부터 끝까지 글쓴이는 독자의 시선을 <알리바이>에 맞춰 놓고 실제로는 알리바이가 아닌 <시체의 신원>에 트릭을 숨겨 놓았다. 사실 한동안 유행했던 사건을 조사하는 사람이 범인인 추리소설일까 의심도 해보았으나 작가와의 머리 싸움에서는 패배하게 되었다. 일단 나를 이겼으니 트릭 면에서는 높은 평가를 줄 수 있으나 뭔가 부족한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물론 "이건 추리소설로 위장한 거룩한 사랑의 기록이다."라고 평가하신 분의 생각에 동의는 하지만 역시 마무리가 조금 아쉽다. 자수로 끝내지 않고 좀 더 감동을 줄 수 있는 마무리가 좋지 않았을까? 특히 마무리 부분은 너무 서둘러 마무리 지은 감도 있다. 특히 친구인 천재 수학자가 진실에 다가선다고 바로 자수해 버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천재 수학자와 천재 물리학자의 본격적인 대결을 기대하고 있던 나에게는 분명 아쉬운 면이다. 

 그래도 이 책을 보면 일본에는 꾸준히 추리소설이 인기를 끌고 있는 모양이다. 전에 읽었던 <13계단> 역시 감탄을 자아나게 했고 한국에도 꾸준히 판매되고 있는 <명탐정 코난>이나 <김전일> 같은 만화책도 꾸준히 팔리는 것을 보면 옆동네가 부러워 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한국에도 멋진 추리소설이 나오기를 기대하며 리뷰를 마무리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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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불제 민주주의 -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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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말하면 원래 이 책을 구입할 생각은 없었다. 사실 <유시민>에 대해서 기억하고 있는 것이라고는 굉장히 공격적이고 사납게 보인다는 것과 의원 선서할 때 정장을 안 입고 와서 다른 의원들의 질책을 받았다는 것(사실 정장을 안 입고 왔다고 선서를 못하게 하는 것도 웃기다. 그만큼 우리 나라 '구캐우원 아기들'은 권위주의에 빠져 있는 것이다.), 또한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있다는 점, <100분 토론 100회 특집>에서 '진중권 교수'와 함께 엄청난 달변을 자랑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100분 토론에서 보기 전까지만 해도 부정적 인상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평소라면 거들떠 보지도 않을 책이었지만 KOEX 반디앤루디스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는 손이 가게 되었다. 그런데 맨 첫 장을 넘겼을 때 <유시민의 사인>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맨 처음에는 복사한 것인줄 알았는데 전체 책 중에서 딱 3권만 사인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초판 1쇄 작가 사인본의 유혹에 못 이겨 지름신의 가르침을 받들게 되었다. 참고로 유시민의 사인은 "생각은 힘이 쎄다"라는 메세지였다. 그냥 단순히 이름과 날짜만 적는 것이 관행인데 이렇게 메세지가 있는 것 또한 신선했고 이 책을 읽는 내내 메세지대로 '생각'하면서 읽으려고 노력했다.

 이 책에서 관통하는 한 가지의 주제는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라는데 우리 나라의 민주주의는 아직 피가 부족하기 때문에 나중에 그 댓가를 지불해야 하는 이른바 <후불제 민주주의>라는 것''민주주의를 수호하는 헌법을 현재 2MB 정부는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 마지막으로 '자기 자랑과 노무현 정부에 대한 변명'이다. 초반에는 주로 후불제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가 많으나 뒤로 갈수록 2MB 정부에 대한 비판이 강조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책 내용을 살펴보면 유시민이 나름 생물학적 지식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특히 3000년 전 인간과 현대인 사이에는 뚜렷한 생물학적 진화가 없으며 오직 도구와 제도, 문화만 진화했다는 것을 지적했는데 생명공학을 전공하는 입장에서 동감한다. 다만 <진화 생물학>에서는 유전자-문화 공진화를 주장하는데 과거에는 유전자가 진화를 이끌었다면 인간의 두뇌가 물리학적 한계에 도달한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진화가 느린 문화가 유전자의 진화를 쫓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만약 다시 유전자-문화가 서로 같은 수준까지 진화한다면 다음 진화는 무엇이 앞서 나가게 될까?

 그리고 국방부 불온도서와 이에 헌법소원을 신청한 군법무관에 대한 칭찬이 있는데(p.113) 이에 대해서는 나도 할 말이 있다. 나는 2005년 1월 달에 전역을 한 달 앞두고 박노자의 <당신들의 대한민국>이란 책을 사서 들어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당시 정보장교가 샅샅이 살펴보고 군을 비판하는 내용이 있다고 뺏어 버린 것이 아닌가? 정말 어이가 없었다. 그런데 현재도 이런 세대에 뒤떨어지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 자신이 원하는 것만 교육시킨다고 진실이 가려질까? 과거 '유신 교과서'로 공부한 유시민이 이렇게 '좌파'가 된 것을 보면 진실은 가려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얼마 전에 국방부에서 군법무관을 징계했는데 그 결과 그들은 판,검사가 될 수 없고 3년간 변호사 자격이 제한되게 되었다. 정말 멋진 대한민국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대학생으로 되돌아 간다면 하고 싶은 일을 간략히 적어 놓은 것이 눈에 띄었다.(p.289) 즉, 유시민은 '영어와 수학, 라틴어, 한문을 공부하고 철학과 물리학 분야의 고전을 읽을 것이며 우주와 세계의 질서, 국가와 인간의 본질을 이해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데 필요한 지식 탐구의 도구를 풍부하게 갖추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할 것'이라고 했는데 나도 이제 얼마 안 남은 젊은 동안 이런 도구를 갖추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해야 할 것 같다. 특히 수학은 다시 공부할 생각이고 라틴어는…

