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 - 무심코 읽었다가 쓸데없이 똑똑해지는 책
오후 지음 / 웨일북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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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독후감 혹은 리뷰를 작성 할 때는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미리 말하지만 나는 이 책에 대해서는 정말 비판적 측면에서 할 말이 많다. 다만, 이 책에 대한 비판이 이 책을 선정한 자에 대한 비판으로 보여질까 저어하여 어느 정도 수준으로 쓸까 고민을 많이 했다. 만약 내가 이 책을 선물 받았거나, 서평단이거나, 혹은 돈을 받고 리뷰를 쓰는 것이라면 별론이로되, 나는 오히려 돈을 내고 책을 읽는 것이니 내 마음 가는 대로 솔직히 쓸 생각이다. 그리고 모두가 동일한 책을 읽고 천편일률적인 감상문을 쓰는 것도 다양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욕을 먹을 각오를 하고 이하 리뷰를 작성하였다. 읽기 불편하신 분들은 그냥 넘어가시라 (이 책의 작가인 오후의 시니컬한 말투를 미러링 하여 이하 독후감을 작성하였음을 알려드린다.)



책의 제목 "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의 부제는 "무심코 읽었다가 쓸데없이 똑똑해지는 책"이다. 나는 오후 작가에게 이 책의 부제를 "무심코 읽었다가 쓸데없이 화가 나는 책"으로 바꾸는 것을 강력하게 권하고 싶다. 일단 과학 책으로서의 엄밀한 검증은 교양서적임을 고려해서 애써 눈을 감는다고 쳐도, 책 곳곳에서 느껴지는 글쓴이의 사상, 그리고 그 사상에서 비롯되는 도덕적 우월감 및 선민의식은 점점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화를 내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아니라고? 그렇다면 다시 한 번 이 책을 꼼꼼히 읽어보시라. 글쓴이의 시니컬한 말투의 행간을 읽어보면 똑같은 이야기를 해도 속된 말로 매를 번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으리라.

구체적으로 한 가지만 예를 들도록 하자. 챕터 4의 MtF의 성기 수술 과정 및 FtM의 성기 수술 과정이 반드시 이 책의 구성에서 필요한가? 제3의 성과 트렌스젠더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면 그들이 겪는 사회적 고통, 차별 등에 대해 쓰면 족할 것이지 쓸데없이 구체적으로 수술과정을 묘사해서 읽는 이로 하여금 거부감을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FtM 성기 수술 과정을 자세히 서술하면서 "한남"이란 표현을 아무런 비판도 없이 사용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과연 진정으로 "반성"해야 할 자가 누구인지 궁금해진다.

"제가 느끼기엔, 테레즈한테는 동성애적인 사랑이 필요한 게 아니고 캐롤이 필요한 겁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캐롤이 여자였을 뿐이죠"(일단 이 발언이 어디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면 일단 반성을 하고 시작하자)

라고 자신있게 반성하라고 독자에게 요구하였으니, 나도 글쓴이에게 그대로 요구하겠다.

꼬마 남자아기 성기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어차피 한남들 다 그만한 것 아니냐" (일단 이 발언이 어디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면 일단 반성을 하고 시작하자)

그 쪽 사람들은 내로남불이 패시브인가? 이른바 진성 남성 페미스트였던 박원순 전 시장의 말로를 보자면 오후 작가 또한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과한 것일까?

또한, 성별 정정 허가 기준에 대한 대법원 판결 중 다섯번째 조건인 군대에 대해서는 "하,..군대..." 딱 이렇게만 써 놓았는데, 무식한 건지 아니면 일부러 눈 감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남녀평등징병을 대한민국에서 한다면 대법원이 굳이 다섯번째 조건을 판례에서 설시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남녀평등화장실을 설치하다고 하는데 그렇게 좋아하는 남녀평등을 위하여 남녀평등징병을 하는 건 어떤가? 그렇다면 굳이 "하... 군대..." 이렇게 시니컬한 어투로 제대로 분석과 대안도 내놓지 못하면서 얼버무릴 필요도 없을 것이다.