 그러나 에세이 형식이다보니 주제가 난잡하다는 느낌을 받으며 2MB 정부에 대한 비판만 있는 점은 아쉽다. 좀 악의적이다 싶을 정도인데 어차피 2MB 정부를 선택한 것은 '국민'(참고로 난 아니다)이고 어찌되었건 5년은 지나야 하는 것이니 좀 더 충고 위주로 썼으면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물론 나 역시 '국개론'(국민 개병신론)에는 안타깝지만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돌베게 출판사>는 좋은 인문/사회 서적을 내기로 유명한 곳이고 편집자인 김희진씨 역시 유능한 사람이므로 읽어도 돈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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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이인웅 옮김 / 두레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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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제목은 누구나 한 번씩은 들어 보았을 것이며 대충 무슨 내용인지도 역시 알고 있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런 사랑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독일의 대문호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의 대표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미 결과가 뻔한 소설을 아까운 시간을 소모하며 읽을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사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샤를롯테를 사이에 두고 벌어진 괴테와 케스트너의 삼각 관계에서 비롯된 갈등을 수습하기 위해 창작한 것이라는 학설도 있는 만큼 나의 책 구입 리스트에서도 맨 마지막에 있는 책이었다.

 그런데 이 책, 정확히 말하면 이 번역본은 특별하다. 우리는 흔히 쓰레기 같은 번역들로 인해 종이만 낭비하는 책을 많이 만나게 된다.(특히 독자층이 얇은 과학교양 서적에서 심한데 대표적으로 <부분과 전체>, <과학 혁명의 구조>등이 있다.) 그런데 이 책은 독일 뮌헨 대학에서 독문학과 철학을 전공한 후 문학 박사 학위를 받은 이인웅 교수가 번역한 책으로 중역을 거치지 않은 완역본이다. 게다가 이원양 교수의 추천사에서도 알 수 있듯 꼼꼼한 해설과 풍부한 일러스트레이션에서도 단연 돋보이며 "이제 우리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관한 한 가장 완벽한 한국어 번역본을 갖게 되었다."라고 감히 주장하고 있다. 또한 기존의 세로로 길쭉한 책과 달리 가로로 길쭉한 특이한 편집은 기존의 번역본과 차별화를 꾀하는 두레 출판사의 의도가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한국 번역계의 초라한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독자로서 이렇게 출판사와 편집자가 공을 들이고 글쓴이가 많은 노력 끝에 완역한 책을 만나게 되면 물불 안 가리고 구입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대표적으로 김만수 교수가 번역한 <전쟁론>이 그 예이다.) 바로 이 책 역시 충분히 구입할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은 나의 예상을 조금도 벗어나지 못했다. 이 책 때문에 존경하던 인물이 자살할 경우 그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해서 자살을 시도하는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가 생겼다고 하지만 그저 이 책은 나에게 통속적인 사랑 소설로 다가왔다. 모름지기 책을 읽으면 간접 경험을 통해 지식을 주던가 아니면 감정을 정화시키는 감동을 주어야 하는데 이 책은 그 어느쪽도 아니었다. '단순히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몸부림치다가 자살로 현실도피' 이것이 이 책의 줄거리 아닌가?

 대체 이 책 어느 곳에서 18세기 유럽을 휩쓴 마력이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나폴레옹은 이 책은 전쟁터에서도 가지고 다니면서 일곱 번씩이나 읽었다고 하는데 의문이다. 그래도 우리나라의 롯데 그룹이 이 책의 여주인공인 로테(Lotte)에서 따온 이름이란 것은 흥미로웠다. 뭐 하지만 롯데 그룹은 어린이 코 묻은 돈으로 악착같이 돈을 벌면서도 사회에는 별다른 공헌을 하지 않고 직원 복지와 임금이란 면에서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로테(Lotte)란 이름은 뭔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다.

 어쨌든 나에게 있어서 이 책은 별로 감명 깊지 않았으나 이것은 case by case인 것이고 독일어판 완역본이면서도 꼼꼼한 해설과 풍부한 일러스트레이션을 감안했을 때 현재 국내에 번역된 책 중에서는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된다. 혹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고 싶다면 이 책과 함께 하는 것이 어떨까?

 p.s) 번역은 비교적 깔끔하지만 p.47쪽 첫번째 줄에서 여주인공 이름인 로테를 원래 모델인 샤를롯테라고 번역한 것은 옥의 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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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9 1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