참고로, 전차책 발간 기념으로 8 챕터: 살아 있는 해커들의 밤과 9 챕터: 참을 수 없는 유전자의 가벼움이 포함되어 있으니 가능하면 전자책으로 읽기를 권하며 무심코 읽었다가 쓸데없이 화가 나는 책에 대한 독후감을 마무리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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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핀 - 파울리, 배타 원리 그리고 진짜 양자역학
이강영 지음 / 계단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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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에서도 제목을 적을 때 고심하는 것처럼, 책 제목 역시 함축적으로 적되 독자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제목을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의 제목인 “스핀”을 보았을 때, 이 책이 입자물리학에 대한 책인 것은 생각하지 못하였고, 부제목인 “파울리, 배타원리 그리고 진짜 양자역학”을 보고는 파울리 배타원리, 좀 크게 생각하면 화학에 대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파울리 배타원리는 화학 시간에 배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은 화학이 아니라 양자역학 및 입자물리학에 대한 것으로 어느 정도는 읽히는 책이었다. 다만 나는 세계의 다양성을 지향하는 생물학 (정확하게는 생명공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세상을 가능한 단순하게 이해하려고 하는 물리학에 대해서는 유전자 레벨에서부터 새겨진 선험규칙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지만 그래도 글쓴이가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고 하여 입자물리학 및 그 발전과정에 대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Quantum Mechanics

이런 예들은 세상을 가능한 단순하게 이해하려고 하는 물리학자와

세상의 다양성을 지향하는 생물학자의 취향이 다르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지점이다.

— 序

스핀 (SPIN)


파울리 배타원리

Wolfgang Ernst Pauli


원자 속의 전자는 네 개의 양자수에 의해서 정의되는 상태에 하나 이상 존재할 수 없다.

— Pauli's Exclusion

Pauli's Exclusion


그런데 이 책은 처음에는 역사책을 읽는 느낌으로 술술 읽히지만, 점차 방정식 (예컨대, 대학시절에 봤지만 이해하지 못했던 파동 방정식 등)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난해한 양자역학 및 입자물리학의 세계로 나를 안내하였다. 아마도 처음부터 방정식이 튀어나왔으면 도중에 포기했을 것이므로 처음엔 역사책과 같은 서술방법을 택한 것은 정말 탁월한 서술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도중에 포기하고 싶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완독하기를 권한다.

최근 읽을만한 자연과학 서적이 많지 않다. 게다가 이 책에서도 소개되는 하이젠베르그의 <부분과 전체>는 진짜 최악의 번역서로 아직도 내 기억에 남아있다. 각 챕터마다 한 챕터는 구어체, 다른 챕터는 문어체로 번역한 책으로, 보나마나 교수가 대학원생 시켜서 각 챕터마다 번역시키고 검수도 하지 않은 채 교수가 직접 번역한 것으로 표시했을 것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번역자를 믿기 보다는 “출판사”를 믿고 자연과학 책을 선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내가 선호하는 출판사는 <사이언스 북스>, 그 중에서도 사이언스 클래식을 가장 선호하고 있다.

이 책의 출판사는 <계단>이란 곳으로 처음 들어보는 출판사지만 정말 좋은 책을 훌륭한 편집으로 출판한 것에 응원을 보낸다. 최근 점차 책을 읽는 사람이 줄어들고, 게다가 자연과학 서적은 더더욱 선호하는 사람이 없는데 이런 훌륭한 책을 출판한 것에 대해서 감사하고 앞으로도 좋은 책을 많이 출판해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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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가지 마음상자 이야기 - 우울한 마음에서 벗어나게 하는 심리학
박수희.이원재.정종식 지음 / 파지트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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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은 "7가지 마음상자 이야기"이다. ①거짓 가면 상자, ②자기 비난 상자, ③꼭두각사 상자, ④좁은 시야 상자, ⑤무조건 네네 상자, ⑥과거 집착 상자, ⑦무한 생각 상자 이렇게 총 7가지 상자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서술하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을 보면서 프로듀서인 프라이머리 (Primary)가 생각이 났다. 2013년 무한도전 자유로 가요제를 통해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프라이머리 (Primary)는 언제나 우스꽝스러운 박스를 쓰고 대중 앞에서 섰었다. 이에 대해 심리학 전문가는 이를 '가면 증후군'이라고 하면서 “내성향이 크거나 심리적으로 위축될 때, 불안함이 생기면 박스를 쓴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여기서 "가면 증후군"이란, 자신의 성공을 노력이 아닌 운의 탓으로 돌리고 자신의 실력이 드러나는 것을 꺼리는 심리로서, 높은 성취를 이루었는데도 그것을 과대평가된 것으로 치부하는 동시에 스스로를 과소평가한다. 이런 심리는 높은 기대를 받는 사람이 실패의 충격을 미리 완화하기 위한 일종의 방어기제라고 할 수 있다. 프라이머리 (Primary)는 2013년 무한도전 자유로 가요제에서 표절 논란에 휩싸여 자중하다가 2015년에 복귀하였는데, 복귀하면서 부터는 상자를 벗어던진 바 있다. 사후적 고찰컨데, 비록 프라이머리 (Primary)의 내면을 살펴볼 순 없지만 이전까지는 표절을 하고 있어서 이를 가리기 위해서 우스꽝 스러운 상자를 쓴 것이고 복귀하면서 박스를 벗어던지면서 비로소 표절 논란으로부터 자유를 얻음으로써 스스로를 대중 앞에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같이, 사람들은 뭔가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위축될 때 "상자"를 뒤집어 쓰는 것 같다. 내가 아닌 나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거짓 가면 상자", 모든 문제가 나의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에게 벌을 주는 삶을 살아가는 "자기 비난 상자", 타인이 시키는 대로 하는 수동적인 로봇인 "꼭두각시 상자", 세상을 너무 편협하게, 그리고 단편적으로만 보는 "좁은 시야 상자", 다른 사람의 말을 의심없이 다 받아들이며 고립되어 늘 정보가 부족한 "무조건 네네 상자", 과거의 힘들었던 기억에 괴로워하고 자책하면 살아가는 "과거 집착 상자", 너무 생각에만 집중한 나머지 하지 못하는 상태로 시본적으로 폐쇄된 세계에 갇혀 생각만 무한히 반복하는 "무한 생각 상자" 외에도 수많은 종류의 상자들이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누구나 조금씩은 자신만의 "상자"를 쓰고 있을 것이지만 상자를 벗어 던진 프라이머리 (Primary)와 같이 심리적인 불안과 위축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날이 오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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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저 인간은 왜 저러는 거야?
노주선 지음 / 길벗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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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 (페르소나)

페르소나(Persona)란 고대 그리스 가면극에서 배우들이 썼다가 벗었다가 하는 가면을 말하고, 원래 연극에서 쓰이는 탈(mask; character)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되었다고 학자들은 이야기한다. 현대에 와서 Persona (페르소나)가 워낙 다양하게 쓰여서 어느 하나로 정의하긴 어렵지만, 일반적으로는 개인이 사회적 요구들에 대한 반응으로서 밖으로 표출하는 공적 얼굴로서, 실제 성격과는 다르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에 비치는 한 개인의 모습을 의미하고 있다.




Persona (페르소나) → Person (사람) → Personality (성격)

이런 Persona (페르소나)는 Person (사람)의 어원이며, 더 나아가 Personality(성격)의 어원이기도 하다. 言語라는 것은 정말 신기한 힘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생각은 절대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의 범주를 벗어날 수 없으며 (새로운 개념을 이해하려면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야 한다), 語原이라고 함은 어떠한 문제나 개념의 본질을 함축하고 있을 때가 많다. 이는 Persona (페르소나)로부터 비롯된 Person (사람)과 Personality (성격)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어원의 순서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결국 페르소나가 사람을 정의하고, 어떻게 그 사람이 정의되었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성격도 정의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Personality (성격)과 Role (역할)

이 책의 글쓴이는 '나'라는 존재는 사회적 상황에 따라 다양한 역할 (Role)을 해야 하고, 이러한 과정에서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행동의 특징들을 '성격 (Pesonality)'이라고 하며, 상황과 요구에 따라서 해야만 하는 행동들을 '역할 (Role)' 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와 같이, 상황과 요구에 따라서 해야만 하는 행동들을 '역할 (Role)'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사람에게 요구되는 페르소나 (Persona)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그 사람에게 요구되는 페르소나 (Persona)가 그 사람 (Person)을 정의하고 어떻게 그 사람이 정의되었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성격 (Pesonality)도 정의되거나 변화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유행하는 MBTI 테스트의 경우에도 하나의 MBTI 유형이 끝까지 가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처한 상황 또는 직업 (즉, 그 사람에게 요구되는 페르소나 (Persona))에 따라 MBTI 유형이 변화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다. 결국 Role (역할)과 Personality (성격)이 맞지 않아 발생하는 마음의 불편함과 스트레스는 그 역할에 익숙해 짐으로써 점차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나'라는 존재는 사회적 상황에 따라 이처럼 다양한 역할 (Role)을 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행동의 특징들을 '성격 (Personality)'라고 하며, 상황과 요구에 따라서 해야만 하는 행동들을 '역할 (Role)'이라고 합니다. — 17페이지"



Persona (페르소나)의 소멸 → Person (사람)의 소멸

최근에 읽은 신형철 시인의 책 "인생의 역사"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단, 사람의 기억력은 신뢰할 것이 못된다.)



"누군가가 죽었을 때 우리가 슬퍼하는 것은, 그 사람에게만 보여줄 수 있는 자신만의 모습 (Persona)를 더 이상 보여줄 수 없기 때문이다.

— 인생의 역사 中 "



예를 들어, 우리가 집에서 부모님을 만날 때는 아직도 우리는 철없은 어린아이로서의 페르소나를 가지고, 초중고 친구를 만날 때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함께 보낸 친구로서의 페르소나를 가지고, 회사에서는 각자의 위치에 따라 근엄한 상사 혹은 허둥지둥 대지만 열정을 가지는 신입사원 등의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다. 만약 그 누군가가 죽는다면, 우리가 그 사람 앞에서만 보여줬던 우리의 페르소나 (Persona) 역시 소멸하는 것이므로 슬퍼지는 것이라고 신형철 시인을 이야기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페르소나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하나씩, 하나씩 소멸하게 될 것이다. 페르소나가 소멸함에 따라 우리의 성격 (Pesonality)도 점점 단순해져서 나이를 먹을수록 이른바 "꼰대" 같이 되는 것은 필연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다양한 연령과 다양한 직업을 가진 여러 사람을 만남으로써 우리가 쓰는 가면 (Persona)이 우리의 인간성 (Person)과 성격 (Pesonality)의 소멸 또는 문제도 막아주거나 늦추어 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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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사회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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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에서 정한 세번째 저자는 "한병철" 교수이다. 그는 굉장히 특이하게도 고려대학교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하였으나, 독일에서 철학, 독문학 그리고 천주교 신학을 공부하여 이공계에서 인문계로 전공을 바꾼 괴짜라고 할 수 있겠다. 그가 괴짜임은 2017년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신작 '타자의 추방' 출판 기념강연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악기 소리에 깊이가 없다며 불평하는가 하면 질문하는 독자에게 "입을 다물라"거나 "참가비 1천원을 줄 테니 나가라"는 막말을 했다는 증언을 통해서도 뒷받침 된다 (https://news.naver.com/mnews/article/001/0009125570).


한 가지 분명한 건, 한병철 교수 스스로가 "피로사회"라는 이 책을 통하여 주장하는 이 시대의 고유한 주요 질병인 '우울증, ADHD, 소진증후군' 중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ADHD)를 겪는 건 확실해 보인다. 스스로 분노는 짜증과 구별된다 (50페이지 참조)고 책에서 이야기 했으면서 어떤 심대한 변화도 일으키지 못하는 짜증과 신경질만을 기념강연에서 확대시킨 그 역시 아직은 이러한 고유한 주요 질병의 하나의 원인으로 제시하는 ""사색적 능력의 상실" 상태에 머물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우리는 더 이상 바이러스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하마스 침공


"하지만 우리는 오늘날 더 이상 바이러스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면역학적 기술에 힘입어 이미 그 시대를 졸업했다.

21세기의 시작은 병리학적으로 볼 때 박테리아적이지도 바이러스적이지도 않으며, 오히려 신경증적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이들은 전염성 질병이 아니라 경색적 질병이며 면역학적 타자의 부정성이 아니라 긍정성의 과잉으로 인한 질병이다."

— 신경성 폭력 中


"우리는 더 이상 바이러스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면역학적 기술에 힙입어 이미 그 시대를 졸업했다." 이 얼마나 오만한 발언인가? 이 책이 쓰여질 당시인 2010년 가을과 코로나 범유행이 선언된 2020년과는 정확히 10년 차이가 난다. 현재는 "우리는 더 이상 바이러스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면역학적 기술에 힙입어 이미 그 시대를 졸업했다."라고 과학적으로 선언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물론, 글쓴이는 비유적인 표현으로 상기와 같이 선언하면서 "면역학적 타자의 부정성"이 아니라 "긍정성의 과잉"으로 인한 질병이 성과사회에서 고유한 주요 질병이라고 주장한다. 10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봐도 과연 그러한가?

면역학적 타자에 대한 부정성이 극적으로 표출된 사례인 "전쟁"을 살펴봐도,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023년 이스라엘 하마스 침공 등 오히려 코로나 범유행 이후로는 "면역학적 타자의 부정성"이 글쓴이가 이야기 하는 "시대마다 그 시대에 고유한 주요 질병"의 주요한 원인으로 다시금 대두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대마다 그 시대에 고유한 질병이 있다.

피로사회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자기를 착취한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즉각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한국어판 서문 中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10년이 지난 지금에는 오히려 한병철의 진단이 시대에 뒤떨어진 점이 있지만 여전히 글쓴이의 진단과 해결책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글쓴이는 이른바 ①규율사회, 면역학적 사회가 ②성과사회, 활동사회로 변화하고, 결국에는 ③도핑사회로 변화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현대의 성과사회에서는 사색적 능력의 상실나르시즘의 문제 (완결에 이르지 못한다), 그리고 긍정성의 과잉으로 인한 자기 착취 때문에 우울증, ADHD, 소진증후군과 같은 현대 사회의 고유한 질병을 일으킨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질병들은 자학적 특징을 가지며 스스로 만들어낸 폭력하에서 스스로를 착취하고 있어, 자기 자신을 호모 사케르로 만들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이른바 모든 목적 지향적 행위에서 해방되는 부정적 힘의 피로, 무위의 피로를 제시하고 있다.보다 구체적으로 탈진의 피로는 긍정적 힘의 피로인데, 부정적 힘의 피로는 영감을 주는 피로로서 무장을 해제하고 평화의 시간을 가지는 것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비록 글쓴이의 "더 활동적일수록 더 자유로워질 거라는 믿은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지만, 우울증, ADHD, 소진증후군과 같은 현대 사회의 고유한 질병을 위한 하나의 해결책으로 부정적 힘의 피로, 무위의 피로를 통하여 모든 목적 지향적 행위에서 해방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글쓴이의 의견은 스스로를 착취하고 있는 현대 사회의 호모 사케르에게 있어서 하나의 시사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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